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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한프놈의 15일간 일본여행 - 2일차 (하편)[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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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를 돌고 처음으로 마주한 도쿄타워.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필자는 오사카의 숙소에 쓰러져있다. 어제 약 2만2천보를 걷고 다음날 바로 오사카로 오는 강행군이 이어지니 정신을 못 차리는 중이다.

 

아무래도, 2일차의 나머지 설명은 적당히 넘겨야 할 것 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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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동생에게 사진을 찍게 하며 거드름을 피워본다.)

 

잔뜩 기대를 하며 올라온 도쿄타워.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올해로 65주년이라는 가이드의 말을 들었다. 그런데 무슨 65주년인지는 못 들었다. 관망대 개장을 말하는 걸까?

 

내가 올라온 곳은 일반적인 '메인 덱' 이었다. 여기보다 더 높은 '탑 덱'까지는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부담스러워서 메인 덱으로 타협했다. 하지만 탑 덱까지 안 가더라도 도쿄의 야경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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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야경. 사방이 뻥 뚫려있다.)

 

한국의 야경과 비교해봤을 때 내가 느낀 가장 다른 점은, 온 사방의 지평선까지 막힘 없이 도시가 쭉 이어져있었다는 것이다. 서울은 안 봐서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내가 사는 곳은 어딜 가도 죄다 산으로 막혀있어서 도쿄의 야경은 유달리 더 시원하게 뚫려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녁 시간이 되기 전까지, 나는 도쿄타워를 질릴 때 까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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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라면 있을 법한 것도 물론 갖춰져있었다. 메인 덱은 총 2층으로, 처음 올라온 곳에서 1층 내려가면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와 카페 등이 갖춰져있다.)

 

그렇게 저녁시간이 되고 도쿄타워 아래서 삼촌과 합류했다.

 

사촌동생이 스시를 먹고싶다 해서 구글 맵으로 적당히 스시 가게를 찾았다.

 

20231221_201944.jpg

(외부에서 찍은 스시 가게.)

 

구글 맵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며 스시 가게를 찾았다. 평이 괜찮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민가가 밀집해있는 지역이라 처음엔 정말 스시 가게가 있는 건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스시 가게를 발견했을 땐, '이거 딱 봐도 가격 좀 나갈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31221_195543.jpg

(한국어 메뉴도 구비되어있다. 물론 스시를 따로 한 점씩 시켜도 되지만, 외국인 전용 메뉴판에는 따로 정보가 없어 벽에 걸려있는 팻말을 보고 달라고 하면 된다.)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구글 맵에 가격 정보가 없는 걸 예사로 생각했더니, 폭탄이 되어서 돌아왔다. 당면한 문제는 뒤로 미룰 수록 더 크게 돌아온다고 하더니...

 

가격을 보고 놀란 내가 뱉은 말에 삼촌은 "그냥 먹어~" 라고 세상 쿨한 답변을 내놓으셨다. 아니 진짜로요...?

 

20231221_191736.jpg

(왼쪽부터 순서대로 시로미(흰살생선), 새우, 오징어 초밥이다.)

 

그렇게 9개의 초밥이 나오는 디럭스 세트를 먼저 시켰다. 와사비 넣어도 괜찮은지 물어보고, 초밥에 간장이 발라져서 나오니 그대로 먹어라는 당부를 하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접시를 가져왔다.

 

근데, 확실히 돈 값을 하긴 했다. 입맛이 까다로운 삼촌과 사촌동생도, 그리고 막입인 나도 처음 나온 초밥을 먹고 '여긴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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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오토로, 주토로, 아카미 참치. 종업원은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먹는 것을 추천했다.)

 

아 진짜 이게 좀 아쉬운 게, 진짜 진짜 내가 여태껏 먹은 초밥 중에서 제일 맛있었는데 내가 이런 음식 표현은 서툴러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게 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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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고, 계란, 전복. 위에 3개는 호소마키다. 된장국도 이 때 같이 나온다.)

 

아나고는 다른 조개살이었나? 그거랑 선택할 수 있었어서 나는 아나고를 골랐다(사실 아나고만 알아들었어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Screenshot_20231222_175148_Maps.jpg

(구글에서 빌려온 가게 내부 사진.)

 

마지막 코스 접시를 받으며 가게 내부를 둘러봤다. 제법 늦은 시간이어서 남은 손님이 별로 없었다. 가게 내부 구조는 전형적인 일본식 가게였다. 초밥 만드는 두 장인분(노인 한 분과 중년 한 분이었다. 딱 봐도 가족 아니면 스승-제자관계였다)을 둘러싼 자리와, 그 뒤의 테이블석.

 

일본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 광경을 눈에 담고서야 나는 어쩌면 내가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귀중한 경험을 삼촌 덕분에 하고있다는 감사한 사실을 깨달았다.

 

20231221_200149.jpg

(맨 아래는 타마고마끼, 그 위는 시로미(인데, 위에 사진과는 다른 생선이다. 이게 요즘 제철이라나 뭐라나), 그리고 그 위에 아나고와 새우.)

