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영국의 1부~13부 축구 리그 시스템(재업)[발롱도르~]

영국의 축구 리그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해,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하부리그 팀 중 하나인 첼시 로버스가 EPL로 올라간단 가정을 해보면서 저~기 심해인 13부 리그부터 1부리그까지 간략한 시스템을 설명을 해보겠다.

첼시 로버스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보자면, 이 팀은 2021년 기준 영국의 13부 리그인 '서리 사우스 이스턴 콤비네이션 인터미디에이트 디비전 투(약칭 SSEC 인터미디에이트 디비전 2)' 에 속해있다. 우리나라 식으로 번역해 보면 대략 '성남시 수지구 동부 2부리그'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이름 길이도 그렇고 존나 까마득한 심해 밑바닥으로 보인다. 참고로 영국은 여기 밑에 24부리그까지 있다. FA 직원들 과로사각이 나온다.

SSEC 인터미디에잇 디비전 2에 대해 설명해보자면, FA 산하의 지역 축구협회 중 하나인 SSEC에 속해있다. SSEC는 영국 런던 근교의 도시인 서리의 일부분을 관할하는 3개 지역축구협회 중 하나인데, 서리 지방의 12부~20부 리그까지 여기서 관할한다. 첼시 로버스가 13부니까 SSEC에 속한 팀 중에선 꽤 ㅅㅌㅊ인 셈이다.

13부인 SSEC 인터 디비전 2는 총 11팀이 참가하고, 그 11팀 중에 첼시 로버스가 최대 상위 2팀 안에 들었다? 축하한다. 이제 첼시 로버스는 SSEC 중 최상위 리그인 12부 리그로 승격했다. 

12부-SSEC 인터미디에이트 디비전 1(14): 12부로 올라온 첼시 로버스는 이제 SSEC의 팀들 중에서는 최강의 팀들 중 하나이다. 여기서 승격하려면 14팀 중 최대 상위 3팀안에 들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승격 팀 수를 말할 때 '최대' 상위 X팀 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궁금할텐데, 하부리그는 팀들 마다 재정상황이나 기타 인프라 등등이 천차만별이라 승격하려면 심사를 통과해야한다. 그래서 3팀이 확정적으로 승격이 아니라 최대 3팀이라고 하는거다.

11부-서리 프리미어 카운티 풋볼 리그(14): 첼시 로버스는 드디어 서리 지방에서도 손꼽히는 팀 중 하나가 됐다. 이 리그의 관할구역도 서리 일부분이 아닌 서리 시 전체로 넓어졌다. 그래도 아직 13부랑 도찐개찐인 조기축구 팀이다. 한 마디로 옆 집 제임스가 우리팀 에이스고 축구 좋아하는 양복점 사장님 마틴 아저씨가 코치인 상황이 가능하다는 뜻. 상위 5팀에 승격심사 자격이 주어지고 3팀 정도가 10부로 승격한다.

10부-컴바인드 카운티즈 리그 디비전 원(21): 리그 이름에서 서리가 빠진게 보이는가? 그렇다. 이제 리그를 관할하는 곳이 컴바인드 카운티즈 리그라는 더 상위 기관으로 달라졌다. 컴바인드 카운티즈 리그는 서리 시만을 관할하던 11부 리그와는 다르게 인근 지방의 9-10부 리그까지 관할한다. 사실 컴바인드 카운티즈 리그 말고도 9-10부를 관할하는 지역리그들은 밑에 사진에서 보듯이 꽤 많다. 

그리고 여기부터 아주 좋은 점이 하나 생기는데, 10부리그 우승 팀들은 다름아닌 FA컵 추가예비예선 라운드에 참여할 자격이 생긴다. 이것 말고도 9-10부리그 팀들의 리그컵에 해당하는 'FA 베이스'에 참가할 수 있다. 이제 잘하면(아주 잘하면) FA컵에서 첼시 로버스라는 이름을 볼 수 있는거다!

(영국 9-10부리그들의 관할지역 사진. 런던이 있는 자리 쯤에 보이는 살구색 지역이 바로 컴바인드 리그의 관할지역이다.)

 
9부-컴바인드 카운티즈 리그 프리미어 디비전 노스(18): 첼시 로버스가 10부에서 1~5위팀 안에 든다면, 9부 리그인 이곳으로 올 자격이 생긴다. 정확히는 1위는 다이렉트 승격, 2~5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이 중 2팀, 총 3팀이 올라간다.
이 9부리그에 대해 설명하자면 프리미어 디비전 노스, 사우스로 나뉘는데, 위 사진의 살구색 구역(런던 남서부, 서리 시) 중에서 북쪽 팀은 노스, 남쪽 팀은 사우스로 승격하는 방식이다. 첼시 로버스의 연고지는 런던 내부의 치즈웍이란 곳이므로 노스로 가는게 유력하다.
9부리그 부터는 이제 FA컵 추가예비예선에 등수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다.
승격 룰을 설명해보자면, 첼시 로버스는 18팀 중 1위를 하면 8부로 자동 승격되고 2위를 하면 8부리그 팀의 16위 or 17위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룬다.
 
