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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연재) 공상의 시간 - 장래희망

 

#1 어린시절 스타리그에 대한 기억. 그리고 생애 첫 장래희망

 

아버지가 취미삼아서 하던 게임이 유일하게 하나 있는데 바로 스타크래프트다. 그 때 당시 나는 그냥 곁눈질로 보고 그쳐야했는데 이유는 너무나 당연한 이유로 초등학생이 하기엔 너무 어렵고 잔인한 게임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던 스타리그는 나에게 엄청난 센세이션과 같았다. 어떻게 스타크래프트를 하는지도 몰랐고 앞서 말한대로 어머니가 그런 게임을 하지 않도록 감시한 것도 있었기에 나름대로 하고는 싶지만 못하는 게임을 '프로게이머'라는 형들이 나와서 대신 내가 하고 싶던 플레이를 화려하게 해준다는 것은 굉장한 만족감을 나에게 선사해줬다.

 

특히 엄재경, 전용준, 이승원, 김동준, 김철민, 박상현, 김정민 등 중계진들의 재치있는 멘트들이나 유려한 중계는 나도 모르게 TV에 나오는 게임경기에 몰입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내곤 했다. 물론 초등학생 시절의 나는 TV채널 선택 주도권을 가진 적이 없었기에 겨우겨우 챙겨보기만 해야했다. 가끔 어른 분들이 안 계시고 형 누나들이 있으면 양보받아서 결승전 같은 경기만 보고 그랬다.

 

그래도 그 때는 그냥 보게 되기만 해도 좋았다. 뭔가 나보다 잘 하는 형들이 나와서 멋있게 게임하고 그걸 중계진들이 뭐라뭐라 멋있게 말해주니까 나도 모르게 뽕이 차서 보게 되는 그런 매력이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보기만 해도 재미가 끓어오르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당시의 나는 몸이 너무 좋지 않아서 다른 아이들처럼 밖에 나가서 노는 것도 집에서 굉장히 꺼려했던 상황이라서 스타리그를 보는 것 자체굉장히 큰 취미 중 하나로 자리잡았기에 더욱 열심히 챙겨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시기에 내가 꿈꾸던 장래희망은 프로게이머였다. 나도 커서 티비에 나오는 형들처럼 멋있게 게임하고 이겨서 사진찍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였다.

 

그래도 스타크래프트를 직접할 수는 없기에 스타리그 안 할 때는 다른 대체재가 필요했는데 그게 '마이스타크래프트'나 '게이머즈'라고 스타판 팀파이트 매니저 느낌의 게임들이었다.  대회에 나오는 프로게이머 형들을 내가 직접 육성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한 메리트로 다가왔기 때문에 많이 즐겨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게임센스는 꽝이라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이것을 깨닫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게 흠이지만. 어쨋든 이렇게 내 장래희망 찾기의 여정은 시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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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진짜 재미있게 했었던 것 같다.)

 

 

 

#2 중학교에 가고 시대가 바뀌어도 계속 챙겨보게 된 스타리그 그리고 생애 두 번째 장래희망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스타리그를 챙겨보는 것을 까먹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당시 스타리그는 황혼기였다고 봐야한다. MSL은 2011년 끝으로 문을 닫아버렸고 온게임넷에서 하는 스타1 스타리그도 2012년을 끝으로 마무리가 됐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나는 문화적으로 많은 지위상승을 일궈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 때 내 방에는 컴퓨터가 생겼고 내 소유의 스마트폰이 생겼기 때문이다. 즉 마음만 먹으면 내가 직접 스타리그를 볼 수 있었고 유튜브 검색만해도 내가 못 봤던 옛날 경기들은 물론이고 간간이 봤던 프로리그 경기들도 다 찾아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상황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어릴 때 보다 경기들을 더 자주 챙겨보게 됐다. 물론 저 시기 우리들에게 대세인 게임은 롤과 피파온라인이였고 LCK가 이야기의 중심인 시기였기에 점심시간이나 야자시간에 몰래 스타경기 보고 그러면 틀딱이냐고 몰이당하던 기억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 때도 나는 스타리그를 보는 걸 포기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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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라는 공부를 덜하게 만드는 마법을 가진 두 대회의 경기들... OME 경기도 그 땐 마냥 재밌었다. )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경기들을 챙겨보게 됐고 같이 놀던 친구와 함께 E-Sports 업계에서 캐스터나 기자로 일하고 싶다는 꿈도 키우게 됐다. 그 때 당시에는 공부도 나름대로 하면서 게임경기들을 챙겨보려고 엄청 노력하던 시기였다. 물론 계기는 중2 때 친한 친구들과 게임을 했는데 내가 뒤지게 게임을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나서 틀어버린 것에 더 가깝긴 했다. 그 당시에 나는 친구들에게 학구파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

 

중3때는 그냥 장래희망으로 스포츠부 아나운서, 스포츠부 기자를 적었다. 그정도로 나 자신도 나름대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노력을 하긴 했다. 마냥 장래희망 핑계대고 게임대회만 본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외모도 좀 가꾸려고 하고 그러던 시기였다.

