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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연재) 사색의 시간 - 공정함과 정당성

본 글은 지극히 칼럼을 쓰다가 떠오른 생각을 무작정 담아낸 글입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에 대해서 충분히 포용하고 동의하는 바입니다.

 

지금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라!

 

오늘 밤 국민 프로듀서 나야 나!

 

96명 소녀들의 빛나는 도전,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라!

 

당신의 소년에게 투표하세요!

 

프로듀스 시리즈의 역대 시즌별 캐치프레이즈.

 

 

1)

프로듀스 시리즈. 2010년대 중후반부 연예계를 완벽하게 달궈버린 엠넷의 캐쉬카우 프로그램이였고 오디션계의 새로운 지평이라는 평가를 받은 프로그램이다.

 

그렇지만 2019년 여름 네 번째 시즌이자 남성부 두 번째 시즌 결과에 대해 팬들이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프로그램이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실제로 관계자들을 구속해서 수사한 결과 모든 시즌과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이돌학교에서 조작논란이 있었음이 확인 됐다. 

 

프로그램들의 핵심인 PD들은 줄줄이 구속되고 징역을 받고.. 엠넷을 통해 음악계에서 한 축을 담당하던 엠넷에게는 엄청난 타격이 왔음은 자명했다.

 

하지만 CJ측에서 입장문을 내는 것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4달 가까이 있다가 수사경과가 거의 다 나와서야 낸 입장문은 대중들에게 엄청난 논쟁거리였다.

 

입장문에 담긴 내용 자체가 겉은 그럴싸 해보이지만 실질적으로 해명해야할 부분은 제대로 해명했는지도 애매한 그런 입장문이기에 더욱 논쟁이 거세졌다.

 

그리고 가장 큰 의문점은 X1과 아이즈원의 활동 재개 여부였다. X1이야 결국 당사자들 간의 조율에 실패하면서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

 

애초에 선배그룹인 워너원이나 아이오아이야 이미 해체했으니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아이즈원은 조율에 성공해서 활동재개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2)

프로듀스 시리즈는 이웃 나라 일본의 아이돌 시장을 제패했던 48시리즈의 핵심 컨텐츠를 그대로 가져와서 한국시장에 잘 정착시킨 사례라고 꼽혀진다.

 

요약하자면 대중들이 투표권을 행사해서 특정 기간동안 활동하는 아이돌을 뽑는 선거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엄청 신선한 컨텐츠였고 대박을 쳤다. 시즌 1,2 주제곡들만 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가? 

 

이렇게 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청자들의 니즈를 새롭게 충족시킨 것이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특정 라운드 전까지는 심사위원들의 의도에 따라 마음에 드는 사람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근데 프로듀스 시리즈는 그런 것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한 투표로 결정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당연히 매우 매력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내 손으로 내가 직접 그룹을 만들 수 있다는 거니까. 물론 차이점이 있다면. 일본 48 멤버들은 엄연히 데뷔한 상태에서 투표에 들어간다면. 

 

한국의 48시리즈는 연습생들을 대규모로 모아서 오디션을 진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디션의 최종승자가 되기 위해선 당연히... 대중들에게 각인이 되야만 한다. 

 

어떻게 보면 더욱 가혹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이 일본의 48시리즈 선거와 다른 점이다. 어쨌든 일본 애들은 데뷔해서 돈이라도 벌 수 있다는 거니까. 

 

연습생들에게도 어떻게 보면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린 것은 분명했다. 여기서 대중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자신들을 각인시킨다면 나중에 데뷔할 때 이득일테니까.

 

그리고 데뷔조로 들어가면 더 일찍 돈을 벌게 되기에 경제적인 면에서도 이점이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대중들의 투표로 데뷔 여부가 결정되니까 다른 오디션에 비해서 그나마 공정하고 정당하다고도 볼 수 있었다. 이건 시청자들이 느끼기에도 분명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데뷔하는 그룹의 탄생과정에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들이 투표해서 결정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아이돌학교나 소년 24라는 프로그램도 론칭했다. 워낙 망해서 잊혀졌을 뿐이다.

 

 

3)

물론 공정성과 정당성에 의문점을 제기하는 사람도 분명 많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매 시즌마다 나온 논란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생길만한 의문점이었다.

 

등급을 매기는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대해서 논란이 생겼고 매 시즌마다 계속되는 제작진들의 편애로 인한 분량 논란은 매 번 나오는 이야기였다.  

 

선거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좋지만 선거의 진행과정에 있어서 오로지 송출되는 방송과 그외 몇 안되는 짧은 영상 컨텐츠들로만 의존해야하기에 더욱 그렇다.

