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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칼럼 불패이며 전설적인: 맨체스터 시티 FC 2022-2023 시즌 결산[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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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패이며 전설적인Invincible and Legendary

 

 

  천 년의 세월의 풍파를 인내하며 소망하는 이들에게 수많은 전설과 기적을 선물해온 위대한 도시 이스탄불은 그 기적의 한 조각을 바다 건너 섬나라의 한 팀에게도 나누어주었다. 맨체스터 시티 FC. 맨체스터라는 도시의 만년 이인자, 영욕의 세월을 겪으며 무뎌지고 빛을 바랬던 팀. 레반트의 모래바람과 함께 상륙한 한 왕자가 아니었다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바스라져 자갈이 될 운명이었을 팀. 그들의 운명은 그 왕자와 함께 바뀌었다.

 

 2012년 그 아름다웠던 기적의 순간을 필두로, 맨체스터 시티 FC는 2010년대와 2020년대에 걸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가장 강력한 도전자이며, 패자(霸者)로써 군림해왔다. 11년이라는 기간 동안 무려 일곱 번을 왕좌에 올랐고, 이 기간 맨체스터 시티가 들어올린 트로피만 해도 18개에 달한다. 이 위대한 '잉글랜드의 정복자'들에게도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 일명 '빅이어'였다.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트레콰르티스타'도, 노란 잠수함의 함장도 만수르와 맨체스터 시티의 숙원을 이뤄내지 못했다. 투자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고, 선수들의 퀄리티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고, 감독들의 실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들은 토너먼트 단계에 진출할 때마다 고전을 면치 못하며 처참하게 무너졌다. 절치부심한 오너 그룹이 택한 것은 세계적인 명장이자 당대 최강의 전술가인 주젭 과르디올라, 일명 '펩' 과르디올라였지만, 그 마저도 3시즌 연속 8강에 숱한 기적을 상대편에게 선사하며 맨체스터 시티의 UCL 토너먼트 잔혹사를 이어가는 듯 했다.

 

 그렇게 모두가 UCL에 대한 갈증에 메말라가며 꺾여나가던 무렵, 사나운 노르드의 북풍과 함께 선택받은 자가 잉글랜드에 상륙하였다.

그와 함께 사라지던 꿈이 다시금 고개를 치켜들었다.

 

 

 

선수평가 기준

S: 가공할 활약

A: 훌륭한 활약

B: 준수한 활약

C: 평범한 활약

D: 아쉬운 활약

F: 좆같은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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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 카일 앤드류 워커

 

'심각한 기복, 노쇠화, 그러나 여전한 클래스' <C>

 

토트넘 홋스퍼에서 이적해 온 이래 카일 워커는 맨체스터 시티의 믿을맨 중 하나였다. 부동의 우측 풀백 주전이었고, 공수를 아우르는 매서운 활약에 때로는 백3의 우측 스토퍼로 출전하며 강력한 방패를 형성해주었다. 그러나 올해로 33세에 다다른 카일 워커의 몸상태는 더 이상 예전같지 않다. 둔해졌으며, 자주 깨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여유를 되찾지 못하며 뇌절이 잦아졌다.

 

이러한 문제는 본인의 기량 하락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펩 과르디올라의 3-2-4-1 전술에 도저히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수비적인 롤에 더욱 무게를 둬야할 시점에 그는 시도때도 없이 풀백처럼 튀어나갔고, 그 결과 재앙에 가까운 수비 붕괴를 야기시키며 점차 벤치로 밀려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베테랑의 반열에 오른 카일 워커는 그 특유의 노련미를 통해 이따금 전성기의 편린을 드러내기도 하였고, 무엇보다도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단계에서는 백3의 주축으로써 훌륭한 활약을 펼치며 팀의 UCL 우승에 공헌하였다.

 

시즌 성적: 38경기 1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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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 후벵 두스산투스 가투 알베스 디아스

 

'유럽 최강의 센터백' <S>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는 후벵 디아스의 영입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그의 활약은 가공할 수준이었다. 그의 첫 시즌이었던 20-21 시즌부터 적응 따위는 개나 주라는 듯이 홀로 수비진을 안정화시켰고, 21-22 시즌에는 부상으로 잠시 이탈하기도 하였으나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여전히 유럽 수위권 센터백으로써 좋은 면모를 보여주었다.
 

