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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역사 일본사 이야기 17 : 섭관정치의 시작[발롱도르~]

쿠스코의 난(藥子の乱)을 진압한 사가 천황(嵯峨天皇; 차아천황)의 권력은 막강해진다.

그 권력이 어느 정도였냐면, 사가가 황위에서 물러나고 나서도 쥰나 천황(淳和天皇; 순화천황)과 닌묘 천황(仁明天皇; 인명천황) 때까지 상황으로서 계속 정무를 총괄할 정도였다.

 

한편 후지와라 가문 내 권력싸움에서 승리한 후지와라 북가의 권력도 막강해지기 시작했다.

북가의 후지와라노 후유츠구(藤原冬嗣)는 사가 천황의 신임을 얻어 관직도 얻고, 딸을 닌묘 천황한테 시집 보내어 천황가와 외척 관계를 형성한다.

 

 

승화의 변

 

후유츠구의 뒤를 이어 그의 아들인 후지와라노 요시후사(藤原良房)가 실세로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닌묘천황과 황후였던 그의 여동생 사이에서 미치야스 친왕(道康親王)이 태어난다.

 

당시 원래 황태자는 닌묘 바로 이전의 천황인 쥰나 상황의 아들이었던 츠네사다(恒貞)였는데, 요시후사는 미치야스가 태어나자 그를 황태자로 임명하기를 원했다.

이에 츠네사다 황태자와 쥰나 상황은 위협을 느껴 그냥 황태자직을 사퇴하고 미치야스에게 황태자직을 넘겨줄 생각이었으나, 사가 상황이 승인을 안해줘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사건은 쥰나 상황이 죽고 사가 상황도 큰 병에 걸려 위태로워졌을 때부터 일어난다.

황태자를 모시고 있던 토모노 코와미네(伴健岑)와 타치바나노 하야나리(橘逸勢)가 위기감을 느끼고 황태자를 동국지방으로 옮길 계획을 세운 것이다.

 

Kantomap-jp.png

▲ 동국지방

 

토모노 코와미네와 타치바나노 하야나리는 이러한 계획을 헤이제이 상황(平城天皇; 평성천황)의 아들 아보(阿保)에게 밝히며 상담한다.

그러나 아보가 이를 닌묘 천황의 어머니었던 단린황태후(檀林皇太后)에게 일러바쳤고, 황태후는 이를 후지와라노 요시후사에게 말했다.

 

얼마 후 사가 상황이 죽자, 후지와라노 요시후사는 닌묘 천황에게 토모노 코와미네와 타치바나노 하야나리 등 황태자 측근들이 모반을 꾀했다고 전해버린다.

이에 닌묘 천황은 헤이안쿄의 경비를 강화시키고 황태자의 측근들을 모조리 잡아들인다.

천황은 황태자는 사건과 무관하며 죄가 없다고 하였지만 신하들의 책임을 지라는 의미에서 황태자 직을 폐해버린다.

 

토모노 코와미네와 타치바나노 하야나리는 유배를 가게 되었고, 그 외 체포된 다른 사람들도 좌천되거나 추방되었다.

 

이후 후지와라노 요시후사의 뜻대로 미치야스가 황태자 자리에 오르게 되었고, 이 사건은 당시의 연호를 따 승화의 변(承和の変)이라고 부른다. 

 

 

응천문의 변

 

조정에서 영향력이 최고에 달하게 된 후지와라노 요시후사는 미치야스 황태자에게도 딸을 시집 보내어 외척 관계를 더욱 돈독히 했고,

미치야스가 몬토쿠 천황(文徳天皇; 문덕천황)으로 즉위한 후에도 황태자 선정 문제 등 중요한 황실 문제에 개입하며 압력을 행사하였다.

또 그로부터 얼마 후 가장 높은 직책인 태정대신(太政大臣)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그러나 당시 조정에는 요시후사를 견제하던 세력이 있었으니, 바로 토모노 요시오(伴善男)였다. 

그는 차관급이었던 대납언(大納言) 자리에 있던 사람이었는데, 학문적으로도 뛰어났고 정계에서 요시후사 다음으로 큰 세력을 갖고 있었다.

그는 고집이 쎄고 냉혹했던 성격이었는데, 이로 인해 좌대신(左大臣)으로 있었던 미나모토노 마코토(源信)와 큰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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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모노 요시오

 

하지만 그런 성격의 요시오도 세력적인 면에서는 요시후사를 견제할 수 있었지만, 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황태자 선정 문제로 천황과 요시후사가 대립할 때 천황의 신변을 걱정해 천황을 말렸고, 결국 요시후사가 이 대립에서 승리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선정된 황태자가 세이와 천황(清和天皇; 청화천황)으로 즉위하게 된다. 

 

그러던 866년 4월 28일, 갑자기 헤이안 궁의 행정적 중심 건물이었던 조당원(朝堂院)의 정문인 응천문이 불타는 사건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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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당원의 구조와 응천문의 위치

 

응천문의 불길은 삽시간에 커져 여러 사람이 붙어서 진압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국 전소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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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천문 화재 당시를 표현한 삽화

 

토모노 요시오는 이 화재의 범인으로 기존에 불화가 있었던 미나모토노 마코토를 지목했다.

