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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러디] 디지몬 : 메모리 엔드 파트너 - Chapter 03 길 <3>

디지몬 : 메모리 엔드 파트너

 

 

Chapter 03 – 길 <3>

 

 

“메탈그레이몬 궁극……!”

 

 

기계화 된 메탈그레이몬의 몸에서 진화의 빛이 뿜어진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용우가 보던 그런 진화가 아니었다. 마치, 마치, 어둠이 마음을 집어 삼킨 ‘분노의 진화’ 같았다. 빛에 휩싸여 보이지 않던 메탈그레이몬의 전신이 까만 그림자를 비추면서 점점 변화하기 시작한다. 뱃속에 있던 아이가 잉태하여 태어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거대했던 공룡 디지몬은 어느새 용인이 되어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 채 위풍당당하게 서있었다. 그 이름은 카오스그레이몬. 카오스그레이몬은 메가드라몬과 기가드라몬을 무섭게 노려보며 말하였다. 오늘 너희는 내 손에 죽는다. 메가드라몬과 기가드라몬은 한 번 조소를 날린 후 카오스그레이몬에게 날아갔다. 이에 질세라 카오스그레이몬도 등에 달려있는 방패를 활짝 펴며 하늘을 비행하였다. 그 속도는 전투기가 서울에서 제주까지 날아가는 속도와 맞먹었다. 고속비행한 카오스그레이몬은 순식간에 메가드라몬 뒤쪽으로 넘어가 발차기를 날렸다. 허리를 얻어 맞은 메가드라몬은 고함을 지르며 지상으로 추락하였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자주색 용을 없애기 위해서일까? 카오스그레이몬은 육체를 지상으로 향하게 만든 후 빠르게 하늘에서 낙하하였다. 그것은 단순한 낙하가 아니었다. 속도와 파워를 살린 전신의 회오리 공격이었다. 무언가 달라졌다고 느낀 메가드라몬이 반격에 나섰다.

 

 

날아오는 카오스그레이몬에게 전력을 다해 낫을 휘둘렀다. 낫은 팔에서 만들어지는데 메가드라몬의 또 다른 주특기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카오스그레이몬은 피하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달려나갔다. 해볼 테면 해봐라, 라는 눈빛으로 그가 오른팔을 쭉 뻗는다.

 

 

“흐읍!”, 짧은 호흡이 끝나자, 사라졌던 카오스그레이몬의 전신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어느새 메가드라몬 등 뒤에 서서 피가 묻은 자신의 손톱을 바라보고 있었다. 메가드라몬은 고개를 숙여 제 가슴을 바라봤다. 마치 원거리에서 총을 맞은 것처럼 흉부가 뚫려 있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한 메가드라몬은, 디지털 재가 되어 사라졌다. 카오스그레이몬의 시선이 기가드라몬에게로 옮겨졌다. 기가드라몬은 코웃음을 쳤다. 동료가 죽었어도 그건 메가드라몬이 죽은 것이지, 자신이 죽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그토록 자신있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본인이 메가드라몬보다 더 월등한 존재이니까! 카오스그레이몬은 한 걸음, 한 걸음 그에게 다가갔다.

 

 

안일한 판단으로 사람들을 위험으로 몰아갔던 황용우는, 멀리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기운에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거리는 조금 떨어져 있어도 알 수 있었다. 기운의 주인이 아구몬이란걸. 황용우의 눈동자가 보름달처럼 납작해진다. 전장에서 싸우던 아구몬이 어느새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해 적과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아구몬 본래의 모습과 달랐다. 들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결국 터뜨리고만 분노의 화신을 보는 것 같았다. 무릎 꿇고 있던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그를 말려야만 한다. 아구몬이 폭주할수록 피해는 더 커질 테니까. 황용우는 그에게 달려갔다. 제발 그만 둬 아구몬! 속으로 포효하며.

 

 

기가드라몬과 카오스그레이몬. 두 전사의 시선이 허공에 닿았다. 한쪽은 전사라기보다 살인자에 가까웠지만.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기가드라몬은 카오스그레이몬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 카오스그레이몬도 이에 질세라 그에게 달려갔다. 육안으론 확인할 수 없을 정도에 빠른 전투가 이어졌다. 부딪치고 또 부딪치고 계속 부딪쳤다. 하늘에선 파동이 울려 퍼졌고, 지상에선 지진이 일어났다. 카오스그레이몬의 눈에선 살기가 감돌았다.

 

“쿠어어어!”

 

 

기가드라몬의 길티 크로가 카오스그레이몬의 드라몬 킬러와 충돌한다. 두 디지몬은 힘겨루기를 하면서 서로를 노려보았다. 상대가 밀리지 않자 당황한 걸까? 기가드라몬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러나 카오스그레이몬도 화나기는 마찬가지였다. 멀쩡히 작동하던 드라몬 킬러 한쪽을 갑자기 빼기 시작하는 카오스그레이몬! 무슨 생각일까? 카오스그레이몬은 왼주먹을 꽉 쥐었다.

 

 

“하앗!”, 기가드라몬의 인중을 향해 주먹을 쭉 뻗는 카오스그레이몬. 주먹을 들이받은 기가드라몬이 뒤로 살짝 밀려난다. 카오스그레이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분노의 전사가 최후의 일격을 준비한다. 기가드라몬보다 더 높이 날아오른 카오스그레이몬은 양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죽어랏!”

