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설정

창작 독한 형사 <1장 5화 - 숙취 해소제>

1

 

교회 앞에서 멈춰 선 봉고차에서 우르르 사람이 내렸다.

범인의 위치를 알아낸 이재웅과 그의 친구들이었다.

재웅은 따라 들어가는 척 걸어가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를 쫓던 서유미가 고개를 돌렸다.

동료들의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쫓지 않는 이재웅을 수상하게 느낀 것이다.

 

“안 들어가세요?”

 

“어차피 동료들이 잡을 텐데요 뭘…천하의 서. 유. 미

기자님이야말로 들어가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와…이 상황에도 비꼬시는 건 세계 제일이시네요.

네네, 들어가야죠! 네네…….”

 

출입문을 막아서는 경호원에게 경찰 신분증을 보여준

공 반장은 슬쩍 고개를 젖혔다.

뒤에서 이를 지켜본 동료들에게 내가 해결할 테니

들어가라는 의미였다. 남명성의 손이 꿈틀거렸다.

지원 온 경찰들에게 자신을 따라오란 뜻.

공 반장은 경호원에게 자초지종 상황을 설명했다.

경호원이 길을 내주었다.

그러나 장애물은 따로 있었다.

바로 수요예배를 듣는 충성스러운 종교인들.

강당에 선 목사가 “아멘!” 을 외칠 때마다 반대편에선 그를 따라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입구 앞에서 멀뚱멀뚱 서 있던 공 반장이 슬쩍 고개를

들었다. 2층 난간에 기대서 1층을 내려다보던

정 순경에게 말을 걸기 위해서였다.

오른손에 들고 있던 무전기를 입으로 천천히 가져갔다.

 

“용희야, 보이냐?”

 

“아뇨, 수상한 사람은 전혀 안 보입니다.

그냥 대놓고 엎는 거 어떻습니까?”

 

“그랬다간 오히려 우리가 의심받아.

조용히…최대한…빠르게…검거해야 해.”

 

때 마침 무전기 소리를 들은 서유미가

슬쩍 고개를 갸웃거린다.

강당 옆, 음향을 조정하는 방송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오른손이 무전 중인 공 반장의

왼쪽 어깨로 향했다.

톡톡.

공 반장은 시선을 던졌다. 그녀가 말했다.

 

“저기 방송실을 이용하는 거 어떠세요?

대충 사실을 알리고 게스트로 초청받아서 왔다고

한 다음 무대에 올라가서

범인의 이름을 불러 강당 쪽으로 유인하는 거죠.”

 

“이야, 역시 대국 일보 홍일점이라 그런가?

기자님 대단하시네! 역시 몸만 굴릴 줄 알지,

머리는 전혀 쓸 줄 모르는 우리하곤 상식이 다르네요!”

 

“남명성,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빨리 방송실 가봐!”

 

“옙, 본부대로 합죠!”

 

방송실 창문 너머로 관계자와 대화 나누는

남명성의 뒷모습이 보인다.

등을 돌린 남 형사가 손을 움직인다.

OK 사인이 떨어진 것이니라.

눈앞에서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

서유미는 한껏 인상을 구겼다.

발로 뛰고 손으로 글을 남기는 기자로서 촉감.

가해자는 이곳에 있다. 분명히.

방송실 안에서 상황을 지켜본 관계자가 목사에게

다가가더니 조용히 속삭인다. 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 이런 저를 위해 하느님께서

은총을 내려주셨나 봅니다.

오랜 세월, 정성 들여 하느님의 목소리를

대변한 저를 축하하러 온 소중한 인연이 있다고 합니다. 자, 그럼 큰 박수로 불러보겠습니다! 나와주시죠!”

 

짝짝짝짝!

공 반장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고 느꼈는지

곧장 마이크를 붙잡았다.

 

“안녕하십니까, 남궁성명 목사님의

초청으로 오늘 이곳에 들른 게스트 공성주라고 합니다. 하하하, 제 복장이 좀 자유롭죠?

