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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역사창작물 자작소설) 제갈량 11화

 

 

 

11화. 제갈량, 세상 밖으로 나오다(6)

 

 

 

 


“어감이 좀 그런가요? 좀 그런 거 같으면 뭐,, 빌린다고 해두죠.”

 


좀 그렇냐고? 

 

아니, 

 

유비는 오히려 제갈량의 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지금이야 황숙(皇叔 : 황제의 숙부)소리를 듣고 있는 유비였지만,

 

유비는 정말로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하고 태어난 사람이었다. 

 

황족의 성씨인 유(劉)씨를 가지고 태어나긴 했으나, 

 

한의 천하 사백년간 무수한 황족들이 무수한 씨를 뿌리는 바람에 사실 천하에 널린 것이 유씨였다.

 

게다가 유비의 뿌리는 전한에서부터 뻗어 나온 것이어서 후한의 천하에서는 잘 쳐줘야 끈 떨어진 연이었다. 아주 어려울 때는 생계를 위해 돗자리를 짜다 팔던 시절도 있을 정도였으니,, 

 

사대삼공(四代三公*)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원소, 

 

후한말을 주름잡았던 환관들의 대부로 조정을 쥐락 펴락하던 조등의 손자로 태어난 조조, 

 

강동의 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버지를 뒀던 손가의 2대들, 

 

동시대의 맞수들에 비해 정말이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던 사람이 유비였다. 

 

때문에,

 

그는 언제나 뺏고, 훔치고, 빌려야 했었다. 

 

하지만, 

 

유비는 천하에 뜻을 둔 사람이었다. 

 

무작정 남의 것을 앗아가는 행위로는 절대로 천하인의 자리에 다가설 수 없음 또한 알고 있었다.

 

해서, 

 

유비는 자신의 도둑질에 정당성을 부여해줄 방도를 찾았다.

 

그 무엇보다 백성을 앞에 두는 것,

 

그리고 실리가 아닌 인의와 명분을 쫒는 것,

 

그리 생각 하고 그리 행하기 시작하자, 

 

언젠가부터 유비의 도둑질은 천하만민을 위하는 일로 세상에 비춰지기 시작했다. 

 

그런 생을 살아왔던 유비였기에,

 

방금 제갈량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감추고 감춰왔던 그의 본성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 나쁘지 않소. 빼앗고, 훔치고, 빌리고. 그러고 보니 모두 다 이 유비의 인생을 설명하는 말 같구려.”

 

“좋게 들어주시니 다행입니다. 그럼 계속할까요?”

 

“경청하겠소.”

 

“작금의 천하에 황숙께서 쉬이 훔칠 수 있는 땅, 아니 훔쳐야 하는 땅은 총 세 곳으로 형주와 익주 그리고 서량입니다.” 

 

“내심 형주정도는 가능 하겠거니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세 곳이나 된단 말이요?”

 

“예, 우선은 형주입니다. 형주는 강남과 강북을 자유로이 통할 수 있는 요지이며 비옥한 땅은 막대한 산물을 쏟아 냅니다. 게다가 남들과는 달리 황숙께는 한가지의 이익이 더 있습니다. 형주는 광무제*께서 근거지로 삼았던 곳이 아닙니까?”

 

제갈량의 음성에, 

 

유비는 조용히 공감의 끄덕임을 보냈다.  

 

형주를 얻어야 한다는 제갈량의 말은 참으로 옳은 말이었다.  

 

지금의 유비가 형주를 근거지로 삼을 수만 있다면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었다. 

 

엄청난 산물, 

 

유비 본래의 세와 합치면 십만을 넘어 십오만, 이십만 까지 내다볼 수 있는 정병, 

 

광무제 유수*가 일어난 곳에서 새로이 몸을 일으킨 영웅이라는 선전효과 까지, 

 

정말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땅이 형주였다. 

 

하여, 유비도 ‘어쩌면 형주정도는 가능할지도?’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긴 했다. 

