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역사 일본사 이야기 54 : 에도 시대의 도시, '죠카마치'[발롱도르~]

49편 : 토요토미의 시대가 끝나다

50편 : 토요토미 가문의 완전한 몰락

51편 : 막번체제의 성립과 다이묘에 대한 통제

52편 : 에도 막부의 통치 조직

53편 : 에도 막부의 신분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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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의 혼란이 잠잠해지고
평화와 안정의 시대에 돌입하면서
일본에서는 점점 다양한 성격의 도시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일본의 도시 유형으로는
항구 주변에 형성된 '미나토마치(港町, 항정)',
불교 사원이나 이세 신궁 등 신사 앞에 형성된 '몬젠마치(門前町, 문전정)',
산킨코타이 제도로 인해 생겨난 숙박 마을인 '슈쿠바마치(宿場町, 숙장정)',
광산 주변에 형성된 '코잔마치(鑛山町, 광산정)',
다이묘의 성 아래에 형성된 '죠카마치(城下町, 성하정)'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심적으로 성장한 도시는
바로 죠카마치였다.

죠카마치는 다이묘가 사는 성곽을
군사적으로 설계한 형태로 구성되었다.

노부나가(信長)-히데요시(秀吉) 대인 아즈치모모야마 시대(安土桃山時代)부터
병농분리를 위해 무사들이 집주하는 공간을 구성하였고,
이에 농촌에 거주하던 무사들까지 모두 성 아래로 이주하여
죠카마치가 정치의 중심지로 발전하였다.

아울러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가
상인들이 죠카마치에서 자유롭게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낙시령(楽市令)'을 발포하게 되면서
각지의 상인들과 수공업자들도 죠카마치로 모여들게 되었고,

이에 죠카마치는 번 경영의 중심지이자
유통의 거점으로 성장하였다.

▲ 오다 노부나가

원래 상인과 수공업자들은
저택의 부지를 대상으로 연공이 매겨져서
그것을 지대로서 납부해야했는데,
그것을 지시(地子)라고 하였다.

그런데 죠카마치에 이주한 자들은 이 지시가 면제되고
영업에 대한 자유를 얻는 특권이 부여되었기에
대부분의 상인과 수공업자들은 이 죠카마치에 정착하게 되었다.

죠카마치는 성곽을 핵으로 하여
무사들이 사는 무가지(武家地),
사원과 신사가 있는 사사지(寺社地),
상인들과 수공업자들이 거주하는 쵸닌치(町人地)로 나뉘어졌다.

즉, 한 죠카마치 내에도
신분에 따라 거주하는 지역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 타카오카성 죠카마치의 구조

 

<죠카마치의 구조>

 

1. 성곽과 무가지

죠카마치 면적의 대부분을 점하고 정치 군사의 제시설과 가신단의 저택이 두어짐.

 

2. 사사지

다이묘의 단나데라(檀那寺)와 쵸의 진수 등이 종교적인 역할을 담당함.

 

3. 쵸닌치

쵸닌치는 마치가타(町方)라고도 불림. 쵸닌치에는 상인과 수공업자가 거주하며 영업을 행했음.

따라서 면적은 작지만 경제와 유통활동의 중추를 담당하였음.

 

이때 쵸닌치 내에는 농촌의 촌(村)과 비슷한
'쵸(町)'라고 불리우는 소사회가 존재하였다.

쵸닌치의 도로는 바둑판식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때 120m의 도로를 한 변으로 하는
정방형의 거주지가 형성되었다.

그 안쪽에는 '회소지(会所地)'라고 하는 빈 터가 있었고,
회소지 위아래의 대로변에는 보통 각각 10개의
'마치야시키(町屋敷)'라고 하는 상가 겸 주택 건물이 배치되었다.

이때 이 마치야시키를 직접 소유한 상인을
'쵸닌(町人)'이라고 불렀다.

