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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러디] 디지몬 : 메모리 엔드 파트너 - Chapter 03 길 <5>

 

디지몬 : 메모리 엔드 파트너

 

 

Chapter 03 – 길 <5>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무’의 공간, 차원의 문에 단둘이 남은 흰수염도사와 블랙워그레이몬은 서로를 주의 깊게 바라봤다. 먼저 말을 건 쪽은 당연 흰수염도사였다. 그는 천천히 움직였다. 블랙워그레이몬이 서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야망을 방해한 흰수염도사를 죽이긴커녕 오히려 바라보고만 있는 블랙워그레이몬. 블랙워그레이몬의 시선이 그에게 날아들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도사는 그에게 물었다. 너는 아구몬의 또 다른 자아이자 독립된 존재가 아니냐고. 그 물음에 대해선 인정하는지 블랙워그레이몬도 고개를 까딱거렸다. 흰수염도사의 몸이 살짝 좌측으로 향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그가 말을 계속 이어간다.

 

 

“또 다른 자아이자 독립된 존재라고 인정한 블랙워그레이몬이여…왜 그렇게까지 용우의 파트너가 되려고 노력하는 거지? 내 눈엔 그저 집착하는 거로밖에 안 보여. 또 하나, 왜 그렇게까지 아구몬을 싫어하는 거지?”

 

 

“네 말대로 나는 아구몬의 또 다른 자아이다. 그러면서 또 다른 존재의 디지몬이다. 네 물음에 굳이 답해야 한다면 아구몬은 그 녀석을 도울 수 없다. 아구몬은 나약하기 때문이지.”

 

 

“나약하다라, 그 나약함의 기준은 누가 정한 거지?”

 

 

“바로 나다.”

 

 

블랙워그레이몬은 고개를 돌려 흰수염도사를 슬쩍 바라봤다. 흰수염도사의 뒷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도사의 따스한 눈길이 블랙워그레이몬에게 닿는다. 블랙워그레이몬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여태 느껴본 적 없는 감정, ‘따스함’이었다. 경멸하고, 증오하고, 원망하던 적들의 시선이 아닌, 처음으로 자신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따뜻함’의 시선. 블랙워그레이몬의 눈에선 진지함이 흘렀다. 대답하고 싶었고 대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답했다. 도사라면, 그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흰수염도사는 팔짱을 꼈다. 대화의 시작을 알린 사람이니 질문하는 쪽도 당연히 그.

 

 

흰수염도사의 두 번째 질문, “아구몬을 죽이고 파트너가 되면 그 끝엔 뭐가 있지?”. 블랙워그레이몬은 입을 꾹 다물었다. 질문 후에는 항상 대답이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 후에 찾아올 후폭풍은, 가히 예상할 수 없을 만큼 클 테니까. 칠흑의 용전사가 등을 보인 채 대답한다. 그 질문에 대해선 나도 모르겠다. 마치 그 말이 나올 거라고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흰수염도사. 도사는 양손을 쭉 내밀어 현실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블랙워그레이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내가 조금 전 말했지? 너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라고…가기 전에 한 가지 조언하마.”

 

 

문 앞에 선 도사, 마지막 할 말을 남기고 현실세계로 돌아간다.

 

 

“블랙워그레이몬, 너에게 필요한 것은 힘도, 파트너도 아니야. 그게 무엇인지는 네가 잘 찾아보길 바란다.”

 

 

현실로 돌아가기 전, 블랙워그레이몬은 곰곰이 생각했다. 먼저 자리를 뜬 도사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도사가 정녕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힘도, 파트너도 아니다…….’

 

 

착 – 하고 따귀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까지 머무르고만 있을 거야!”

 

 

아구몬은 주먹을 꽉 쥐었다. 뺨을 맞은 용우의 눈이 보름달처럼 납작해진다. 언제까지 머무르고만 있을 거야!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 있을 거야! 용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이를 본 친구들도 놀란 걸까? 평소 할 말은 하고 사는 시은도 별 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 정한설이 말리러 다가가나 텐토몬이 곧 만류한다. 텐토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둘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라고. 가부몬, 텐토몬, 이시은, 정한설은 자리를 피해주었다.

