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광주 축구전용구장의 과거, 그리고 현재[발롱도르~]

0. 서론

본 칼럼은, 지난 2019년 4월 23일 작성했던 칼럼에 일부 오류 수정 및 내용 추가해서 작성되는 내용입니다. 한편 더 올라갈 예정이고, 광주FC의 미래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처음 보시면 재밌게 봐주시고 이미 보셨던 내용이더라도 추가된 내용이 꽤 있으니 한 번 더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배경

1) 광역시/도 전문체육시설 설치 의무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제1항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및 운영하여야하는 전문체육시설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을 전부 다 나열하면 머리만 아프기 때문에 요약본 사진을 첨부합니다.

특별시/광역시/도 및 특별자치도는 종합운동장을 반드시 구비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종합운동장은 준비운동장을 포함하여야 합니다. 즉, 우리가 종합운동장에 방문할 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보조경기장이 준비운동장으로 사용되는, 종합운동장이 1종 공인경기장 인증을 받기 위해 필수적으로 구비되어야 하는 필수 구조입니다.

 

2) 광주광역시의 경우

광주광역시의 경우, 1965년에 개장된 무등경기장이 상술한 전문체육시설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노후화 문제가 발생하였으며, 전문체육시설의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유지보수 비용이 과도하게 들어간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무등경기장의 설계도가 유실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수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 설계도가 필요한데 설계도가 없어졌으니, 보수도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90년대 무등경기장의 모습

 

마침 광주광역시에는 기회 아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2002년 월드컵 개최가 확정되고, 개최 도시로 선정되어 멀끔한 경기장이 필요해진 것이죠. 설계도가 없어서 보수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운동장을 건설할 수 있는 명분이 하늘에서 떨어진 겁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던 광주광역시는 풍암동 423-2번지에 광주월드컵경기장의 이름으로 새로운 종합경기장을 건설하게 됩니다. 전체 건설비가 총 1,580억원이 투입됐으며, 국비 지원은 30%인 341억여원을 받고, 나머지 1,246억원은 시비가 사용되었습니다.

현재 광주 월드컵 경기장의 모습

 

광주광역시로서는 좋은 명분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에, 광주월드컵경기장을 전용구장이 아닌 종합운동장으로 설계 및 건설을 진행했으며, 2002년 월드컵이 진행될 때에는 트랙을 깔지 않고 거리가 먼 전용구장인 척하고 월드컵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경기장에서 4강 신화를 이루어 냈죠.

 

 

자, 이제 종합경기장이 생겼습니다. 무등경기장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죠. 무등경기장은 후술되는 DGB 대구은행파크가 대구광역시의 적은 부담으로 건설될 수 있도록 하는 선례를 남기며 기아 챔피언스 필드로 “리모델링” 되게 됩니다.

 

2. 과거_광주 월드컵 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1) 광주 상무 불사조

광주 월드컵경기장은 월드컵이 종료되자마자 비난의 포화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변변한 축구팀 하나 없던 광주에서 모두가 ‘월드컵 만’을 위해서 건설한 것으로 이해하는 월드컵 경기장은 그 쓸모가 다했다. 1600억이 들어간 활용 방안이 없는 전시행정용 건축물이다 등등 비난을 받기 시작하죠. 하지만, 그 누구도 무등경기장이 거의 사용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걸 기억해내지도, 기억하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광주광역시에서는 원래 계획대로 월드컵경기장에 트랙을 추가하여 종합운동장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리모델링을 진행하였습니다. 이와 동시에, 프로축구연맹에서는 비어있는 월드컵 경기장의 활용 및 K-리그(당시 표기)의 양적 확대를 위해 대도시(광역시 급) 축구팀 창단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월드컵 경기장이 존재하지만 프로축구팀이 존재하지 않는 대도시는 대구, 인천, 광주였습니다. 이에, 대구와 인천은 시민구단 창단을 통해 K-리그에 가입하였습니다.

 

광주는 기업구단을 유치하기에도 애매하고, 당장 시민구단을 만들자니 재정자립도가 항상 하위권을 맴도는 시 예산으로는 부담스러운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광주에서 내린 결론은 실업 축구에서 유지되고 있던 상무 축구단의 임시 연고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당장 사용하지 않는 월드컵 경기장에 대한 비난을 어느정도 잠재우고 프로축구연맹의 로드맵에도 부합할 수 있는 편법이었기 때문에 프로축구연맹에서는 무난하게 해당 안건을 승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조건이 붙었습니다. 2008년까지 자체 구단을 창단하는 조건이었죠. 광주는 이러한 조건으로 가입금(+축구 발전기금) 40억을 지불하고 2003년부터 광주 상무 불사조와 함께 K-리그에 진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타임어택이 시작되었죠.

