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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한프놈의 15일간 일본여행 - 1일차[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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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찍은 사진들. 누가 개축빠 아니랄까봐 축구장이 보일 때 마다 휴대폰 카메라를 연신 찍어댄 한프놈이다.)

 

 

아무튼 나는 나리타에 도착했다. 그리고 기약없는 기다림을 시작했다.

 

오늘 서울에는 눈이 왔다고 한다. 그리고 사촌동생은 서울에 산다. 사촌동생이 타고 오는 인천발 비행기가 제 시간에 뜨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쩐지 오늘 운수가 좋더라니. 원래 사촌동생네와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나 혼자서 일본에서의 첫 끼를 해결해야 했고, 숙소까지 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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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는 이렇게 맑은데...)

 

가장 먼저 생각난 방법은 스카이라이너였다. 미리 표를 예매할 심산으로 13Kg의 캐리어와 대충 5Kg 조금 넘어갈 듯한 백팩을 등에 메고 전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공항철도들이 저마다 모이는 커다란 전철역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은, 그 전철역을 완벽히 반으로 가른 인파였다. 역의 한쪽 면에서 반대쪽 면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줄의 한쪽 끝에는 스카이라이너 안내소가 있었고, 반대편 끝에는 JR나리타선 입구가 있었다. 그 사이를 지나가는 사람은 "스미마셍"과 "죄송합니다"를 외우며 지나가야했다. 그 광경에 아연실색한 나는 이내 버스로 가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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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때 봤던 피치와 데이지. 이제보니 내게 벌어질 일을 예견하고는 비웃는 것 같다.)

 

아무튼, 버스는 예매가 딱히 필요 없으니 점심이나 먹으려 제1터미널 4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이게 웬걸? 어지간한 메뉴가 죄다 2천엔을 웃도는 가격이었다. 공항이라 특별히 비싼 건지, 아니면 그냥 일본 물가가 비싼 건지... 그런 고민을 하면서 푸드코트를 돌던 도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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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로스카츠 정식을 먹고있었다.)

 

" お一人ですか(한 분이세요)?"

 

차라리 혼자였으면 좋았을 것을. 아무튼 종업원 여성분이 웃으면서 건넨 그 한 마디에 나는 식당가에서도 유독 사람이 없는 돈까스 가게로 빨려들어갔다. 아무리 언어를 연습했어도, 실전에서 내가 하는 말은 '하이', '아리가또고자이마스' 뿐이었다. 역시 언어는 자신감이 반은 먹고 들어가는 법이다. 로스카츠가 나오는 와중에도 나는 내 붙임성 낮은 성격에 허탈함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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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마음을 우롱차를 마시며 고독한 미식가 흉내를 내며 달래본다.)

 

돈까스의 맛은... 질겼다. 맛까지 별로라며 한탄하던 도중, 메뉴판에서 슬쩍 본 '레몬즙과 소금을 뿌려서 드셔보세요' 라는 문구가 떠올라 밑지는 셈 치고 시키는 대로 해먹었다.

 

휴. 그래도 먹을만은 해서 다행이다.

 

"2천 6백 얼마입니다(기억안난다.)~"

 

다행 아닌 것 같다. 그냥 편의점에서 빵으로 떼울 걸.

 

아무튼, 연착된 사촌동생네의 비행기가 나리타에 도착하려면 아직도 30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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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그냥 오지말걸'하는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사촌동생네는 3시가 거의 가까워지는 시간에 겨우 도착했다. 원래는 11시 30분쯤 도착이었는데. 심지어, 1시 30분에 도착했대서 그 때부터 이 미련한 한프놈은 국제선 게이트에서 하염없이 캐리어와 가방과 함께 서서 기다렸다. 1시간 반동안. 이 시점에서 난 이미 여행이고 뭐고 숙소 가서 잠이나 자고싶어졌다. 물론 입금을 받았기에 겉으로 티는 안 냈다. 뭐가 됐든간에 일단 돈을 받으면 프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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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에서 잘도 자는 사촌동생. 물론 나도 곧장 곯아떨어졌다.)

 

20231220_174755.jpg(주오구 스미다강(아마도). 유동인구가 너무 많아 대충 찍는 척만 했다.)

 

아무튼 삼촌이 잡으신 숙소는 도쿄도 주오구 스미다강 너머의 호텔이었다. 도쿄역에서 내리고 숙소에 도착하기까지도 에피소드가 한 3개 정도 있지만 분량상 생략한다.

