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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한프놈의 15일간 일본여행 - 2일차 (상편)[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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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도키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음. 오늘은 이렇게 위 아래로 기다란 사진이 많으니 읽을 때 유의 바람.)

 

아침에 일어나 호텔 조식을 먹고 사촌동생을 데리고 걸어나왔다. 도쿄의 아침은 '맑음'이었다. 어제의 우울하고 피곤한 느낌은 9시간의 숙면으로 깨끗이 닦아냈다. 삼촌은 일을 보러 가셨다. 그리고 나는 사촌동생을 데리고 아사쿠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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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의상은 어제 의상에서 바지만 바뀌었다. 하지만 이게 대참사의 원인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긴자선 아사쿠사역에서 내리고, 나는 사촌동생을 데리고 아즈미 다리를 건너 센소지의 반대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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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메종"이라는 가게다. 다리를 건너며 볼 수 있는 스카이트리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빵 봉투만 신나게 찍어놓고 정작 빵 사진을 안 찍은 건 비밀.)

 

 

이 소금빵을 먹기 위해서다. 이 소금빵이 유명하다고 하더라. 나와 사촌동생의 것과 삼촌의 몫까지 총 4개를 샀다. 그리고 소금빵을 한 개씩 집어먹으며 본격적으로 "食べ歩き"(타베아루키, 먹으면서 돌아다니는 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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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여기서 사진을 찍어!"라고 말하는 듯한 위압감에 관광객은 너도 나도 휴대폰 카메라를 진상했다. 물론 나도.)

 

우선은 가미나리몬에 도착했다. 사실 별 감흥은 없었지만, 가미나리몬을 둘러싸고 저마다 카메라를 들이미는 관광객들, 커플 기모노를 차려입고 셀카를 찍는 연인들, 그리고 정체 모를 상품을 호객하는 삐끼들로 활기찬 거리라 마음을 들뜨게 했다. 이제 여기서 센소지까지 들어가면 된다. 센소지까지 가는 길은 노점상으로 가득했다.

 

아, 프롤로그에서 한프놈이 썼던 글을 기억하는가?

 

"사이트를 뒤적거리며 계획을 짰다. 아사쿠사에서 기모노 체험, 신주쿠 쇼핑, 아키하바라 애니메이션 투어까지..."

 

원래 기모노를 바로 빌리려 했으나, '기모노 입을 시간에 더 돌아다니고싶다'는 사촌동생의 말 한마디에 간단히 취소됐다. 짜식. 그럴 줄 알고 사실 기모노 입은 여자들 사진만 열심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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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소지. 내부는 사진 촬영 금지다. 앞에 냄새를 맡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향이 있는데, 오히려 머리가 아파오니 가까이서 맡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아무튼, 노점상을 통과해 센소지에 도착했다. 센소지 내부에는 동전을 던져넣고 소원을 비는 함이 있었다. 나는 100엔을 던져놓고 소원을 빌었다. "제발 내년엔 아파트 승격에 개꼴데 가을야구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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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소지 옆에 있는 이름 모를 건물. 그냥 찍어봤다.)

 

그런데, 내가 소원을 빌고 나서도 사촌동생은 한참동안 소원을 빌었다. 기다리다 못해 일침을 놓고 사촌동생을 데리고 나왔다.

 

"야, 50엔짜리 소원 치고는 너무 거창한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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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월당의 메론빵. 기본 메론빵은 1개당 300엔, 카드 결제 불가. 반으로 갈라 그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넣은 메론빵도 있었다.)

 

그렇게 사촌동생을 데리고 나와 화월당의 메론빵을 사먹었다. 5개 세트를 사고, 2개는 가면서 먹을 거라고 했더니 2개는 갓 구운 걸로 준 덕분에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메론빵을 먹으며 사촌동생이 먹고싶어하는 라멘 가게를 찾았다. 타베로그? 구글맵? 그런 건 필요없다. 나는 "이노가시라 고로"가 되어 오직 오감만으로 라멘 가게를 찾아나섰다. 그래. 군대에서 고독한 미식가 많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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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 가게를 찾다가 다시 스카이트리를 봤다. 다음에 온다면 저 전망대를 올라가봐야지.)

