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청두여행 2 (두장옌)[발롱도르~]

한국에서 중국의 가장 위대한 역사적인 건축물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혹자는 만리장성을, 다른 사람은 자금성을 언급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가장 위대한 역사적인 건축물 중 하나로 두장옌(都江堰)을 꼽는다는 것을 아는 한국인들은 많지 않다.

실제로 위치우위(余秋雨)는 “중국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건축물은 장성이 아니라 도강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中国历史上最激动人心的工程不是长城 而是都江堰.

두장옌은 사천지방의 만성적이던 홍수와 가뭄을 해결해주고, 농업용수를 거대한 사천분지에 동맥처럼 뿌려주어 사천 분지를 기름진 곡창지대로 만들었다. 또한 이 두장옌은 2200년 전에 지어졌지만, 시스템적으로 굉장히 체계적으로 잘 지어져 현재에도 이 두장옌의 시스템을 현대 기술로 보완하여 사천지방의 핵심 수자원 공급 시스템으로 활용한다.

그래서 두장옌 건설 이후 사천지방은 “물이 가물어도 사람들이 굶주림을 알지 못했고, 흉년이 없어 천하가 일컫기를 하늘의 곳간이라 한다.(水旱從人, 不知饑饉. 時無荒年, 天下謂之天府)”라고 할 정도로 풍족한 땅으로 변모하였다. 곡식과 물이 풍족하니 음식문화도 발달하게 되어 청두는 현재도 중국에서 미식의 도시로 잘 알려져있다. 이러한 사천지방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축물이 바로 두장옌이다.

만리장성과 자금성은 현재는 관광지로서 역할을 할 뿐이지만, 두장옌은 2200년 전부터 현재까지 사천지방 사람들을 배부르게 만드는 역할을 하니 덩샤오핑 역시 두장옌을 시찰하면서 造福万代(만대의 복을 창조하였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러한 두장옌을 처음 건설한 인물은 2200년 전 진나라에서 촉으로 파견된 태수 이빙이다. 이전까지 사천 사람들은 홍수의 원인을 신의 변덕으로 생각하였지만, 이빙은 민강을 치수하면서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8년간 토목공사를 하여 산을 깎아 두장옌을 건설하였다. 그래서 이 건설 이후 이빙 부자는 물의 신으로 추앙받아 송나라 대에 이르면 이빙 부자가 왕으로 추존되기까지 했다.

또한 이빙이 건설한 후 촉한 승상 제갈량이 이를 개보수한 이후 1000명 이상의 병사를 배치해 지켰으며, 이후 청나라, 중화인민공화국때까지 수많은 사천지방의 행정가들은 두장옌 개보수를 최우선 대상으로 여겼다.

두장옌의 원리는 물을 막아서 치수를 하는 것이 아닌, 물의 길을 여러 개 내서 치수를 하는 방식이다.

먼저 민강(岷江)의 물길을 어취(鱼嘴)를 통해 외강과 내강으로 분리한다. 그리고 내강에 보병구라는 수로를 설치하여 내강의 물은 농업용수로 활용한다. 그리고 내강과 외강 사이에 비사언(飞沙堰)이라는 둑을 설치하여 평시에는 내강과 외강을 분리하고, 내강이 범람하면 자연스럽게 외강으로 물과 흙이 빠져 나가도록 했다.

보병구

비사언

건기에는 비사언이 내강과 외강을 분리하며, 보수공사를 매년 건기에 한 다음 축제를 열었던 과거의 행사를 재현했다. 다만 재현한 행사의 퀄리티는 높지 않았다.

어취

이곳을 기점으로 내강과 외강으로 물길이 갈린다. 사진속 어취는 현대적으로 보수, 개량한 어취의 모습이다. 두장옌은 단순한 과거의 문화유산이 아닌 현재까지 쓰이는 시설이기 때문에 2200년전 진나라의 촉 태수 이빙이 지은 이후 제갈량 등 수많은 행정가들에 의해 개보수되었다.

이 건축물을 보고 가장 많이 든 생각은 거시적인 안목의 행동은 만대를 이롭게 하고, 당장의 면피를 위한 행동은 만대를 불행하게 한다는 것이였다.

이빙의 행정 이전까지 사천지역의 지배층들은 이러한 민강의 범람을 신의 분노로 인한 것이라고 말하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토목공사 대신 당장의 면피를 위한 제사에 인력과 물자를 소모하였다. 하지만 이빙의 두장옌 건설이라는 좋은 행정은 진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면서 당대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2200년 후의 사천지역 사람들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었다. 이는 행정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의 면피가 아닌 넓은 안목으로 장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을 해야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두장옌을 보면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