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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도서 식물 산책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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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도서관에 아이랑 책 빌리러 가서,

 

아이가 책을 고르는 동안, 문학 칸을 뒤적거리다가, 이 책을 찾았다.

 

 

사실 나는 생물학과 (실제로 졸업장은 생명과학과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허울 좋은 이름일 뿐)를 나왔다.

 

비록 1학년 2학기부터 성적은 고꾸라졌지만, 

 

그 와중에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과목은 식물계통 분류학.

 

모든 사람들이 따분해하고, 지겨워하고, 학점도 더럽게 안주고, 종속과문강목계 등등 A부터 Z까지 암기인 과목이었지만,

 

나는 그게 재밌었다.

 

그 교수는 내 담당 교수가 되었고, 교수는 틈틈이 날 대학원으로 꼬시려들었지만,

 

학교 생활을 마칠 때 쯤, 교수는 내게, 자기를 봐서라도 제발 졸업해달라고(학교를 나가달라고) 부탁했다.

 

 

식물을 보면 그 이름을 맞히던 것을 내게 사람들은 '이런 능력이 다 있네'라고 했지만,

 

사실 비슷한 식물을 대충 말해도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공간지각능력이 떨어지고, 또한 사물을 머리 속에서 그리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

 

그래서 꽃의 형상으로 이름을 맞추는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쨌거나, 식물을 매우 좋아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식물 속에 있으면, 혹은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다.

 

대학을 가기전까진, 꽃의 아름다움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본 일이 없었는데.

 

 

얼마 전, 알라딘 추천 도서에, 이 분 (식물 세밀화가 이소영님)의 책이 떴길래, 흥미로워 장바구니에 넣어뒀다가,

 

1년이 지나 그냥 사라졌다.

 

그랬다가, 도서관에서, 그것도 문학코너에서 이 책을 찾았다.

 

아무래도 식물에 대한 관심은 어디서나 배척받나보다.

 

당시, 의학전문대학원에만 관심이 있었던, 그래서 전체 동기의 90%이상이 의사가 되었던 우리과 친구들처럼,

 

도서관의 사서들에게, 식물 관련된 책은 어느 곳에 두기 참 애매한 것이었나 보다.

 

 

하지만, 가장 공부와 멀리 떨어져있었던 내가 이렇게 여전히 식물을 좋아한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비록 그 세밀한 지식들은 모르지만, 식물을 느끼고, 감정을 갖게 된 것은 분명 대학이라는 곳이 내게 준 선물이다.

 

 

그래서 이 책을 시작한다.

 

 

'들어가며' 코너에 있는 이 대목이 참 마음에 든다.

 

 온종일 자신이 연구하는 식물만 들여다보는 게 일이다 보니 우리는 서로를 '사초(방동사니)', '나자(겉씨식물)등 각자의 분류군 이름으로 부르곤 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지만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사초모여!" 혹은 "나자 이리 와봐" 등으로 소통하는게 예사였다.

  각자의 식물군으로 서로를 부르고 불리다 보면, 어느새 사람도 그 식물과 같아 보일때가 있다. 사초 연구원은 사초과식물처럼 존재하는지도 모르게 가만히 앉아 조용히 표본만 들여다보는 사람이었고, 나자 연구원은 거대하고 활력 넘치는 전나무나 가문비나무처럼 화통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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