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설정

창작 독한 형사 <1장 4화 - 밀착 취재>

 

1

 

 

식사 중인 손님들과 그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느라 분주히 움직이는 식당 아주머니들 사이에 껴서 조용히

밥을 먹는 이들이 있었다.

도봉 경찰서 4인방과 대국 일보에서 온 서유미였다.

주문한 음식은 모두 순댓국. 서유미의 오른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밥과 건더기를 골고루 먹으며 허기를 채웠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이재웅의 입에서 뜨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는 상체를 기울였다. 게걸스럽게 밥을 먹는 그녀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정말로 세 달간 여기서 지내실 겁니까? 우리 졸졸 따라다니면서? 그녀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재웅 오른편에 앉은 공 반장이 국물을 마시고 있는 서유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서장님이 정한 건데 우리라고 어쩌겠냐, 공 반장 곁에서 이 소식을 들은 남명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유미의 식성을 눈여겨본 정 순경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반장님 말씀처럼 서장님이 정한 일이시고…딱 세 달이라 하잖아요……."

 

"야…여기가 삶과 체험 현장이야? 맨날 출동하면 칼빵 맞고 둔기에 두드려 맞는 게 우리야…

그런데 언론사 기자가 곁에 있어봐…일이 제대로 돌아가겠냐?"

 

"뭐 어쩌겠어…서유미씨라고 했죠? 나이가 혹시……."

 

동료 남명성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상대 본심을 알아챈 공 반장이 시선을 던졌다.

 

"명성아…허튼짓 그만하고 밥이나 먹어라…그런데 재웅이 요 녀석 말처럼 정말 괜찮겠어요?"

 

"네…걱정 마세요! 저 기본적인 호신술은 할 줄 압니다!"

 

"호신술…와…멋지다……."

 

이성을 만나면 쑥스러워 하는 막내 정 순경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재웅은 핀잔을 주었다.

 

점심 식사를 끝낸 이재웅, 공 반장, 남명성이 식당 흡연실에서 흡연을 이어간다.

비흡연자인 정 순경은 미리 밖으로 나와 그녀와 단둘이서 대화를 나눈다.

그녀가 말을 걸 때마다 정 순경의 얼굴은 사과처럼 새빨개졌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본 이재웅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간다.

담배 재를 몇 차례 떨어뜨린 후 꽁초를 다시 입으로 가져갔다.

남명성은 콧방귀를 뀌었다.

 

"너 같은 게 어디서 저런 미인을 데려왔을까…야…나랑 좀 어떻게 안 되겠냐?"

 

"뭐라는 거야…지금…난 저 기레기를 어떻게 내쫓을까 궁리만 하고 있구먼…돕진 못할망정……."

 

"쳇…그보다 반장님은 홍일점이 생겨서 좋으시겠어요?"

 

"뭐 인마? 지금 나 비꼬는 거야? 이것들이…요즘 반장 알기를 아주……."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며 남명성이 손사래쳤다.

두 형사가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이재웅은 정면을 바라봤다.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정 순경의 모습이 보였다.

드르륵.

흡연실 문을 연 정 순경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진다.

담배 냄새를 맡자 싫은 내색을 드러낸 것이다.

 

"선배님들…긴급 신고예요! 어서 가야 할 거 같아요!"

 

담뱃불을 끈 형사들이 우르르 뛰쳐나간다.

자신을 두고 떠나는 경찰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서유미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같이 가요! 세찬 달리기가 이어졌다.

 

경찰서로 돌아와서 봉고차에 올라탄 강력팀.

운전석에 앉은 정 순경이 백미러를 바라본다.

 

"어? 정말 따라가시게요?"

 

사건 현장까지 동행할 맘인지 서유미가 차에 올라탔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이재웅은, 인상을 팍 구겼다.

 

"당장 내리세요…우리가 어디 놀러 가는 줄 알아요?"

 

공 반장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아아…일단 출발해! 출발!"

 

문이 드르륵 닫혔다.

서유미는 혀를 비죽 내밀었다.

상대를 조롱하는 듯한 표정.

이재웅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2

 

 

현장은 생각보다 고요했다.

아파트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인 만큼 미리 출동한 경찰들이 폴리스 라인을 친 채 그 앞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복도를 따라 걷기 시작하는 이재웅, 공 반장, 서유미.

