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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또다시 모리야스의 전술에 K.O패 당한 한지 플릭[발롱도르~]

 

독일이 홈에서 일본에 4:1로 진걸 보고 어제 뒤늦게 풀영상을 돌려봤음

 

보고나니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더 충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이번 경기를 지난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와 비교해보자면

 

지난 월드컵때는 모리야스 감독의 후반 전술 변화가 적중해 일본이 역전승을 거두긴 했지만 어쨌든 경기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독일이 강팀된 입장에서 주도했던 경기였음

 

당시 전반전에는 말할 것도 없이 독일이 스코어, 내용 전부 압도했음

그리고 후반전에는 결국 일본의 전술 변화 및 카운터에 당해 결과를 내주긴 했지만 어쨌든 여전히 독일의 공세를 일본이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형국이 주를 이뤘고 분명 동점골 시점 전까지 독일이 추가골을 넣을 결정적인 찬스도 여럿 있었음

 

그런데 이번 친선전에서는 일본이 원포인트로 독일의 허를 찌른게 아니라 그냥 단적으로 거의 모든 면에서 독일보다 나았음

 

상대 압박으로부터 볼을 지키는 후방 점유 실력

빌드업 전술의 디테일

선수 기용

멘탈리티

 

이런 중요한 부분들에서 모두 일본이 나았고 독일이 일본보다 나았던 것은 비르츠나 귄도안같은 중앙미드필더들의 기술적 역량 정도였음

 

이 충격적인 경기 내용을 이 글에서 조금 더 풀어서 써보고자 함

 

 

 

1. 일본의 빌드업 전술 : 카마다 다이치를 이용한 우측 사이드 숫자싸움

 

kamada daichi tactic.jpg

 

이날 일본은 기본적으로 4231 형태로 나선 가운데 빌드업시 카마다를 우측으로 옮겨 숫자싸움을 걸었음

 

지난 월드컵에서 독일이 전반전에 뮐러를 활용해 일본의 수비를 뚫어냈던 방식과 유사한데 이번엔 반대로 일본이 이런 전술을 사용했음

 

이날 일본의 이러한 빌드업 전술은 적중했고 독일은 전반전 내내 일본의 사이드 숫자싸움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탈압박과 빌드업을 무수히 허용함

 

 

 

kamada 22.jpg

 

일본의 지공상황이 되자 카마다가 슬금슬금 우측의 마크가 애매한 지역으로 이동함

 
 
 

 

 

프리한 카마다를 막으러 독일 좌풀백 슐로터벡이 튀어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콤비네이션 후 뒷공간 패스

카마다는 다음 그림을 그리면서 바로 일본 우풀백 스가와라한테 내줬고 스가와라의 킥이 좋기때문에 마지막 패스도 정확했음

 

 

 

이렇게 우측에서 숫자싸움을 걸어 직접적으로 뚫어내기도 했지만 이날 진짜 불을 뿜었던 건 우측 숫자싸움으로 독일의 압박을 이겨낸 후 좌측으로 아이솔레이션해 미토마를 활용하는 패턴이었음

 

kamada 11.jpg

 

마찬가지로 우측에서 프리하게 서있는 카마다

 

 

 

 

 

잘 보면 엔도를 마크하는 귄도안이 카마다를 의식해 그쪽으로 향하는 패스길을 막느라 엔도에 대한 압박이 순간적으로 느슨해짐

그 틈을 탄 엔도가 바로 왼쪽으로 바디포지션을 틀어 탈압박 후 롱패스 빌드업 성공

이 장면으로 독일 진영까지 전진한 일본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우측에서 크로스로 선제골 득점

 

 

 

이제부터 위와 비슷한 장면들의 향연임

 

 

 

 

 

 

 

 

 

언뜻 보면 같은 장면을 중복되게 올린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슷한 패턴의 빌드업을 계속해서 허용하고 있음

독일은 전반전 내내 이런 일본의 빌드업 전술에 대응하지 못함

 

 

 

 

 

2. 월드컵때의 문제 재탕 - 여전히 빌드업에 문제가 있었던 독일

 

germany buildup.jpg

 

이날 독일은 월드컵때처럼 빌드업시 비대칭 3백으로 변형하여 최신 트렌드인 3-2-4-1 형태로 빌드업하고자 함

 

본업이 센터백이면서 왼발잡이인 슐로터벡이 수비시에는 왼쪽 풀백을 맡되, 빌드업시에는 3백의 한 축으로 남았고 우풀백인 키미히는 상황에 따라 사이드 풀백 자리와 인버티드 풀백을 오갔음

 

하지만 독일은 지난 월드컵에서도 그랬듯 최신 빌드업 포메이션을 시도했음에도 여전히 디테일한 운영에서 한계를 보이면서 일본의 수비를 뚫어내지 못함...