 

2) 광주 FC

2008년이 되었지만, 광주 상무 불사조를 대체할 구단이 창단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기업에서는 관심이 없고, 창단된 시민구단들이 세금 먹는 하마라는 비난을 지켜보던 광주 입장에서는 시민구단은 매력적인 옵션이 아니었으니까요. 결국, 2008년 말, 광주 상무 불사조를 응원하던 서포터들은 응원 포기라는 강수를 두게 됩니다.

 

광주는 이미 납입한 40억이 아까웠을까요, 상무의 2년 연장을 연맹에 요청합니다. 마침, 상무가 광주를 떠나더라도 딱히 갈 곳이 마땅치 없었던 연맹에서는 2년 연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2년 내에 자체 팀이 창단되지 않는다면, 40억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았죠.

 

어른들의 사정이 있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2010년, 2년 연장이 끝나갈 무렵 시민구단 광주FC가 창단됩니다. 공모전을 통해 광주 레이어스라는 특색 있는 팀명을 가질 수 있었지만, 가오리가 홍어를 연상시킨다며 한참 심해지던 지역비하의 선두에 서있던 디씨 갤러리에서의 조롱이 심해지자 이를 이유로 결국 팀명이 특색없는 광주FC로 정해지게 됩니다.

 

어쨌건 창단된 광주FC는 2020년 6월 30일, 광주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 건설된 축구전용구장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광주 월드컵 경기장과 목포축구센터를 왔다갔다 하면서 홈 경기장으로 잘 사용하였습니다.

 

번외로, 광주 월드컵 경기장은 또 쓸데없는 경기장, 돈 먹는 하마 라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법률로 광역시는 종합경기장을 하나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걸요.

 

3. 현재_광주축구전용구장을 홈구장으로

광주 축구 전용구장은 2019년까지는 월드컵경기장의 보조경기장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부터 광주FC의 홈 경기장으로 사용되고 있죠.

1) 연습구장

광주FC의 연습구장은 직선거리로 700m 떨어져있는 구) 양궁장 부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최근/2017년 항공뷰를 이용하여 어느 위치에 연습구장이 위치해 있으며, 기존에는 어떤 형태였는지 간단히 표현하였습니다. 아래 사진은 최근 항공뷰로 현재 광주FC의 연습구장의 상태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1년 사진입니다. 분명 여기저기서 오피셜로 연습구장 2면이라고 했던거 같은데요. 하나 왜 잘 안보이죠? (x발).

2) 홈 경기장

광주FC의 홈경기장인 광주축구전용구장입니다.

아담하고 예쁩니다. 하지만, 아래에 깔려있는 트랙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법적 의무와 광주광역시의 현실을 기억해보죠.

 

Q. 광역시 급에 존재하여야 하는 경기장의 종류는?

A. 1종 종합경기장

Q. 1종 종합경기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A. 주경기장과 동일한 재질의 트랙이 깔려있는 보조경기장

Q. 광주광역시에 존재하는 1종 종합경기장을 모두 대시오(주관식, 3점)

A. 광주 월드컵 경기장.

 

네. 광주에는 단 1개의 1종 종합경기장이 존재하고 있으며, 1종 유지를 위해서는 트랙이 있는 보조경기장이 존재하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광주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위 사진과 같은 가변석을 만들고, 필요에 따라 가변석을 트랙에서 제거해야 합니다.

가변석을 트랙에서 제거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아예 철거 후 재설치가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이건 매번 철거/설치 비용이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광주광역시에서는 묘수를 냅니다. 가변석을 수납형으로 만들겠다. 입니다.

원정석/서포터석은 필요시 철거하고, 본부석(이라고 쓰고 클럽하우스라고 읽는)과 반대편에 있는 가변석은 수납하여 트랙 사용이 필요할 때 비용을 최대한 적게 들여 사용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예산 부담을 느끼는 광주광역시에게는 최적의 아이디어로 채택되었습니다. 사실, 지금 봐도 충분히 가능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적은 예산으로 꽤 괜찮아보이는 경기장을 만들 수 있거든요. 이게 성공만 한다면, 전국 각지에서 이러한 경기장이 생겨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광주에서 이 경기장을 짓기 위해서 투입한 예산은 지하1층, 지상 4층짜리 클럽하우스를 포함하여 국비 36억, 시비 128억으로 약 160억 정도입니다. 160억에 클럽하우스 + 1만석짜리 경기장? 이건 못 참지.

