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역사 일본사 이야기 16 : 황실과 후지와라씨의 싸움, 쿠스코의 난

칸무 천황(桓武天皇; 환무천황)은 후지와라씨와 같은 막강한 귀족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헤이안쿄(平安京; 현재의 쿄토)로 천도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수도를 옮긴 후에도 조정과 후지와라씨의 암투는 계속되었다..

 

▲ 후지와라 가문의 문장

 

806년 칸무 천황이 죽었다.

그에 따라 원래 황태자였던 사와라(早良)가 황태자 자리에서 쫓겨난 뒤 황태자가 된 아테(安殿)가 헤이제이 천황(平城天皇; 평성천황)이 되었다.

 

그런데 이때 쯤...

황실 뿐만 아니라 후지와라씨 내부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바로 후지와라 4가 사이에서 벌어지던 세력 다툼이 격화된 것..

 

• 후지와라 4가 : 후지와라노 후히토(藤原不比等)의 네 아들이 후지와라 씨에 네 개의 지류를 만들어 가문을 이어나갔는데, 그 네 개의 지파를 뜻함.
•  ① 후지와라 남가(藤原南家)
•  ② 후지와라 북가(藤原北家)
•  ③ 후지와라 식가(藤原式家)
•  ④ 후지와라 경가(藤原京家)

 

이 후지와라 4가는 후지와라 사형제가 천연두로 사망한 후 침체기에 빠졌으나.. - 자세한 내용은 본 콘텐츠 12회차 참조 -

식가였던 후지와라노 요시츠구(藤原良繼), 후지와라노 모모카와(藤原百川) 등의 노력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터 한동안 후지와라 식가가 실권을 장악하게 된다.

 

이후 칸무 천황 때는 식가의 후지와라노 타네츠구(藤原種継)가 전반적인 수도 건설의 책임자로 지정되면서, 식가의 권력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공사 현장을 순찰하던 타네츠구가 갑작스럽게 암살당하면서, 후지와라씨의 세력이 서서히 북가로 넘어가기 시작하였다.

 

특히 북가의 후지와라노 우치마로(藤原内麻呂)는 헤이제이 천황의 동생이자 황태자였던 카미노(神野)를 후원하면서 천황 옆에 있던 식가와 다른 루트로 세력을 넓혔다.

이에 타네츠구의 딸이자 헤이제이 천황의 첩이었던 후지와라노 쿠스코(藤原藥子)는 그의 오빠였던 후지와라노 나카나리(藤原仲成)를 꼬득여 헤이제의 천황을 태상천황(太上天皇; 이하 상황)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 후지와라노 쿠스코

 

당시 일본에서 상황은 '천황가의 최고 웃어른'으로서 어린 천황을 후견한다는 명목으로 국정에 직접적으로 관여를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식가였던 쿠스코와 나카나리는 헤이제이를 상황으로 만들어 북가 세력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마침 헤이제이 천황은 황태자 시절부터 몸이 좋지 않고 병 투병이 잦았기에, 이를 사와라의 원혼 때문으로 생각하고 재난을 피해서 황위를 양위할 생각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따라서 쿠스코와 나카나리의 제안을 승낙하여 황태자에게 황좌를 넘기기로 결정하였다.

헤이제이 천황은 상황이, 카미노 황태자는 황좌에 올라 사가 천황(嵯峨天皇; 차아천황)이 된다.

 

 ◀ 사가 천황

 

그리고 조정의 세력은 자연스럽게

'상황 + 후지와라 식가 vs 천황 + 후지와라 북가'의 대립 구도로 나타나게 되었다.

 

 

쿠스코의 난

 

헤이제이 상황은 양위 후 약 1년 가량이 지나자 이전의 수도였던 헤이죠쿄(平城京; 현재의 나라현)로 거처를 옮긴다.

 

그런데 이때 상황과 천황의 사이를 악화시키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사가 천황이 헤이제이가 공들여 만들어 놓았던 '관찰사(觀察使)' 제도를 폐지해버린 것이다. 

 

관찰사 제도란 지방행정 감찰의 역할을 하는 관찰사를 각 지방에 파견하여 행정업무를 보게 하는 것인데, 역할은 오늘날의 도지사와 비슷했다고 보면 된다.

 

헤이제이가 재위기간 중 가장 공들여서 만든 정책이 바로 이것인데, 불가 시행된지 4년 만에 사가 천황이 폐지시켜 버린 것이다.

이에 헤이제이는 분노하여..

상황 세력과 천황 세력간의 대립은 삽시간에 불타올랐다.

 

결국 헤이제이 상황은 헤이안쿄를 폐하고 자신이 있는 헤이죠쿄로 천도한다는 조칙을 내려버렸고,

사가 천황은 예상치도 못한 천도에 벙찌게 된다.

 

 ◀ 헤이죠쿄

 

사가 천황은 일단 상황의 조칙이니 어쩔 수 없이 이를 따를 의사를 보이며 자신의 측근들에게 황궁 조영을 맡겼으나..

칸무 천황 때 심심하면 천도 했던거에 불만을 갖고 있던 백성들의 민심이 동요하였고,

결국 사가 천황은 상황의 천도 조칙을 거절하기로 결심한다.

 

사가 천황은 바로 쿠스코와 나카나리를 체포하였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권력을 모두 없애버린다.

또한 상황의 측근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모두 잡아서 감금시켜버린다.

 

헤이제이 상황은 이에 급대노하였고..

바로 군사를 일으킬 생각으로 동쪽지방으로 향한다.

이에 사가 천황은 에미시(蝦夷) 정벌에 나서곤 했던 사카노우에노 타무라마로(坂上田村麻呂)에게 상황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 사카노우에노 타무라마로

 

결국 타무라마로의 병사들에게 막힌 헤이제이 상황은 체념하고 야마토로 돌아가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고....

나카나리는 사형 당하고 쿠스코는 독을 먹고 자살했다.

 

이렇게 쿠스코가 헤이제이 상황을 교사하면서 시작된 상황과 천황의 싸움을 '쿠스코의 난(藥子の乱)' 이라고 한다.

- 그런데 요새 교과서에는 '헤이제이 태상천황의 변(平城太上天皇の変)'이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다고 함. -

 

쿠스코의 난 이후 후지와라씨의 권력 다툼은 후지와라 북가가 승리하게 되었다.

 

또한 사카노우에노 타무라마로가 죽고 그의 부하였던 훈야노 와타마로(文室綿麻呂)가 에미시 정벌에 성공하면서, 향후 30년 간 큰 사건 없이 평화로운 나날이 지속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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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나라시대의 시작과 후지와라 사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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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칸무천황의 두 차례 천도, 헤이안 시대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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