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정육점에서 자본주의의 위대함을 봄.[발롱도르~]

 

오늘 전무님이 나를 데리고 근처 정육점으로 갔음.

 

한우 갈비 세트 몇개 선물로 보내야한다고,

 

나를 앞장세우고(=운전 시키고) 좀 큰 정육점으로 감.

 

 

 

정육점 안에는 두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엄청 바빠보였음.

 

아무래도 명절 직전이라 그런지 고기 사는 사람들도 많고, 일하는 사람들 손도 쉬지 않으면서 계속 전화받고 있었음.

 

그러던 와중에 우리 전무님이 "한우 어느 부위가 구워먹기 좋아요?"하고 물으니,

 

직원중 한명이 쳐다도 안보고 대충 "등심이요."라고 대답함.

 

그러자 전무님이 "그거 한번 보여주세요."라고 함.

 

그 직원이 우리를 위아래로 슬쩍 보더니 (사실 굉장히 좀 무례해보이기까지 했음) 창고에서 진공 포장된 등심 큰거 한덩어리를 꺼내옴.

 

거기다가 우리 전무님 "이거 좀 별로 같은데, 다른거 하나 보여줘봐요."라고 함.

 

그 사람은 진짜 짜증난 표정으로 창고 안에 다시 들어가고,

 

그 표정을 본 내가 기분 나빠져서 전무님께 그냥 나가자고 할까말까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딱 나오더니, 고기 한 덩어리를 텅 내려놓으며, "다 보여드릴까요? 다 같은거에요."라고 대답함.

 

너무 퉁명스럽고 싸가지까지 없어 보여서 할 말을 잃고 있었는데 전무님이 그 앞에서,

 

"이거 2키로 선물세트로 세개 포장해주세요."라고 함.

 

그러니 그 사람이 조금 놀랐는지, "아 네."하면서 고기를 썰기 시작함.

 

정말 공손하게 정성을 들여 썰더라.

 

중간에 큰 기름 덩어리 제거하고

 

균일한 두께로 자른뒤 포장재 위에 촥촥 펴서 이쁘게 모양 잡고.

 

 

그렇게 거의 이삼십분 작업하는데 밖에서 한참 담배 피우던 전무님이 들어오셔선,

 

"어 이거 맛있게 생겼네. 두개 더 해주세요."

 

그 사람은 창고에서 얌전히 고기 꺼내오더니 또 예쁘게 썰고 착착 펴고 모양 쫙쫙잡고.

 

거의 한시간동안 말 한마디 안하고 그렇게 다섯상자 보자기까지 다 싸고 계산하고 나서,

 

내가 세개, 전무님이 두개 들고 가려니까

 

고기 썰던 그 사람 갑자기 뛰쳐나와서 자기가 자동차까지 들어다 드리겠다더라.

 

그러면서, 다음엔 하루 전에만 말씀하시면 더 예쁘게 포장하겠다고.  또 연락 달라는 그 모습에 적응이 안되더라.

 

 

갑자기 그런 명언이 떠올랐다.

 

"돈으로 안되는게 있으면, 그 돈이 작은지 확인해라."

 

돈으로 안되는게 어딨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