올 시즌 후벵 디아스는 결점이 없는 완벽한 센터백이었다. 올 시즌 유럽 전체에서 아주 훌륭한 활약을 한 센터백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디아스는 그들 모두의 머리 위에 있었다. 강철같은 피지컬과 기습적인 오버래핑도 가능한 준족, 높은 헤딩 타점, 빼어난 수비 조율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몸의 모든 부위를 활용하는 집요하고 영리한 수비까지. 월드클래스 센터백이 갖춰야하는 모든 조건을 최고레벨로 갖추고 있는 디아스는 UCL 결승에서도 홀로 팀의 후방을 책임지다시피 하며 인테르의 파상공세를 육탄방어하여 끝끝내 팀의 클린시트를 지켜낼 수 있었다. 그는 이제 명실상부한 센터백의 만신전에 오른 위대한 선수가 되었다.

 

시즌 성적: 43경기 1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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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4 칼빈 마크 필립스

 

'요크셔 앰창놈' <F>

 

할 말이 없다. 영입 시즌에 장기부상을 끊는 것은 그렇다 쳐도, 심각할 정도의 자기관리 소홀은 그를 원했던 펩 과르디올라마저도 외면하게 만들 정도였다. 값비싼 이적료를 치루고 데려왔음에도, 로드리의 파트너는 커녕 백업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해며 펩은 물론 팬들의 혈압마저도 올려버렸다.

 

다소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그는 더 이상 이 팀에서 뛰면 안 된다.

 

시즌 성적: 21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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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5 존 스톤스

 

'반즐리의 베켄바우어' <S>

 

지난 시즌 이미 윙백으로 몇 차례 출장하며 멀티포지션의 낌새가 보였던 스톤스는 올 시즌, 펩 과르디올라가 작정하고 수비형 미드필더와 라이트백을 오가는 궂은 역할을 시키며 이전 시즌들과는 판이한 방향으로 플레이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스톤스의 이러한 활용법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신의 한수'라고 표현될 만 했다.

 

덩치에 맞지 않은 빠른 발과 부지런한 활동량으로 그는 수비라인 보호와 측면 수비라는 두 가지 중책을 훌륭하게 소화해냈으며, 이따금 본인이 직접 공을 몰고 올라가 박스 타격을 가하기도 하는 등, 올 시즌 스톤스는 본인의 다재다능함을 빛내며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우풀백들이 전멸한 그 순간, 스톤스의 이러한 활약이 없었다면 팀은 속절없이 무너졌을 것이다. 이윽고 그는 펩 과르디올라가 빚어낸 최고의 걸작 중 하나가 되었다.

 

시즌 성적: 33경기 3골 3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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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6 네이선 베냐민 아케

 

'어? 뤼트 굴리트?' <A>

 

시즌 시작 전만해도 첼시 FC로 가네 마네 하던 선수였고, 대다수의 맨체스터 시티 팬들 또한 '팔 수 있을 때 비싸게 사기쳐야한다'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그러나 펩 과르디올라는 결국 아케를 남기기로 결정했고, 이 결정은 이번 시즌의 향방을 가른 중요한 분기점 중 하나가 되었다.

 

올 시즌에도 드르렁하겠거니, 했던 대다수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케는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선보였고, 백3이 정착된 이후에는 좌측 스토퍼로 주로 출장하면서도 풀백 롤과 센터백 롤을 부지런히 오가며 모난 데 없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물론 여전히 잔부상에 시달리긴 했지만 예년에 비하면 봐줄만한 수준이었고, 중요한 순간에는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며 본인이 어째서 이 팀에 남아야하는 지에 대한 이유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가히 '덜 푸른 굴리트'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다.

 

시즌 성적: 41경기 3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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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7 주앙 페드루 카바쿠 칸셀루

 

'건강한 인간이 먼저 되기를' <F>

 

여전히 그의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 몇 시즌 간 PL은 물론 유럽 축구 전체로 봐도 손에 꼽을 수 있는, 저돌적이고 강력한 풀백이었고, 좌우를 가리지 않고 맹렬한 활약을 펼쳐보인 선수인 것은 논할 도리조차 없다.