 

 

최후의 가이아 포스. 대지의 힘이 담긴 가이아 포스를 그대로 기가드라몬에게 집어 던진다. 허무하게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일까? 기가드라몬이 양손으로 가이아 포스를 지탱하며 꿋꿋하게 버틴다.

 

 

“하앗!”, 카오스그레이몬은 몸에 더욱 힘을 주었다. 전보다 더 커진 가이아 포스는 모든 것을 삼킬 듯이 앞으로 날아가 기가드라몬을 덮쳤다.

 

 

하늘에서 떨어진 가이아 포스는 대지와 접촉하자마자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검붉은 폭발 속에선 기가드라몬의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전투는 어느새 엔딩 크레딧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적을 쓰러뜨린 카오스그레이몬은 사람들이 있는 지상으로 내려갔다. 전투를 목격한 대중은 처음 보는 낯선 존재에 두려움을 느낀 듯 몇 발짝 물러섰다. 무리 속에서 유일하게 카오스그레이몬에게 다가가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리. 바로 테이머 황용우였다.

 

 

“아구몬…….”

 

 

이름을 들은 카오스그레이몬이 등을 돌린다. 카오스그레이몬의 시선이 그에게 날아들었다.

 

 

“아구몬, 괜찮은 거야?”

 

 

황용우는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1m를 남겨두고, 카오스그레이몬은 오른손을 쭉 내밀었다. 드라몬 킬러의 날카로운 손톱이 용우의 얼굴로 향했다. 살의가 충분히 느껴지는 태도였다.

 

 

“죽인다…….”

 

 

달라진 아구몬. 달라진 아구몬의 마음. 화신이 된 카오스그레이몬은 용우를 죽일 것처럼 노려보며 말하였다. 너를 없애겠다, 너를 없애겠다, 황용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동안 알고 지내던 아구몬이 아니었다. 더러운 오물을 뒤집어쓴 존재가, 그 오물을 받아들이고, 결국엔 복수의 화신이 된, 그런 느낌이었다.

 

 

파트너를 잃은 테이머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도저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때…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널 없애겠다.”

 

 

카오스그레이몬은 짧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용우야, 물러서거라!”

 

 

불쑥 나타난 예의의 사내가 카오스그레이몬을 향해 손을 쭉 뻗는다. 카오스그레이몬의 몸과 접촉하자, 오른손에선 환한 빛이 뿜어졌다. 맑고 투명했던 빛은 그의 몸 속으로 스며 들어갔다. 분노와 만용을 잠재우는 ‘정화의 빛’이었다. 진화가 풀린 아구몬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용우가 쓰러진 아구몬을 붙잡고 이름을 연신 부른다.

 

 

“아구몬! 아구몬! 아구몬, 정신 좀 차려봐!”

 

 

“걱정말거라, 아구몬은 잠시 기절한 것뿐이야…하지만 그것보다 더 걱정해야 할 건…….”

 

 

흰수염도사의 눈길이 앞으로 향했다. 시선을 따라가자, 그곳엔 처음 보는 디지몬이 서있었다.

 

 

암흑의 용사, 블랙워그레이몬이었다.

 

 

“어째서 또 디지몬이…….”, 용우는 말끝을 흐렸다.

 

 

“정화가 일어나면서 그 안에서 나온 디지몬일 거다…아구몬의 또 다른 자아랄까…….”

 

 

흰수염도사의 시선이 살짝 가라앉는다.

 

 

블랙워그레이몬은 둘을 상대하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 어디론가 날아가는 블랙워그레이몬의 뒷모습을, 황용우는 빤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날 저녁, 황용우는 집으로 돌아갔다.

 

 

정신을 잃은 아구몬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자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자책감을 느낀 용우는, 옆에서 계속 자리를 지켰다. 흰수염도사의 연락을 받은 이시은과 정한설은 용우네 집으로 가 친구를 위로했다.

 

 

“용우야, 아구몬은 강한 녀석이니까 금방 깨어날 거야.”

 

 

“네가 그럴수록 아구몬만 더 힘들어진다는걸 기억해둬.”

 

 

황용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친구의 위로가, 지금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늘에 보름달이 떴다.

 

 

황용우는 거실 소파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을 곱씹었다.

 

 

‘내가 그때 좌절하지 않았다면…아구몬도 그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내가 그때 하필이면…….’

 

 

몇 번이나 고개 숙였을까? 좌절을 맛본 테이머의 어깨가 축 늘어진다.

 

 

그러는 사이 용우의 방에선?

 

 

침대에서 잠을 자고있는 아구몬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아구몬…….”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블랙워그레이몬이었다.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나의 또 다른 모습…….”

 

 

블랙워그레이몬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아구몬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드라몬 킬러를 번쩍 들어올린 블랙워그레이몬이 말을 이어간다.

 

 

“널 죽여야 나라는 존재도 인정 받는 것인가…….”

 

 

“아구몬에게서 떨어져!”

 

 

고뇌와 함께 찾아온 뜻밖의 변수.

 

 

황용우는 아구몬을 죽이기 위해 나타난 블랙워그레이몬에게 멀리 떨어지라며 소리쳤다.

 

 

블랙워그레이몬은 고개를 돌렸다.

 

 

“네가 황용우라는 자인가…그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묻고 싶은거?”, 황용우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그대는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 이 디지몬을 왜 신뢰하는가.”

 

 

“뭐라고?”

 

 

블랙워그레이몬이 말을 잇는다.

 

 

“제안하지, 그대여…나의 파트너가 되거라…….”

 

 

“파트너……?”

 

 

충격적인 대답. 황용우의 얼굴에선 식은땀이 삐질 흘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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