 

지난 월드컵에서는 슐로터벡과 뤼디거가 4백의 중앙 수비 역할을 하도록 하고 쥘레를 풀백-센터백을 오가게 하는 형태로 운영하였고

이번에는 반대로 슐로터벡을 풀백-센터백을 오가게 하면서 뤼디거와 쥘레를 정통 센터백으로 남겼는데 두 경기 모두 문제점이 같았음

 

그 문제점이란, 풀백과 센터백을 오가는 하이브리드 역할을 하는 선수(지난 월드컵의 쥘레, 이번 친선 경기의 슐로터벡)의 공격 가담 문제임

 

지난 시즌 3-2-4-1 빌드업 체계를 선도한 맨시티의 경우, 시즌 초반 후방 3백 라인의 공격 가담 동선이 정확히 정리되지 않으면서 전방 윙어가 고립되는 등 공격에 답답함이 있었고 동 시기에 하이브리드 역할을 맡았던 아케가 공격력에 대한 지적을 받았던 바가 있음

 

독일의 지난 일본전 2경기에서의 문제점도 그와 유사했는데,

쥘레나 슐로터벡 같은 선수들이 센터백 치고 볼을 잘 다루면서 스피드도 빠른건 맞지만, 역시 공격 상황에서 일반적인 풀백들처럼 드리블, 크로스, 킥을 활용한 빌드업 등 공격적인 지원에 능하지는 못하기때문에 독일의 측면 공격이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충분하지 못했음

 

축구에서 빌드업시 후방라인을 3명으로 구성할 경우(위와 같은 변형 3백이든, 원래 기본 포메이션 자체가 3백 계열이든) 적절한 시기에 후방 라인 중 최소 1명 이상을 공격에 가담시키는 유연함이 가미되지 못하고 경직된 3백 운영을 가져가게 될 경우, 반드시 공격 숫자가 부족하고 단조로운 공격을 하게 되어있음

독일은 월드컵에 이어서 이날 경기에서도 이 디테일을 채우지 못하면서 3-2-4-1 빌드업 체계를 완전하게 운영하지 못했던 것

 

 

 

 

 

2. 불안정한 독일의 후방 점유 및 빌드업

 

독일은 위와 같이 빌드업 조직력에 부족함을 가지고 있었고 후방 라인 선수들이 멘탈적으로 흔들리면서 일본에게 수차례 숏카운터를 당했음

몇가지 장면들을 가져와봤는데

 

 

 

 

 

 

3번째 골 실점 장면

이 골로 사실상 경기는 끝나버렸음

 

 

 

놀랍게도 위에 올린 장면들이 다가 아님...

독일이 빌드업 도중 일본 수비에 잘려 위험한 상황을 맞았던 횟수는 위에 올린 장면들 갯수의 2배가 넘음

 

저 위에 독일의 빌드업 포진에서 보이듯이 이날 일본은 독일의 후방 3백 라인에 미토마-우에다-이토 3톱을 직접적으로 압박시키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 때 키미히 등 다른 독일의 선수가 후방 라인에 가세해 수적으로 프리한 선수가 생기고 그 쪽을 통해서 탈압박이 가능한 장면들이 꽤 여러번 있었는데도 독일의 센터백들이나 골키퍼 슈테겐이 그 프리맨 활용을 잘 못했음... 특히 슈테겐은 클럽에서의 그 선수가 맞나 싶은 킥미스를 전반 극초반, 후반 극초반에 한번씩 하면서 두번이나 위험한 찬스를 헌납함

 

빌드업 전술 숙련도와 별개로 후방 라인 선수들의 시야나 기술적인 컨디션도 좋지않으면서 이날 독일은 일본의 숏카운터에 처참하게 당함

 

 

 

 

 

3. 용병술에서 모리야스에게 판정패 당한 한지 플릭

 

이날 독일의 좌우 풀백은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슐로터벡과 키미히가 맡았는데 이것부터가 전술적 패착이었다고 보여짐

 

알다시피 미토마는 최근 프리미어리그 내에서도 손꼽히는 드리블러로 이름을 날리고 있음

그리고 반대편 우측 윙어인 이토 준야 역시 동아시아에서 손꼽을만큼 빠른 스피드를 가진 윙어임

 

반면에 키미히는 과거 풀백을 보던 선수지만 스피드가 빠르지 않고 최근에는 사이드 수비에 전념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음

슐로터벡 역시 센터백 치고는 느린 선수가 아니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키 190의 선수의 민첩성에는 한계가 있음

 

한지 플릭이 아무리 일본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고 해도 일본의 윙어진을 상대로 이런 기용을 한 건 거의 만용에 가까운 행위가 아니었나 생각함

