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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역사창작물 자작 삼국지 소설) 제갈량 1화

 

 

 

 

 

 

 

 

 

 

1화. 빛나는 소녀(1)

 

 

 


그로부터 사년 뒤.

 

그사이 동탁은 죽어 없어졌다. 

 

허나, 수많은 야심가들은 창칼을 내려놓지 않았다. 

 

동탁이라는 공적이 사라지자,

 

그들은 서로를 먹어치우기 위해 창칼을 서로에게 돌렸다. 

사실 동탁토벌은 허울 좋은 명분이었고 그들의 목표는 천하를 차지하는 것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숱한 야심가들 중에 가장 두각을 나타낸 자들 중 하나인 조조.

 

숱한 야심가들을 무릎 꿇려 훗날 위 촉 오 삼국중 가장 강한 세력이라 할 수 있는 위의 지배자가 되는 이 사내의 창칼은 지금 서주(徐州)의 백성들을 유린하고 있었다.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살려줘!!”

 

수십만 명의 헐벗은 백성들이 울부짖음을 토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허나, 붉은 갑옷을 입은 병졸들은 그네들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안광을 번뜩이며 집요하게 도망치는 자들을 쫒았다.

그리고, 시퍼런 창칼을 아무렇지도 않게 박아 넣었다.

 

촤악!!

 

방금 까지만 해도 숨이 붙어 있던 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더운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그 붉은 물감은 그 무엇도 칠하지 못했다.

 

병졸들의 몸뚱이는 이미 다른 자에게서 뒤집어쓴 피로 칠갑이었고,

 

지상 또한 십수만 명이 흘린 피로 더 이상은 칠할 곳이 없었다.

 

그뿐이랴

 

서주의 젖줄인 사수(泗水)는 이미 오래전에 붉게 물 들었을 뿐만 아니라 병사들이 아무렇게나 던져 넣은 시체로 하류가 메워져 더 이상 흐르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시산혈해(屍山血海).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바다를 이룬다는 그 말은 필경 은유였을 터인데,,

 

지금 서주 땅에는 실제로 시산혈해의 생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아니, 펼쳐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체는 늘어가고 있었으니까. 

 

이 생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숨이 붙은 자들은 미친 듯이 도망치고 있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사람들 중에는 열두 살배기 소녀와 그녀를 등에 업은 그녀의 정혼자도 끼어있었다.

 

 

시대는 난세.

 

소녀도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귀로 들어왔기에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생지옥을 직접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이 광경에서 벗어나고자 눈을 감았다. 

 

허나,

 

소녀의 영특함은 소녀가 이 광경에서 그렇게 쉽게 벗어나게 놔두지 않았다.

 

소녀의 머릿속에선 생지옥이 끊임없이 재생되었고, 귓가엔 백성들의 울부짖음이 멈추지 않았다.

 

하여, 소녀는 정혼자의 등을 꼬옥 끌어안고는 입을 열었다.

 

“운랑,.. 무섭습니다.”

 

한 번 보면 무엇이든 잊지 않는 특이한 체질을 가진 정혼녀의 음성에서 떨림이 전해오자, 

 

소녀를 등에 업은 청년은 소녀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아챘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아 무서우냐?”

 

“···네.”

 

미친 듯이 달리는 와중이었지만, 청년은 소녀의 두려움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길 바랬다. 하여, 소녀의 엉덩이를 받친 창대를 더욱 단단히 죄고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무서워 할 거 없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네가 그들의 모습을 잊지 않고 기억해준다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감사한 일일게다.”

 

“감사요?”

 

“그래.”

 

확신이 깃든 정혼자의 음성에, 소녀는 머리를 굴려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죽음은 그냥 생의 끝을 의미할 뿐이었다.

 

감사라니 얼토당토않은 소리다. 

 

이것은 저를 달래고자 그냥 뱉은 말이리라,

 

소녀는 어느새 좀 전의 두려움을 까맣게 잊고는 볼을 부풀렸다.

 

“피··· 그런 마음을 품는 사람은 아마 운랑뿐일 겁니다.”