폴리스 라인 너머로 현관문이 열린 집 하나가 보였다.

점점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공 반장과 이재웅의 표정은, 지옥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칙칙하게 변해갔다.

재웅은 등을 돌렸다. 졸졸 뒤를 밟는 서유미에게 할 말이 있는 모양.

 

"여기서부턴 못 들어가요…이건 당신이 싫어서가 아니라…엄연히 저희의 공무집행입니다…아시겠어요?"

 

"아니…그래도……."

 

"이번엔 재웅이 말이 맞아요…지루하시면 잠시 카페라도 들렀다가 오시죠…조금 오래 걸릴 거 같은데……."

 

"아뇨…저 여기서 기다릴 겁니다!"

 

"고집하곤……."

 

폴리스 라인을 오른손으로 쳐 들어 올린 다음 허리를 숙이고 안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공 반장도 발걸음을 옮겼다. 서유미는 벽에 등을 기댔다.

 

신발을 신는 현관에서부터 보이는 뻘건 혈흔.

피바다가 되어버린 마룻바닥.

이재웅은 흠,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기 위해 사건 현장을 들른 이재웅과 공 반장이 수사를 시작한다.

공 반장은 현관 바로 왼편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 현장을 탐색했다.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첫 시작은…역시 현관인가…대충 보았을 때 사용된 흉기는 날카로운 형태의 흉기…공격당한 피해자는…

이후 바닥을 기어서 방 안으로 들어갔고…그런 피해자를 따라 들어간 가해자는…무차별적인 공격을 감행…

이거 완전 악의가 보이는구먼…….'

 

공 반장을 지나친 이재웅은 화장실 문을 살짝 열었다.

 

'물기가 있다…….'

 

쪼그려 앉아서 바닥을 만진 재웅이 혼자 중얼거렸다.

한참 현장을 탐색할 때쯤 바지 왼쪽 주머니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손을 깊숙이 넣어 휴대전화를 꺼냈다.

 

-예…강력팀 이재웅입니다…….

 

-재웅아…관리사무소 와서 CCTV 보니까 오전 11시에 어떤 여성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게 보였어…

직원한테 물어보니까 아래층 주민이라 하더라…….

 

-그럼 오전 11시 이후로 사망했다는 건데…화장실은 그럼…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사용했다는 거네…….

 

-화장실? 생뚱맞게 웬 화장실?

 

-아니야…가해자는 현장에서 몇 시쯤 떠났는지 알아냈어?

 

스피커폰으로 선배 재웅의 목소리를 들은 정 순경이 고개를 살짝 돌려 휴대전화에다 입을 갖다 댔다.

 

-예! CCTV 보니까 12시 10분쯤 집에서 나왔고 약 10분 뒤에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떠나는 게 보였습니다!

그런데…문제는 그게 아니에요…….

 

-그럼 뭐가 문젠데?

 

-그게 옷차림이 달랐어요…….

 

쿵, 쿵, 쿵.

마룻바닥이 흔들릴 정도의 커다란 발소리.

공 반장에게 살짝 비켜달라 말한 후 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살피는 그.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옷까지 갈아입고 나갔어…가해자가 화장실에서 샤워를 마친 뒤 옷까지 갈아입고 현장을 떠났다고…….

 

통화를 끝낸 재웅의 시선이 공 반장에게로 향했다.

 

"오전 11시경 아래층에서 사는 주민이 피해자의 집으로 향하는 게 엘리베이터 CCTV에 찍혔답니다…

현장을 나온 건 12시 10분…샤워뿐만 아니라 옷까지 갈아입고 나왔고요……."

 

"벌건 대낮에 도망가긴커녕 현장을 오래 머물다 떠났다라…다른 이상한 건?"

 

"예…지하 주차장 CCTV에서 자가용을 타고서 도주했고 지금 차량 번호를 토대로 위치 추적 중입니다……."

 

"너는 당장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현장 좀 보고 와……."

 

현관 쪽으로 돌아온 이재웅이 안쪽을 살피려던 서유미와 눈이 마주친다.

마룻바닥에 새겨진 뻘건 피를 보자 속이 불편해진 걸까? 그녀가 등을 보인 채 돌아선다.

얼마나 심했냐면 입까지 틀어막고 헛구역질까지 할 정도였다.

그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게…보지 말라고 했잖습니까…참……."