저는 하느님을 믿지만 하느님의 목소리를

여러 곳에 전파하기 위해 조금

캐주얼하게 다니는 목사입니다.

아…거두절미하고 오늘 성명 목사님과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는데요.

당첨자께서는 이름을 부르면 잠시

무대 위로 올라와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당첨자는…박순영 씨입니다!

모두 축하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긴 머리를 한 40대 후반 여성이 걸어 나온다.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자신을 쳐다보는 수많은 시선.

열띤 함성.

반대편에서 이름을 부른 공 목사.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다.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주변에서 들려왔다.

 

저 자식은 사탄이 보낸 악마야.

악마는 우리 손으로 처단해야 해!

죽이는 거야.

죽여! 죽여! 죽여!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재빨리 정신 차린 후 무대로 올라갔다.

공 반장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한편 밖에서 기다리는 이재웅은?

 

-예? 그게 사실입니까……?

 

-네, 약물 성분을 분석해 보니까 이거 향정신성 약물로 우울증, 환청, 환각 등이 보이는 환자들에게

주로 투여하는 약이더라고요.

과하게 복용할 경우 수면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 있고

오래 복용하지 못했을 경우엔

공격적인 성향이 깨어나서

흥분 또는 과한 행동을 일삼을 수 있습니다.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예상대로라는 듯.

2년 전 여자친구가 사망한 뒤로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한 그는 알 수 있었다.

현장에서 발견한 스무 개의 약통은 모두 향정신성 약물이라고.

범인을 검거하러 들어간 동료들이 위험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뚜벅뚜벅 걸어가는데 경호원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의 눈에서 서늘한 살기가 감돌았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저 아까 들어간 경찰들 일행입니다.”

 

“교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정받은 분들 외에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뭔 개소리하는 거야! 저 안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그딴 말이 나와?!”

 

초면인 사람에게 다짜고짜 말을 놓는 그.

의욕 없고 매사 부정적인 그도 형사는 형산 가보다.

경호원은 고개를 저었다.

끝까지 손을 뻗어 이재웅의 가슴을 밀치면서

그를 가로막았다.

 

다시 강당 안.

박순영과 공 반장.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 얽혔다.

그 순간.

눈앞에서 일어난 또 하나의 사건.

어느새 숨겨뒀던 식칼을 꺼내

공 반장을 찌르기 시작하는 그녀!

공 반장의 허리가 고꾸라졌다.

관중석에선 고성이 울려 퍼졌다.

목도한 충격적인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수십, 수백 명의 인파가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을 향해 뛰어간다.

그녀는 칼을 버린 후 강당에서 뛰어내렸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인파에 섞여 도주할 생각.

이를 목격한 남명성이 공 반장에게 다가갔다.

 

“반장님! 괜찮으세요? 반장님!”

 

오른손으로 상처 부위를 지혈했다.

공 반장은 옷깃을 끌어당겼다.

 

“나는 괜찮으니까 빨리 쫓아가…빨리!”

 

“조금만…조금만 기다리세요! 절대 정신 잃지 마세요!”

 

입구 앞에서 이를 지켜본 서유미도 표정이 좋진 않았다.

우르르 빠져나가는 대중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옷에 피를 묻히고 달려가는 가해자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서유미는 허겁지겁 뛰었다.

 

이재웅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출입문을 열고 나온 교원들이

좀비떼처럼 뛰쳐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층계를 내려오는 남명성과 서유미의 목소리가

그에게 닿았다.

 

“재웅아, 저 사람 잡아! 저 사람!”

 

“반장님이 찔리셨어요! 빨리!”

 

가해자 박순영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한다.

빨간 불이 되기 전에 서둘러

이재웅도 도로로 뛰어들었다.

슬쩍슬쩍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하던 그녀.

하느님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그는 양팔을 휘저으며 빠르게 뛰어갔다.

재차 일어나기 전에 몸으로 찍어 눌러야 한다!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던 박순영을

몸으로 덮쳐 제압한다.

