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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연재) 공상의 시간 - 공군 폐건물 격리 시설과 나[발롱도르~]

https://youtu.be/nmi2UU9w72M

 

 

#1 2021.04.22 - 갑자기 내 부대가 공중파 뉴스에 나왔다. 그것도 안 좋은 일로.

 

부대에서 하산한지도 한 달 하고 열흘이 흘렀다. 그저 그런 군대 입대하기전에 만끽한 아무 생각없이 먹고자고 게임하는 백수라이프를 즐기던 그런 나날이 계속되던 참이었다. 

 

근데 이 날은 좀 달랐다. 정확히는 저녁에 받은 카카오톡 메세지 하나로 확 달라졌다. 지금은 친구이자 부대 있을 당시 근기수 후임이었던 녀석이 카톡 하나를 보내줬는데. 어떤 기사가 있는 링크였다. 마침 기사의 타이틀은 공군 폐건물 격리였다.

 

혹시나 해서 기사를 열어봤는데 우리 부대가 작년 말부터 올해 연초까지 사용했던 격리시설에 대한 상황을 폭로하는 내용의 기사였다. 이미 부대에 코로나 확진자가 15명이나 나오는 상황에서 뉴스에 보도된 적은 있었다. 근데 이런 부조리가 대놓고 언론에 탄 것은 처음이었다.

 

전역자에게나 현역 병사들에게나 우리 부대가 격오지중에서 열악한 곳 탑 오브 탑으로 이미 잘 알려진 곳이긴 하지만 부조리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진 않았다. 국민청원에 예전 부대의 부조리함에 대해서 글을 썼던 사람들이 아주 가끔이야 있기는 했지만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이 부대의 부조리함이 드러날 일은 딱히 없어보였다. 병사들 사이에서 있던 부조리는 사실상 내가 입대하고 얼마가지 않아 그런 부조리를 행하던 세대의 병사들이 다 집에 짐싸서 집에 갔기 때문이고.

 

간부들이 병사들에게 하는 부조리는 각 병사들 마다 간부에게 가지는 입장도 다르고 생각보다 애들이 알아서 진짜 심한 부분은 신고하고 참고 넘어갈 만하다 싶은 부분은 참고 넘어가거나 직접 간부들에게 이야기해서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게 생각보다 드럽게 잘 안 먹혀서 문제긴 했지만. 쉽게 말해서 애들이 ㅈㄴ 착했다는 이야기다. 진작에 찌를만한걸 몇 번 참아줬다는 거니까.

 

아예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새로 온 대대장도 진급을 위해서 집중하시던 분이라 일 생기기 싫어서 나름 들어주려는 쇼맨쉽은 했었다. 쇼맨쉽으로 끝난 것 같아서 문제였지만.

 

저 기사가 폭로될 징조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위 영상 링크에 나온 공군 자체 감찰이 시행된 이유가 저 건물에서 마지막으로 격리생활을 한 병사 중 한 명이 1303에 신고해서 감찰이 이뤄진거니까 말이다. 대대장이 자필사과문 작성에 대대교육장에서 병사들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이게 만든 감찰이니 기억이 안 날 수가 없다. 

 

감찰 자체가 저기 격리됐다가 확진될 뻔한 병사와 확진된 병사들의 불만과 그렇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부대의 운영에 불만이 쌓여가던 병사들의 불만이 합쳐져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애들이 전화 돌릴 수 있는대로 다 돌리는 상황이었으니까. 군 인권센터, 1303, 인권위 등.

 

어쨌든 병사들이 모여서 자체적으로 여러번 회의를 할 정도로 꽤나 큰 사안이었는데.. 마지막 회의를 끝으로 조금은 소강됐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마지막 회의가 있고 두 달 정도 뒤에 저 기사가 보도가 단독으로 보도됐다. 감찰로 제대로 문제해결이 안 되서 최후의 수단을 쓴 셈이다.

