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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디지몬 패러디] 디지몬 : 메모리 엔드 파트너 - Chapter 03 길 <7>

디지몬 : 메모리 엔드 파트너

 

 

Chapter 03 – 길 <7>

 

 

카오스드라몬과 전투 이후 한동안 현실세계에는 디지몬이 출현하지 않았다. 세 테이머는 잠시 찾아온 평화를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황용우는 그동안 바빠서 하지 않았던 조깅을 다시 시작했고, 시은은 완성되지 않은 노래의 가사를 작사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정한설은 게임 대회가 열리지 않은 비시즌이 겹치자,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뉴스를 시청했다. 산책로에서 달리기를 하던 황용우는 목이 마르자, 잠시 벤치에 앉아 물을 마셨다. 그의 오른손에는 물통이 있었다. 물통에는 아구몬의 얼굴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물을 마신 용우, 지난 일을 회상하려는 건지 사뭇 진지해진다. 카오스드라몬과 전투, 블랙워그레이몬의 죽음, 마음을 이해한 메탈그레이몬의 궁극진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생긴 것이 조금 다르다고 느꼈지만, 아구몬이 이리 다른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시중에 잘 팔지 않는 희귀 디지몬 카드였다. 카드 앞면에는 워그레이몬X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용우의 눈빛이 살짝 가라앉았다. 카드 속에만 존재하던 디지몬이 현실에 나타났단 말인가.

 

 

이시은은 작사가 잘 되지 않자, 바람을 쐬기 위해 옷을 입고서 밖으로 나갔다. 집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사기 위해서였다. 길을 걷던 그녀가 갑자기 멈춰선다. 제 의지로 멈춰선 것이 아니었다. 옆에서 누가 팔을 살짝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자신보다 훨씬 작은 여자 아이. 아이는 그녀에게 메모지와 펜을 건네며 말했다.

 

 

“언니, 언니가 TV에 나온 거 봤어요. 저 언니 팬이에요! 예전부터 쭉 지켜봤어요. 언니가 디지몬 테이머 맞죠?”

 

 

디지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아이. 뉴스에서 하도 디지몬, 디지몬, 떠들자 아이도 그 존재를 디지몬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아직 밝혀진 것이 많지 않은 디지털 생명체를 연구하기 시작한 인간들은, 현실에 출현한 괴수를 ‘디지몬’이라 부르고 있다. 시은은 전부터 이미 그 존재를 알고 있었고, 이름도 알고 있었지만, 다른 류의 인간들은 이제야 그것을 디지몬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시은은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싸인을 해주었다. 슈퍼스타의 싸인을 받아서일까? 메모지를 끌어안은 아이의 얼굴에서 미소가 만개한다. 뒤에서 부모님이 부르자, 아이는 정중히 고맙다고 말한 후 부모님 품으로 돌아갔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아이 뒷모습에서 기쁨을 느꼈는지 시은도 씩 웃는다.

 

 

정한설은 컴퓨터 앞에 앉아 뉴스를 시청했다. 게임 대회가 열리지 않는 비시즌 동안, 그는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계속 검색했다. 키워드는 주로 디지몬에 관한 것이었다. 식사시간이 되어도 잘 먹지 않는 테이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텐토몬은 옆에서 그에게 중얼중얼 잔소리했다. 그때마다 정한설은 알겠어, 하고 대충 대답했다. 그렇다고 텐토몬도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테이머가 무얼 검색하고 있는지 자세히 보기 위해 고개를 들이댔다.

 

 

“디지몬과 관련된 뉴스를 보던데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거야?”

 

 

“이유라…딱히 그런 건 없어. 하지만 우리의 활약이 사람들에게 있어 어떻게 비춰지는지 궁금할 뿐이야.”

 

 

“궁금하다니? 나, 잘 이해가 안 돼.”

 

 

“어떤 이는 우리를 보면서 새로운 꿈을 꿀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우리를 보면서 증오할 수도 있다는 말이야. 우리는 선택받은 아이가 아니니까. 10명 중에 10명을 다 지켜낼 수는 없어.”

 

 

텐토몬의 시선이 모니터 화면으로 옮겨졌다.

 

 

<디지몬 출현으로 인해 살 곳을 잃은 가정, 그 보상은 누가 한단 말인가>, 인터넷 기사의 타이틀이 신경 쓰였는지 텐토몬은 짧고 낮게 신음했다. 정한설은 의자등받이에 등을 기대고선 턱을 괴었다.

