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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역사창작물 자작소설) 제갈량 13화

 

 

 

13화. 제갈량, 세상 밖으로 나오다(8)

 

 

 

 

 

 

.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

 


제갈량의 음성이 유비의 귀에 표창처럼 날아와 꽂혔고, 

 

유비의 등에선 식은 땀 한줄기가 주륵하고 흘러내렸다. 

 


이 저택 안으로 들어오기 전 까지만 해도 셋방살이하는 방랑군주에 지나지 않았는데, 

 

제갈량의 말을 뒤쫓다 보니 어느새 서쪽의 주인이 되어있었다. 

 

비록 탁상위의 공론이라 할지라도 개연성이 있다면 청사진이 되는 법.

 

제갈량이 내놓은 구상은 한치 앞도 안 보이는 난세를 헤쳐 왔던 유비에겐 가뭄에 내린 단비와도 같았다.

 

“북의 조조, 동의 손권 서쪽의 유비라···.”

 

유비가 그렇게 제갈량의 말에서 나온 여운을 가만히 중얼거리고 있자,

 

제갈량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세 개의 세력으로 천하가 정립되고 나면 제일 큰 세력이 되는 조조는 동과 서 어느 쪽도 무너뜨리기 힘들어 집니다.” 

 

“병력과 역량을 반으로 나눌 수밖에 없으니 말이오?”

 

“예, 한쪽에 집중하는 순간 다른 쪽의 적이 밀고 올라 올 테니까요. 세 개의 세력이 솥의 세발처럼 균형을 이루는 정족지세(鼎足之勢)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잠시 호흡을 고른 제갈량은 왼손으론 익주를 오른손으론 형주를 짚고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마 국지적인 전투가 반복되긴 하겠지만, 세력균형이 완전히 무너질 정도의 싸움은 쉬이 일어나지 못할 겁니다. 그 힘의 균형이 유지되는 동안 찬찬히 힘을 길러 형촉 양 방향으로 동시 진공한다면, 서량은 반드시 손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나면···”
 
“천하를 취하는 것도 꿈은 아니겠구려.”

 

“네.”

 

제갈량의 짧은 대답을 끝으로 유비는 가만히 눈을 감아보았다.

 

맹랑한 이야기이나 허무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아니, 

 

자신이 천하인의 자리로 향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라 느껴졌다.

 

다만,

 

눈앞의 기재 없이 이 계획을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가 문제였다.

 

‘불가능 하겠지.’

 

당장 눈앞에 닥친 형주의 정세에 관여 하는 것 정도는 해낼 수 있겠지만,,, 

 

자신이 제갈량이 아닌 이상 그녀가 머릿속으로 그려낸 그림을 똑같이 재현해 낼 수는 없을 것이었다. 

 

‘결국은 제갈량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가?’

 

애초에 와룡선생 그러니까 제갈량을 얻으려고 움직인 발걸음 이었지만, 

 

이제는 더욱 절실해졌다.

 

그런 유비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제갈량이 먼저 운을 뗐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황숙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무슨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오?”

 

“저를 얻고자 이곳에 오신 거 아닌가요?” 

 

“맞소.”

 

“그러니까요. 아무이야기나 좋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좋아하거든요. 황숙의 인생이야기도 좋고, 천하관이 있으시다면 그런 것도 좋고, 그것도 영 아니다 싶으시면 제 이야기에 대한 소감도 좋습니다.”

 

제갈량의 음성에, 

 

허허 웃어 보인 유비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그럼, 선생의 가르침에 대한 감상부터 하겠소이다.”

 

“네에.”

 

“나는 스스로를 편견 없이 인재를 등용하고 있다고 여겼지만 선생을 처음 보았을 적에는 솔직히 아차 싶었소.” 

 

“계집이라서요?”

 

제갈량이 빙글거리며 묻자, 

 

유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다음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탐이 났지. 이 유비가 다른 가진 것은 없으나 사람을 보는 안목하나는 뛰어나다 자부하는데 내 일찍이 그대만한 기재를 본 적이 없소.”

 

“의형제 분들이 들으면 섭섭하시겠습니다.”

 

“그렇다 한들 별 수 없소. 사실이니까.”