 

“가만히 있어…새x야! 박순영,

너를 금마 아파트 살인 사건

유력 용의자로 긴급 체포한다.

이 시xx이 경찰을 찔러?”

 

“놔, 놔! 으아아…놓으라고! 이 사탄의 자녀들아! 내가 누군지 아느냐! 놔! 놓으라고! 개xx야!”

 

열심히 뒤를 쫓아온 남명성이 강제로 일어선

박순영의 양팔에다 수갑을 채우기 시작한다.

서유미는 숨을 헐떡거렸다.

본인 옆에서 호흡을 가다듬는 그녀를,

이재웅이 슬쩍 쳐다본다.

 

 

 

2

 

칼에 찔려 다친 공 반장이 입원한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반장의 모습을 보자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남명성.

 

“칼에 찔렸어도 끝까지 제 일 하시는 우리 반장님,

역시 푸로페샤날!”

 

“반장님…돌아가시면 안 돼요…….”

 

“용희…참 고맙다…걱정해 줘서!

그리고 서 기자님…….”

 

“네, 저요?”

 

모두의 이목이 그녀에게 쏠렸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작전 안 도와주셨으면 못 잡았을 겁니다.

야, 재웅…오늘 박순영이 잡을 수 있었던 거는

온전히 서 기자님 덕분이니까

내 카드로 회식이나 하고 와.”

 

“예? 저 회식 안 가는 거 아시잖습니까…….”

 

“에이, 이럴 때 반장 없는 반장팀 해야지 않겠습니까!”

 

정 순경의 유쾌한 반란이 이어졌다.

남명성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못 말리겠다는 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

즐거운 분위기도 잠시, 정 순경의 얼굴이 잠시 굳었다.

잊었던 말을 지금 전해야겠다는 듯

반장에게 말을 걸었다.

 

“참, 박순영씨 조사 좀 해보니까

역수입 케이스더라고요.

그러니까 원래는 이단 이런 데 있다가

지령을 받아서 교회로 침투한 사람이라는 거죠.

약을 복용한지는 1년쯤 됐다고 하네요.”

 

“역수입? 정보원도 아니고…별…….”

 

정 순경 입에서 ‘역수입’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살짝 인상 궂은 표정을 짓고선 이재웅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공 반장은 베개에 등을 기댔다.

꽤 많은 생각이 스쳐갔는지 창밖을 내다봤다.

 

“그럼 오늘은 반장 없는 회식하는 거지?

재웅이, 용희, 기자님 다 약속한 겁니다?”

 

“야, 남명성…비싼 거 먹지 말고…

소박한 거로 먹어…….”

 

“아이고, 임금님의 은총!”

 

공 반장의 체크카드를 건네받은

남명성이 허리를 숙인다.

 

 

3

 

 

노원에서 고기 잘 굽기로 유명한 고깃집.

고기 타는 냄새가 사방에서 풍겨왔다.

이재웅, 남명성, 서유미, 정 순경이 모여 앉았다.

그들 사이에 껴서 고기를 굽는 아르바이트생.

맥주가 담긴 네 개의 잔이 한곳에 모여

짠 - 하고 부딪친다.

서유미는 맥주를 들이켠 후 입술을 슥 닦았다.

 

“와, 이래서 형사님들이 매일 맥주 마시고 그러는구나. 완전 오늘 쭉쭉 넘어가네요!”

 

“그렇죠? 아잇, 기자님이 우리 팀으로 왔어야 했어.

왜 기자 했어요…참!”

 

“선배님은 어디 불편하세요?”

 

재웅 곁에 앉은 정 순경이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몹시 불안한 듯 오른 다리를 벌벌 떨면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휴지로 계속 닦았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냐…먹어 먹어…나 한 대만 피우고 올게.”

 

담배 좀 피우고 돌아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서유미는 식당 밖으로 나가는 재웅의 뒷모습을

주의 깊게 쳐다봤다.

때 마침 들려온 목소리.

반대편에 있던 남명성이 한 마디 거들었다.

 

“새x…아직 다 안 나은 건가…

정신과를 그렇게 다니는 놈이 참…….”