 

그렇게 찾은 라멘 가게. 오픈을 4분 정도 남긴 가게 앞에 기모노를 차려입은 외국인 여자 두 명이 있길래 '외국인들도 갈 수 있는(소통이 되는) 식당이구나'라고 생각하며 가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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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미소라멘보더 조금 더 좋다는 미소라멘. 맛은 괜찮았는데 국물이 좀 짜긴 하더라.)

 

개뿔. 그 둘은 키오스크도 제대로 못 써서 내 앞에서 한참을 버벅였다. 보다보다 답답해서 그냥 내가 하는 거 보고 따라하라고 말하고 내 걸 먼저 주문한 뒤 그 둘에게 키오스크 사용법을 가르쳐줬다.

 

라멘은 평범하게 맛있었다. 국물은 조금 짰지만. 특히 사촌동생의 미소라멘은 더 짰다. 아무튼 가게를 걸어나오고, 문득 떠오른 생각. 밥도 내가 샀고, 빵도 내가 샀고, 이런 저런 군것질과 티켓도 내가 샀으니... (물론 용돈을 조금 "많이" 받긴 했지만) 

 

"야, 여기서 내 사진 좀 찍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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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나게 '빵봉투'를 들고 아사쿠사를 활보하는 한프놈.)

 

그렇게 가게 옆에서 사진을 찍고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아키하바라는... 말 그대로 "애니메이션의 성지"인 것은 맞지만, 나는 그냥 '애니 거리' 정도로만 알고 사전 정보 없이 가서 "애니메이트" 말고는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거기서 사촌동생 굿즈도 사주고(처음엔 사준대도 괜찮다 하길래 억지로 하나 쥐어줬더니, 숙소에 와서는 '더 살 걸'이라고 하더라 ㅋ), 내 것도 조금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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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서 날 반겨준 라이덴 눈나 등신대. 이번 픽업에서 뽑아줄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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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동생에게 억지로 쥐어준 봇치더락 굿즈와, 내가 가질 원신 굿즈. 나중이 사촌동생은 '사준다 할 때 더 고를 걸'이라고 후회했다. 그러게 이 녀석아... 덴덴타운에서 더 사들고 귀국할 때 갖다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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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게를 한 번 나갔다가, 유턴해서 블루 아카이브 굿즈를 샀다. 얘는 내 최애캐 마시로. 저 엉덩이 부근의 1픽셀은 단순히 다리 사이가 아닌, 블루 아카이브 개발자들의 "진심"도 보여준다.)

 

사실 애니샵이고 나발이고, 나는 대충 30m 단위로 늘어선 메이드 누나들로 눈요기 하는 게 제일 좋았다. 아무리 날이 따뜻하대도 겨울인데 짧은 치마에 맨 다리를 드러낸 메이드복 차림이라니 ㅗㅜㅑ... 여기가 지상낙원인가?

 

몰래 사진 찍으려다가 진짜 잡혀갈 것 같아서 관음만 열심히 하고 왔다. 근데 관음을 하고 있노라니 어떤 메이드 누나가 시선을 눈치챘는지,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면서 전단지를 건넸다. 가까이 온 그 누나는 키가 내 어깨보다 낮았다. 이런 여자애한테 뭔 생각을 한 겨...

 

메이드 누나 : あの、お兄さん、これ。。。 (저기, 오빠. 이거...)

 

한프놈 : あ、ありがとう。 (아, 고마워.)

 

메이드 누나 : 来てね~ (와줘~)

 

괜히 미안해져서 전단지만 받아들고 튀었다. 사촌동생이 뭐라 한 것 같긴 한데 안 들었다. 그리고 누나 미안. 나 내일 오사카로 가. 덴덴타운에서 볼 수 있으면 만나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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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키하바라의 거리. 정보 없이 돌아다니니 어디를 가야할지 몰라 조금 피곤했다.)

 

그렇게 걷기를 얼마나, 사촌동생은 피곤했는지 카페 가서 조금 쉬자고 했다. 그러자 눈 앞에 들어온 고양이 카페. 한국인들도 많이 오는지(당장 우리랑 같이 들어온 한국인들도 있었다) 한국어 설명서도 있어 의사소통에 큰 문제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사촌동생은 구석탱이에서 잠만 주구장창 잤다. 깨워도 깨워도 다시 자길래 그냥 내버려뒀다. 뭐, 나야 고양이랑 오래 있고 좋지.