 

 

#3 Never Say Never 갑자기 바뀌어 버린 장래희망

 

우리가 어릴 때를 돌이켜보면 장래희망이 굉장히 자주 바뀐다. 심지어 대학교에 가기 직전까지 바뀌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당장에 입학사정관제 준비할 때 강사들이 강조하는 내용 중 하나도 생활기록부에 적힌 장래희망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일 정도니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살아가는 원동력은 욕망이고. 그런 욕망을 충족시키려면 인간은 수 많은 목표를 달성해야만 한다. 장래희망 역시 이러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목표들 중 하나이면서 동시에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장래희망이라는 것이 미래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재화들을 벌 수 있게 해주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게임으로 치면 가성비 좋은 아이템 느낌이랄까.

 

근데 이런 장래희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내가 어떤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고 어떤 것을 잘 하느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사람이라는게 어떤 것에 흥미를 가졌다가 잃어버리는 경우는 굉장히 부지기수이다.

 

그리고 어떤 것을 잘 하느냐를 찾는 것도 굉장히 노력과 시간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찾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근데 청소년기에처한 현실은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잘 하는지 명확하게 찾아서 규정하고 그에 맞는 직업을 찾아서 로드맵을 짜고 실천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다. 일단 내신 공부하느라 그런 거 할 시간이 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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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로수업은 생각보다 엄청 중요한데 별로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사회에 나가야하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이 직접 로드맵을 짤 수 있는 시간인데 말이다. )

 

물론 다 정해놓고 뜬금 없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나도 그랬다. 엄재경이 한 유명한 말이 이런 상황을 대변해준다고 생각한다.

 

운명의 두루마리에, 모든 게 다 쓰여 있진 않기 때문에!! 운명이 어딨습니까 운명이~ 운명이 있다면 인간의 의지로 바꿔 놓으면 되는 거잖아요!!

 

사람 사는게 그렇듯 인생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경북대학교 오픈 캠퍼스를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만난 교수님의 강연이 내 인생을 완벽하게 바꿔놓아버렸다. 장래희망까지 바꿨고. 희망하는 과까지 바꿔버렸다.

 

실은 원래 오픈캠퍼스로 체험하러 가려던 사회학과가 갑자기 펑크나버려서 철학과로 강제로 바뀌어 버린 상황이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좀 짜증나긴 했다. 그 때만 해도 방송업계로 가기 좋은 과들만을 찾고 있던 찰나이니까.

 

근데 오픈캠퍼스를 하는 나이드신 교수님이 진짜 강의를 잘 하셨다. 당시 철학과 학과장님이던 교수님이신데 윤리학부터 시작해서 정치철학 맛보기까지 싸악 훑어주시고 심지어 남고 싶은 이들은 남으면 추가로 교수실로 가서 강의를 해주겠다고 하셨고 마무리로 밥까지 사주셨다. 엄청 파격적인 환대였다. 

 

이 날 강의를 듣고 나서 집에 가서 나는 당장에 목표하는 과와 대학을 바꿔버렸고 장래희망마저도 바꿔서 제출했다. '교수'라는 통도 큰 장래희망이었다. 기자? 아나운서? 다 의미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 가장 흥미를 느끼는 것이 이런 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챙겨보긴 했지만. 그것은 그냥 아이들이 그런 걸 잘 안다고 주는 관심에 취해서 찾아보는 편에 가까웠다. 태생부터 좀 관종이어서 그랬던 것이지만.

 

저 강의를 듣고나서는 진심으로 바뀌어있었다. 그래서 진짜 열심히 노력해서 저 교수님 밑에서 공부해야지 생각했었다. 물론 수능을 조져서 없는 일이 되버렸지만. 그래도 과는 원하던 대로 정치철학을 배울 수 있는 정치외교학과로 가서 다행이었다. 대학교 위치가 달라져서 그렇지.

 

 

 

#4 우리의 장래희망은 고정할 수 있을까?

 

실은 이 글을 적는 순간에도 나는 내 장래희망이 고정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막상 고등학교 때 꿈꾸던 교수는 대학교 생활을 해보니 도저히 내가 견뎌낼 수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의 장래희망은 엄청난 변수 속에서 많은 변화의 과정을 거친다.

 

일관된 장래희망을 가진다는 것. 어쩌면 그것은 인간에게 도저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욕망을 충족시켜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지만.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이성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목표를 바꾸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도 바꾸기 마련이다.

 

한편으로는 욕망에 대한 갈망이 너무 커서 그런 이성을 무시하고 이성이 힘들다고 판단한 목표를 의지와 노력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장래희망도 그렇기에 자주 바뀔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정녕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욕망을 이루기 위한 최선의 방법일까에 대해서 이성으로 고민했을 때 '아니'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손바닥 뒤집듯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반대로 이성이 불가능하다고 외쳐도 신념과 의지만으로 장래희망을 바꿔버리고 엄청난 노력을 부어서 장래희망을 실현할 수도 있는게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자기 전에 누워서 상상을 해본다. 어떤 장래희망을 가지고 그걸 이뤄내면 행복한 삶일까? 물론 그 장래희망이 매일 바뀐다는게 흠이지만 말이다.

 

이미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에펨네이션의 모든 유저들이 꼭 자신들만의 장래희망을 찾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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