 

그러나 고작 몇 경기 못 나왔다고 평생 벤치에 박혀있었던 선수마냥 징징대며 갑자기 이탈을 해버린 것은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그리고 얄궃게도, 그가 나간 이후에 맨체스터 시티는 훨씬 단단해졌고, 훨씬 강력해졌다. 다시 말해 더는 필요없다는 얘기다.

 

시즌 성적: 26경기 2골 5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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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8 일카이 귄도안

 

'위기에 강한 남자' <A>

 

지난 시즌,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던 이 남자는 이번 시즌에는 FA컵 우승으로 이끌며 팀이 트레블을 달성하는 데 매우 큰 기여를 해주었다.

주장으로써도 흔들리는 팀을 묵묵히 붙잡아주며 실력으로 이끌었던 것은 물론이고, 중요할 때마다 터지는 강력한 한 방은 더 할 나위 없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주었다. 그 헌신적인 노고 덕분에, 귄도안은 맨체스터 시티 역사상 최초로 빅이어를 들어올린 주장이라는 큰 영광을 얻었다.

 

그의 맨체스터 시티에서의 생활이 끝날 지, 더 이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조금만 더 오래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이제 그 또한 명실상부한 맨체스터 시티의 레전드가 되었으니 말이다.

 

 시즌 성적: 50경기 11골 6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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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9 엘링 브레우트 홀란

 

'북풍과 함께 나타난 위대한 전사' <S>

 

맨체스터 시티를 약속의 땅으로 이끌 남자는 머나먼 북녘에서 온 거인이었다. 입단 전부터 모든 맨체스터 시티 팬들이 강력하게 원했고, 그 부름에 응답해 온 홀란은 과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위대한 퍼포먼스를 보이며 현 시점 세계 최고의 9번 공격수가 자신임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홀란은 마지막 퍼즐이었다. 쿤 아구에로 이후 공격수 잔혹사에 시달려왔던 맨체스터 시티의 오랜 갈증을 해결해준 거물 공격수였다. 비록 여전히 중요경기에서의 영향력에 대해선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내내 고른 그의 활약은 맨체스터 시티가 트레블을 이룩하는 데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단일 시즌 PL 최다골 기록과 PL-UCL 동반 득점왕이라는 개인적인 영광은 덤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홀란의 부상 여부에 대해서, 그 스스로의 뼈를 깎는 관리 노력과 구단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의 철저한 관리 덕분에 우려와는 달리 건강하게 풀시즌을 치뤄냈다는 점은 더욱 더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완벽했던 시즌이었다. 

 

시즌 성적: 52경기 52골 9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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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0 잭 피터 그릴리쉬

 

'영국에서 가장 섹스하고 싶은 남자 1위' <A>

 

거액의 몸값에 비해 아쉬운 활약을 보여줬던 지난 시즌을 뒤로한 채, 잭 그릴리쉬는 올 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고공행진에 가장 기여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공수 가리지 않고 활발한 플레이는 물론, 박스 직접 타격과 연계 모두 능했으며 스털링이 나간 이후 온더볼을 사실상 전담하며 팀의 공격전개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펩 과르디올라의 시스템에 녹아들기 시작한 시점부터 그릴리쉬를 통한 공격전개는 팀의 핵심 공격옵션이었다. 거기에 영리하게 파울을 얻어내는 부분은 소소한 플러스 요소였다.

 

올 시즌 그에게 아쉬운 점은 딱 하나, 스탯 볼륨이었다. 그가 직접적으로 공격 전개를 이끄는 역할을 맡은 것은 맞지만, 주로 짧게 썰어가는 박스 공략 과정에서 그릴리쉬는 그 기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던 탓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스탯 생산력이 아쉬울 뿐이지 그 본연의 활약상은 이적료가 크게 아깝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는 현시점, 영국에서 가장 섹스하고 싶은 남자 1위다.