8부-이즈미언 리그 디비전 원 사우스 센트럴(19): 이제 첼시 로버스는 더 상위 리그인 이즈미언 리그로 올라왔다. 7-8부 리그는 지역별로 이즈미언리그, 서던 리그 센트럴, 서던 리그 사우스, 노던 프리미어리그 이렇게 총 4개의 리그로 구성되고, 8부리그는 이 4개 리그 아래서 2개 리그, 총 8개의 리그로 운영된다. 같은 등급에 수십 수백개의 리그가 있던 13부 리그에 비하면 매우 장족의 발전이다.
8부 리그부터 9~10부랑 달라지는 점이 많은데, 이제는 5~8부 팀들의 리그컵인 'FA 트로피'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FA컵에서도 8부에서 최하위권이 아니면 추가예비예선보다 윗단계인 예비예선부터 참가할 수 있다.
유명한 팀들의 예시를 들어보자면, 저번 FA컵에서 토트넘과 맞붙어 화제가 됐던 마린이라는 팀이 여기 있다. 근데 이 팀의 근황을 찾아보니 곧 9부로 강등각이다...
여기서 우승하면 7부로 바로 승격, 2~5위에 들면 플레이오프를 치뤄 이 중 1개팀만 자동으로 승격된다.
 
7부-이즈미언 리그 프리미어 디비전(22): 여기쯤 오면 느껴지는게 있을텐데, 리그 이름이 너무 길어 약칭을 써야했던 아랫동네 리그들과는 달리 이름이 확연히 짧아지고 있다. 사실 13부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최소 6년이 걸린다. 하지만 지치기에는 이르다. 아직 딱 절반 왔고 갈 길이 멀다.
7부 리그는 지역별로 총 4개 리그로 운영된다. 슬슬 전국구리그에 가까워져간다.
여기부터는 7부 최하위권에 들지 않는 한 FA컵 1차예선부터 참가할 수 있다!
7부에서 1위팀은 자동으로 6부로 승격, 2~5위 팀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그 중 2팀, 총 3팀이 6부로 올라간다.

(영국 7부 리그의 관할구역, 초록색이 첼시 로버스가 속할 이즈미언 리그)
 
6부-내셔널리그 사우스(21): 첼시 로버스는 온갖 개고생 끝에 드디어 세미프로인 6부로 올라왔다. 6부부터 크게 달라지는 점이 있는데, 이 리그의 정식 명칭은 'Vanarama National League South'로 드디어 앞에 스폰서가 붙는다. 그리고 TV 중계권료가 여기서부터 조금씩 벌리기 시작한다. 아직은 수십만원대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거다. 예전에 풋볼메니저에서도 영국 6부까지 나온 만큼, 사실상 듣보잡리그가 아니라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약 K3~4 정도라고 볼 수 있다.
6부는 내셔널리그 사우스, 노스 총 2개로 운영되는데, 여기부터 FA컵에서 2차예선부터 참가할 수 있다. 6부리그에서 우승팀은 자동승격, 2~7위팀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플옵 우승팀 1팀, 이렇게 2팀만 올라가는 빡빡한 구조다.
 
5부-내셔널리그(23): 축하한다. 이제 첼시 로버스는 전국구리그에 속한 팀이다. 5부리그부터는 여기 내셔널리그 1개밖에 리그가 없다. 저 위에 프로팀들에서 슬슬 스카우터들이랑 임대요청이 오기 시작할거다. FA컵에서도 본선 직전인 4차예선부터 참가가 가능하다.
여기서 FA컵이 이런 리그 팀들한테 중요한 이유를 말하자면, 세미프로~아마추어 팀은 수천만원으로 팀 명줄이 왔다갔다 할 정도로 다들 영세한 팀들이라 주급도 많아봐야 몇십만원 정도밖에 주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FA컵을 잘 치뤄서 상위 라운드로 올라간다? 총 상금이 아닌 라운드별로 수백~수천만원이 참가비로 벌리고 그러다가 잘해서 EPL이나 2부팀이라도 만나면 수천만원~수억이 입장권 수입으로 분배된다. 대회 한 번에 속한 리그에서 손꼽히는 부자팀이 되는 셈이다.
2016-17 시즌에 링컨시티라는 5부리그 팀이 FA컵에서 8강에 가는 대이변을 일으켰는데, 그 과정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리빌딩을 잘 했는지 이후 3부리그까지 폭풍승격하며 저번 시즌에는 2부리그로 아쉽게 승격에 실패했다.
5부리그의 승격제도는 6부랑 똑같다.
 
