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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역사창작물 자작소설) 제갈량 12화

 

 

12화. 제갈량, 세상 밖으로 나오다(7)

 

 

 

 

 

.

 

 

“아!!”


작금의 형주의 가장 큰 종양 덩어리는 북쪽의 조조도 동쪽의 손권도 아니었다. 

 

바로 장남인 유기와 차남인 유종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후계다툼이었다.

 

유표가 눈에 띄게 쇠약해짐으로써 발발한 이 세자자리 다툼은 나름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던 형주의 체제 자체를 곪게 만들고 있었다. 

 

유생과 문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장남 유기. 

 

형주의 안방과 병력을 장악하고 있는 채씨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유종.

 

우유부단한 유표는 둘 중 누구에게도 힘을 실어주지 않고  저울질을 계속 하고 있었기에 두 세력균형은 절묘하게 유지되고 있었지만,

 

서로간의 간극은 끝도 없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형주에서 대단히 높은 인망을 얻고 있는데다 적당한 군사력까지 가지고 있는 유비가 유기를 칭찬하면 어찌될까?

 

무게추가 유기 쪽으로 소폭 기울게 되겠지. 

 

정쟁에선 그 약간의 차이가 생과 사를 가른다. 

 

궁지에 몰린 쥐도 고양이를 문다는데 형주의 실권을 쥐고 있는 채씨가문이 과연 그 상황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을까?

 

유표의 입에서 세자자리를 확정하는 말이 나오지 못하도록 안방마님이 수를 쓰든 채장군이 칼을 뽑든 어떠한 행동에 나설 것이다.

 

그 행동은 유표를 향할 수도 있고 유기를 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 중 뭐가 됐든 유비에게로 흉이 날아 올 일은 없다.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찾아올 혼란한 상황을 대의와 명분을 앞세워 수습하기만 하면!

 

형주는 유비에게 고스란히 떨어지게 될 것이었다. 

 

명분은 유생에게, 힘은 채씨에게, 결정권은 군주에게 쏠려있는 형주의 속사정을 날카롭게 내다보고 차도살인지계까지 끼워 넣은 잔혹한 책략. 

 

투박한 지팡이 속에 숨겨진 벼린 비수 같은 잔혹한 책략의 정수를 깨달은 유비가 그렇게 탄성을 내지르자, 

 

제갈량이 부채로 입을 가리며 호호 웃고는 다음 말을 이었다.

 

“그리 대단하다 여기실 것은 아닙니다.” 

 

“그렇소?”

 

“예, 제가 황숙과 이리 대화를 나누고 있는 순간에도 상황은 바뀌고 있으니까요. 낙양에서 나비가 일으킨 날개 짓이 저 멀리 남만에 태풍을 불러올 수도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흠, 비유가 내겐 조금 어렵구려.”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고 지략 또한 그때그때 변해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제가 입에 올린 이야기들은 한순간에 아무 쓸모없는 넝마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고요.” 

 

제갈량의 음성에 유비가 눈빛을 빛내며 끄덕거리자, 

 

제갈량은 다음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황숙께서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형주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위치를 점하고 계시다는 겁니다. 그 위치에서 중심만 잘 잡으셔도 형주는 황숙의 손에 굴러 들어옵니다. 형주를 손에 넣으시게 되면 천하의 질서는 황숙을 중심으로 새로이 재편되게 되고요.”

 

그렇게 운을 뗀 제갈량은 시선을 다시금 지도 쪽으로 옮겼다. 

 

행여나 놓칠세라 유비의 시선도 바쁘게 그녀의 시선을 쫒아왔다. 

 

“황숙께서 형주를 얻게 되면 익주는 자연히 얻어집니다. 작금의 익주는 시쳇말로 개판입니다. 군주가 있어야한다는 타성에 젖어 유장(劉璋/ 자 계옥季玉 / 익주의 주인.)이 군주를 하고 있다뿐이지 그는 본디 군주의 깜냥이 아닙니다. 무능한 지도자를 만난 익주의 장졸들은 나태해졌으며 법령은 느슨해졌고 선비는 유능한 군주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국풍이 문란하게 되었으니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지요. 그런 익주가 왜 아직까지 독립성을 유지하고 계신지 아십니까?”

 

“음, 험준한 땅이라 군을 이끌고 들어가기가 어려워서?”

 

“맞습니다. 주인의 허락이 없다면 익주 그러니까 촉의 땅으로는 한발자국도 들어설 수 없습니다. 하늘이 벼려놓은 산세와 요새에 의지한다면 한 명의 병졸로 백 명 천명도 상대할 수 있는 곳이니까요. 아무리 국풍이 문란해진 작금의 익주라 하더라도 어려운 싸움이 될 겁니다. 게다가 지금 익주와 접하고 있는 땅들의 주인들의 등뒤에는 조조가 있었으니 엄두 자체를 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헌데,, 그것은 나에게도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요? 내가 나서면 파촉(익주를 이름)의 험준한 산세가 저절로 낮아지고 강철같은 요새의 문이 스스로 열리기라도 한단 말이요?”

 

“예. 열립니다.”

 

“???”

 

“황숙께서는 유장과 종친이지 않습니까? 또 그간의 행적으로 천하에 의로운 사람으로 이름도 높으시니, 형주를 얻기만 하시면 유장에게 황숙은 비비고 싶은 언덕이 되시는 것입니다.” 

 

“오호라.”

 

“잔치를 열어 위엄을 보이고 싶든, 내부에서 터진 군사문제가 수습이 되지 않든 언젠가 유장이 스스로 황숙을 청하게 될 것이니 그때.”

 

제갈량은 다음 말을 입에 담는 대신 손에 쥐고 있던 백우선을 들어 목을 긋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 모습에, 

 

유비의 얼굴에 대소가 번졌다. 

 

“푸하하!! 좋소. 내 파촉은 그리 들어갔다 칩시다. 등 뒤의 조조는 어찌한단 말이요?”

 

“동오, 그리고 서량과 손을 잡으면 됩니다. 그 둘이 건재 하는 상황에서 조조는 쉬이 형주를 노릴 수 없지요. 하물며 그 셋이 손을 잡고 있는 상황에선 더더욱 그러 하구요.”

 

제갈량은 말을 맺으며 형주와 익주에 먹칠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먹칠이 끝이 났을 때 다시금 입을 열었다. 

 

“황숙께서 형주에 이어 익주까지 얻고 나시면 서쪽의 주인이 됩니다. 북쪽의 주인인 조조 동쪽의 주인인 손권 천하는 이렇게 세 덩이로 나눠지게 되는 것이지요.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저는 이 구상의 이름을 그렇게 붙였습니다.”

 

 

 


.

 

 

 

 

 

 

 

댓글 6

소레나 작성자 2018.08.11. 23:26
 천사시체
하악하악
댓글
천사시체 2018.08.11. 23:29
 소레나
앗시발 댓글달려서 13화 온줄
댓글
소레나 작성자 2018.08.12. 10:52
 천사시체
13화 왔써염
댓글
리나군 2018.08.10. 07:48
,잘봤습니다.
간만에 자주 올리셨네ㅋㅋ
댓글
소레나 작성자 2018.08.11. 23:26
 리나군
쓰면 올리는 체계입니당 ㅋㅋ 글 쓸시간이 많이 없네유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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