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설정

문명/역사 일본사 이야기 15 : 칸무 천황의 두 차례 천도, 헤이안 시대의 시작[발롱도르~]

일본의 50번째 천황인 칸무 천황(桓武天皇; 환무천황)은 어머니가 백제계 도래인이었다.

그렇기에 코닌 천황(光仁天皇; 광인천황)의 장자였음에도 황제가 되기에는 혈연적으로 무리가 있었고 귀족들의 반발이 심하였다.

따라서 실제로 황태자도 이복동생인 오사베(他戶)로 임명되었었지만, 오사베가 모반죄로 숙청되면서 겨우 황태자가 될 수 있었다.

- 오사베를 모반범으로 몰은 것이 칸무 쪽 세력이라는 설도 있음. -

 

다운로드.jpg

▲ 칸무 천황

 

칸무천황은 즉위 후 3년만에 수도 천도 계획을 밝히고, 계획을 밝힌지 몇달만에 바로 나가오카쿄(長岡京; 현재의 나가오카쿄시)로 수도를 옮겨버린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천도를 한 이유를 학계에서는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 ① 텐무 천황계 세력에 대한 대항 목적
    • 임신의 난으로 텐지 천황의 아들이자 자신의 조카인 오오토모 황태자를 죽이고 황좌에 오른 텐무 천황..
    • 이후 천황계는 텐무 천황의 피가 섞인 황자들이 즉위한다.
    •  
    • 그러나 칸무 천황과 그의 아버지인 코닌 천황은 텐무 천황의 피가 하나도 안 섞인 순수한 텐지 천황계 천황이었다.
    • 이전까지 쭉 텐무 천황계가 황위를 지켜왔기 때문에, 조정에 남아있는 대다수의 황족은 텐무 천황계였고, 그 때문에 텐지 천황계인 칸무 천황에 대한 반발이 심했다.
    • 그래서 이 텐무 천황계들의 세력과 기반을 약화시키기 위해 천도를 단행하였다는 것이다.
    •  
    • 천지, 천무천황계보.png

      ▲ 텐지, 텐무 천황계의 계승도 : 코닌 천황과 칸무 천황은 텐지 천황의 아들인 시키친왕의 자손으로, 텐무 천황의 피가 섞이지 않았다.

 

  • ② 불교 세력 약화 목적
    • 쇼무 천황과 코묘시가 불교에 매진하고 장려하면서, 불교 세력들의 권력이 엄청 커져 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 따라서 이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천도를 하였다는 것.
    • 실제로 칸무는 새로운 수도에 불교 사원은 옮기지 못하게 하였다.

 

  • ③ 후지와라씨를 비롯한 귀족 세력 견제 목적
    • 당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던 후지와라씨와 같은 귀족 세력들을 누르고 천황의 권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천도하였다는 것.

 

  • ④ 나가오카가 백제 도래인의 중심지였다
    • 나가오카는 칸무 천황의 외가쪽인 백제 도래인들의 중심지였기에 칸무의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었다.

 

  • ⑤ 에미시 정벌 목적
    •  
    • 1024px-Yamato_en.png
    • ▲ 8C 당시 야마토의 세력 범위와 에미시의 위치
    •  
    • 당시 일본 열도의 동북 지방에는 '에미시(蝦夷)'라고 불리는 민족집단이 따로 존재하였다.
    • 야마토 정권의 세력범위가 점점 넓어지면서 에미시와 불가피하게 여러번 충돌하게 되었고, 야마토에 피해도 발생하게 된 것이다.
    • 이 때문에 여러 천황들이 에미시를 정벌하고자 하였고, 칸무 천황도 그 중 하나였다.
    •  
    • 실제로 칸무 천황은 사카노우에노 타무라마로(坂上田村麻呂)를 정이대장군(征夷大將軍; 오랑캐를 정벌하는 장군, 훗날 막부의 쇼군)으로 임명하여 3차례의 에미시 원정을 보내기도 하였다.
    •  
    • 나가오카쿄는 완전한 내륙이었고 교통도 불편했던 기존 수도 헤이죠쿄(平城京; 현재의 나라현)와는 달리, 강도 있고 비와호와도 더 가까웠기 때문에 동쪽으로 나가는데 편리한 수륙 요충지였기 때문에 에미시 정벌을 추진하기 좋은 요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도 건설 작업이 한창이던 785년 9월, 당시 수도 건설 책임자였던 후지와라노 타네츠구(藤原種継)가 공사현장을 순찰 돌다가 화살을 맞고 사망하고 만다.

이에 빡친 칸무 천황은 곧바로 범인을 수색하여 그 즉시 체포하였다.

 

그런데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 중에 칸무 천황의 친동생이자 황태자였던 사와라(早良)가 포함되어 있었고...

칸무는 더욱더 분노하며 사와라를 황태자 자리에서 내치고 유배를 보내버린다.