 

 

“봐, 모두가 우릴 좋아할 수는 없어. 무엇인지 정답인진 나도 잘 모르겠지만…….”

 

 

운동을 마친 용우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침 편의점이 보이자 그곳에 들려 필요한 물건을 몇 개 구매하였다. 대부분 먹을 것과 관련된 거지만. 편의점을 나온 용우가 다시 걸음을 멈춘 시점은 가게에서 나온 지 5분이 안 됐을 때였다. 망가진 집을 발견하곤 걸음을 멈춘 것이다. 용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집의 형체는 마치 전쟁터의 폐허를 보는 것 같았다. 집 앞에는 경찰이 깔려 있어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입구 앞에선 한창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내 집 어떡할 거냐, 내 집 어떡할 거냐고,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경찰의 멱살을 잡고서 오열한다. 얼마 후 옆에 있던 남성이 그 여성을 뜯어말린다. 용우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일이에요?”, 제 옆에 서 있는 목격자를 슬쩍 바라보며 용우가 조심스레 물었다.

 

 

“지난번 나타난 디지몬 출현 때문에 집이 완전 박살이 났대요.” 목격자는 혀를 끌끌 찼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흔들리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용우는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디지몬으로 인한 피해. 지난번 나타난 디지몬 출현. 카오스드라몬과 싸웠던 워그레이몬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한참을 걸은 끝에, 그는 벤치에 앉을 수 있었다.

 

 

‘카오스드라몬과 싸우다 생긴 피해야…그건 분명.’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줄 알았다. 자기 때문에 죄없는 사람이 소중한 집을 잃었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황용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디지몬과 디지몬의 싸움, 그로 인해 생기는 막대한 피해.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그때 워그레이몬이 카오스드라몬과 싸우는 바람에 사람들이 집을 잃고…소중한 가족까지 잃은 거야…….‘

 

 

친구인 한설이가 했던 말의 의미를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선택받은 아이들이 아니다,

 

 

선택받은 아이가 아니기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피해.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용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때 조금만 더 사람들을 생각했더라면.

 

 

며칠이 더 흘렀다. 용우, 시은, 한설은 한설의 집에 모였다. 세 사람은 바닥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옆에선 아구몬, 텐토몬, 가부몬이 시끄럽게 놀고 있었다. 한설의 시선이 용우에게로 향했다.

 

 

”용우야.“, 팔짱 낀 그가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대답한다. 잠시 딴 생각에 빠진 친구를 현실로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시은은 혀를 끌끌 찼다.

 

 

”시은아, 한설아…우리 때문에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거 알고 있지?“

 

 

”뉴스만 틀면 나오는 게 그 얘기인데 모를리 있겠어?“ 시은은 혀를 끌끌 찼다. 한설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가볍게 까딱거렸다. 계속 말해보라는 의미였다. 자신감을 잃은 그가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다른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우리 대책을 강구하는 거 어떨까?“

 

 

”불가능해.“,

 

 

친구 정한설의 단호한 대답.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지 용우는 고개를 흔들며 그에게 말했다. 찾아보지 않고 불가능하다 말하는 거 아니냐고. 한설의 싸늘한 시선이 그에게 날아들었다.

 

 

”정말 불가능해. 너희들의 휴대전화를 디지바이스로 만드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자는 건 애시당초 성사될 수 없는 것들이야…나도 네 맘이 뭔지 알아, 당연히 사람들이 다치고 죽는 게 싫겠지…메탈그레이몬이 메가드라몬과 기가드라몬과 싸우다 다쳤을 때처럼…….“

 

 

”그걸 안다면 더더욱 그래야 하는 거잖아!“, 황용우는 발끈했다.

 

 

”그 마음을 잘 아니까 너에게 하는 말이야!“

 

 

숲을 들여다보지 않고 나무만 쳐다보는 친구가 답답했던 건지 한설도 핏대를 세우며 대답한다. 황용우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고는 멱살을 꽉 붙잡았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이 싸움에서, 우리 때문에 죽는 사람이 얼마나 더 생겨야, 이 싸움은 끝나는 거냐고 말하면서. 한설은 손을 뿌리쳤다. 억지 부릴 것이 있고 부리지 않을 것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긴 정적이 흘렀다. 다시 자리로 돌아간 용우는 그에게 말했다.