 

이는 유비가 많은 사람들 중에 굳이 유표(劉表 자(字) 경승(景升) 형주의 주인)에게 의탁한 이유 중에 하나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유비의 생각에는 어디까지나 ‘잘하면’, ‘어쩌면’, ’운이 좋으면’, 같은 수식어들이 덕지덕지 붙은 생각이었고, 


자신에게로 쏠리는 인심을 의식해 집중 견제를 해오는 유표의 등쌀에 눈칫밥을 먹는 게 얼마나 고달픈 일인지를 새삼 깨닫고 있는 요즘에는 ‘형주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긴 할까?‘ 하는 식으로 생각이 바뀌어가고 있었다.

 

허니, 

 

제갈량의 말에는 가장 중요한 게 빠져있었다. 

 

어떻게 쉬이 얻을 수 있다는 건지가 말이다.

 

“옳은 말씀이요. 허나, 그곳은 이미 경승(유표의 자(字)) 형이 다스린 지가 오래된 곳인데 내 어찌 쉬이 얻어 낼 수 있단 말이오?”

 

“맞습니다. 형주는 오랜 기간 유표의 다스림을 받아온 지역이지요. 또 그는 영지경영에 능한 인물이었기에 형주는 비교적 큰 전란도 겪지 않고 풍요로움을 누려왔습니다만, 딱 거기까지인 인물이지요.”

 

“영지를 능히 다스리는 인물인데 거기까지다?”

 

유비의 물음에, 

 

제갈량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천하에 비추면 고작 찢겨나간 밀떡에 불과한 형주 땅을 가지고 황제노릇을 한사람입니다. 황제가 곤궁할 때 손길을 내밀지 않았으며, 머리맡에 역적 조조가 있는데 꼼짝도 하지 않았지요. 그러면서도 복식과 수레는 황제의 것을 흉내 냈으니, 그의 위엄은 진정으로 형주 땅에 스미지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더 없이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쯧쯧 차보이고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는 내정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휘하의 선비와 장수들을 하나로 묶어 다른 곳을 도모하지 않고 서로 견제하게 하여 자신의 권위를 높였습니다. 이는 황제의 정치입니다. 형주는 천하가 아니고 유표도 황제가 아닌데 황제의 정치를 했으니 유표만 죽으면 형주는 무너지게 됩니다. 그리고 근래 들어 유표의 건강은 좋지가 못하지요.”

 

“음, 그러니까 경승형이 죽을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것이요?”

 

“예. 참 쉽죠?”

 

“쉽구려! 허나 인간의 수명을 기다리라니 천하를 얻는 방법의 첫걸음치곤 너무 불확실하지 않소?! 그러다 경승형이 장수라도 하면 어쩔 것이요? 좋은 것도 많이 드시는 양반인데.”

 

“그야 유표의 죽음을 재촉하면 되지요. 그 또한 간단합니다. 유표가 황숙께 후계문제를 물을 때마다 장남인 유기를 칭찬하시면 됩니다.”

 

‘유기를 칭찬 하는 것과 유표의 죽음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제갈량의 말에 본능 적으로 생각을 더듬던 유비는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아!!”

 

 

 


.

 

 

 

광무제 유수(光武帝 劉秀) : 흔히 아는 유방이 세운 한나라는 삼국지의 시대가 시작되기 훨씬 전에 사실 한번 망합니다.  왕망이라는 전한판 동탁 같은 신하에게 말이죠. 이때 한 복원 운동을 이끌어 왕망이 세운 신나라를 무너뜨리고 다시금 한을 세운 사람이 광무제 유수입니다. 먼치킨 물을 좋아하시는 분은 심심하실 때 찾아보시면 재미있으실게 3천명으로 40만을 깨부순 어마무시한 양반입니다.

 

사대삼공 : 네 대에 걸쳐 한나라의 최고 벼슬인 삼공(사도,태위,사공)을 지낸 집안이라는 뜻입니다.

 

 

댓글 5

소레나 작성자 2018.08.07. 22:19
 천사시체
ㅎㅇㅎㅇ
댓글
리나군 2018.08.04. 22:24
오랜만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댓글
소레나 작성자 2018.08.07. 22:19
 리나군
늘 잘읽어 주셔서 고마와요 
댓글
리나군 2018.08.07. 22:34
 소레나
오랜만에 읽어도 이렇게 가독성이 좋을 정도로 글 잘 쓰시는데.. 좀만 자주 써줘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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