 

“응?”

 

“운랑께선 일전에 장수가 되고 싶다고 하셨지요? 이름을 남기고 싶다.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다. 이런 생각은 운랑같은 호걸들이나 하는 생각입니다. 저 같은 보통사람들은 그저 살고 싶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는걸요.”

 

소녀는 그렇게 재잘거리느라 두려움이란 감정을 자기도 모르게 잊었다. 

 

그 사이, 쉬지 않고 달린 그녀의 정혼자의 다리는 두 사람을 외딴 개울 앞에 데려다 주었다.

 

개울의 폭은 제법 넓어서 일단 건너기만 한다면 추격자들을 쉬이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운 좋게도 거룻배 한 척도 남아 있었다. 

 

아,, 

 

살던 곳에서 이런 살육의 장이 펼쳐진 거 자체가 운이 좋은 것은 아니구나,,

 

쨌든, 청년은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했다.

 

헌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추격해오는 조조군의 기척이 너무도 바짝 붙어 있었다.

 

이대로 함께 거룻배에 오른다면 강 한복판에서 꼼짝없이 화살세례를 받게 될 터였다. 

 

청년이 해야 할 행동을 정하는 데에는 찰나의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등에 업은 정혼녀를 조심스레 거룻배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량이 네 말이 맞다. 나는 장수가 되어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 허나, 아직은 너와 같은 ‘보통사람’이다.” 

 

청년의 담담한 몸짓과 차분한 목소리에,

 

직감적으로 이질감을 느낀 소녀는 달칵 내려앉는 가슴께를 부여잡으며 외쳤다. 

 

“싫습니다.”

 

청년이 소녀에게 권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었지만,

 

소녀는 필사적으로 무조건적인 거부를 토했다. 

 

허나, 청년은 제 말을 멈추지 않았다.

 

“살고 싶다. 내 머릿속엔 이곳을 너와 함께 살아나가고 싶다는 생각 밖에는 없다. 허나 죽게 된다면 누군가 나의 죽음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싫어요! 싫다구요 운랑!”

 

소녀는 몸을 바르르 떨며 울부짖었다. 

 

그녀의 구슬픈 울음소리는 그 어떤 창칼보다도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청년의 가슴을 찢어 발겼다. 

 

허나, 

 

청년은 이 순간이 소녀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잊히지 않을 순간임을 알았다. 

 

하여, 그는 애써 웃었다. 

 

“오늘 죽은 또 죽어갈 사람들도 아마 같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아직 역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자들이다. 허니, 이 잔혹한 살육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아마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겠지. 하여, 나는 네게 감사할 것이다.”

 

청년은 아프게 웃으며 말을 마쳤다.

 

그리고 소녀를 태운 거룻배를 힘껏 밀었다. 

 

“싫어!!”

 

끝내 절규 섞인 외침까지 뱉어 냈건만, 

 

청년은 이미 그녀에게서 몸을 돌린 뒤였고, 

 

청년의 완력에 힘입은 거룻배는 소녀의 마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살을 갈랐다. 

 

그러자마자 조조군의 병졸들이 그 자리에 들이닥쳤으니, 

그야말로 간발의 차였다. 

 

간발의 차로 소녀를 떠나보낸 청년은 정혼자를 단단히 업는데 쓰던 창을 새로이 꼬나 쥐고서 달려드는 적들을 찔러 넘기기 시작했다. 

 

한번 휘두를 때마다 꼭 한명이상은 찔러 넘겼으니, 청년의 창술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허나, 

 

붉은 갑주의 병사들은 너무도 많았다. 

 

청년은 점차 곁을 허락하는 적의 수를 늘리더니 종국에는 붉은 갑주를 입은 자들에게 둘러싸여 모습을 감췄다.


그 모습을 속절없이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던 소녀는 발을 동동 구르며 절규를 토해내다 끝끝내 혼절 하고 말았다. 


서주 대학살. 

 

조조의 아비가 서주 땅에서 죽는 바람에 시작된 이 참극은 한 소녀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새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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