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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도서 이반 투르게네프 '귀족의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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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게네프 단편집의 두번째 작품.

 

이 소설은 참 마음이 좋지 않다.

 

당시의 귀족과 부자들의 삶이 그려져있는데,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다.

 

모두가 약점이 있다. 그것이 성격이건 생활이건, 혹은 '흠'이건.

 

하지만 투르게네프는 이 소설에서 농민들을 아주 좋게 그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그들의 삶에 대한 묘사는 그저 평범하다.

 

이혼, 재혼, 사별, 불륜 같은 일들을 귀족이 하는 것과 농민이 하는 것을 다르게 본다.

 

농민의 삶에서 저런 것들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귀족들의 삶에서 저런 것은 허황된 것으로 본다.

 

이것은 지금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관점'과도 통한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이따금 왜 '일반 민중'들과 '재벌 3세'들에 대해 같은 관점을 가지지 못하느냐? 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이를 통찰할 수 있다면 아마 투르게네프가 묘사한 '관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사이에 '흠'이 있지만, 스스로의 양심을 지키고자 하는 주인공은,

 

그녀를 진실되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진실로 자신의 바른 삶의 방향을 깨닫고,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지 않으나, '미약하게' 자신의 길을 밀고 나간다.

 

그는 올바른 신체와 정신을 가졌으며, 다만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흠 (아내의 바람)을 갖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순결된 여성에게 감화되어, 자신의 흠을 인정하고 그녀를 용서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껴안지 않으며 내버려둔다.

 

그게 19세기 중반 러시아 부호층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이 아니었을까.

 

 

폭력적인 이전의 세대, 그리고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현실에 두려워했던 주인공의 윗세대에서 넘어와,

 

나약하고 멍청한 안주인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 보수적이면서 애정있는 마르파 티모페예브나, 관직만을 추구하는 판신, 

 

거짓말쟁이로 여기저기 쫓아다니는 게제오놉스키를 19세기 중반의 한 저택에 모아두고, 

 

이들을 배경으로 하여 양심과 사랑과 현실 사이에 자리잡지 못하는 부호, 그리고 순결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순결한 처녀를 통해 풀어내는,

 

당시의 러시아 이야기는, 너무도 현실적이었다.

 

다음 세대의 행복을 기리는 마지막 글들과 제목으로 미루어봤을 때, 그 시대의 끝과 밝은 다음을 기약하며 지금의 마무리를 이야기하는 소설의 끝은 너무도 짙은 여운을 남겼다.

 

 

아쉬운 것은, 이 앞의 소설 '첫사랑'도 마찬가지이지만, 너무 앞부분의 묘사에서 이야기를 끈다는 것이다.

 

그래서 초반에 읽기가 다소 불편하다. 그런 아쉬움을 뺀다면, 중반 이후는 확실히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투르게네프의 '사냥꾼의 수기' 같은 책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솔직히 조금 주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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