4부-EFL 리그 2(24): 첼시 로버스는 이제 프로팀으로 거듭났다. 5부에서 프로인 4부로 올라가려면 승격심사를 거쳐 통과를 해야 하는데, 이 승격심사라는게 선수들 주급은 잘 주는지, 재정상황은 어떤지 이런 기초적인 것만 보는거라 지금까지 탈락한 사례가 딱 1건일 정도로 좆밥이다. 프로에 올라간 만큼 크게 달라지는 점이 하나 있다. 선수들과 계약을 파트타임이 아닌 프로계약으로 전환하게 되는데, 이제 일하고 남은 시간에 공차는 조기축구회가 아닌 진정한 프로팀이 되는 것이다. 
또한 5부리그까진 선수들이 대부분이 팀과 무계약 상태라 다른 팀에서 선수들을 뺏어오는게 매우 쉬웠다. 한 마디로 작년 우리팀 에이스가 올해는 옆 도시 팀에서 뛰고 있네? 이런 상황이 많았다는거다. 하지만 4부부터는 프로인 만큼 이런 상황이 거의 사라진다.
여기부터는 FA컵 본선 1라운드부터 참가하게 된다. 2번만 이기면 FA컵에서 EPL팀과 마주칠 수 있는거다. 또한 우리들에게 매우 익숙한 대회인 EFL컵, 일명 카라바오컵에 참가할 수 있다.
4부리그에서는 1~3위가 3부로 자동승격, 4~7위는 플옵을 치뤄 우승팀 1팀, 총 4팀이 3부로 올라간다.
 
3부-EFL 리그 1(24): 대망의 EPL까지 여기서부터 2번만 더 올라가면 된다. 사실 FA컵이랑 리그컵에서는 4부랑 큰 차이가 없다. 굳이 꼽자면 리그컵에서 예선을 치룰 상황이 사라진다는거? 대표적으로 몇 팀만 꼽아보자면 우리에게 꽤 익숙한 위건 에슬래틱과 이청용이 뛰었던 볼턴, 위의 5부리그에서 말했던 링컨시티 등이 여기서 뛰고 있다. 아마 여기쯤부터(사실 4부도 그렇긴 한데) 구단주나 운영진이 어지간히 병신이 아니면 팀이 파산해서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할 일은 없을거다.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거 자체가 전국적으로 명성이 꽤 있는 팀이라는 방증이기 때문.
만약 첼시 로버스가 여기까지 올라왔다면 사실 전 잉글랜드의 축구팬들 중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어야 정상이다. 그런 상황이 진짜로 일어난다면 첼시 로버스는 그때쯤 어떤 모습일까?
3부리그에서는 1~2위팀이 2부로 자동승격, 3~6위 팀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우승팀 1팀, 이렇게 총 3팀이 2부로 간다.
 
2부-EFL 챔피언십(24): EPL까지 단 1번 남았다. 13부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최소한 11년이 걸리는 걸 생각하면 만약 첼시 로버스가 여기로 온다 해도 그때까지 우리가 살아있을지부터가 의문이 든다. 여기 팀들 면면을 살펴보면 EPL에서 많이 본 듯한 팀이 꽤 섞여있다. 대표적으로 본머스, 기성용의 스완지, 셰필드 등등. 여기 팀들은 EPL팀들과 같이 FA컵 본선 3라운드부터 참가하게 된다. 
EFL 챔피언십의 승격 제도는 3부리그와 같다. 여기서 승격하면 드디어 대망의 EPL로 가게된다...
 
1부-EPL(20):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축구선수들의 꿈의 무대 EPL. 무려 최소 12년이 걸리는 기나긴 싸움 끝에 첼시 로버스는 드디어 여기에 입성했다. 만약 이런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드라마나 영화 1개쯤은 나왔을 것이다. 여기 팀들의 재정 규모는 거의 어지간한 대기업 뺨친다. 매년 이적료로 수백억을 지출하고 그만큼 벌어들이고, 시즌이 끝날때마다 중계권료, 대회 수입 등등 수천억을 벌어들인다.
EPL에서 1~4위팀은 대망의 챔피언스리그에 간다. 5위팀은 유로파리그, 6위팀은 유로파 컨퍼런스리그에 진출한다. 다만 FA컵 우승팀이 1~6위 팀 중에 있으면 유로파랑 컨퍼런스 순위가 1칸씩 뒤로 밀리게 된다.
 
여기까지 영국의 축구 리그 제도와 대략적인 설명이었다. 글 쓰는데 2시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특히 5부리그 이하의 승강제에 대해 서술하는데에는 영국의 축구 사이트 'Non League Matters'가 큰 도움이 됐다. 잘 읽으셨으면 발롱 한 번 보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