 

솔직히 일본 48시리즈의 선거에서의 문제점과 크게 다를 건 없어보인다. 실제로도 일본 48시리즈도 푸시를 한 번 받다가 끊기면 영영 끊긴다는 이야기도 많고 푸쉬 기준도 운영진 마음대로라서 논란이 많은 편이다. 그리고 이런 푸쉬가 결국 선거의 결과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프로듀스 시리즈에 비해 선거 준비기간이 길고 악수회라는 반전의 기회가 있다는 점이 차이점으로 꼽힌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프로듀스 시리즈와 가장 큰 차이라고 보여진다.

 

결정적으로 일본 48시리즈의 총선거는누군가를 선출한다기보단 팬들이 어떻게 그룹을 운영해나갈지 결정하는 것에 더 가깝다. 어쨌든 데뷔를 다 한 친구들이 올라오는 거니까.

 

근데 한국 프로듀스 시리즈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 초반부터 이목을 끌지 못하면 바로 도태되고 탈락이다. 그리고 이를 짧은 SNS영상같은걸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방송 출연 분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가 사회에 있는 동안 프로듀스가 3시즌이나 진행됐는데도 투표도 안 하고 관심도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었다. 투표를 하는 대중이나 그 투표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연습생이나. 어떻게 보면 제작진의 손에 충분히 놀아날 수 있는 구조였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언제나 이상과 달랐고 실제로 그렇게 되버리면서 씁쓸한 결말을 맞이했다.

 

 

4)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

에이브러햄 링컨

 

"모은 사람은 이것이든 저것이든 하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만 한다."

에픽테토스

 

2019년 여름 프로듀스 조작 논란이 터졌다. 그 때 당시에 필자는 훈련소에 있었으니까 잘 몰랐지만 자대에 전입오고 얼마 안가서 언론에서 계속 언급되기 시작하니까

 

필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걸그룹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리면서 이 사건에 대한 뉴스들을 계속 찾아보고 그랬었다.

 

결국엔 하반기 연예계의 뜨거운 감자에 등극해버린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사건. 공중파에서 보도한 내용들은 충격 그 자체 였다. 투표조작 방법부터 참가한 연습생들에 대한 여러가지 처우들은 물론이요. 심지어 연예계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한 반응을 보였다는 사람도 있었다니까 말이다.

 

자연스럽게 CJ와 제작진들 소속사들 그리고 데뷔했거나 데뷔해 활동중이던 그룹들에 대한 십자포화는 나날이 계속됐다. 당연한 결과였다. 

 

대중들을 기만한 셈이니까 말이다. 투표라는 가장 공정하면서도 공식적인 방법으로 의사표현을 해서 그 그룹을 탄생시킨 것인데. 

 

자신들의 의사표현이 아무 의미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그냥 넘어갈 대중이 누가 있겠는가? 심지어 방송에서 공식적으로 내밀은 캐치프레이즈가 바로 투표를 통해서 대중들이 직접 데뷔할 그룹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국민' 프로듀서들은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이다. 자신들은 의사표현을 제대로 했고 자신들이 직접 그 그룹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앞서 말한대로 소수의 손에 놀아난 셈이 되버렸다. 

 

투표라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공정하고 정당하게 쓸 수 있는 의사표현 방식을 썼고 대중들은 투표라는 방식을 사용해서 그룹을 만든 만큼 나름대로 책임을 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근데 알고보니까 그 투표가 의미가 없었다고 한다. 

 

사회의 기본적인 가치를 훼손한 명백하면서도 괘씸한 기만행위를 제작진이 한 셈이다.

 

 

5)

엠넷과 엠넷의 실질적 주인인 CJ의 입장문도 나왔다. 당연히 나와야했던 것이지만.. 입장문 자체만 놓고보면 그냥 당연히 해야할 이야기를 한 것 밖에 없다.

 

오히려 어떤 부분은 정말 두루뭉실하게 빠져나가려는 그런 전형적인 대답밖에 없었다.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바로 실무진에서 나온 이 구절이었다.

 

 

 

조작으로 인해 피해 및 수혜를 입은 범위를 특정짓지 못했다면서 "추후 확인 시 적극적으로 피해를 보상할 생각이다. 금전적 피해보상과 활동 부분 지원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청자들의 문자 투표 비용에 대해서는 "환불이나 기부를 원할 경우 진행하려 한다. 통신사를 통해 기술적으로 일괄 환불 가능한지도 알아보고 있다. 

조만간 피해보상 방안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 미디어SR(http://www.mediasr.co.kr)

 

 

이미 경찰 수사에선 데뷔할 연습생들은 조작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이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 맞지만 어쨌든 수사는 저런 의견으로 결론이 났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시리즈에 참가한 모든' 연습생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소리다. 그들을 지지한 대중들도 당연히 피해자다.

 

확인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무조건 시리즈에 참여한 이력이 있는 모든 참가자들에게 반드시 피해보상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게 CJ가 해야할 기본적인 대처다.

