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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연재] 공상의 시간 - 계획과 무계획.

#1 계획대로 안 되는 이유.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지. 섬광탄에 쳐맞기 전까진"

오버워치 - 맥크리

 

 

'사람'이라는 존재는 살아가면서 계획이라는 것을 만들지 않고 살아갈 수가 없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금의 신분에선 더욱 그렇다. 안 지키더라도 뭔가 있어보이려면 짜둬야한다.

 

물론 계획을 만드는 것과 지키는 것은 엄연히 별개의 일이다. 계획을 온전히 이행하기 위해 '사람'은 노력을 쏟아야 하며 이것마저도 계획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운으로 삐끗할 수도 있는게 계획이다.

 

필자의 신분은 군인이다. 이런 군인들의 생활에서 필수적인 요소는 바로 '휴가계획'이다. '언제 얼만큼의 휴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는 군생활의 알파이자 오메가와 같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휴가에 대해서 기본적인 계획은 짜둬야한다.

 

그러면 내거만 짜면 끝이냐? 그것도 아니다. 이제 부서에 있는 모든 병사들의 개인 휴가계획을 종합해 조율작업을 시작한다. 공군 소속이기에 계급별로 부여받는 연가도 다르고 기수별로 나갈 수 있는 정기주도 다르다. 심지어 어쨌든 도서지역 다음가는 격오지로 선정된 지역이라 연가도 많다.

 

이러니 서로가 얼만큼 이득을 볼 수 있는지를 더욱 따져서 휴가계획을 짜기 시작해버리니 어려운 것도 많다. 가뜩이나 요즘은 간부랑 트러블이 많아서 실근무를 최대한 빼고 싶어하는데 코로나로 휴가가 막혀있던 것 때문에 쌓인 휴가도 많으니 자연스럽게 계속해서 계획을 수정한다. 사실상 계획서를 마감하는 직전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심지어 휴가 제한이 풀려도 부서와 부대의 훈련 사정으로 인해서 갑자기 제한이 걸리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또 갑작스레 계획서를 다시 받고...

 

이것만 봐도 계획대로 이행하기 위해선 단순히 노력만 아니라 운이 따라줘야 함을 알 수 있다. 운이 안 따라준 계획은 무계획과 다를게 없다.

 

 

물론 모든 계획이 다 '운'이 없어서 수정되거나 파기되는 것은 아니다. 정말 '노력'이 부족해서 어그러질 때도 많은 것이 사람이 세운 계획이다. 때로는 잘 세운 계획도 '의지'와 '노력' 부족으로 무계획이 되버리기 쉽상이다.

 

자갤의 연재를 짤리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봤던 것인데 필자는 뭔가 야심차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판을 벌리면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들은 이미 경고했는데 늦게 깨달은 건지 일찍 깨달은 건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생각해보면 어릴 때 부터 그랬다. 방학 때 방학숙제도 매번 미뤄뒀다가 한꺼번에 처리하기 일 쑤 였고. 고등학교 가서도 학교와 학원과제 역시 벼락치기였다. 공부방법도 그랬다. 나에겐 시간표로 계획을 짜서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활동도 그렇다. 주기적으로 지속적인 컨텐츠를 생산해야하거나 언제까지 기한을 두고 마무리 하는 것을 못한다. 천성이 쉽게 흥미와 관심사과 바뀌는 것이라 그런가 판을 벌리면 최소한 엉성하게 매듭이라도 지어야 하는데 그렇게 된 적이 없다.

 

그런 연유로 고등학교 공모전도 한 개 날려먹었고 심지어 지금까지도 계속되서 여기서 정기적으로 연재하려던 글들도 서론이나 도입부 많이 써야 본론 앞부분까지 쓰인채 묻혀진 경우가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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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계획표 사진. 근데 필자는 이런 단기 계획 자체도 안 짜고 살아가는 편이다.)

 

 

#2 '나'는 왜 계획대로 살지 못하고 무계획적인 삶을 사는가?

 

'나를 잊었나요? 당신 앞에 서 있는 걸'

(언니네 이발관 정규 3집 꿈의 팝송 수록곡 '나를 잊었나요?'의 가사 일부)

https://youtu.be/2KS8BmVHOt8

 

언니네 이발관의 명곡 중 하나인 '나를 잊었나요?'에서 저 가사만 듣다보면 유독 가사가 마치 매번 짜놓은 계획이 어그러지는 상황에 처한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나'라는 사람은 계획은 세워뒀는데 금새 잊어먹고 무계획적으로 하든 계획을 단순화시키든 혹은 갈아엎든해서 일을 처리하는 편이다.