 

 

시은, 한설은 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가부몬과 텐토몬은 디지바이스 안으로 돌아간 상태다.

 

 

“정말 괜찮은 걸까?”, 정한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시은은 짧게 대답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듯.

 

 

“알아서 잘하겠지. 다 큰 어른인데 뭘…….”

 

 

있는 것도 없어지는 미지의 공간, 어둠의 공간에 홀로 살고 있는 디지몬. 한때는 디지털 월드를 수호하던 디지몬이었으나 변절한 디지몬,

 

 

케루비몬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 마법의 힘으로 현실세계를 지켜보던 케루비몬을 웃게 한 건 바로 블랙워그레이몬이었다. 도사를 만나고 온 블랙워그레이몬이 옥상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자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케루비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어둠으로 태어난 존재에겐 어둠으로 대항해야 하는 법. 그를 잘만 이용한다면 인간 녀석들도 전부 없앨 수 있겠지.

 

 

케루비몬은 휙- 하고 돌아섰다.

 

 

“이제 네 차례가 왔다…너의 본능으로 그들을 없애거라…….”

 

 

시커먼 공간 저 너머에서 붉은 빛이 떠오른다. 그것은 마치 먹잇감을 기다리던 맹수의 눈빛 같았다.

 

 

다시 현실세계.

 

 

이시은과 정한설은 아파트 앞에 있는 공원으로 가 휴식을 취했다. 편의점에 산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으면서. 친구가 무척 마음에 걸리는지 정한설의 입에선 계속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시은은 고개를 저었다. 당장 걱정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데 왜 한숨을 푹푹 쉬냐며 꾸짖었다. 정한설은 입을 비쭉 내밀었다. 그런 대답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닌데.

 

 

“시은아, 용우는 내 오랜 친구야…그런 녀석이 그렇게 고민하는 모습은 생전 처음이야…….”

 

 

아이스크림을 먹던 이시은, 다소 미안했는지 슬쩍 눈길을 돌린다.

 

 

맑고 청량했던 하늘에 먹구름이 갑자기 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먹구름에선 천둥번개가 울려 퍼졌다. 이시은은 고개를 들었다. 집에서 나오면서 날씨를 봤을 땐 비 온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얼마 후 하늘에서 갑자기 붉은 번개가 내려친다. 붉은 번개를 보고 놀란 정한설이 그대로 뒤로 나자빠진다. 다시 일어났을 땐 이미 번개는 그친 후. 그때 디지바이스에서 알람이 울린다. 가부몬과 텐토몬이 보내는 메시지였다. 이시은은 주머니에서 디지바이스를 주섬주섬 꺼냈다. 가부몬의 전신이 디지바이스 화면에 비친다.

 

 

“시은아, 어서 나를 여기서 꺼내줘! 디지몬이 나타난 거 같아!”

 

 

텐토몬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한설아, 우리가 먼저 가서 막아야해!”

 

 

정한설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필 이럴 때 디지몬이 나타날 줄이야!

 

 

아무도 오지 않는 옥상에서 시간을 보내던 블랙워그레이몬은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자 심상치 않다고 느끼고는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벼락이 떨어진 위치가 바로 옥상 앞이었기 때문이다. 벼락이 떨어진 곳에선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시커만 연기가 불어온 바람에 휩쓸려 말끔히 사라진다. 연기가 사라지고 나서야 블랙워그레이몬은 알 수 있었다. 지금 이곳에 내려친 벼락이, 결코 평범한 벼락이 아니었음을. 블랙워그레이몬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동안 싸웠던 적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주 강하고, 아주 무서운 존재가 바로 지금,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아파트 15층만한 높이를 가진 디지몬이 코 앞에 나타났다. 블랙워그레이몬을 쓰러뜨리기 위해, 어둠의 힘을 가지고 태어난 어둠의 전사를 제거하기 위해. 블랙워그레이몬의 눈에선 살기가 감돌았다. 붉은 철갑을 지닌 사이보그 적룡, 카오스드라몬과 맞닥뜨린 것이다. 카오스드라몬은 고개를 숙였다. 한참 작아도 한참 작은 블랙워그레이몬을 똑바로 쳐다보기 위해서였다. 쳐다본다기보다 내려다본다는 말이 더 옳겠지만. 블랙워그레이몬은 고개를 들었다. 알 수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그가 어디서 온 존재인지, 그가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접혀 있던 드라몬 킬러가 다시 제 모습을 드러낸다.

