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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도서/음악 문학/도서 오정희 작가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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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읽은 오정희 작가의 소설.

 

그동안 단편들만 읽다가, 처음으로 장편(무려 170 페이지나!)을 읽게되어, 사실 조금 두려움을 갖고 시작했다.

 

그녀의 단편들이 갖고 있던 힘 (특히 바람의 넋)이 과연 장편에서도 잘 발휘될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망설임을 솔직히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기우였다.

 

장편으로 들어가니, 그에 어울리는 호흡으로 소설과 의미와 상징이 빛을 발했다. 그저 나의 모자란 편견이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이 책에는 '새' 외에는 큰 상징이 나타나지않는다.

 

제목이 '새'인 만큼 그 의미를 좇아가며 읽는 것은 분명히 큰 의미가 있으나, 

 

나머지 인물들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기 보단, 그 상황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저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모자란 인간들, 그러나 따스함을 갖고 인간들로 이해되면 좋을 것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버지, 새엄마들도 그들에게서 전형을 읽어내기보다, 그러한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이렇게 쓰고 보니, 위에서 '상징'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를 조금 고쳐, '단어, 인물의 상징'은 없고, '상황의 상징'이란 말을 쓰는게 나을 것 같다.

 

 

남자는 가난해지면 아내를 패고, 아이를 집어던지는 상황

 

새엄마는 아이들을 두려워하는 상황.

 

동성연애자들이 스스로를 들키는 것을 두려워하는 상황

 

동생의 죽음을 환청으로 받아들이는 상황. 등등

 

 

이런 상황들의 의미들이 모두 주인공의 인식을 성장시켜내고,

 

결국 주인공은 모든 허위(상담 어머니를 인식하지 못함)를 버린 채,

 

새장 안의 새를 가지고 '누군가가 떠나갔던 철길' 혹은 '다가오며 우는 소리를 내는 철길'을 간다.

 

그리고 그제사,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고 자신의 존재를 인식한다.

 

 

일요일에 30페이지 정도를 읽어뒀었고, 월, 화요일 출장동안 한 페이지도 읽지 않았다가,

 

오늘 지하철에서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지는 바람에 손에 잡았는데, 단숨에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그만큼 몰입력도 강하고 재미도 있고 의미도 깊은 책이었다.

 

그러면서도 단편만큼 집약적이지 않아 읽기도 편했다.

 

만약 오정희 작가의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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