 

쉽게 말하면 필자는 '계획'이라는 존재를 만들어내도 그것을 금새 잊어버린다.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첫째로는 아마 계획이라는 것이 딱딱한 느낌이 들어서 흥미를 못 느껴서일 것이고 둘째는 생각 날 때마다 방식이나 절차를 쉽게쉽게 바꾸는 성격 일명 팔랑귀라 그럴 것이다. 그러니까 직접 짜놓은 '계획표'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놓고도 지키지 않거나 갈아엎는 경우가 많지 않나 싶다.

 

아니면 그냥 '계획'을 만드는 것은 내가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를 포장하기 위해서 짜는 거고 실제로는 그걸 지킬 의지가 1도 없는 그런 성격일 수도 있다. 역시 위와 같이 이유는 나도 모른다. 수지타산이 안 맞을 수도 있고. 그냥 귀찮음에 찌들어있는 존재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

 

아니면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변수가 너무 많아서 계획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무계획적인 삶의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왜냐면 '어차피 짜봤자 그거대로 안 흘러가는게 인생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레짐작하고 스스로를 무기력함에 빠뜨리는 셈이다.

 

물론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추측되는 건 '게으르고 나태한' 성격 때문에 의지가 없어서가 아닐까. 이런게 차츰 누적되다보니 어차피 세워도 안 될 거 무계획적으로 살아보자라는 마인드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무계획적이고 약속 안 지키는 사람들의 주요한 이유를 필자가 생각할 수 있는 최대로 나열해봤다. 그리고 이런 부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계획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머리로 생각은 하지만. 의지를 만들어서 실천할 생각이 없기에 의식의 흐름대로 대화도 생활도 진행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무계획'이라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기 마련이다. 이성을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감정에만 휘둘려서 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756944E556D16342C.png.jpg

(이렇게 계획표 잘 짜도 이거대로 안 흘러가는 경우가 잦아지면 폐기하거나 수정한 경험 다들 한 번 즈음 있을 것이다.)

 

 

#3 '무계획적이라는 것은 꼭 나쁜 것일까? 그리고 계획적으로 사는 것은 꼭 좋은 것일까?'

 

보통 우리가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무언가를 해야하는 상황이 됐을 때 효율적으로 무언가를 처리하려고 세우는 법이다. 게다가 계획을 잘만 세우면 남들에 봤을 때 그 무언가를 깔끔하게 처리한 것처럼 보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나름대로의 계획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계획의 길이에 따라서 혹은 그 계획의 용도에 따라서 이름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귀차니즘에 게으름 쩌는 성격을 가진 필자마저도 계획을 지키는 경우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누군가와 만나서 노는 것을 추진하고 만나는데 있어서는 그 계획을 나름대로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사실상 살아가면서 사람과의 만남이라는 계획만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은 한다는 소리다.

 

아무리 게으르고 무계획적인 사람이라도 고장난 시계가 몇 번은 맞듯이 살다보면 몇 번 즈음 계획을 세워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계획의 대부분은 진짜 생존에 위협을 느꼈거나 아니면 진짜 나에게 직접적 이득이 되는 경우에만 짜는게 문제일 뿐이다. 보통 2문단에서 제시한 이유를 대고 무계획적으로 사는 것은 직간접적 생존권 위협이 오거나 당장에 큰 이득이 생기는 일이 없으면 계획을 안 세우고 살 가능성이 더 높다.

왜냐고? 여태까지 그런 습관을 들인 것도 아니고. 당장에 그렇게 살아서 얻는 이득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설령 위협이 왔거나 당장에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해도 효율적으로 그런 위협을 극복하거나 이득

을 더 크게 굴리려면 중장기적인 계획도 같이 세워야 하는데 당장의 위협만을 모면하거나 당장의 이득을 취하려고 단기 계획만 세우고 끝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어쩔 수가 없다. 그들에겐 중장기 계획의 필요성은 딱히 못 느끼기 때문이다. 평소에 계획짜는 것을 안 하고 살아오던 사람이니 그런 계획을 짜기도 힘들고 귀찮을 뿐이다. 단기 계획은 그래도 좀 귀찮지만 빨리 짜고 끝나면 바로 폐기하면 되니까 짜서 써먹는 것이다.