 

시즌 성적: 50경기 5골 11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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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4 아이메릭 잔 루이스 제라르 알폰세 라포르트

 

'다가온 작별의 시간' <D>

 

시즌이 지날 수록 아쉬운 모습, 자리를 비우는 모습이 늘더니 마침내 올 시즌은 완전히 밀려버려 벤치를 지키는 모습이 늘어났다. 처음 그를 데려올 때의 기대치에 비하면 한없이 아쉬운 모습만 보여주었다. 물론 그가 맨체스터 시티에서 아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한 때는 엄연히 주축 센터백으로써 팀의 최후방을 든든하게 지키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디아스, 스톤스, 아케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올 시즌 영입된 아칸지마저도 예상을 뒤엎는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며 라포르트의 자리는 더 이상 없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왼슬아치로써 그의 가치는 높다. 비록 그를 데려올 때 지불한 이적료를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나쁘지 않은 금액으로 처분은 여전히 가능하다. 다음 시즌 어디로 떠나던간에 시티에서보다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시즌 성적: 23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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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6 로드리고 에르난데스 카스칸테

 

'세계 최고, 최강의 수비형 미드필더' <S>

 

2년 전 UCL 파이널에서는 귄도안 원볼란치라는 말도 안되는 전술에 피해를 봤던 로드리는 기어코 2년 뒤 당당하게 선발 출장하며, 환상적인 원더골을 터뜨리며 팀의 우승에 기여하며 맨체스터 시티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새겼다. 물론 겨우 그것만으로 그의 시즌을 평가한다면 로드리로서는 매우 서운해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올 시즌 맨체스터 시티 최고의 선수는 물론 유럽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로드리가 맡는 역할은 너무나 많다. 포백 보호도 해야하고, 볼 흐름의 허브로써 공격 방향을 결정, 조율해야하며, 중원 장악도 해야하고, 박스와 박스를 오가며 공격에도 가담해야한다. 그리고 로드리는 올 시즌 본인에게 씌워진 짐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당당히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하였다. 부족한 적극성도, 아쉬운 판단도 이번 시즌엔 없었다. 그는 완벽했다.

 

다만 시즌 중반쯤에 중거리슛에 맛들려서 난사를 해댄 건 아쉬웠다. 그래도 금방 정신차리고 다시 자기 일을 묵묵하게 해냈고, 결과적으로 그 중거리슛이 팀의 트레블을 완성시켰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앞으로도 많이 갈기길 바란다. 그는 세컨볼의 황제다.

 

시즌 성적: 56경기 4골 7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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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7 케빈 더브라위너

 

'마침내 전설의 공격수를 찾은 전설의 패서' <S>

 

이번 시즌 케빈 더브라위너는 표면적인 스탯과는 달리 상당히 고생을 많이 하였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고, 몇 년 째 이어지고 있는 햄스트링 부상이 끊임없이 발목을 잡았다. 그 탓에 기복도 눈에 띄게 늘어 경기 영향력이 한없이 미미해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예년과는 달리, 올 시즌 그의 앞에 버티고 있는 것은 홀란이었다. 그의 강력하고 예측할 수 없는 패스를 꿀떡꿀떡 받아먹는 홀란 덕분에, 최고의 폼은 아니었을 지언정 그는 PL, FA컵, UCL 3개 대회에서 모두 도움왕을 기록하는 영예를 누렸다.

 

맨체스터 시티 팬들은 아구에로도, 실바도, 콤파니도, 사발레타도 빅이어를 들지 못한 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더브라위너마저도 그 전철을 따라갈까 우려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다. 그에게 '패스가 너무 세다'라는 밈이 붙은 것은 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를 단번에 날려버리며, 더브라위너는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빅이어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시즌 성적: 48경기 10골 27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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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8 슈테판 오르테가 모레노

 

'최고 수준의 백업 골리' <B>

 

오르테가는 올 시즌 에데르송의 백업 골리로서, 주로 컵대회에서 출장하였다. 그러나 그의 실력은 컵대회에만 쓰기엔 아까울 정도로 출중했다. 어지간한 팀에서는 주전 골리로 골대를 믿고 맡길 수 있을만한 선수였지만 에데르송에게 밀려 벤치를 지켜야만 했다.