 

“참…선배님 그날 이후로 회식 잘 안 하시죠…

어쩐지…….”

 

“그날이요? 무슨 일 있었어요?”

 

고추를 하나 집어서 입으로 물어뜯은 뒤

말을 이어가는 남명성.

조금 매운지 물컵을 뚝딱 비운다.

 

“그 2년 전에 결혼까지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반장님 소개로 만났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고 그녀를 성추행했던 새x가 본인 신고했다고

그녀를 찔러 죽인 뒤론 회식 잘 안 와요.

아까도 안 가려던 거 저희가 겨우 끌고 온 거 보셨죠?”

 

“그런 일이…회식을 안 오는 이유는 그럼……?”

 

“사건이 벌어진 날이 우리 강력팀 회식날이었거든요.

새x…병원 안 다니겠다는 것도 반장님이 부탁해서

다니는 건데 통 나아질 기미를 안 보이네…….”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며칠 전 도시락통을 들고

경찰서를 방문한 여성이 떠올랐다.

그럼 그때 이 형사에게 도시락통을 건넨 이가

전 여자친구의 어머니?

 

회식을 마친 후 뿔뿔이 흩어진 강력팀.

집으로 가는 길이 똑같은 이재웅과 서유미는

나란히 길을 걸었다.

서유미는 눈치를 살폈다.

조금 전 식당에서 들은 얘기를 꺼내야 하나 말아아 하나 고민이 생겼다.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쇼.”

 

바로 앞 GS25로 들어가더니 무언가를

사가지고 나온다.

숙취 해소 음료수였다.

선물 받은 물건을 보았다가 살짝 고개를 들어

상대를 응시했다.

 

“잘해서 준 거는 아니고 반장님께서 부탁하신 거니까

드시고 가쇼. 크음…난 방향이 이쪽이라 살펴 가쇼.”

 

도움받은 것에 대한 감사는 표해야겠고 맨 입으로 말하기는 쑥스러워서 반장을 핑계 삼아서 하는 거짓말.

 

“저..저…아까 그……!”

 

횡단보도를 지난 이재웅이 오른팔을 들어 올린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의미.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음료수가 오늘따라 유난히 무겁게 느껴진다.

 

-다음 편에 계속-

댓글 4

비에이라 2024.04.28. 21:00
 조자룡조영욱
응 근데 컨디션 좋을때 잘 써조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이벤트 헌혈 이벤트 5 jacksonville 275 18
공지 미디어/도서/음악 갤러리 통합 규칙 8 리나군 730 20
이벤트 도서 구입 / 영화 예매 / 음반 구매 / 공연 및 전시 인증 이벤트 3 리나군 715 7
공지 후원내역 (2024/04/28) 리나군 553 3
공지 추천시 최소한의 정보는 주세요 안녕안녕반가워 863 15
인기 여행의 이유 리나군 13 5
인기 뭐 글쓸게 있었는데 까먹었다 2 꼰대 22 5
인기 너는 어느계절에 죽고싶어? 킹쿤타랑블란쳇 11 3
뮤직
이미지
방공관제사령부 6 1
문학/도서
기본
킹쿤타랑블란쳇 11 3
잡담
기본
사실은이렇습니다 8 3
잡담
이미지
사실은이렇습니다 13 4
뮤직
이미지
운석열 11 1
OTT
기본
리나군 7 2
문학/도서
이미지
리나군 13 5
잡담
기본
꼰대 22 5
잡담
기본
리나군 16 5
창작
기본
조자룡조영욱 12 7
잡담
기본
방공관제사령부 35 7
잡담
기본
운석열 45 9
뮤직
이미지
BryceHarper 31 7
잡담
이미지
탁다이도 40 8
잡담
이미지
BryceHarper 36 8
잡담
기본
시나모롤 26 9
잡담
이미지
탁다이도 46 12
잡담
기본
비에이라 35 9
잡담
이미지
탁다이도 40 7
잡담
기본
설윤 4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