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설정

해외여행 한프놈의 15일간 일본여행 - 공항까지[발롱도르~]

  • 한프
  • 199
  • 11
  • 16

나는 인팁이다. 그중에서도 극P다. 완전 무계획이란 소리다. 군대 가기 전, '그러고보니 전남을 가본 적이 없네' 라고 생각해 1시간 뒤 무작정 차를 끌고 4박5일간 전남 여행을 다녀온 미친놈이기도 하고, 철저하게 계획을 짜서 예산을 절약하느니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자유로운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게 혼자 다닐 땐 낭만으로 포장이 되지만, 동행자가 있을 땐 조금 문제가 생긴다.

 

그래. 사촌동생의 보호자로서 나리타로 향하는 지금같은 상황에 말이다.

 

사촌동생을 위한 계획을 짜야했다. 그냥 내가 가고싶은 곳에 가면 되지 않느냐? 라고 하기엔 삼촌에게 이미 입금을 (많이)받아버렸다. 심지어 15일중 삼촌, 사촌동생과 같이 지내는 첫 4일동안은 숙소와 식대를 모두 지원받는다. 돈값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다.

 

내 살다가 처음으로 여행 사이트를 뒤적거리며 계획을 짰다. 아사쿠사에서 기모노 체험, 신주쿠 쇼핑, 아키하바라 애니메이션 투어까지. 거기에 숙소에서 각 목적지까지의 지하철 노선, 교통패스, 기타 비용까지 나름 철저하게 계산했다.

 

중학교 이후로 약 8년만의 해외여행이기도 하고, 긴장한 덕분인지 나는 평소보다도 더 철저한 준비를 하며 집을 나섰다.

 

20231220_052218.jpg

(아직은 여유롭다)

 

집에서 대로로 내려오니 바로 택시가 잡혔다. 카카오택시를 부르려던 와중에 잡힌 터라 오늘은 운수가 좋다는 생각을 했다. 심야의 부산택시는 엄청 빠르다는 말을 들었는데, 고속도로에서도 120Km 내외를 찍는 모습을 보고 예사로 생각했다. '이정도면 나도 밟는데?'

 

하지만 부산택시의 진면목은 고속도로에서 내려오고 알 수 있었다. 4차선의 대로. '앞에 차가 좀 가깝네'라고 생각하자마자 기사님은 핸들을 거칠게 꺾으며 풀악셀을 밟았다. 내 졸린 눈이 강제로 뜨였다. 내 안전벨트를 다시 동여맸다. 앞의 차를 추월하고 나서도 엑셀에서 발을 1센치도 들지 않은 것 같다. 계기판은 KBO의 평균 직구 구속을 웃도는 146Km에서 놀고있었다. 과속 단속 카메라 앞에서 급발진이 멈추기 직전, 나는 계기판이 '152Km'를 가리키는 것을 분명히 봤다. 카메라를 통과한 기사님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국내선이세요?" 그러고 보니, 국제선인 것도 말을 안했구나.

 

20231220_053409.jpg

 

아무튼, 그렇게 공항에 도착했다. 다들 안다면 알겠지만 여기서부턴 별 에피소드가 없다. 8년만에 해외여행을 가는 내가 바짝 긴장했다는 게 전부다. 주변에 편한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고 '내가 너무 멋부렸나?'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지만, 거울을 보고 이내 저들의 편한 차림과 내가 꾸민 복장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검색게이트 줄이 생각보다 더 길어 일찍 줄을 섰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들어와 시간이 붕 떠 비행기를 기다리며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무인 출국심사 게이트를 통과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눈에 들어온 식당 겸 카페. 메뉴는 우동, 규동, 돈까스였다. 대충 4시간 뒤면 일본에 가는데 굳이 일식을?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면과 튀김은 속이 더부룩 할 것 같아 밥이 들어간 규동을 시켰다.

 

20231220_062014.jpg

 

규동을 시킨 내가 받은 음식은 규동이 아닌 한국의 전통 음식, "국밥"이었다. 음식 윗부분을 보면 짐작이 가겠지만, 저거 진짜 고기국물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나름 김해공항이라고 이런 히든 메뉴를 팔 줄이야. 고기와 밥을 한 쪽으로 치우고, 국물을 한숟갈 떠서 먹었다. 뜨뜻미지근한 국물이 속으로 들어왔다. 아, 이거 국밥 맞네.

 

아무튼 이렇게 만이천오백원의 국밥으로 속을 채웠다. 퇴식구에 트레이를 올려놓으며 짧은 생각을 했다.

 

"우동 먹을 걸..."

 

이 여행,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

 

ㅡ계속

댓글 11

Hamsy 2023.12.20. 08:21
너 글도 잘 쓰는구나?
댓글
승리요정효리 2023.12.20. 10:59
인팁이라 이거 글 쓰는게 귀찮았을수도 있는데 잘 썻넹
댓글
한프 작성자 2023.12.20. 21:11
 승리요정효리
그래도 이런 건 꾸준히 써보고싶더라구
15일을 다 채울 수 있을지는...
댓글
한프 작성자 2023.12.20. 21:37
 승리요정효리
댓글
ForMen 2023.12.20. 16:14
난 제2로 갔는데 진짜 조온나 멀더라 제1에서 15분 ㄷㄷ
댓글
한프 작성자 2023.12.20. 21:13
 ForMen
셔틀버스 타도 그정도임? 그러고보니 제2 안 보이던 거 보면 좀 멀리 있긴 하나보네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대화 음식/여행/사진갤러리 통합 공지사항 [2021.08.09] 8 문채원 1359 17
음식
이미지
리눅스 37 3
음식
이미지
고양이 149 13
음식
이미지
굴포천척리델 191 16
여행
이미지
일관성 111 9
대화
기본
Yorushika 79 5
여행
이미지
일관성 132 10
사진
이미지
벚꽃놀이 4 [도르~]
연희바다성은얏따 159 10
해외여행
이미지
한량치킨 126 11
해외여행
이미지
한량치킨 124 9
여행
이미지
일관성 132 11
해외여행
이미지
한량치킨 163 10
여행
이미지
일관성 116 8
해외여행
이미지
한량치킨 108 15
해외여행
이미지
한량치킨 131 14
해외여행
이미지
한량치킨 142 19
해외여행
이미지
한량치킨 159 19
대화
이미지
맨체스터시티 63 7
여행
이미지
일관성 51 3
해외여행
기본
리눅스 174 9
여행
이미지
일관성 7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