 

구글맵으로 숙소를 찾으며 든 느낌인데, 이쪽 동네(대충 카치도키의 어딘가)는 척봐도 관광지는 아닌 것 같다. 오피스 빌딩이 늘어서있는데다 골목골목은 죄다 민가였다. 한국어가 더 많이 들린다는 도톤보리같은 곳과는 전혀 반대였고, 캐리어를 들고 있는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이질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아무튼 그 쪽 동네에서 한참을 헤메이다 우여곡절 끝에 체크인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아. 참고로, 필자는 회화는 어느정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한자 실력은 초등학생 그 이하다. 운빨로 N2까지 따긴 했는데 군대에서 게을리 살다보니 그나마 아는 한자도 다 까먹었다. 그러니까, 요미가나가 없으면 나는 병1신이라는 소리다.

 

한자를 못 하는데 어떻게 가이드를 하겠다고 나섰냐고? 애초에 나선 게 아니라 차출당한 거다. 물론 이런 나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식당 메뉴판에 영어가 병기되어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 우선 그 확률을 높이기 위해 간판이 영어이고, 되도록 양식을 찾으려 했는데...

 

"형 여기 괜찮아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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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여긴 어디지. 와 여기 한국인 진짜 없네-가 어우러진 환장의 콜라보로 찍힌 초점 나가고 색감 망가진 소고기 사진.)

 

사촌동생놈은 소고기를 천명했다. 그는 이미 여기로 정했다는 눈빛을 하고있었다.

 

이쯤되면 설득을 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안 될 거고, 삼촌도 여기가 좋을 것 같다고 은근히 어필하셨으니까.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3人です(3명입니다)。"

 

메뉴판에 영어는 단 한 글자도 없었다. 물론 기대도 안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이미 모든 걸 내려놓은 상태였다. 하다못해 추천메뉴라도 물어보면 적당히 골라줄텐데, 기억을 되짚어보면 속으로 '시1발 로스가 뭐더라... 가루비는?' 이랬던 것 같다. 변명을 하자면, 진짜 개1피곤해서 글자고 말이고 안 읽히고 안 들렸다... 솔직히 이 글 쓰는 지금도 당장에 잠들 것 같다...

 

아. 그래도 기적이 일어났다. 한국인 스탭분이 계셨다. 그 분 덕분에 나와 사촌동생네는 무사히 저녁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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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아늑하다. 필자는 지금 침대에서 이불에 파묻혀 본 게시글을 작성중이다. 지금 한 두어번 졸다 깼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군것질 거리를 사왔다. 사촌동생은 신나게 먹고 있고, 필자는 침대에 뻗어 자빠져 있다.

 

솔직히, 오늘 하루는 완전히 실패였다. 어젯밤에 잠을 설쳤고, 비행기에서도 쪽잠을 못 자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미약한 일본어 실력으론 현지에서 좆도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도 내일부터는 관광지 위주로 돌 거니까 괜찮겠지? 피곤하니까 이만 자야겠다. 내일은 사촌동생 하루종일 데리고 다녀야하니까 내일부터가 진짜 돈값하는 때라고 생각해야지. 돈 다 받아놓고 솔직히 먹튀 아니냐고?

 

먹긴 했지만 아직 안 튀었다.

댓글 17

best 모모의꿈 2023.12.20. 21:14
오늘은 간만 본거고 내일부터 일본녀 휘감고 본격적으로 논다는 말이네.

인싸충 죽어라.
best Aimyon 2023.12.20. 21:13
나 빼고 다 기만자야
한프 작성자 2023.12.20. 21:10
 최고의명장이강철
댓글
best Aimyon 2023.12.20. 21:13
나 빼고 다 기만자야
댓글
best 모모의꿈 2023.12.20. 21:14
오늘은 간만 본거고 내일부터 일본녀 휘감고 본격적으로 논다는 말이네.

인싸충 죽어라.
댓글
한프 작성자 2023.12.20. 21:17
 모모의꿈
댓글
고랭지동태 2023.12.20. 21:16
기만자 밴

마지막은 재입대이길 간절히 바란다
댓글
한프 작성자 2023.12.20. 21:17
 고랭지동태
댓글
한프 작성자 2023.12.20. 21:37
 이토마유키
오버핏을 입는데는 다 이유가 잇슴미다.
댓글
Hamsy 2023.12.20. 23:27
존잘이 글까지 잘쓰면 반칙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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