즉, 쵸닌은 쵸닌치에 거주하는 상인 모두를 뜻하는 게 아니라
쵸닌치 상인 중 건물주인 사람을 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마치야시키는 대로변에 상점이 위치하고
상점의 뒤는 '우라나가야(裏長屋)'라고 하는
연립주택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우라나가야에는 주로 수공업자들이 거주하였고,
그들은 '쇼쿠닌(職人)'이라고 불리었다.
- 쵸닌과 쇼쿠닌에 대한 설명은 본 콘텐츠 53회차 참조 -

그 사이에는 노지(路地)라는 길이 나있어서
나가야(長屋)라고 하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노지의 끝은 정방형 거주지의 가운데인 회소지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이때 '쵸'는 이 정방형의 거주지 집단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 양옆의 20개의 마치야시키를 하나로 묶어서
그것을 하나의 쵸라고 하였다.

이 각 쵸들이 모여서 형성된 하나의 도시가
'마치(町)'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 쵸와 마치의 한자는 같았고, 이로 인해 오늘날은 의미상 큰 차이가 없다 -

쵸에는 촌과 유사한 자치조직이 존재하였고,
- 촌의 자치조직에 대한 내용은 본 콘텐츠 53회차 참조 -

이러한 조직이 쵸 주민들의 생활을 지탱하였다.

각 쵸는 '마츠리(祭)'라고 하는 독특한 축제를 실시하면서
그들 소사회만의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였다.

죠카마치 중에 가장 대표적인 곳은
에도(江戶), 오사카(大阪), 교토(京都)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근세 도시의 성격을 고루 갖춘 종합적인 도시로서,
18세기 기준 에도는 100만인,
오사카는 35만인,
교토는 40만인이 거주하는
당대 기준 세계에서도 손꼽는 도시로 발전하였다.

▲ 에도성 죠카마치의 구조

에도성 죠카마치는 무가지가 전 영토의 70퍼센트를 차지했다.
무가지 안에는 막부의 여러 시설들,
산킨코타이 제도로 인해 형성된 전국 다이묘들의 저택,
하타모토와 고케닌의 저택 등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에도 죠카마치의 15%를 차지하는
종교시설인 사사지 또한
주로 무사들이 향유하던 시설이었기 때문에
에도 죠카마치는 무사들을 위한 공간만
약 85%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쵸닌치는 나머지 15% 가량의 공간밖에 차지하지 못했지만
이 좁은 공간에 50만명이 모여 생활하였다.

한편 오사카는 '천하의 부엌'이라고 불리었는데,
서일본과 호쿠리쿠(北陸) 지역에서 오는 물자를 보관하는 창고의 역할을 하며
대상업도시로 번영하였다.

▲ 호쿠리쿠 지역

오사카에는 각 번이 세금으로 거둬들인
쌀과 특산품을 저장하는 창고인
'쿠라야시키(蔵屋敷)'가 있었다.

▲ 오사카의 쿠라야시키 앞의 모습을 그린 그림

쿠라야시키는 오사카 외의 다른 여러 번에도 있던 기구이지만
유독 오사카에 있는 것이 유명한데,
그건 바로 '회미(回米)'라고 하는
쌀 회송 시스템이자 일종의 도매 시스템 때문이었다.

막부는 연공미를 거둬들어 아사쿠사의 오쿠라나 오츠 등
각지의 막부 직할지의 창고에서 보관하였다.

그러나 막부 직할지가 아닌 대다수의 번에서는
거둬들인 연공미를 1차적으로 죠카마치에 모아
일부는 가신들에게 급여를 주고, 일부는 쵸닌들에게 팔아 넘긴다.

그리고 남은 연공미의 대부분은
바다를 통해 오사카로 이동되어
쿠라야시키에 모이게 되었다.

이렇게 모인 쌀들은 오사카 토지마(堂島)에 있는 쌀 시장에서 각지로 팔려나갔고,
각 번은 이러한 방식으로 쌀을 환금하여 번의 재정을 충당하였다.

오사카는 이 회미를 담당하면서
중요 지역이자 상업도시로서 엄청난 성장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교토는 헤이안 시대 이래 쭉 일본의 수도였기 때문에,
천황가와 공가가 이곳에 거주하고 있었고
사원의 본산과 전통 있는 신사가 다수 모여있었다.

이와 함께 천황가와 공가에 납품하는
최고급 기술의 수공업 생산품이 유명했다.

이는 천황가와 공가 뿐만 아니라
막부나 다이묘들한테도 많은 수요가 있었고,
이들의 주문에 응해 수공업품을 제작·판매하면서
번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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