 

자세한 내용은 고양이 사진으로 떼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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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귀여워보이지만, 여자들에게만 들러붙고 남자인 나는 먹을 걸 사들고 가야 상대해주는 프로들이다. 같이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온 누나들이 먹을 걸 들고 고양이에게 구애하는 나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사탕을 빠는 저 고양이? 사탕이 다 떨어지자 귀신같이 등을 돌리고 다른 데로 갔다. 좀 쓰다듬게는 해주라 이녀석아.)

 

 

 

한 시간 반 동안 내리 잠만 잔 사촌동생을 깨우고 고양이 카페를 나왔다. 시간이 조금 남아 가라오케로 갔다. 의도한 건 아니고, 사촌동생이 가고싶다길래 "가라오케"라 쓰여있는 가게로 일단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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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른 노래들. 허니웍스 노래도 좀 불렀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직원들에게 물어가며 겨우겨우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K팝도 있어서 조금 불렀고, J팝도 많이 불렀다. 다만 돈이 무섭고, 시간도 슬슬 저녁이 다 돼서 1시간을 다 채우지 않고 가라오케를 빠져나와 히비야선을 타고 도쿄타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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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마주한 도쿄타워의 실물. 도쿄타워를 마주하고, 마냥 재미있었다는 감상이 '여행을 오길 잘했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도쿄타워는 생각보다 더 높고 웅장했다. 나는 곧장 매표소로 향해 티켓을 샀다.

 

아, 여기서 에피소드 하나.

 

한프놈 : 大人一枚と、青少年一枚お願いします(어른 한 장, 청소년 한 장 주세요)。

 

직원 : パスポートお願いします(여권 보여주세요)。

 

한프놈 : 야, 여권 줘봐.

 

사촌동생 : 어, 나 여권 없는데.

 

한프놈 : 뭐야, 그게 왜 없어?!

 

사촌동생 : 아니, 잃어버릴까봐 숙소에 놔두고 왔지...

 

한프놈 : ...大人二枚でお願いします(어른 두 장으로 주세요)。

 

성인이랑 청소년이랑 2백엔 차이인데, 2백엔이 뉘집 개 이름이냐 이놈아... 아무튼 그런 소소한 에피소드를 겪고 사촌동생에게 주의를 준 뒤 도쿄 타워의 전망대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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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ㅠ)

 

수식어를 더 붙이지는 못하겠지만, '그냥 오지 말 걸 그랬나'라고 생각한 어제와는 다르게 '와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면 대충 설명이 될까. 아니, 그냥 사진으로 대신 설명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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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자, 나와 사촌동생은 도쿄 타워에서 내려와 삼촌과 합류해 스시집을 찾아나섰다. 여기서는 구글 맵을 이용했는데, 우리는 구글 맵으로 적당히 찾은 스시집에서 정말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된다.

 

------------------------

 

여기서부터는 나중에 후편으로 다시 쓰겠음. 한참을 싸돌아다녀서 분량이 워낙 많기도 하고 글을 실수로 한 번 날려먹고 다시 쓰려니 조금 피곤해서... 내일 오사카로 가는 신칸센에서 마저 쓰면 될듯? 거기서 스시집이 대체 어땠는지, 그리고 도쿄 타워의 자세한 감상과, '대참사'가 대체 뭔지도 다 나올 거임 ㅋㅋ

 

그냥 별 생각 없이 쓴 글인데 다들 관심 많이 가져줘서 진짜 땡큐합니다. 한 번 날리고 걍 포기할까 했는데 안 쓰면 후회할 것 같아서 일단 여기까지라도 썼음. 많관부~

댓글 4

모모의꿈 2023.12.22. 19:53
다음은 적당히 찾은 스시집에서 무수한 미녀들의 번따요청을 받았다는 내용이겠네.
댓글
한프 작성자 2023.12.22. 20:06
 모모의꿈
댓글
Garden 2023.12.22. 20:03
오사 사케노무 어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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