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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독한 형사 <2장 10화 - 준비는 끝났다>

 

1

 

사무실 책상 위에다 다릴 올려놓고 수면 안대까지 하면서 잠을 자는 이재웅 형사.

점점 숙면이 깊어질수록 그에게서 들려오는 커다란 대포 소리.

그것은 코골이였다.

옆자리에 앉은 남명성은 귀를 틀어막았다.

한두 번 듣는 게 아닌데도 여전히 귀가 아프다.

건너편에서 이를 지켜본 정 순경은 가림막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공 반장의 눈치를 살폈다.

반장은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숨소리를 내뱉으면서 마우스 버튼을 딸깍 눌렀다.

그만 자라는 첫 번째 경고.

이를 알아챈 남명성이 의자를 당겨 이재웅 옆으로 다가왔다.

손으로 팔을 톡톡 치면서 이제 일어나라는 신호를 주었다.

그럼에도 이어지는 행위.

딸깍, 딸깍. 두 차례 이어진 마우스 소리.

여기서 일어나지 않으면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다.

남 형사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빨리 좀 일어나라!

묵묵부답.

그 순간 멀리서 누가 책상을 쿵 - 하고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다 참다 일어난 공 반장이었다.

공 반장의 시선이 이재웅에게 날아들었다.

 

"야…이재웅 xx야! 여기가 모텔인 줄 알아…내가 눈 붙이랬지…잠까지 자라고 했냐! 아오…저 xx를……."

 

"눈 붙이는 게…자는 거지…그리고…며칠 못 잤거든요……."

 

"xx야…그건 네가 집에서!"

 

이번엔 정 순경이 공 반장을 말렸다.

거기서 더 말했다간 선배도 들고 일어날 거란 경고.

공 반장은 말을 더듬었다.

그도 알고 있었다. 이재웅 형사가 왜 경찰서에 와서 잠을 자는지.

여자친구를 잃은 뒤로 불면증이 생긴 그는, 항상 경찰서에 와서 못 이룬 잠을 청한다.

죽은 애인을 소개해 준 당사자가 본인이니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애꿎은 담배와 라이터를 탓하며 밖으로 나갔다.

때 마침 안으로 들어오는 서유미 기자.

인사도 없이 나가버리는 공 반장과 조용히 앉아만 있는 강력팀 형사들이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그녀가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강력반에서 제일 막내인 정 순경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안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2

 

교도소는 죄를 지은 범죄자들을 가둬 교화시키는 장소이다.

그렇다고 범죄자들을 무조건 외부와 단절시키느냐? 그건 아니다.

때때로 가족이 면회를 신청하면 잠시나마 접견실에서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교도소를 들른 김재혁이 그랬다. 그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있지만

그 안에선 수만 가지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며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분침이 조금씩 흐를 때마다 왼팔에 차고 있던 손시계를 슬쩍슬쩍 내려다보았다.

때 마침 열린 출입문. 제복을 입은 남성 교도관이 걸어 들어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죄송합니다…수감자가 이번에도…면회를 거부했습니다……."

 

"그렇습니까…그렇겠죠……."

 

옆자리에 두었던 가방을 챙기면서 대답했다.

애써 표정은 웃고 있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2년 전, 친누나를 죽인 범죄자를 만나서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던

김재혁은 매년 매일 시간이 생길 때마다 교도소를 들렀다.

당사자를 만나면 왜 죽였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당사자를 만나면 왜 누나여야만 했는지 알 수 있을까,

그런 헛된 희망을 품고.

 

고갤 숙이며 교도관에게 인사한 후 대기실을 걸어나갔다.

 

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온 김재혁이 어느 고깃집에 들른다.

동그란 의자에 앉은 다음 자연스럽게 자기 뒤를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이모, 여기 늘 먹던 거로 하나 주시고…소주는 후레쉬로……."

 

"오케이…그런데 아직도 형님하곤 화해 안 한 거야…싸웠다더니…거 아무나 화해하고 빨리 데리고 와……."

 

"화해는 했는데…그 형이 워낙 바빠서요…알잖아요…형사인 거……."

 

씁쓸한 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주머니는 고갤 주억거린 후 주방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불판 위에서 구워지는 고기.

재혁이 빠르게 잔을 비운다.

늘 마시는 술인데도 항상 뒤끝이 쓰다.

쓴맛이 강한지 그의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

 

그가 고개를 들어 반대편을 바라봤다.

항상 자신과 이곳에서 고기를 먹던 이재웅 형사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반대편에서 고기를 굽다가 눈이 마주친 이 형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김재혁은 푸,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하늘로 떠난 친누나가 자길 보며 웃고 있다.

항상 두 사람과 있으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게 정말 웃겼든 웃기지 않았든.

그냥 존재만으로 웃음을 주던 이들이 그 곁을 떠났다.

젓가락으로 고기를 한 점 집는다.

