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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역사창작물 자작소설) 제갈량 14화

 

 

 

14화. 화룡점정(1)

 

 

 

 

 

.


자신의 밑에서 수학하고 있던 동생 제갈균에게 와룡재의 모든 살림을 넘겨준 제갈량은 담담히 입을 열었다.

 

“균아, 집 잘 지키고 있거라. 내 자리가 좀 잡히면 연락하도록 하마.”

 

“예, 막내누님, 큰누님이랑 형님께는 제가 연락을 드릴까요?”

 

“아, 그건 신경 쓰지 말거라. 언니들이랑 오라버니께는 내 따로 서신 하도록 하마.” 

 

“예, 부디 몸조심 하십시오.”

 

“알았다.”

 

제갈량은 못내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는 동생의 머리를 한 차례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와룡재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수경학당이 그녀의 머릿속을 채운 곳이라면, 

 

이곳은 그녀의 가슴 속을 채운 곳 이었다. 

 

이곳에서 천하를 품었고, 

 

뜻을 갈았으며, 

 

꿈을 닦았으니. 

 

그녀에게 와룡재란 인고의 세월이 오롯이 담긴 참으로 소중한 곳이었다. 

 

허나, 이제는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할 때.

 

와룡재의 기둥허리를 가벼이 손으로 쓸어 보는 것으로 그 인고의 세월에 작별의 말을 건넨 제갈량은 그 길로 단 한 번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와룡재를 벗어났다.

 

‘천하를 내 이름으로 평정시키지 않고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렇게 다짐하면서.

 

 

 

 

.

 

 

 

 

월영을 대동한 제갈량이 와룡재 밖으로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비가 앞장서서 산 아래를 향해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제갈량은 그런 유비의 뒤를 따라 사박사박 걸었다. 

 

조용한 산길에 발자국 소리가 내려앉자, 

 

유비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짐은 그게 다요?”

 

제갈량의 짐이 딸랑 부채하나 뿐 이라는 것을 깨달은 유비가 그렇게 물어오자,

 

제갈량이 정말이지 들고 온 것이 없다는 듯이 소매까지 펄럭여 보이며 입을 열었다.

 

“예, 뭐 딱히 가지고 갈게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의식주는 제공 해주시는 거 아닌가요?”

 

그 소리에, 

 

장난기가 발동한 유비가 일부로 인상을 꾸기며 농을 던졌다.

 

“아, 이를 어쩌면 좋소. 신야의 살림이 그리 풍족하지가 못한데. 식이랑 주는 어찌 될 거도 같은데 의복이 특히 부족하오. 아무래도 장비가 입던 것을···.”

 

“아하! 그럼 저는 이만 이 길로 조조군 쪽으로 가면 되겠네요. 월영아.”

 

제갈량의 음성에,

열 보쯤 뒤에서 두 사람을 따르고 있던 여인이 눈빛을 빛냈다.

 

"불렀나. 선생."

 

“노, 농담이오.” 

 

“저는 진담이었습니다.”

 

“살려주시오.”

 

“큽.”

 

조금 전에 처음 본 사이인데 이리도 친밀감이 들 수 있는 것일까?" 

 

어째 십년은 사귄 사이같이 느껴진다.

 

‘이것도 이 유비라는 사내의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

 

제갈량이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묘한 웃음을 머금고 있자,

 

유비가 구질구질하게 군말을 좀 더 붙였다.

 

“실은 내 오늘 선생을 모셔가려고 벼르고 온 터라 마차까지 대동하고 왔는데, 짐이 너무 적어 보여 농을 해 보았소이다.”

 

방금 싹튼 약간의 친밀과 능력에 대한 인정은 있을지라도 아직은 서로 간에 신뢰가 쌓이지는 않은 단계. 

 

제갈량도 굳이 더 툴툴되어 얻을게 딱히 없었기에, 

 

특유의 빙글거리는 표정으로 유비의 말을 받아주었다.

 

“저도 농이었습니다. 저 역시 조조라면 이가 갈리는 사람입니다.”

 

그 소리에,조조를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지는 유비가 만면에 웃음꽃을 피웠다.

 

“좋소!”

 

기분이 좋아진 유비를 향해 이번엔 제갈량이 입을 열었다.

 

“주공.”

 

“말씀하시오. 선생.”

 

“그런데 정말 저를 데려가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아직은 와룡강변을 떠나기 전이다. 

 

그러니까 아직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길로 유비군에 합류하게 되면 그때부턴 안팎으로 압박해오는 편견의 벽을 부수고 넘어야하는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수경학당에서 그런 싸움을 질리도록 해온 그녀였기에 큰 두려움은 없었지만, 

 

이번엔 이인일조의 판이라는 게 문제였다. 

 

유비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다면 제갈량은 실패한다.

 

제갈량의 실패는 곧 유비의 실패로 직결된다.

 

자신을 등용한 유비 또한 함께 시험에 들게 되는 것이다. 