 

그래도 FA컵을 전담하며 시종일관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었고, 덕분에 맨체스터 시티가 FA컵에서 우승하며 트레블을 달성할 수 있었으니 본인도 나름 보람찬 시즌을 보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시즌 성적: 14경기 9클린시트 7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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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9 훌리안 알바레스

 

'제2의 아구에로에서 제1의 알바레스까지' <A>

 

1시즌만에 월드컵과 트레블을 모두 해낸 전무후무한 남자, 구토해적단의 상디, 훌리안 알바레스는 데뷔 시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활약을 선보이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다지 다부지지 못한 외형과는 달리 매우 헌신적인 플레이스타일에, 지능적이며 현란하다. 좋은 스킬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 그가 가진 가장 훌륭한 재능은 '유관력'이다.

 

홀란에게 밀려 백업에만 머무를 것, 간간히 기회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는 제법 자주 출장하며 좋은 스탯을 기록했다. 단순히 스탯만 좋은 것이 아니라, 이제 빅리그에 상륙한 선수 답지 않게 빠르게 팀 시스템에 녹아들고 선수들과 좋은 호흡을 만들어내며 맨체스터 시티의 비장의 카드로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비록 이번 시즌 그는 주연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다가올 나날 알바레스가 시티 팬들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선사해줄 지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면 좋을 듯 하다.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는 하루라도 빨리, 홀란과 알바레스를 완벽하게 공존시켜야만 할 것이다. 둘은 같이 나와야만 한다.

 

시즌 성적: 49경기 17골 4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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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0 베르나르두 모타 베이가 드카르발류 이 실바

 

'깝치지 말고 종신해라' <A>

 

유독 매 시즌마다 숱한 이적설을 흩뿌리지만 정작 셔터가 내려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미친 활동량으로 에티하드를 누벼대는 베르나르두 실바는 올 시즌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무식한 수준의 스태미나를 뽐내며 팀의 엔진으로 활약했다. 올 시즌에는 4-3-3의 메짤라로 나오기보다는 3-2-4-1의 우측 윙어로 더욱 자주 나왔는 데, 우측면 공격을 사실상 전담하며 썩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여전히 그의 가치는 맨체스터 시티에서 드높고, 그에게 군침을 흘리는 구단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맨체스터 시티가 실바를 팔아야 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반드시 지켜야만 하고, 설사 팔더라도 막대한 이적료를 받아내야만 한다. 그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다.

 

시즌 성적: 54경기 7골 6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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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1 세르히오 고메스 마르틴

 

'부족한 체급' <D>

 

처음부터 큰 기대를 받고 온 것도 아니었고, 그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백업 레프트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부족한 점이 너무나도 많았다. 종이인형을 방불케하는 허접한 피지컬과, 시스템에 좀처럼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 그렇다고 장점이 특출난 것도 아니었다. 안데를레흐트에서 보여준 가공할 활약의 편린조차도 보이지 못해 완전히 눈 밖에 나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포기하는 것은 너무나도 섣부르다. 다음 시즌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그의 시티에서의 미래가 장밋빛이 될 지, 암울한 먹구름만 가득할 지 결정될 것이다. 훌륭한 재능을 갖고 있는만큼 분발해야할 것이다.

 

시즌 성적: 23경기 1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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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5 마누엘 오바페미 아칸지

 

'알프스 산맥의 가장 드높은 봉우리' <A>

 

시즌 전만 해도 '아니 이새끼를 왜 삼?' 싶었던 선수가 맨체스터 시티의 트레블의 주축이 된다는, 각본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분명 아칸지는 가지고 있는 툴이 많은 선수다. 그러나 잘 할 때는 한 없이 잘하지만 못 할 때는 이보다 더 한 호러쇼가 없을 정도로 기복이 심한 선수다. 우리가 기억하는 아칸지는 충버지가 이끌던 도르트문트 시절의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재앙쇼의 그 모습이건만, 펩 과르디올라의 밑에서 아칸지는 준척급 센터백으로 시즌 내내 고른 활약을 보였다.