 

아무튼 나는 저 기사보고 어안이 좀 벙벙하긴 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저거에 대해서 덧글도 달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던 거 같다. 물론 우리부대 자체가 옆 봉우리에 있는 부대보다 안 유명해서 설명하느라 한 이야기긴 하지만.

 

 

#2 폐건물에 격리시키게 된 이유. 그리고 격리 시설의 상태와 격리 과정.

 

캡처.PNG.jpg

 

( 놀랍게도 위 이야기는 순도 100% 실화다. 저 덧글 쓴 사람은 내가 부대에서 가장 친하게 지낸 선임이자 지금은 친구인 녀석으로 나도 저 항목 중 몇개 도와준 적이 있다. )

 

 

11월 중순부터 확진자가 펌핑되기 시작하면서 전국에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된다. 군 역시 거리두기 2.5단계를 발령하고 11월 26일부로 휴가를 통제시켰다. 

 

https://www.korea.kr/news/pressReleaseView.do?newsId=156423253

 

(관련 보도자료)

 

그렇다면 이미 나간 애들은 어떻게 하냐? 라는 질문에 7일 동안 격리시설에 격리시키라는 결론이 나온다. 관사 쓰면 안 되냐고 자율위원회가 건의했지만 위 사진에 나온 말 그대로 묵살됐다. 솔직히 거기도 격리시설로 쓰긴 좀 애매했지만. 그래도 거긴 보일러 되고 세면이라도 제대로 가능했다.

 

저 폐건물은 그것도 제대로 안 됐다. 변기 청소도 제대로 안 되서 냄새는 나고. 물은 나오긴 하는데 세면을 하기엔 영 아니올시다. 자리가 좁았다. 하라면 머리감고 손 씻고 세수까지는 가능하긴 했지만. 밑에 관사는 어거지로 공간만 만들면 샤워도 가능한 곳이었다.

 

때 마침 나는 11월 27일에 부대로 복귀하는 것이 예정된 상황이기에 저 폐건물에서 격리하는 1호(?) 병사가 됐다. 안전등급 D등급에 건설된지 50년이 다 되가는 건물. 심지어 최근에 이사가서 보급 창고 제외하고 실사용하는 공간이 없는 그런 건물 2층에 병사들을 격리 목적으로 몰아넣었다. 1층은 못 썼다. 보급창고랑 식량창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병사니까 까라는대로 까서 들어가긴 했지만 시설이 말도 안 되게 열악한 것이 사실이었다. 첫 날 당직사관이 보급계통이라 어찌저찌 비벼서 얻어낸게 조미김이랑 콘푸로스트랑 유통기한 다 되가는 진짜장정도였다. 

 

그렇게 거기서 3일정도 격리생활을 했다. 샤워는 오전과 오후 1번씩 대대본부 겸 생활관 건물로 가서 실시했고. 식사 역시 대대본부에 있는 식당에 정해진 시간마다 식사를 했다. 물론 사전에 보고를 한다거나 그런거 없이 먹고싶은 사람만 가고 그런 방식이었다.

 

공기의 질은 꿈도 못 꿨다고 보면 된다. 한겨울에 진입하던 시기였기에 날씨 더럽게 추웠고 히터를 3개나 틀고 자야했으니 방 공기가 건조해지는 것은 필연적인 상황이었다.

 

그나마 우리는 주임원사에게 사정사정해서 사령부에 사정 설명하고 3일만에 격리를 끝냈는데 그 뒤로는 짤 없이 7일 채워서 격리했다. 물론 이 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바닥에 쓰레기가 굴러다니진 않았다. 격리가 끝나면 있던 사람들이 직접 청소와 시설물 정리를 하고 퇴소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12월까지 중순까지 평탄하다면 평탄한 격리시설로서 제 구실을 해준 것이 저 폐건물이었다. 시설이 열악하긴 했지만. 아예 잠을 못 잔다거나 밥을 아예 못 먹는다거나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전역의 해이자 부대에게는 새로운 1년인 2021년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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