 

유비 또한 이를 모르지 않았다. 

 

하여, 제갈량이 문밖으로 나오기 전까지 그 또한 줄곧 그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더랬다.

 

뭐, 제갈량의 능력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으니,

 

시간이 지나면 천하 사람들의 눈은 논외로 하더라도 적어도 유비군은 그녀의 가치를 알아줄 것임을 유비는 의심치 않았다.   

 

다만, 

 

우선적으로다가 길길이 날뛸 장비와 맺게 될 첫 단추가 걱정이었고,

 

형인 자신이 밀어 붙이니까 일단은 잠자코 있겠지만 속으로는 탐탁지 않게 생각할게 분명한 관우도 내심 걸렸다.

 

“안 그래도 걱정이 되긴 하오. 그래서 말인데 혹시···.”

 

제갈량이 더 듣지도 않고 말을 잘랐다.

 

“안됩니다.”

 

“아니, 거 다 듣지도 않고 안 된다 하시오.”

 

유비의 볼멘소리에, 

 

제갈량이 샐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전권을 주시기로 하셨지 않습니까.”

 

 

“그건 약속 했잖소. 줄 것이오. 주는 것은 변함이 없는데, 내말은 혹시라도 포장할 여지가 있느냐에 대한 거였소.”

 

“포장할 여지요?”

 

제갈량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이자, 

 

유비가 머리를 북북 긁으며 입을 열었다.

 

“흐음, 혹시 말이요, 진짜 진짜 혹시 말인데, 혹 나에게 사적인 감정은 없소?”

 

혹시라도 제갈량에게 유비군의 안주인이 될 생각이 있다면? 


사실 이 문제는 고민거리조차 되지 않는 문제였다. 

 

“예에?”

 

그러나, 

 

돌아온 것은 찌푸린 눈살이었고, 

 

어쩐지 자존심이 상한 유비가 허! 하며 입을 열었다.

 

“나 정도면 사내로도 괜찮지 않소?!”

 

제갈량은 진지하게 와룡재로 돌아갈까 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동안 해보았다.

 

하여, 

 

이번에 유비가 받게된 제갈량의 표정은 있는 대로 찌푸린 얼굴이었다.

 

“알겠소. 알겠소이다. 반쯤은 농이었소. 얼굴 좀 피시오. 어여쁜 얼굴에 구김가시겠소.” 

 

잠시 호흡을 골라 유비의 음성을 가벼이 삼켜낸 제갈량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혼자가 있습니다.”

 

운랑.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데도 아직도 아픈 이름이었다.

 

제갈량의 얼굴 위로 스치듯 지나는 미묘한 기색을 지켜본 유비는 짐짓 홀가분한 척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뭐 별 수 없지 그냥 밀어 붙입시다.”

 

“그렇게 쉬이 끝나는 주장이셨습니까?”

 

“내가 군준데 제 놈들이 어쩌겠소? 까라면 까야지.”

 

“그건 그러네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두 사람의 걸음은 유비가 마차를 대놓았던 산중턱 부근에 도착했다. 

 

그러자, 

 

마부역을 맡은 장수가 반가운 표정으로 이쪽으로 다가왔다.

 

 

 

 

.

 

이 이야기는 판타지 사극이니 만큼 가상의 무장도 제법 등장할 예정입니다 :D

 

 

 

 

부족한 글이지만 펨네랑 네이버 웹소설 마이너 리그에 동시연재해보고 있는데

응원해주시고 싶으신 분은 링크 타고 오셔서 관작, 별점 ,조회수 같은거 흘려놓고 가시면 화, 황공무지로소이다!

 

https://novel.naver.com/challenge/detail.nhn?novelId=726035&volumeNo=15

 

 

.

.

댓글 12

소레나 작성자 2018.08.21. 10:36
 유시아
감사합니다.
댓글
소레나 작성자 2018.08.21. 10:36
 천사시체
퓨ㅠㅠㅜ
댓글
소레나 작성자 2018.08.21. 15:27
 히이라기카가미
퓨 .. 슬픈 그이름 ㅜ 
댓글
우리현 2018.08.21. 13:16
1화부터 14화까지 전부 별점 주고 왔습니다 ㄱㅊㅋㄹㅇ
댓글
소레나 작성자 2018.08.21. 15:27
 우리현
고마워요 형제님!
댓글
lfc1892 2018.08.21. 14:36
와 재밌다 순식간에 14화까지 다봤네요!! 또 다음화주세요
댓글
소레나 작성자 2018.08.21. 15:27
 lfc1892
조, 좋은 당근이다! 또 써서 들고올게요! 
댓글
리나군 2018.08.21. 19:39
이분 기본적으로 글빨이 좀 있으심 ㄷㄷ
댓글
소레나 작성자 2018.08.28. 13:34
 리나군
고, 고마워요 리나군님 (뒤통수를 긁적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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