 

누가 봐도 백업 센터백으로서의 영입. 이적료도 1750만 유로에 불과했다. 그런데 아칸지는 이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전을 차지하였고, 특유의 쫄깃한 피지컬과 빠른 발을 통해 부지런하게 필드를 오가며 발군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가 훌륭한 활약을 한 데에는 아케, 디아스같이 영리한 선수들과 짝을 이룬 점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훌륭한 수비 리딩도 어디까지나 잘 따라줘야 훌륭한 수비 리딩인 것이다. 콤파니라는 훌륭한 리더를 두고도 호러쇼를 펼친 새끼들이 이 팀엔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칸지의 활약은 엄청난 반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홀란보다도 더욱 대단한, 가히 이번 시즌 최고의 영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전히 마음 한 켠에는 언제 무너져내릴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리잡고는 있다. 하지만 이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그는 '마터호른'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은 선수가 될 것이다.

 

시즌 성적: 47경기 1골 3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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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 리야드 카림 마레즈

 

'장갑' <A>

 

마레즈는 '스찌'에 가까운 선수였다. 경기 영향력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은근히 스탯 누적을 잘 하는 선수였다. 사실 올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예년에 비해 순도가 높았다. 본인 혼자의 힘으로 승리를 일궈내는 모습도 많이 나왔다. 특히 겨울이 되자 장갑을 끼고 나오면서 그의 활약은 일견 PL 최고 수준으로 올라설 정도였다. 물론 귀신같이 장갑을 벗으니 폼이 죽었지만, 그래도 괜찮다. 팀이 위기일 때 보여준 마레즈의 가공할 활약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시즌 시작 전만 해도 마레즈의 재계약에 대단히 회의적이었고, 마레즈를 빠른 시일안에 처분해야한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했다. 그러나 마레즈는 맨체스터 시티가 겨우내 휘청일 때, 어떻게든 멱살을 잡고 팀의 연승을 이끌며 팀이 트레블을 완수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물론 여전히, 그를 처분해야한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올 시즌 그의 공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주 좋은 시즌을 보냈다.

 

시즌 성적: 47경기 15골 13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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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에데르송 산타나 지모라이스

 

'야, 형이야.' <B>

 

이미 몇 차례 시즌 결산때 얘기를 해왔지만, 에데르송은 펩시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고, 안고 죽어야만 하는 골키퍼다. 과장 좀 보태면 에데르송의 발끝에서부터 모든 공격전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시즌은 유독 기복이 미친년처럼 날뛰었다. 시즌 중반까지의 폼은 리그 최악의 골키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심지어는 그나마 믿을거리였던 발밑 조차도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오죽하면 너도 나도 '오르테가를 주전으로 써야한다'며 성토할 정도였다. 타팀 팬들의 '티라노'같은 조롱은 덤이다.

 

그러나 사람이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시즌 후반으로 갈 수록 조금씩 안정감을 되찾더니 UCL 파이널에선 그 방점을 찍었다. 인테르의 파상공세를 디아스와 함께 미친듯이 막아냈다. 특히 세 차례의 세이브는 모두 자칫했다간 경기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 정도로 중요한 찬스들이었지만 에데르송은 이 경기만큼은 태산처럼 굳건히 버텼다. 비록 초반에는 인테르의 거센 압박에 다소 헤매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결국 에데르송은 왜 자신이 트레블 팀의 주전 골리인지를 결국 증명해냈고, 숱한 조롱을 찬사로 바꿔냈다. 비록 UCL 파이널 MOM은 결승골을 득점한 로드리에게 돌아갔지만, 에데르송은 그에 못지 않은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다음 시즌에는 기복 없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시즌 성적: 47경기 1도움 19클린시트 39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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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47 필립 월터 포든

 

'공무원' <B>

 

현지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로컬 유스 필 포든은 어느새 멘체스터 시티에서 빼면 섭섭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가 되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자면 발전이 많이 정체된 선수다. 여전히 위협적인 드리블 돌파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다. 펩 과르디올라는 몇 해 전 포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바가 있었다.

 

'선수는 다양한 리듬을 가져가야하는 데, 포든은 너무 불타오르기만 한다.'