 

 

앞으로 할 일의 절차, 방법, 규모 따위를 미리 헤아려 작정함. 또는 그 내용.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계획

 

 

물론 꼭 계획적으로 산다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계획에 유연성을 준다고 하더라도 계획은 최소한으로라도 짜여진 틀 안에서 이뤄져야해서 딱딱하다게 느껴지고 뭔가 일하는데 불필요한 압력을 준다고 느낄 때가 있다. 누군가가 말할 수도 있다. 계획을 유연하게 하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계획이라는 것도 유연하게 하면 계획이 너무 유연해지면 그건 사실상 무계획이라고 봐야한다. 위의 의미대로 미리 절차와 방법 규모를 정해둬야 하는데 이 셋이 동시에 다 그 때마다 바뀌면 계획을 짜는 의미가 없을 테니 말이다.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노 플랜(No plan). 왜냐, 계획을 하면 반드시 계획대로 안 되거든 인생이.

영화 기생충 - 기택의 대사

 

 

기생충에서 기택이 말한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 많은 변수로 가득 차 있다. 계획은 엄연히 예측의 종류 중 하나다. 즉 계획은 언제나 빗겨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야하기에 계획적인 사람들은 예비용으로 계획을 여러 개 짜는 경우도 있다. 이런 행위가 일을 처리하는 데에는 분명 좋다.

 

근데 저런 것도 매번 하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짜증날 때도 있고 뭔가 억압받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게다가 짜둔 계획들이 다 빗나가서 해야할 일이 망가지면?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예측하고 계획을 짜는 것인데 계획들이 다 빗나가면 일은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다. 즉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지 이루어 상상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가끔은 우리가 꼭 계획적으로 뭔가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계획적인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무작정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닌. 가끔은 그들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여행을 가거나 휴식을 취할 때 그들의 태도를 따라하는 것이 좋다고 보여진다. 여행과 휴식에서 얻는 이득은 단순히 계획적으로 진행해서 누릴 수 있는 양보다 무계획적으로 진행했을 때 누릴 수 있는 양이 더 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여행과 휴식에서 계획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얽메임을 발생시켜서 압박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온전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예산도 즉흥적으로 정하고 가져갈 짐도 즉흥적으로 정해서 무작정 배낭싸서 국내 지역 하나 정해서 여행을 가던지. 하루 동안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휴식을 보내는 방법이 대표적일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계획적으로 휴가를 즐기는 것 보다 재밌을지도 모른다.

 

 

#4 글을 마치며...

 

이 글의 초안 집필은 12월 2일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오는데 25일이나 걸렸다. 소재가 떠올라서 정해둔 글은 최대한 집중해서 쓴다는 신념을 감안해도 글에 아예 손도 안 댄 날이 보름정도라고 보면 그냥 게을러서 무계획적인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는다.

 

이 글을 쓰는 과정 자체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 스스로가 무계획적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고치려 하지 않았다. 아무리 군대에 있고 그 안에서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지만. 결국 시간을 무계획적으로 사용한 것은 내 잘못이다. 그로 인해서 다른 프로젝트에 지장이 생긴 것도 있고.

 

사실상 마감기한을 못 지킬 글들이 또 다시 쌓여가고 있다. 앞길은 모르겠다. 근무중에 초안이라도 더 길게 써내려갔으면 모를까. 요새는 그것도 손에 잘 안 잡히는 상황이다. 이럴 때 일 수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은 절실하게 느껴지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게 안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은 '중용'을 이상적인 삶의 자세로 봤다. 우리의 삶도 역시 그러하다. 너무 계획적으로 살 필요도 없지만 너무 무계획적으로 살아서도 안 된다.

 

과연 무계획적인 '필자'는 언제쯤 '계획'의 필요성을 깨닫고 이를 '중용'하는 자세로 살아갈 수 있을까? 솔직히 앞 날은 모르겠다. 내일 자고 일어나면 까먹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하지만 그래도 작심삼일이라고 3일 정도는 노력해봐야겠다.



댓글 9

정채연 2020.12.27. 22:50
오 재밌는 소재로 글쓰기 하셨네
댓글
타나카미쿠 작성자 2020.12.27. 22:52
 정채연
글 쓰는데 너무 집중해서 사진 배치를 아예 까먹어서 애먹었씁니다.
댓글
정채연 2020.12.27. 22:53
 타나카미쿠
글만 봐도 이해하는데 문제는 없는듯
댓글
정채연 2020.12.27. 22:55
개인적으로 계획은 큰틀만 짜고 하는 스타일이라 글 재밌게 봄
댓글
정샛별 2020.12.27. 23:07
언젠가 이글을 제대로 읽을 계획을 세워본다
댓글
BryceHarper 2020.12.27. 23:11
광고 대사엿나? 영화대사엿나 모르겟는데 여튼 대사 하나 생각난다
'인생이 뭐 계획대로 된적있나 안되면 세우고 안되면 세우고 그게 계획이지' 하는 대사였는데
댓글
손채영 2021.01.01. 06:06
정독했습니다. 잘읽고 갑니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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