오물오물, 맛을 천천히 느끼면서 소주를 한 잔 들이켰다.

 

깜깜했던 현관에 불이 켜졌다.

잔뜩 취해서 돌아온 김재혁이 비틀거리며 서있었다.

신발을 벗고 뚜벅뚜벅 들어가 조심스럽게 안방 문을 열었다.

부모님께서 주무시고 계셨다.

그는 눈길을 돌렸다.

평온한 얼굴로 잠을 자고 있는 부모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것이니라.

다시 발걸음을 옮겨 본인의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PC 데스크톱을 켰다.

컴퓨터 의자에 앉아 모니터가 완전히 켜지길 기다렸다.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그의 얼굴이 살짝 빛났다.

마우스를 딸깍 눌러 인터넷을 켰다.

네x버 포털 사이트를 접속해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검색 : 렌터카 회사]

검색 기록

사람 죽이는 법

아이 납치하는 법

둔기에 맞으면 느껴지는 고통

○○동 살인 사건

유가족 피해 보상

심리 상태

데스크톱 화면을 쳐다보던 김재혁의 눈에서 서늘한 살기가 감돌았다.

마치 큰 전쟁을 준비하는 군인처럼.

사무실 의자를 오른쪽으로 돌려 손을 비죽 내밀었다.

책장에 꽂아두었던 서류를 끄집어내기 위해서였다.

파일을 펼친 뒤 그 안에 담긴 문서를 찬찬히 읽었다.

 

<○○동 살인 사건>

 

용의자 남○○(37)가 저지른 ○○ 살인 사건의 3심 재판 결과가 나왔다.

재판부는 범죄를 저지른 후 일말의 죄의식조차 갖지 않는 피고인 남○○에게 징역 ○○형을 선고하였다.

여전히 범죄 피해자 유가족을 향한 사죄는 물론, 갱생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중략)

더불어 일각에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도 따르고 있어…….

 

이름 : 남성구(37)

주소지 : 서울시 ○○구 xx로

가족관계 : 배우자(이유나), 자녀(딸 남규빈)

 

2년 동안 준비했던 계획을 이제는 실행해야겠다,

라고 속으로 다짐하며 서류를 닫았다.

누나가 죽고 난 뒤부터 신문, 미디어 영상, 재판 사례 등을 전부 스크랩한 그.

그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젠…네가 고통받아봐…….'

 

 

 

3

 

본인 자리에서 의자를 박차고 일어난 공 반장.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자…사흘 뒤면 ○○ 초등학교에서 경찰서 견학 오는 거 알지?…아이들 가이드를 맡은…재웅이…

인마…저번처럼 애들 울리지 말고…괜히 울리는 바람에 학부모 민원 들어와서…

내가 xx…서장한테까지 불려가고……."

 

"그럼…다른 애들 시키면 되지…왜 항상 저예요?"

 

"시끄러워…아무튼…우리는 애들 만나러 그날…잠시 학교에 가 있으니까…올 때까지 절대 사고 치지 마라……."

 

깍지 낀 손을 뒤통수에 대고선 의자 등받이를 쭉 뒤로 젖힌 이재웅 형사가 입을 비죽 내밀고는 고개를 휙 돌린다.

나름 싫지는 않은 모양.

이를 지켜본 남명성이 끼어들었다.

 

"그래도…올해는 혼자가 아니네…우리의 홍일점…서유미 기자님이 계시잖냐!"

 

"어…그러네…선배…기자님하고 가이드하면 되겠네요!"

 

"기레기…아니 기자님은…그 사무실이 따로 없어요?"

 

이재웅 왼편에 간이 의자를 가지고 와서 앉아있는 서유미 기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회사야 있죠…단지 밀착 취재 중이니까…안 가는 것일 뿐……."

 

"허…제 말은 그게 아니라…어휴 됐어요…말해서 뭐해……."

 

 

 

4

 

어느 초등학교 교실.

시끄럽게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갑자기 교실 문 여는 소리를 듣고는 부랴부랴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장신남이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교탁 앞에 선 그는 흠, 하고 헛기침을 내뱉었다.

 

"여러분…사흘 뒤에 우리 어디로 가게요?"

 

흥분한 아이들이 목소리를 키운다.

 

경찰서요!

견학 가요!

놀러 가요!

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비록…그날 선생님은…출장으로 자리에 없지만…다른 선생님께서 잘 도와주실 거니까…말 잘 듣고…

가서도 경찰관 선생님들께 인사 잘하고…무엇보다 질서 있게 다니는 것…잊지 않아야 해요…알겠죠?"

 

선생님 말을 들은 아이들이 "네" 하고 대답했다.

그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그럼 하교하기 전…출석부를 한 번 불러볼게요!"

 

출석부를 펼쳤다.

첫 장 맨 위 칸에 이름을 적는 칸이 있었는데 그곳에,

 

담임 선생님 성함 : 김재혁

 

이라고 쓰여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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