 

 

“나를 쓰러뜨리러 온 자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선물은…죽음뿐이다!”

 

 

블랙워그레이몬은 신형을 낮추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공중전을 할 수 없는 블랙워그레이몬으로선 최적의 적이 나타난 셈. 카오스드라몬은 멀리서 다가오는 적과 싸우기 위해 허리를 잔뜩 숙인 후 자세를 취하였다. 등짝에 달린 대포가 포구를 드러내며 에너지를 끌어모으기 시작한다. 시작부터 초전박살을 내겠다는 의지였다. 카오스드라몬의 붉은 눈동자가 더 붉게 빛난다.

 

 

하이퍼 무겐 캐논. 카오스드라몬의 필살기로, 2개의 캐논에서 초대형 에너지파를 발사하는 기술이다.

 

 

적색의 에너지파가 파장을 일으키며 블랙워그레이몬에게 날아간다. 블랙워그레이몬은 상체를 비틀어 옆으로 피하였다. 에너지파가 코앞에서 스쳐 지나간다. 얼마 후 멀쩡했던 산 일부가 폭발에 휩싸여 사라진다. 폭발하는 광경을 눈 앞에서 본 블랙워그레이몬은 곰곰이 생각했다. 저것을 제대로 맞았다간 뼈도 못 추릴 거라고. 블랙워그레이몬의 돌격이 이어졌다. 날아오는 에너지빔을 피할 수 있다면, 분명 적을 쓰러뜨릴 승산도 높아질 거라고! 카오스드라몬은 자길 향해 뛰어오는 블랙워그레이몬과 싸우기 위해 앞으로 달려나갔다. 블랙워그레이몬의 신형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등에 달린 부스터를 이용해 잠시 하늘을 비행한 블랙워그레이몬이 마침내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그의 첫 번째 공격은 양발을 이용한 가슴차기였다. 발차기를 들이받은 카오스드라몬의 허리가 앞으로 고꾸라진다. 앞쪽으로 무게가 쏠렸을 때, 블랙워그레이몬은 공격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깍지를 껴 드라몬 킬러를 착용한 상태로 허리를 내리찍었다. 카오스드라몬의 양쪽 무릎이 바닥에 닿는다. 쿵 – 하는 소리와 함께 도로 일부가 움푹 파인다. 상대에게 데미지를 주는데 성공한 블랙워그레이몬이 멋있게 지상에 착지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하고 양손을 앞으로 내민다.

 

 

하데스 포스 - !! 하고 외치면서 기공탄을 쏘았다. 쏘고 또 쏘고 계속 쏟았다. 마치 <디지몬 어드벤처 : 우리들의 워 게임>에 출연한 디아블로몬이 쏘는 빔 세례 같았다. 카오스드라몬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보잘 것 없는 상대가 계속 잔챙이 같은 기술로 자신을 공격하자 열받은 것이다.

 

 

“하, 이, 퍼, 무, 겐, 캐, 논.” 카오스드라몬이 한글자씩 뛰엄뛰엄 기술명을 외치며 기술을 시전한다. 붉은 에너지파가 또 한 번 허공을 가르며 상대에게 날아갔다. 이를 본 블랙워그레이몬의 반격이 이어졌다. 신체를 빠르게 움직여 에너지파를 피한 뒤 양손을 허리춤으로 빠르게 가져갔다.

 

 

“암흑의 가이아 포스!”, 까맣게 생긴, 태양만한 크기의 구를 냅다 집어 던지는 블랙워그레이몬.