 

향후 활동동안 수익을 기부하겠다 이런 것도 필요가 없다 솔직히 말하면. 연습생들도 기존 소속사들도 그닥 이득이 아니다.

 

활동기간 동안 얻는 수익 다 기부하면 데뷔한 애들은 뭔 이득이 있나? 대중들의 인지도 팬덤 결집? 물론 이득이긴 한데 이미 선배들의 전례에서 그게 꼭 +요소라는 것은 없었다. 

 

위키미키와 구구단과 프리스틴의 예시를 보면 답은 이미 나와있다. 실질적으로 다른 연습생들에 비해 빨리 경제적 이득을 얻게 해준다는게 그나마 다행인건데... 이러면 데뷔를 해도 활동재개를 해도 그닥 소용이 없지 않은가?

 

오히려 활동을 계속해서 얻는 조작된 아이돌이라는 이미지 손상이 더 클 뿐이다. 실제로도 대중들의 여론도 그렇다. 아무리 데뷔조 연습생들도 조작 사실을 몰랐던 일종의 피해자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아직까지도 의심하는 사람은 종종 나오고 있다. 

 

활동 여부에 대해서도 팬덤이 워낙 탄탄하게 구축되서 의견이 잘 안 드러나는 것 일뿐. 은근 슬쩍 보면서도 조작이라고 비아냥 거리는 경우도 많다.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부분인 것은 맞는데...

 

나는 이게 과연 올바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데뷔조인 친구들도 피해자라면 '빨리 활동을 그만두고 이미지라도 지키는게 맞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연예인이 돈을 벌기 위해서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은 본인의 '이미지'라는 것인데 그룹의 결성과정부터 활동과정까지 모든 부문에서 정당성이 없어졌는데

 

활동을 굳이 시킨다는 것은 본인들이 이미 벌여놓은 이해관계라던지 이런 점에 있어서 손해를 보긴 싫으니 데뷔조 멤버들을 고기방패로 세웠다는 생각밖에는 안 든다.

 

 

조작한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그룹인 프로미스나인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아이즈원이 2번이나 컴백할 동안 깜깜 무소식이니 뭐라 할 말이 없다. 대부분 대중들에게는 이미 자본의 논리로 밀려버린 것이라는 오해만 받고 있을 뿐이다.

 

물론 여기도 해체하고 다른 방식으로 개인 활동을 하거나 재데뷔를 하면 좋겠지만 이미 CJ에서 설립한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데뷔를 해버린 만큼 계약기간동안은 성실하게 케어하는게 최선의 방법일 것으로 보여진다.

 

 

6)

"희망은 사람을 성공으로 이끄는 신앙이다. 희망이 없으면, 아무것도 성취할 수가 없으며 희망 없이는 인간생활이 영위될 수 없다."

헬렌 켈러


요즘 들어서 부대에서 걸그룹 이야기를 하다가 가장 많이 듣는 것이 이런 이야기 였다. "조작을 하더라도 이쁘고 매력있으면 장땡아닐까?"

 

외부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과는 별개로 걸그룹이라는 측면에서와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따로봐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필자는 걸그룹 갤러리에서 걸그룹들이 만든 음악적 결과물에 대해서 감평문을 쓰고 있다.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번 사색과 관련이 있어서다.

 

이번 사색은 요번에 작성하기로한 감평문이 아이즈원의 앨범이라는 것에서 시작됐다. 감평문을 쓰다가 문득 저 질문이 생각나서였다. 

 

정확히는 나도 모르게 분노하던 예전과는 다르게 저 생각에 혹해서 동의하려는 듯한 의견을 말한 것이 후회스러워서 두서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맨 위에 헬렌 켈러가 말한대로 인간에게 희망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희망에는 장래희망이 들어가있다. 그리고 장래희망은 자아실현의 통로 중 하나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참가한 연습생들과 그것을 시청하고 투표한 대중들에게는 일종의 희망과 같았다. 희망으로 여긴 이유가 다른 점도 있었지만 같은 점도 있었다.

 

그나마 여태까지 있었던 오디션들과는 다르게 조금이나마 공정할 것이라는 것이다. 근데 그런 희망은 사실상 산산이 조각나버린 상황이다.

 

그리고 조각난 희망은 프로젝트 그룹의 정당성이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그녀들이 계속해서 활동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그녀들도 그녀들 나름대로 가졌던 희망을 배신당한 것은 맞지만. 결국 그녀들은 운이 좋게도 다른 사람들의 조각난 희망으로 쌓아올려진 탑을 통해서 활동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공정하게 뽑히지도 않았고 때문에 그룹의 결성된 이유도 상실했고 자연스럽게 활동의 정당성도 없다. 그런데도 활동을 재개했고 반응은 폭발적이다. 

 

 

정녕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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