응천문은 토모씨(伴氏)의 선조인 오오토모씨(大伴氏) 가문 - 쥰나 천황의 이름이 오오토모(大伴)였는데, 이에 오오토모씨는 피휘(避諱)하기 위해 토모(伴)으로 성을 바꾼다. - 에서 건립했는데, 미나모토노 마코토가 자신과 사이가 안좋은 토모씨를 저주하기 위해 방화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후지와라노 요시후사는 미나모토노 마코토의 체포를 명하고 미나모토의 집을 포위하는데..

그러한 요시후사를 말린 이가 있었으니, 바로 요시후사의 아들 후지와라노 모토츠네(藤原基経)였다.

모토츠네는 미나모토가의 사람들이 절망하고 한탄하는 것을 보고 방화의 죄를 억울하게 뒤집어 쓴 것 같다고 요시후사에게 말한 것이다.

요시후사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천황에게 이를 고하고 미나모토노 마코토를 변호하였다.

그렇게 미나모토노 마코토는 무사히 살아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반년 후, 오오야케 타카토리(大宅鷹取)라는 사람이 응천문 방화의 범인이 토모노 요시오(伴善男)와 그의 아들 토모노 나카츠네(伴中庸)의 짓이라고 밀고한다.

그는 토모씨 부자와 키노 토요키(紀豊城) 3명이 응천문 앞쪽에서 뛰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 직후에 응천문에 불이 났다고 말했다.

 

결국 토모씨 부자와 키노 토요키는 체포되어 심문을 받게 되었지만, 그들은 모진 고문에도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토모노 요시오를 떠보기 위해 했던 "나카츠네가 자백했다"라는 거짓말에 요시오가 넘어가면서 요시오는 체념하고 자백했고, 이들은 모두 유배되었다.

 

 

섭관정치의 시작

 

이렇게 응천문의 변이 마무리 되고, 천황은 후지와라노 요시후사를 사건을 해결한 공으로 섭정에 임명하였다.

 

원래 섭정은 황족이 어린 천황을 대신해서 천황이 성인이 될 때까지 대신 정치를 전담하는 자리였는데,

요시후사는 황족도 아닐 뿐더러 천황은 이미 성인이었기에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후지와라노 요시후사가 최초의 비황족 출신 섭정이 되었고, 요시후사가 죽은 후엔 그의 아들인 모토츠네가 섭정직을 이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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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와라노 모토츠네

 

모토츠네는 세이와 천황을 시작으로 요제이 천황(陽成天皇; 양성천황)과 코코 천황(光孝天皇; 광효천황)때 까지 섭정을 하였다.

코코 천황의 뒤를 이어 우다 천황(宇多天皇)이 즉위한 후엔 '관백 임명의 조칙(関白任命の詔勅)'이 발효되면서 모토츠네는 이후 '관백(関白)'이라는 직책으로 정무를 통괄하게 되었다.

 

이후 천황이 어릴때는 섭정이 정치를 대신하다가, 천황이 성인이 되면 섭정이 관백이 되어 섭정과 비슷한 업무를 하는 정치 형태가 이어지게 된다.

이를 학계에서는 '섭관정치(摂関政治)'라고 부른다.

 

 

번외) 일본의 중앙 관품

 

텐무 천황(天武天皇; 천무천황) 때 율령이 반포되면서 일본은 중앙에 태정관(太政官)이라는 기구를 두고 관품을 체계화하여 국정을 운영하였음.

 

  • 장관급
  • ① 정(正) 1위 : 태정대신(태정관의 수장이지만 비상설직이었음)
  • ② 정 2위 : 좌대신(행정의 최고 책임자), 우대신(좌대신 업무 보좌), 내대신(좌·우대신 부재시 대리)
  •  
  • 차관급
  • ① 정 3위 : 대납언(정무 의논 및 천황과 신하의 메신저 역할)
  • ② 종(從) 3위 : 중납언(대납언 업무 보좌)
  • ③ 참의(중납언이 되기 전에 거쳐야 될 관직)
  •  
  • 판관급 (실무 담당)
  • ① 종 4위 상(上) : 좌대변, 우대변
  • ② 정 5위 상 : 좌중변, 우중변
  • ③ 정 5위 하(下) : 좌소변, 우소변
  • ④ 종 5위 하 : 소납언
  •  
  • 주전급
  • ① 정 6위 상 : 좌대사, 우대사(사무직)
  • ② 정 7위 상 : 대외기(서기), 좌소사, 우소사(사무직)
  • ③ 종 7위 상 : 소외기(서기)

 

 

 

이전 회차 모아 보기

http://www.flayus.com/mystery

 

16. 황실과 후지와라씨의 싸움, 쿠스코의 난

https://www.flayus.com/30379605

 

댓글 5

best 울산현대FC 2018.10.10. 01:17
이건 추천을 안할수가 없어
best 갓종수용신 2018.10.10. 13:12
이름들 넘 헷갈린당ㅋㅋ ㄳ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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