 

쉽게 말하면 완급조절을 잘 못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잊을만하면 경기 외적으로 사고를 한 번씩은 꼭 친다. 그렇다고 해서 포든의 워크 에식이 부족한 건 또 아니고, 플레이 성향도 은근 헌신적인 면모가 있는 편이지만, 좀 더 다양한 패턴을 가져갈 필요성이 있는 데 아직 그 부분에서는 부족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포든이 못한다, 부족한 선수다라고 하냐면 그건 절대 아니다. 다만 한 단계만 더 도약해도 훨씬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는 데, 아직 알을 깨지 못한 느낌이라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평균 이상의 좋은 활약은 매년 꾸준히 해주고 있다는 점은 아주 다행인 부분이다. 정말 한 끗만 더 좋아지면 된다.

 

시즌 성적: 48경기 15골 8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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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80 콜 저메인 파머

 

'미완의 대가' <D>

 

개인적으로 EDS 시절부터 아주 기대를 갖고 지켜보던 순혈 유스다. 여러모로 잉글리쉬 답지 않은 발재간과 정교한 플레이가 장점인 선수다. 어디까지나 유망주 기준으로 말이다. 이제 슬슬 유망주 딱지를 떼야하는 선수다. 물론 맨체스터 시티같은 클럽들은 유망주에게 많은 기회를 몰아줄 수 없는 클럽인 건 맞지만, 제한된 기회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하는 것도 맞다. 그런 부분에서 여러모로 아직은 완성이 되지 않은, 아쉬운 선수다.

 

하지만 본인이 갖고 있는 실링이 꽤 높은 편이다. 다만 떡대에 비해서 은근 종이인형 같은 모습도 있고, 경험이 부족한 건지, 볼은 간결하게 차면서 은근히 템포를 잘 먹어치우는 템포먹방 귀신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시티의 윙 자원으로 요긴하게 활용될 선수이니만큼 본인의 스텝업이 절실하다.

 

시즌 성적: 25경기 1골 1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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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82 리코 헨리 마크 루이스

 

'혜성같이 나타난 차세대 풀백' <C>

 

유스 시절부터 알음알음 주목을 받던 선수였지만, 기습적인 1군 데뷔를 상당히 성공적으로 치뤄냈다. 잠시나마 주앙 칸셀루와 카일 워커를 모두 밀어내고 주전으로 기용되기도 했다. 혈기왕성한 유망주 답게 아주 저돌적이고, 극단적으로 공격적이며 파괴적인 유형의 선수다. 이미 프리시즌 때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강력한 돌파력의 편린을 보여주기도 했고, 정규시즌에 들어와서도 특유의 리듬감에서 비롯한 스킬풀한 드리블로 상대의 측면을 파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그러나 경험 부족으로 인해 안정감은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편이고, 펩 과르디올라가 3-2-4-1 시스템을 완전히 정착시킨 이후에는 아예 벤치로 밀려나버렸다. 그러나 파멸적인 풀백 뎁스 상황을 해결해준 센세이셔널한 등장만으로도 이 선수는 올 시즌 자기 할 몫을 다했다. 남은건 열심히 경험치를 먹고 성장하는 것 뿐이다.

 

시즌 성적: 23경기 1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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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 주젭 '펩' 과르디올라 이 살라

 

'마침내 자지가 달린 개보지년' <S>

 

'펩 이 개보지년은 도대체 얼마를 지원해줘야...'라는 시티 팬카페 글에서 비롯된 별명, '개보지'. 이상하게 감성적인 그의 제스쳐와도 퍽 잘 어울리지만, 무엇보다도 토너먼트에서의 온갖 삽질들로 하여금 붙은 별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지난시즌, 마침내 펩 과르디올라는 속칭 '명장병'을 떨쳐내고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비록 지난시즌에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기적' 앞에 무너졌지만, 올 시즌 펩 과르디올라는 왜 자신이 현 시점 세계 최고의 전술가인지를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주앙 칸셀루의 이탈, 카일 워커의 노쇠화로 인해 풀백이 전멸하자 그동안 꺼려왔던 유스 기용을 과감하게 시도하기도 했고, 그걸 넘어서 아예 스톤스를 인버티드 윙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도록 포지션 변경을 시도하고, 본인만의 3-2-4-1을 팀에 성공적으로 적용하며 질주를 이어나갔다. 3-2-4-1의 파괴력이 입증되자 서서히 맨체스터 시티의 트레블이 가시권 안에 들어갔고, 시즌 막바지에는 어느정도 파훼된 모습을 보이며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자신들의 장점을 밀고 나갔고, 그 노력은 마침내 트레블이라는 영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여전히 나는 그가 역대 최고의 감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 앞서 전술의 기초를 다져왔던 수많은 명장들은 파이오니어로써 각별한 존중을 받아야만 한다. 현시점 최고의 전술가로 꼽히는 펩 과르디올라 또한 100% 자신의 오리지널 전술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그의 시스템은 온전히 미헬스, 크루이프, 에레라, 사키와 같은 위대한 전술가들이 뿌리내린 양분을 받아먹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최적화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고, 펩 과르디올라는 과거의 유산을 현대에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최적화시키는 데는 가히 도가 튼 사람이다.

