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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역사창작물 자작 삼국지 소설) 제갈량 4화

[4화. 빛나는 소녀(4)]

 

 

 

.

 

 

 


형주의 주도 양양. 

 

이곳에서 손에 꼽히는 명문가중 하나인 괴씨가문은 아침부터 바빴다.

 

당분간 손님으로 머물게 될 안방마님의 숙부와 동생들이 오늘 중으로 도착할거 같다는 연락이 왔고,

 

그 바람에 부인 사랑하기로는 형주 땅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 집안의 가주 괴기가 팔을 걷어붙이고 돌아다니며 손님맞이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소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하루 종일 녹초가 되도록 시달린 이 집안의 종놈들은 구석에 모여 궁시렁 거리기를 시작했다.

 

“아이고, 대인께서 설치고 다니신 덕에 청소를 안 한 곳이 없네 그려.”

 

“내 앞에서 그런 소리 하지말어, 나는 지금 아궁이 까정 닦고 왔어.”

 

“색시가 고우면 처갓집 말뚝에 대고 절을 해댄다더니 딱 그짝인거지.”

 

“그래도, 쪼까 궁금하긴혀.”

 

“누구? 아기씨?”

 

“이 사람아 그럼 숙분가 뭔가 하는 중늙은이가 궁금하겠나? 좌우지간 형주 사내새끼들이 또 들썩 거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그르네, 나도 궁금하긴 하네.”

 

 

그랬다. 

 

그들은 그렇게 궁시렁 거리면서도 내심 새로 올 아기씨를 기다렸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종놈들의 일상에서 새로운 재미가 등장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새로 올 아기씨는 그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상이 되기 충분했다.

 

이 집의 마님이 누구시던가? 

 

시집오자마자 단박에 형주제일미 자리를 갈아치운 마님이 아니었던가?

 

언니가 형주 제일 미인자리에 올랐는데 셋째 딸은 못해도 형주제삼미는 될 것이다!

 

아니다! 셋째 딸이 보통 제일 예쁘더라, 그러니까 형주제일미 자리가 또 바뀔 것이다!

 

오랜만에 재미거리를 만남 종놈들이 그렇게 한마디씩 보태기 시작하자, 시간은 번개처럼 지나갔고,

 

마침내, 

 

예장에서부터 건너온 마차들이 괴씨가문의 대문 앞에 늘어서기 시작했다. 

 

그 마차 중 한곳에서 백옥 같은 계집아이가 내렸을 때,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허나, 

 

그 계집아이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얄궂은 종이 한 장을 팔랑거리며 내뱉은 말은 입을 벌린 사람들의 눈알마저 튀어나오게 만들어 버렸다.

 


“수경학당에 보내주세요.”

 

 

 

.

 

 

 


황건의 난이 일어나기 훨씬 전, 그러니까 천하가 이제 막 썩어가기 시작한 무렵, 

 

그때 벌써 난세의 도래가 머지않았음을 내다본 사람이 있었으니,

 

사마휘(司馬徽)란 사람이었다.

 

선비들에게는 대학자로, 장수들에게는 뛰어난 군략가로, 백성들에게는 신선으로 이름난 그는 어느 날 난세를 대비하겠다는 말과 함께 학당을 하나 세웠는데, 사람들이 사마휘를 더러 수경(水鏡)선생이라 불렀기에, 자연히 그가 세운 학당의 이름은 수경학당이 되었다.  

 

수경학당.

 

이곳이 처음 생겼을 때, 사람들은 사마휘를 비난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수경선생쯤이나 되는 사람이 조정을 등지고 어린 선비들이나 모아다가 공맹의 도리나 쳐 읽고 앉았다며..

 

허나, 그의 예상대로 난세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가 길러낸 제자들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원소 휘하의 전풍

 

조조 휘하의 순욱, 순유 곽가

 

그리고 손책과 함께 이제 막 강동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주유와 노숙

 


수경학당이 길러낸 인재들이 천하를 쥐락펴락 하기 시작하자,

 

수경학당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바뀌었다. 


수경학당, 

 

그곳에서 하루를 배우면 일 년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한 달을 배우면 관리의 몫을 다 할 수 있으며,

 

일 년을 배우면 천하의 기재로 이름을 날리고, 

 

삼 년을 채우면 관중과 악의에 비할 수 있게 되리라.

 

 

 

 

 


.

 

 

 


수경학당의 정문.

 

족히 백년은 살았을법한 나무들을 기둥과 대들보로 삼은데다 문짝에는 금박을 입혀 발톱을 세운 용과 아가리를 벌린 범이 하나의 구슬을 향해 달려드는 문양을 조각해 놓았으니, 

 

가히 황궁의 것들과 비교를 한다 해도 크게 밀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웅장한 문은 웬만한 사람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하여, 

 

이 문 앞에서 기가 질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선비들이 제법 있었다. 

 

의기를 품고 이곳을 찾은 젊은 선비의 발을 되돌릴 정도의 웅장함이니, 범인들은 이 앞을 지날 때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고,

 

그중에서도 여인의 몸을 타고난 이들은 감히 눈을 두는 것조차 꺼려했다.

 

 

이는 괴씨가문의 안방마님쯤 되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범인이었고, 여인이었다.

 

하여, 수경학당의 위엄을 한곳에 모아 놓은 듯한 이 문 앞에서 기가 질린 상태였다. 

 

그녀는 굳은 안색으로 학당의 문과 자신의 동생을 번갈아 바라봤다.

 

‘저 문이 과연 이 아이에게 열릴까?’

 

학당의 문은 자격이 있는 선비에게만 열린다고 알려져 있었다. 

 

허니, 답은 뻔했다. 

 

‘그럴 리가 없지.’

 

그녀의 눈에 이 문은 하나의 벽으로 보였다. 

 

그 자체로 금녀의 공간임을 경고하는 거대한 벽.

 

하여, 

 

저 문이 자신의 곁에 선 작은 소녀에게 열릴 리는 없다고 확신했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그녀의 곁에 서있던 소녀는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문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부서져라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쾅쾅쾅!!

 


학당을 울리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안에서부터 사람이 나왔다.

 

물론,

 

정문이 열린 것은 아니었다. 열린 것은 정문의 곁에 달아놓은 쪽문이었고,

나온 사람은 학당의 노비로 보이는 허름한 차림의 노인이었다.

 

쪽문을 열고 나온 노인은 문을 두드린 소녀와 소녀의 몇 보쯤 뒤에선 여인의 행색을 가만히 살펴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라비가 무엇을 놓고 가셨소이까?”

 

 

 

.

 

 

 

댓글 1

신호등 2018.05.02. 13:11
넘무 재밌게 잘 읽는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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