 

 

카오스드라몬의 얼굴에선 조소가 흘렀다. 그 순간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필살기와 필살기가 충돌하는 지금! 결투는 결정난다!

 

 

“하, 이, 퍼, 무, 겐, 캐, 논.”

 

 

연이어 이뤄진 반격. 카오스드라몬의 필살기 하이퍼 무겐 캐논이었다.

 

 

에너지파와 에너지파 간의 대결! 블랙워그레이몬은 더욱 양팔에 힘을 주었다.

 

 

“하아앗!!”

 

 

카오스드라몬은 용처럼 포효했다.

 

 

“크어어어어!”

 

 

에너지파 간의 충돌은 결국 폭발로 이어졌다. 에너지 증폭이 이어지면서 일어난 연쇄폭발이었다.

 

 

쾅, 쾅, 쾅 – 하고 연이어 폭발음이 울렸다.

 

 

“워가루루몬, 최대한 피해가 없도록 해!”

 

 

시은의 목소리가 블랙워그레이몬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아트라카부테리몬, 날아오는 파편들을 제거해!”

 

 

아트라카부테리몬이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뿔로 날아오는 파편들을 제거한다.

 

 

에너지파 공격을 받고 날아가던 블랙워그레이몬을, 뒤에서 누군가 잡아준다. 푸른 늑대, 워가루루몬이었다.

 

 

“블랙워그레이몬, 괜찮나?”

 

 

블랙워그레이몬은 손을 뿌리쳤다. 도움 따윈 필요 없다.

 

 

그러나 상당히 충격을 받았는지 얼마 걷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크으…아직…아직 더…….”

 

 

아트라카부테리몬이 블랙워그레이몬 앞을 가로막는다. 워가루루몬은 적과 싸우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적의 적과 싸워야 하는 건 내 타입이 아니지만…블랙워그레이몬, 너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잖아?”

 

 

“해야 할 일…….”, 블랙워그레이몬은 짧고 낮게 신음했다.

 

 

아트라카부테리몬은 다가오는 카오스드라몬을 무섭게 노려보며 말하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널 도와주는 것밖에 없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렵다는 건 아니야! 우리에겐 우릴 믿어주는 친구가 있거든.”

 

 

말을 마친 아트라카부테리몬, 카오스드라몬을 쓰러뜨리기 위해 돌격한다. 워가루루몬은 신형을 낮추고 붉은 용에게 달려갔다. 블랙워그레이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사…당신이 내게 한 말…조금은 알 거 같군…….’

 

 

워가루루몬과 아트라카부테리몬이 카오스드라몬의 양다리를 꽉 붙잡고 버틴다. 블랙워그레이몬은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며 말하였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힘이 아니었어…그렇다고 파트너도 아니었어…….”

 

 

결의를 다진 블랙워그레이몬 눈에서 살기가 흐른다. 그러고는 드래곤볼의 손오공처럼 양팔을 높이든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만물의 기운이여, 나에게 힘을 빌려줘!”

 

 

부정적인 에너지를 모아 필살기를 사용했던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오로지 한 명, 오로지 한 명을 쓰러뜨리기 위해. 블랙워그레이몬의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진다.

 

 

“나는 그동안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아구몬을 쓰러뜨리면 내가 녀석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왜냐하면 아구몬 그 녀석은 파트너 없인 그동안 아무것도 못했으니까…하지만…하지만 녀석이 옳았어…녀석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게 아니라 아무도 하지 않는 용기로 적과 싸웠던 거다!”

 

 

“틀렸어!”

 

 

낯익은 목소리.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였다. 목소리의 정체를 알기 위해 살짝 고개를 돌렸다. 아구몬이었다. 아구몬 옆에는 황용우가 있었다. 황용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나야말로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난 아구몬이 잘못 되진 않을까…죽지는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었어…하지만 그럴수록 아구몬은 내게 기운을 복돋아줬어…그러니까 너도 한 마리의 디지몬으로서! 그리고 나의……나의 파트너로서 녀석과 싸워줘!”

 

 

블랙워그레이몬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진다.

