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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역사창작물 자작 삼국지 소설) 제갈량 3화.

 

 

 

 

 

 

[3화. 빛나는 소녀(3)]

 

 

 

소녀를 무사히 예장 땅에 데려다준 짐마차의 주인은 약간의 사례금을 받고는 홀연히 떠났다.

 

 

아, 

 

완전 홀연히 떠난 것은 아니었다. 

 

한 마디 말을 남기고 떠났으니,

 

“더러운 세상이요. 앞으로는 되도록 집밖으로 나오지 마시오.”

 

그 말을 들은 소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소녀는 멀어져가는 짐마차를 보며,

 

수많은 감정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히는 기분을 느꼈다. 

무어라 형언하기 힘든 이 감정을 소녀가 형언 할 수 있게 되는 때는 이로부터 삼년이 지난 뒤였다. 

 

 

 

.

 

 


소녀는 슬슬 여인의 풍모를 풍기기 시작했다. 

 

키도 많이 자랐고, 

 

본디 백옥 같던 피부는 더욱 고와졌으며, 입술은 붉어 졌고, 가슴은 봉긋 솟았다.

 

허나,

 

그때까지도 소녀가 기다리는 사람은 찾아오지 않았다.

 

운랑.

 

소녀는 그제야 그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때쯤하여 소녀의 숙부도 태수자리를 잃었다.

하여, 소녀는 이제 두 언니가 있는 형주로 향하게 되었다.

 

자신을 태워가기 위해 준비된 마차에 오른 소녀는 어쩐지 익숙한 달그닥 소리에 삼 년 전의 어떤 날을 떠올렸다.

 

그날 소녀를 구해준 은인은 정인을 잃은 저에게 운이 좋았다는 말을 했었고,

 

또 더러운 세상이니 앞으로 집밖으로 나오지 말란 말을 했었다.

 

그 말을 지금에 와 곱씹어보니 참으로 서글펐다.

 

‘난세를 살아가는 여인의 삶이란 이미 죽어있는 삶이 아닐까?’

 

운이 좋고 또 좋아야만 간신히 살아남음을 허락받을 수 있는 삶 

 

눈앞에서 정인이 사지로 걸어들어 가는데도 발을 동동이며 절규를 내지르는 거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삶,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아야 간신히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삶,

 

이런 삶을 살아가게 될 자신이 운랑과 서주의 백성들의 마지막을 기억하고 있은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답답한 생각들만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되풀이 된지 얼마나 되었을까?

 

그사이 마차가 제법 긴 거리를 지나왔는지..

 

들이쉬는 공기에서 강의 내음이 물씬 감겨왔다. 

 

목적지인 형주 땅에 슬슬 가까워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소녀의 가슴은 더욱 답답해졌다.

 

 

‘형주로 가게 되면 언니들은 새 혼처를 알아보려 하겠지?’

 

사내가 없는 계집은 아무것도 보장 받을 수 없는 시대니까.

 

그게 내가 안전할 수 있는 길이라 여기겠지.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또, 운이 따르기만을 기도하고 정인이 죽지 않기를 바라보는 삶인 것을  기다리고 죽어있는 것과 다름이 없는데.

 

더욱더 답답해진 생각의 모양새에,

 

기분전환이 하고 싶어진 소녀는 마차의 창을 열었다.

 

그러자, 난세를 빗겨간 형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장강을 몽창낀데다 사통팔달의 요지에 있는 형주는 본래도 풍요로운 주였지만, 황건적의 난 이후 계속된 전란에 피해를 입지 않은 몇 안되는 주중에 하나였기에,

 

피바다가 된 서주나 불바다가 된 양주와는 사정이 많이 달랐다. 

 

여기저기 고래등같은 기와집이 멋을 뽐내고 있었고,

 

오만 것들을 실은 짐마차와 행상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 수많은 광경들 중에 소녀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도 있었으니,

 

어떤 이가 벽서를 붙이고 사람들이 그 앞으로 몰려드는 생경한 풍경이었다. 

 

시대는 난세, 

 

사실 벽서자체는 생경할 것이 없었다. 

 

관에서는 알려야할 것이 많고, 

 

백성들은 불만이 많으니, 

 

벽서야 날이면 날마다 붙었다.

 

하여,

 

소녀가 생경하게 여긴 것은 벽서자체라기 보다는 남들이 다 보는데서 벽서를 붙이고 있는 광경이었다. 

 

‘관에서 나온 거는 아닌 거 같은데..’

 

벽서를 붙이고 있는 사람을 보아하니, 머리칼에는 노란 빛이 감돌고 피부는 가무잡잡한 것이 필경 호족(오랑캐)같았다. 

 

호족을 사냥감 취급하는 강남의 관에서 그들을 이런 일에 부리지는 않을 테니,

 

저 호족 사람이 붙이는 벽서는 분명 민간에서 만든 것 일터였다.

 

민간에서 붙이는 벽서는 익명성이 생명이다. 

까딱해서 관의 눈 밖에 나면 잡혀 죽을 테니까.

 

헌데 대낮에 붙이고 있다니?

 

소녀의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마차를 세워주세요.”

 

 

 

 

 

.

 

댓글 추천 감사합니다 ㅎㅎ 

댓글 9

리나군 2018.04.27. 22:20
늘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자주 좀 부탁드려요 ㅠ
댓글
소레나 작성자 2018.04.30. 20:19
 리나군

넹 ㅎㅎ 쓰는데 시간이 좀 걸려요 

댓글
소레나 작성자 2018.04.30. 20:18
 히이라기카가미
다음화에서 뵐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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