 

나는 가격을 봐서인지 9점만 먹고도 충분히 배가 불렀는데, 삼촌과 사촌동생에겐 아직 모자랐나보다. 그래서 추가주문을 하기 위해 종업원을 불렀고, 이때부터 가게의 모든 시선이 내가 든 왼 팔에 쏠렸다. 두 장인들과, 종업원, 그리고 손님들까지. 그들의 표정에서 함박웃음이 보였다. 네. 한국에서 온 천사들 맞아요. 아무렴 그게 맞겠죠.

 

중년의 장인분이 내게 와서 잡담을 나누었고, 종업원 한 분은 아예 카운터에서 뛰쳐나와서는 내 옆에 서서 추천하는 초밥을 말해줬다. 한 술 더 떠서 노년의 장인 분은 시로미를 시키자 "아까 거 말고 이거(이름 들었는데 까먹었다) 먹으셈. 이게 요즘 제철임." 이라고 말씀하시며 필렛 하나를 통째로 들고 내게 말씀하셨다. 그렇게 말하면 안 시킬 수가 없잖아요...!

 

그렇개 종업원에게 추천받은 시로미랑 새우를 시켰고, 삼촌은 거기에 아나고와 시로미 하나 더, 그리고 사촌동생은 계란초밥을 시켰다.

 

아, 근데 왜 마끼냐면은...

 

한프놈 : (계란초밥 더 먹고 싶다 했으니까...) あと、卵巻きも(그리고, 계란김밥도)...

 

종업원 : できます!できます. (네! 돼요. 마끼로 하면 1개에~~~)

 

...단순한 말 실수였다. 그런데 내 말 실수에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응대하시는데, 이제와서 초밥으로 바꾸겠다고 말하지도 못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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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 주문하신 미야기현 사케. 저 나무잔까지 넘치게 따라준 뒤, 뒤에 살짝 보이는 종지그릇에 유리잔을 옮긴 뒤 두 잔으로 나눠 마시는 방식이다.)

 

우리가 추가주문을 끝마치고 난 후, 삼촌은 사케를 한 잔 더 시키셨다. 종업원은 기분이 좋았는지 술을 따르면서 "ストップしてください(다됐다 싶으면 '스톱'이라 해주세요)~" 라고 말했고, 나는 정확하게 통역해드렸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삼촌이 스톱을 외칠 일은 없었고, 술은 잔은 나무 잔까지 가득 채웠다. 나와 삼촌, 그리고 종업원까지 세 명이 모두 웃어댔다. 어차피 멈추란 말을 안 할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케를 나눠마시며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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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나온 밤양갱과 녹차. 밤양갱은 양갱과 밤이 따로 씹히는 일 없이 부드럽게 입 안에서 뭉개졌고, 녹차는 깔끔한 물처럼 기분 좋게 몸 안에 퍼졌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가게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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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짐을 정리하며 찍은 도쿄타워 코인 사진. 코인이 600엔이고, 각인 비용이 50엔이다. 필자는 본인의 이름을 새겼다.)

 

숙소에 도착하고, 사촌동생이 편의점 라멘을 먹느라 바쁜 동안 필자는 최대한 짐을 정리해놨다. 내일은 아침부터 오사카로 가야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돌아가는 사촌동생네와는 달리 나는 내년까지 머물러야 하기에 이렇게 부지런히 움직여야했다.

 

오늘도 일찍 자야지. 그러나 잠들기 전 상편을 쓰는데 시간을 다 잡아먹었고, 사촌동생의 우렁찬 코곯이에 한참을 고통받다가 겨우 잠들었다.

 

아, 상편에서 나온 대참사가 무엇이었느냐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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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청바지 색이 신발에 들어버렸다. 이염됐다는 말이다. 씨발... 청바지 한 번 빨면 괜찮다매... 새로 산 건데...

 

이거 어케 해야하는지 여쭈어봄미다... 2일차는 여기까지...ㅠ

댓글 11

Hamsy 2023.12.22. 19:04
두번째사진같은거 쓸때 발 밑부분 잘라서 올리셈
댓글
Hamsy 2023.12.22. 19:06
 Hamsy
신발 변색된거는 답없음; 걍 와이드핏 바지로 덮고 다니셈
댓글
한프 작성자 2023.12.22. 19:29
 Hamsy
수정했읍니다
댓글
Hamsy 2023.12.22. 20:11
 한프
ㅅㅂ 훨낫다
예상했던것보다 더 멋있뇽..
댓글
한프 작성자 2023.12.22. 20:19
 Hamsy
난 또 뭐 밑에 나오면 안 되는 거 찍힌줄 알았네 ㅋㅋ 조언 땡큐합니당
댓글
한프 작성자 2023.12.22. 20:31
 Hamsy
그런 거 였구만 ㅋㅋ 이거 보여주고 와야겠다 ㄱㅅ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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