 

3) 안전성 문제

언제나 아이디어는 그럴 듯 합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다양한 곳에 사용할 수 있는데 싼 물건들은 내구성이 문제이죠. 모든 기계는 움직이는 곳이 많을수록 그 부분들에서 고장이 나서 문제가 생기거나, 내구도가 약해져서 문제가 생기거나,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는 법입니다.

 

21년도 4월 초 광주 시의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의외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나타납니다.

1. 안전성을 위해 2억을 추가 투입하여 보강 작업을 했으며,

2. 3층도 갈 수 있게 세팅이 되어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의 회의록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4) 그래서 왜 이렇게 됐는가?

 

시에 돈이 없습니다.

 

현재 광주에서는 대순환선인 지하철 제2호선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사비는 2023년 현재 약 2조 8772억원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재정자립도는 광역시 중 꼴찌로 50%를 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최근 1~2년 사이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게 문제입니다.

 

광주 도시철도 1호선의 경우 돈 먹는 하마였습니다. 이는 간단히 요약하면 IMF 전에 단핵도시(금남로/충정로 중심)였던 광주광역시가 IMF 이후 다핵도시(각종 신지구들의 개발)로 변화하면서 90년대 초반에 중앙정부에서 설정해서 내려준 노선도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입니다. (광주 도시철도에 대해서도 광주의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번 칼럼만큼의 길이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냥 그렇구나 하고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지하철 1호선의 적자를 줄임과 동시에 지상교통 혼잡 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각 핵들을 연결해주는 순환선이 필요해진 상황이어서 도시철도 2호선은 필연적으로 건설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향후 무한으로 누적될 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금 돈을 조금 더 쓴다는 개념이죠.

 

아무튼, 시에 돈이 없으니 가성비를 추구하게 될 수 밖에 없었으며, 이로 인해 “의도는 좋았다”가 되어버렸습니다.

 

5) 왜 대팍처럼 짓지 못했는가?

밖에서 보기엔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자치단체에서 무언가 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돈 때문 아니면 법 때문입니다.

맨 처음에 언급한 챔피언스필드를 기억하십니까? 챔피언스 필드의 사례가 대팍에서도 이어졌다는 얘기를 간단히 했습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있던 건물을 “리모델링”한다는 명목을 가지고 국비를 타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광주축구전용구장의 차이점은, 보조경기장에 있던 “건물”이 없다는 점이죠.

 

다목적 시설을 리모델링하면 최대 30% 정도의 국비 지원이 가능합니다. 대팍과 챔피언스 필드는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편법 아닌 편법을 통해 국비 지원을 받아 시 재정을 아낄 수 있었죠. 물론, 내부가 까보고 나니까 좀 많이 심각했다는 점도 한몫 합니다(대구 시민운동장 1948년 개장, 무등경기장 1965년 개장).

 

어쨌든, 대표적인 저 두 케이스의 경우에는 국비 지원을 받을 명분이 있었고, 이를 이용하여 시 예산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지만, 광주축구전용구장은 허허벌판이었습니다. 국비 지원을 제대로 받기 힘든 상황이었죠. 따라서, 당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자치단체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거죠.

 

사족으로 지붕을 못 올리는 이유 중 2가지 이유가 1) 돈 2) 건폐율로 알려져있습니다.

 

4. 결론

결국, “의도는 좋았다”가 되어버린 광주축구전용구장입니다. 꽤 많은 K리그 팬들이 광주의 이러한 도전을 참신하다, 좋다, 괜찮아보인다 등의 평가를 내렸지만, 아이디어만 좋았던 실패에 가까운 상황으로 평가되고 있는 현재가 아이러니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 조차 없었다면, 광주는 여전히 월드컵경기장의 먼 시야에서 텅텅 빈 것 처럼 보이는 경기를 하고 있었을 겁니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광주FC의 축구가 관심을 받기 시작한 직후입니다. 다시 말해 이제 겨우 반년 지난 상황입니다.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배정하고, 예산을 집행한 뒤 결과가 나오기에는 6개월 전에 시작했어도 빠듯한 시간이란 뜻입니다. 한 번, 많아야 두 번 왔다 가는 원정팬들 입장에서는 당장 바뀌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물리적인 시간과 돈이 해결해줘야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불평불만을 하지 말아달라는 뜻은 아니지만, 단순한 불평불만, 욕보다는 광주 서포터들이 내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신다면 환경 개선에 더욱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5. 다음 칼럼 예고

광주FC의 미래에 대한 고찰(경기장 위치, 경기장 형태, 시민들에 대한 환원, 세금먹는 구단으로서의 역할 등)이 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