 

 

”미안해, 순간 흥분했었어…….“

 

 

정한설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팔짱을 낀 모습이 산에서 사는 산신령 같다.

 

 

”네 모습을 보면 나도 안타까워. 블랙워그레이몬과 아구몬으로 갈라졌을 때도 너가 그것을 버틸 수 있을지 한편으론 걱정되었어…하지만 이건 그때와 결이 달라.“

 

 

”도저히 방법이 없는 걸까……?“

 

 

”우린 신태일도 아니고, 메튜도 아니고, 심지어 빛의 문장을 가진 신나리, 희망의 문장을 가진 리키도 아니야. 우린 현실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시은이 중간에 끼어든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에겐 디지몬이 있다는 거지.“

 

 

두 사람의 이목이 그녀에게 쏠렸다.

 

 

”우리에게 디지몬이 나타난 이유는…디지몬을 통해 무언가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 아닐까?“

 

 

”디지몬과 함께 세상을 바꿔보라는 의미란 거지?“

 

 

한설의 물음이 이어졌다. 시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용우는 곰곰이 생각했다.

 

 

’세상을 바꿔라…….‘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노력과 시간을 통해 점차 바뀌어간다. 그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세상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바뀔지는 결국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거야?“

 

 

시은은 입을 꾹 다물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상태.

 

 

한설의 집에서 나온 시은은 집까지 걸어갔다. 그녀는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휴대전화 속 가부몬과 대화를 나눴다. 친구들이 하는 말을 옆에서 듣고 있었던 가부몬은, 나름대로 느낀 점을 그녀에게 말하였다.

 

 

”뭐가 정답인지 알 수 없지만…시은아, 난 널 위해 끝까지 싸울 거야.“

 

 

”이건 싸우고 말고 문제가 아니야.“

 

 

과거의 어느 장면을 떠오르자, 저절로 입에선 한숨이 새어 나왔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그날은 일이 늦게 끝나 밤 9시가 돼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입구 앞. 처음 보는 사람이 그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피해서 들어가려고 몸을 살짝 옆으로 틀었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남성은 그녀의 왼팔을 꼭 붙잡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 얽혔다. 팔을 덥석 잡은 남성의 이마에는 주름이 깊게 파여 있었다.

 

 

”당신이 디지몬 테이머요?“, 그의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시은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데요?“

 

 

”내 딸 살려내시오.“

 

 

앞뒤 딱 자르고 대뜸 딸부터 살려달라는 그. 그녀의 눈썹이 위로 꿈틀거렸다.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당신들이 거대한 용과 싸우던 그날…우리 딸이 학원에서 돌아오다 죽었어!“

 

 

카오스드라몬과 싸운 날, 학원을 마친 딸이 집에 돌아오다 죽었다고 말하자, 어깨가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우리는 선택받은 아이들이 아니다, 정한설이 했던 말이 그때 처음으로 와닿았다.

 

 

”그건…….“, 딸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입이 있어도 있는 게 아닌 그런 상황. 소중한 자녀를 한순간에 잃은 부모의 심정은 감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며 그녀가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다시 현실. 머릿속에서 생각이 떠나질 않자, 그녀는 걸음을 잠시 멈췄다. 가부몬, 하고 부르자, 가부몬이 응 – 하고 대답한다.

 

 

”우리 정말 괜찮은 걸까?“

 

 

”…….“ 가부몬의 입술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때!

 

 

”시은아, 어서 빨리 여기서 꺼내줘!“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가부몬이 그녀를 향해 소리친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무섭게 왜?“

 

 

”하늘을 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선 먹구름이 모여들고 있었다. 평범한 먹구름 같은 것이 아니었다. 비가 내리고 천둥번개가 치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카오스드라몬이 나타났을 때처럼, 디지몬의 출현을 암시하는 먹구름이었다. 그녀가 오른손에 든 디지바이스를 잠시 내려다본다.

 

 

갈등하는 눈빛.

 

 

’가부몬…….‘

 

 

디지바이스에서 꺼내주질 않자, 가부몬도 신경이 곤두섰는지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시은아 빨리! 시간이 없어!“

 

 

오른손이 바들바들 떨기 시작한다.

 

 

-다음 편에서 계속-

 

후...다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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