 

특히 슐로터벡은 이토 준야를 견제하면서 스가와라의 오버래핑에도 시달려야했는데 결국 선제골 장면에서 스가와라의 스프린트 후 크로스를 차단하지 못함

 

 

 

반면에 모리야스 감독은 경기 중 용병술에 있어서도 한지 플릭을 웃도는 감을 보여줬는데

 

2:1로 앞선 채 전반을 끝낸 후 모리야스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미토마를 왼쪽 윙백으로 세운 5백으로 포메이션을 바꿨음

그리고 약 10분 후에 다시 미토마를 윙포워드로 올리고 잦은 연계 플레이로 체력이 빠진 스트라이커 우에다 대신 역동적인 아사노를 투입해 본격적으로 역습을 노렸음

 

 

 

이런 용병술은 즉시 효과를 발휘하면서 일본의 결정적인 찬스로 이어짐

아사노가 여기서 마무리를 했다면 경기는 더 일찍 끝났을 것이고 더욱 큰 참사로 경기가 마무리 됐을 수도 있었음

 

 

 

또 한지 플릭은 후반에 공격력이 부족한 슐로터벡 대신 공격적인 윙백인 고젠스를 투입했는데 이 용병술 역시 실패로 이어졌음

 

고젠스는 아탈란타 시절부터 기본적으로 3백의 윙백으로 뛰면서 높은 위치에서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장기로 하는 선수임

그런데 저 위에 첨부했던 3번째 실점 장면을 보면 고젠스가 4백의 왼풀백으로서 낮은 위치에서 볼을 받아 전개를 하려다가 실수로 볼을 헌납해버림

 

물론 아무리 4백 풀백이 어색한 윙백 성향의 선수이더라도 저런 결정적인 실수는 하지 말아야하지만 저 장면에서 이 선수의 평소 기본적인 플레이 성향과 플레이 위치가 달랐던 것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한지 플릭의 선수 기용이 아쉽다고 느껴진 부분은 또 있었는데

 

월드컵때 이미 한지 플릭은 독일 양쪽 윙어들의 수비가담 문제를 찌른 모리야스의 후반 전술 변화때문에 패배한 전적이 있음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도 독일의 양쪽 선발 윙어들, 그 중에서도 사네의 수비 적극성은 처참했음...

일본은 이날 빌드업에서 많은 실수를 범한 독일과 다르게 상대의 압박에도 안정적으로 볼을 지키면서 탈압박을 잘 해내는 모습을 보였는데 거기에는 독일의 사네가 한번씩 압박에 참여를 안하면서 기여를 한 점도 분명히 있었음

 

물론 사네는 사이드에서 일본 좌풀백 이토 히로키(공교롭게도 이 선수도 독일의 좌풀백 슐로터벡처럼 기본적으로 센터백이 본업인 왼발잡이 장신 선수)를 드리블로 뚫어내고 위협적인 크로스를 여러번 성공시켰고 팀의 유일한 득점까지 해냈기 때문에 어느정도 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선수의 부족한 수비 가담을 메워줄 다른 수를 준비하지 않은 것까지 한지 플릭의 실책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 함

 

 

 

 

 

 

 

이처럼 이날 독일은 일본에게 거의 모든 면에서 부족함을 보였음

 

반대로 일본은 월드컵때보다 더 완성도 높은 팀이 됐다는 걸 느낌...

 

특히 지난 월드컵에서는 슈퍼 서브로 활용했던 프리미어리그 상위급 윙어 미토마를 최근 주전으로 기용하기 시작하면서 그를 활용한 공격이 일본의 강력한 무기로 자리잡는듯 보임

 

그리고 지난 월드컵에서는 다소 부실했던 좌우 풀백 자리에도 신예 유럽파들이 대거 등장했고 그 외 여러 포지션에서도 유럽 굵직한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더블, 트리플 이상의 두께로 존재함

이런 두꺼운 인재풀이 일본의 후반 운영에 더 힘을 실어주는 듯한 인상을 이번 독일전에서 받음

 

일본이 이번 독일전에서 보여준 압박, 후방 점유 및 빌드업 숙련도, 미토마를 활용한 공격력, 두꺼운 인재풀을 보면서 현재 아시아 내에서도 거의 가장 강한 전력을 가진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시안컵에서도 역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가 아닐까 싶음

 

 

 

p.s.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유로2024 지역 예선 2위를 기록중인 튀르키예를 3:0으로 패고 있는 일본....

 

 

 

 

 

 

 

 

 

 

 

 

 

 

 

 

댓글 4

롤롤로 2023.09.13. 09:53
1번에서 카마다 따라서 슐로터백 내려오니까 그 뒤로 깔끔하게 찔러주는거 뭔가 보기 시원해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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