 

 

잃을 것이 없는 자는 최후의 발악으로 모든 것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그러나 잃은 것이 있는 자는 최후의 저항으로 모든 이를 지키려고 한다.

 

 

블랙워그레이몬의 고함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카오스드라몬, 널 저승길 동무로 삼아주마!”

 

 

주황빛을 띤 거대한 구가 만들어진 지금, 블랙워그레이몬은 모든 이를 지키기 위해,

최후의 발악을 시도하려 한다.

 

 

황용우는 위풍당당하게 디지바이스를 꺼내들었다.

 

 

“아구몬, 우리 차례야!”

 

 

“아구몬 진화!”

 

 

아구몬에서 그레이몬으로, 그레이몬에서 메탈그레이몬으로 진화한다.

 

 

블랙워그레이몬이 앞으로 날아가자, 메탈그레이몬이 그 옆에 선다.

 

 

“블랙워그레이몬, 살아서 돌아와라! 기가 디스트로이어!”

 

 

블랙워그레이몬의 가이아 포스가 있는 쪽으로 미사일을 쏘는 메탈그레이몬.

 

 

“이것이 나의 마지막 일격이다, 카오스드라몬!”

 

 

양팔을 쭉 뻗으며 에너지 구를 집어 던진다.

 

 

미사일의 추진력을 받은 에너지 구가 빠르게 카오스드라몬 있는 쪽으로 날아간다.

 

 

카오스드라몬은 코웃음을 쳤다. 시건방진 녀석들, 끝까지 발악을 하는구나.

 

 

“하, 이, 퍼, 무, 겐, 캐, 논.”

 

 

카오스드라몬도 보고만 있진 않았다. 일격을 담은 에너지 캐논을 발사했다.

 

 

존재의 이유를 깨달은 블랙워그레이몬의 가이아 포스가 하이퍼 무겐 캐논과 그대로 충돌한다.

 

 

펑 – 하고 폭발이 이어졌다.

 

 

검붉은 폭발과 함께 후폭풍이 몰아쳤다.

 

 

워가루루몬과 아트라카부테리몬은 강풍에 휩쓸려 날아가지 않도록 다리에 더욱 힘을 주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걸까? 모두가 살아남으려고 정신이 없을 때, 황용우는 혼자 앞으로 달려나갔다. 메탈그레이몬은 용우를 등에 태우고 하늘을 비행했다.

 

 

“용우야, 저기!”

 

 

메탈그레이몬의 손가락이 향한 곳으로 눈길을 옮긴 황용우. 그곳엔 블랙워그레이몬이 있었다. 카오스드라몬의 손톱에 찔린 블랙워그레이몬이 있었다.

 

 

“블랙워그레이몬!”

 

 

용우와 메탈그레이몬이 동시에 대답한다.

 

 

블랙워그레이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내가 이루지 못한…꿈은…부디…부디…너희들이 이뤄주길 바란다.”

 

 

그는 왼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메탈그레이몬도 고개를 까딱거리며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용우는 눈물을 삼키며 그에게 말했다.

 

 

“약속할게, 너의 죽음…헛되게 하지 않을게!”

 

 

죽음에 이르러서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 두 디지몬.

손이 맞닿는 순간,

 

 

잠들어있던 디지바이스가, 또 한 번 기적을 발휘한다.

진화의 빛이었다.

 

 

메탈그레이몬의 눈에 흰자위가 보인다.

 

 

“메탈그레이몬 궁극진화!”

 

 

데이터 조각이 되어 흩어진 메탈그레이몬의 피부는, 블랙워그레이몬에게로 옮겨졌다.

 

 

까맸던 블랙워그레이몬의 갑옷 색이 점점 노랗게 변해간다.

까맸던 마음처럼 까맸던 피부색도 점점 노랗게 변해간다.

 

 

얼마 후,

태양을 상징하는 용기의 문장이 가슴에 새겨졌다 사라진다.

 

“워그레이몬!”

 

위기의 순간, 친구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나타난 최후의 용전사.

 

워그레이몬-X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드디어 워그레이몬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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