 

사와라는 무죄를 주장하면서 단식 투쟁을 했으나 유배지로 가는 도중 사망하였다.

 

그러나 사와라가 죽고 나서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칸무 천황의 황후와 부인들, 심지어 어머니까지 급사해버린 것이다 ㄷㄷㄷㄷ...

 

거기에 천연두가 다시 돌면서 거리는 시체가 넘쳤고, 심한 가뭄과 심한 홍수가 연이어 오면서 피해가 막심하였다.

또 사와라가 쫓겨난 뒤 황태자 자리에 올랐던 아테(安殿)도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리고 말았다.

 

이에 칸무 천황은 충격 먹고 점쟁이들을 불러 모아 점을 치라고 했는데, 하나 같이 사와라가 저주를 내렸다는 점괘가 나왔다.

 

칸무는 놀라서 즉시 사와라의 묘지를 정돈하고 불경을 외우는 등 영혼을 달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였으나, 천재지변은 멈출 생각도 안했다.

 

C7Mf1nrU4AA6qWP.jpg

▲ 사와라의 원혼을 나타낸 그림

 

이렇게 수도에 불길한 기운이 계속해서 감돌자.. 새로운 수도에서 새로운 국정을 펼치려던 칸무 천황은 희망없는 나날을 계속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칸무는 수도를 옮긴지 10년만에 진행 중이던 건설 작업을 모두 멈추고 재천도를 결심한다.

 

새로운 수도는 나가오카에서 3km 정도 떨어진 카도노군(葛野郡; 현재의 쿄토시)에 건설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수도는 영원히 평안가 번영을 누리라는 의미에서 '헤이안쿄(平安京; 평안경)'이라고 이름지었다.

 

헤이안쿄는 장안성을 모방한 헤이죠쿄와 비슷한 구조로 되어있었으나 궁궐과 도시의 크기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컸다.

그리고 풍수지리에 딱 좋은 곳에 도시를 배치하고 건설하였고, 그 주변 산과 하천은 풍수지리학적으로 사신(四神)에 조응하는 구도를 갖추고 있었다.

- 이 모양이 여성의 음부와 비슷해서 이곳에 살면 생산과 풍요, 번영과 안녕을 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여 수도를 조성하였다는 설도 있음. -  

 

다운로드 (1).jpg

▲ 헤이안쿄의 구조와 풍수

 

이후 헤이안쿄는 19세기 메이지 천황(明治天皇; 명치천황)이 토쿄(東京; 동경)으로 궁을 옮기기 전 까지 천 년 이상 수도의 역할을 하였다... ㄷㄷ

- 사실 일본의 수도가 토쿄라고 명시된 기록이나 법령이 없고, 메이지가 황거를 옮길 때 수도를 이전한다고 공표한 기록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일본의 수도는 헤이안쿄, 즉 쿄토(京都; 경도)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천황이 토쿄에 거주하고, 주요 국회 등 주요 관청이나 최고 국정 기관들이 토쿄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수도는 토쿄라고 보는 것이 맞다. -

 

 

 

이전 회차 모아 보기

http://www.flayus.com/mystery

 

13. 후지와라씨와 타치바나씨의 권력싸움 1

https://www.flayus.com/29686844

 

14. 후지와라씨와 타치바나씨의 권력싸움 2

https://www.flayus.com/29958350


 

댓글 1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사항 오늘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날입니다 2 조영욱갈아탐 90 4
공지사항 미역갤 '새해' 이행시 이벤트 당첨자 발표 조영욱으로갈아탐 111 8
공지사항 미스터리/역사 갤러리 통합 공지(2023.05.29) 88번이태석 1714 13
인기 50대들이 기억한다는 학원 분위기.jpg 김유연 26 3
인기 의외로 아예 금녀의 영역은 아니었던 일터 김유연 19 3
인기 몽골이 고려에서 벌인 학살 김유연 13 1
문명/역사
이미지
김유연 19 3
문명/역사
이미지
김유연 26 3
문명/역사
이미지
김유연 13 1
문명/역사
이미지
김유연 12 0
문명/역사
이미지
조자룡조영욱 51 2
밀리터리
이미지
조자룡조영욱 53 6
과학/우주/의학
이미지
조자룡조영욱 41 3
사회/인간
이미지
조자룡조영욱 62 8
자연/생물
이미지
조자룡조영욱 42 4
밀리터리
이미지
Sso! 93 5
기타
이미지
조자룡조영욱 293 22
사회/인간
이미지
조자룡조영욱 183 14
문명/역사
이미지
조자룡조영욱 76 8
사회/인간
이미지
조자룡조영욱 125 9
문명/역사
이미지
조자룡조영욱 72 7
문명/역사
파일
김유연 58 7
문명/역사
이미지
김유연 56 5
문명/역사
이미지
김유연 57 7
문명/역사
이미지
김유연 59 9
사회/인간
이미지
조자룡조영욱 18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