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이벤트 [해축백일장] 축구선수 자니올로씨의 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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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버지는 아들이 제 방에서 나와, 마루 끝에 놓인 축구화를 신고, 기둥 못에 유니폼을 꺼내 입고 그리고 문간으로 향하여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어디 가니?”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피우미치노 공항 앞까지 나간 아들은, 혹은 자기의 한 말을 듣지 못하였는지도 모른다. 또는, 아들의 대답소리가 자기의 귀에까지 이르지 못하였는지도 모른다. 그 둘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 무버지는 이번에는 피우미치노 공항까지 들릴 목소리를 내었다.
“일찌거니 재계약 하거라.”
역시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비행기가 소리를 내어 출발하고, 또 소리를 내어 이륙했다. 무버지는 얇은 실망을 느끼려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려 한다. 비행기 소리만 크게 나지 않았으면, 아들의 ‘네-‘ 소리를, 혹은 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무버지는 다시 전술판을 만지며, 대체 그대는 매일, 어딜, 그렇게, 가는 겐가, 하고 그런 것을 생각해본다. 근본과 여자친구를 잃어버린, 스물 세 살짜리 아들은 늙은 무버지에게 온갖 종류의 근심, 걱정거리였다. 우선, 낮에 한 번 집을 나서면, 아들은 밤늦게나 되어 돌아왔다
. 늙고 쇠약한 무버지는, 자리도 깔지 않고, 맨바닥에가 팔을 괴고 누어 아들을 기다리다가 곧잘 잠이 든다. 편안하지 못한 잠은 두 시간씩 세 시간씩 계속될 수 없다. 잠깐 잠이 들었다 깰 때마다, 무버지는 고개를 들어 아들의 방을 바라보고, 그리고 기둥에 걸린 시계를 쳐다본다.
자정- 그리 늦지는 않았다. 이제 아들은 돌아올 게다. 무버지는 아들이 어서 돌아와지라 빌며, 또 어느 틈엔가 꼬빡 잠이 든다.
그가 두 번째 잠을 깨는 것은 새로 한 점 반이나, 두 점, 그러한 시각이다. 아들의 방에는 그저 불이 켜 있다.
아들은 잘 때면 반드시 불을 끈다. 그러나 혹은 어느 틈엔가 아들은 돌아와 자리에 누워 공이라도 차고 있는 게 아닐까. 아들에게는 그런 버릇이 있다.
무버지는 소리 안 나게 아들의 방 앞에까지 걸어가 가만히 안을 엿듣는다. 마침내, 무버지는 방문을 열어 보고, 입때 웬일일까, 호젓한 얼굴을 하고, 다시 방문을 닫으려다 말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나이 어린 아들의, 재계약 기미 없는 그가, 늙은 무버지에게는 애달팠다. 무버지는 초저녁에 깔아 놓은 채 그대로 있는, 아들의 이부자리와 베개를 바로 고쳐 놓고, 그리고 그 옆에가 앉아 본다. 스물 세 해를 길렀어도 종시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은 자식이었다. 설혹 스물 세 해를 스물 셋 곱하는 일이 있다더라도, 무버지의 마음은 늘 걱정으로 차리라. 그래도 무버지는 그가 재계약을 하면, 이렇게 밤늦게 한 가지 걱정을 덜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참, 이 애는 왜 이적을 하려는 겐구."
언제나 재계약 말을 꺼내면, 아들은 말하였다.
"돈 한푼 없이 어떻게 자식을 멕여 살립니까?"
"하지만... 어떻게 도리야 있느니라. 어디 종신 계약을 맺더래두, 두 식구 입에 풀칠이야 못헐라구..."
무버지는 재계약을 할 생각은 없이, 밤낮으로 본머스나 보고, 혹은 공연스레 토트넘까지 쏘다니고 하는 아들이, 보기에 딱하고, 또 답답하였다.
'그래두 재계약 들어 노면 맘이 달러지지.'
'제 팬들 귀한 줄 알면, 자연 재계약 할 궁릴 하겠지.'
작년 여름에 아들은 '3.5m 연봉'을 만나본 일이 있다. 그 애면 저두 싫다구는 않겠지. 이제 이놈이 들어오거든 단단히 따져 보리라... 그리고 무버지는 어느 틈엔가 종신 계약을 눈앞에 그려보기조차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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