 

그가 얼마나 많은 금액을 투자 받았던,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전무후무한 2회 트레블을 달성한 감독으로 역사에 자신의 족적을 남겼고, 그것만으로도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자지 중 하나로, 축구가 살아있는 한 길이길이 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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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시즌 중 위기가 찾아온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시즌 초반에는 형편없는 경기력을 연달아 선보였고, 적지 않은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렸다. 펩 과르디올라가 추구한 스몰 스쿼드는 부메랑이 되어 당장에 기용할 선수가 부족해지는 참사로 이어졌다. 그러나 펩 과르디올라와 선수들은 이러한 위기를 현명하게, 그리고 불타는 투지로 대처했다. 아득히 멀어졌던 리그 우승 경쟁은 어느 순간 괴력을 발휘하며 극적으로 뒤집는 데 성공했다. FA컵에서는 영원불멸의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압해내며 우승을 일궈냈다. 그리고 평생의 숙원이었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지난 시즌 고통을 안겨주었던 레알 마드리드에게 짜릿한 복수를 해내고, 이를 갈고 준비해온 시모네 인자기와 인테르를 상대로 크게 고전했다.

 

그러나 끝끝내 맨체스터 시티는 꺾이지 않고, 꿈에 그리던 빅이어는 물론 생각도 하지 못했던 트레블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보다 아름답고, 완벽한 시즌이 또 있을까? 가히, 이번 시즌은 전설적인 시즌이었다.

 

빅이어를 들어올리던 그 순간 필자는 수많은 과거의 조각들이 머릿속을 헤집는 것을 느꼈다. 언제부터 맨체스터 시티를 각잡고 응원했는 지도 사실 기억은 잘 안난다. 어림잡아 16년 전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탁신 친나왓이 구단을 인수하기 전' 이라는 막연한 기억에 의지해 대충 산출한 년도다. '짭전드'라며 반쯤은 조롱의 대상이 된 순지하이가 좋은 활약을 펼치던 때, 디트마어 하만이 말년에 꿀빨러 왔다가 개같이 뛰고 떠나던 때, 조인지 뭐시긴지 앰창년이 좆같이 못할 때, 내 첫 사랑 엘라누 블루메르가 팀의 공격을 이끌던 때, 함부르크에서 건너온 흑인 빡빡이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통수치고 온 난쟁이와 발렌시아에서 날아온 동양인같이 생긴 스페인인이 팀의 코어를 형성하던 때... 그 때만 해도 내가 이 팀을 응원하면서 빅이어를 들어올릴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작은 바람일 뿐이었다.

 

그 작은 바람을 현실로 만들어준 이 위대한 팀에게 경의를 표한다.

 

댓글 6

아이유. 2023.06.11. 20:38
아 필립스 다음시즌 반등한다구요!!!(지나가던 리즈팬)
댓글
옐팝 2023.06.11. 22:21
스몰스쿼드라기엔 굉장한뎁스를 가진 시티였지만 결국엔 센터백 기용이 많은 전술이 채용되면서 불안하나싶었는데 스톤스의 역할과 이번에 새로데려온 아칸지 , 방출위기였던 아케의 공로가 정말컸다고봄
댓글
뉴저지 작성자 2023.06.11. 22:56
 옐팝
뎁스가 두껍냐라고 한다면 난 글쎄올시다임 올시즌은.. 주전 백업 격차가 꽤 컸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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