 

“그렇군요.”

 

“그다음엔 겁이 났소. 솔직히 말해 내 사람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죽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소.”

 

이 대목에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월영이 입을 열었다.

 

허리춤에 찬 칼까지 반쯤 뽑고서.

 

“말조심해라 귀큰놈. 월영은 자를 수 있다. 네 목.”

 

허나, 

 

그녀의 살벌한 으름장에도 유비는 아랑곳 하지 않았고 말을 이었다.
  
“헌데, 지금 와 생각하니 그대를 죽이면 이 유비는 천하의 신망을 잃을 테니 죽소.” 

 

“흐음, 그러려나?”

 

“그대를 얻지 못하면 그대를 얻은 사람이 천하를 얻을 테니 그때가 되면 역시나 유비는 죽소.” 

 

“지나친 비약이십니다.”

 

말꼬리처럼 따라 붙는 제갈량의 추임새를 뒤로하고, 

 

”지나치지 않소. 이 유비가 살길은 그대의 마음을 얻는 것뿐이라 생각되는데, 내가 어찌해야하겠소? 아니, 어찌하면 되겠소?“

 

마침내 유비는 자신이 하고자 했던 말의 마침표를 찍었다.

 

“···.”

 

그 음성을 끝으로 와룡재엔 잠시간의 정적이 찾아 들었다.

 

그 묘한 정적이 계속된지 얼마나 되었을까?

 

누군가가  정적을 깨고 나섰으니.

 

“황숙의 울타리 안에 들어있는 모든 것을 제게 맡기실 수 있겠습니까?”

 

다름아닌 제갈량 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뜻이 자신이 기다리던 유형의 것이자, 

 

유비는 잠깐의 고민도 없이 바로 입을 열었다.

 

“그리하겠소.”

 

장고가 필요한 질문에 너무 쉽게 답이 나오자, 

 

제갈량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리 쉽게 대답하시면 아니 됩니다. 저는 황숙을 따르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황숙의 목숨도 저울위에 올릴 수 있는 사람입니다.”

 

“쉬이 하는 대답이 아니오. 그대를 얻지 못하면 이 유비는 어차피 꿈은 이룰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소.”

 

“그 꿈이 무엇인데요?!”

 

“비밀이오!”

 

“예에?!”

 

“내 훗날 찬찬히 들려 드리리다.” 

 

어쩐지 말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게 또 싫은 느낌은 아니어서 제갈량은 그만 웃어 버렸다.

 

“하하핳, 훗날이라니, 저는 아직 대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어째 이미 함께 하기로 된 모양입니다?”

 

“그대도 사실은 마음이 동했지 않소?!”

 

어린애처럼 보채면서도 당당함은 잃지 않는 기상천외한 유비의 작태에! 

 

제갈량은 샐쭉한 표정으로 맞섰다.

 

“맞습니다. 황숙께 마음이 동한 건 사실 이지요.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라나서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유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갑시다.”

 

유비의 짧고도 진중한 한마디에,

 

“···흐음.” 

 

제갈량이 잠시간의 숙고를 거치더니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앞으로 내정, 외정, 군무는 물론이고 모든 방면에 있어서 저를 통하게 하셔야 합니다.”

 

“이미 그러겠다고 했잖소.”

 

“확실히 해두는 것입니다. 저는 유비군의 이 인자 자리를 달라는 겁니다. 나아가 황숙이 세울 나라의 재상자리를 달라는 거고요.”

 

“그리하시오. 아니, 그리해 주시오.”

 

유비의 음성이 떨어지자,

 

제갈량은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손을 모았다. 

 

“불초 서생 제갈량이 삼가 주공께 예를 올리나이다.”

 

그리고는 마침내 유비에게 큰 절을 올리니,

 

이날 삼고초려의 고사가 세상에 나왔다.

 

 

 


.

 

 

 

 

 

 

댓글 6

소레나 작성자 2018.08.21. 00:27
 천사시체
다음화 와써여! , 아 천시님 그런데 이거 베도같은데 올리거나 하면 글말미에 링크같은거 써넣어도 돼유?
댓글
소레나 작성자 2018.08.21. 00:27
 리나군
좋은 당근이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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