 

챙겨주긴커녕 곧장 층계를 따라 밑으로 내려가는 그.

범인이 살던 집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반쯤 열린 문.

손잡이를 돌려 마저 연 다음 조용히 안쪽으로 들어간다.

굉장히 조용했다.

 

"……."

 

TV 양옆에 놓인 미니어처들을 살폈다가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끗 바라본다.

벽걸이 시계 오른편에 십자가가 걸려있다.

거실과 부엌을 샅샅이 살핀 후 안방으로 들어갔다.

화장대 위에 올려진 약통 바구니.

그중 한 개를 손에 집었다.

 

"무슨 약이…이렇게나 많아?"

 

관리 사무소에서 CCTV를 확인하고 돌아온 정 순경과 남명성이 그 옆으로 왔다.

그는 약통을 정 순경에게 건넸다.

 

"이 약통들 국과수에 보내서 어떨 때 쓰는 약인지 알아오고…가해자 카드 내역 알아내서…판매처 알아봐봐……."

 

"이걸 전부요? 예…아…알겠습니다…흠……."

 

약통 바구니를 가지고 안방을 빠져나가는 정 순경.

남명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는?"

 

"어 그게…경비원과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여쭤보니까 층간 소음으로 여러 번 다퉜었대 …참 방금 용희가 가져간 약…

뭔 줄 알고 국과수에 맡긴 거야? 뭐 켕기는 거라도 있어?"

 

"몰라…그냥 감이야 감…층간 소음이라고? 층간 소음이라…층간 소음……."

 

조금 전 가져간 약통 바구니를 천천히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그 약들의 정체는 정신이 불안한 환자에게 주는 일종의 정신약.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피해자를 죽인 가해자의 집에서 나온 남명성과 이재웅 곁으로 반장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걸음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아 긴히 할 얘기가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세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 얽혔다.

누가, 먼저 말을 꺼내느냐 문제.

공 반장의 양손이 바지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방금 연락 왔는데 가해자가 탄 자동차가 동부간선도로를 지나쳤대…

일단 고속도로 순찰대 쪽과 계속 소통하고 있으니까 아마 금방 또 올 거다…너희들이 보기에 어디로 갔을 거 같냐?"

 

"흠…집을 둘러보니까 혼자 지내는 것 같던데…마땅히 갈 데가…아…하필 이럴 때……."

 

"방금 동부간선도로라 했죠? 동부간선도로…잠깐…아까 십자가…십자가…잠시만!"

 

말을 하다 말고 도로 범인의 집으로 들어가는 그.

단독 행동하는 이재웅이 혹여 또 문제를 일으킬까, 공 반장이 허겁지겁 따라 들어간다.

남명성도 발길을 옮겼다. 의욕 없이 지내는 친구가 갑자기 이런 행동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재웅의 몸놀림이 점점 빨라진다.

안방으로 들어와선 냅다 서랍장 문을 연다.

그곳에 없다면 화장실! 화장실 문을 덜컥 열었다.

타월을 보관하는 서랍장을 열어 수건을 휙휙 펼쳤다.

그때,

바다로 나가서 물고기를 낚시하는 어부처럼 타월 하나를 집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그의 손에서 수건을 뺏은 남명성이 그것을 펼쳐서 바라본다.

 

[의정부할렐루야교회]

 

후배들의 행동을 가까이서 지켜본 공 반장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범인은 지금 교회로 향하고 있구나!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 용희야…당장 의정부 쪽 경찰서하고 연계해서 의정부 할렐루야 교회로 가라고 해…빨리!

어어…우리도 최대한 빨리 갈게…먼저 가 있어!

 

아파트를 나온 공 반장, 남명성, 이재웅이 봉고차에 올라타기 위해 걸음을 서두른다.

그 셋을 발견하곤 부랴부랴 다가오는 서유미.

재웅은 고개를 돌렸다.

왼팔을 뻗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번엔…장난 아니에요…자칫 잘못했다간 기자님 다칠 수 있어요…그리고…아까 보니까…

범죄 현장 본 적 없는 것 같던데…챙겨드릴 여력 같은 거 없으니까…이쯤하고 돌아가세요……."

 

"아뇨…당신에게 수리비를 받으러 왔지만…저 그래도…대국 일보 기자예요…

제가 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데요?"

 

"이런 상황에도 끝까지 해볼 생각이세요? 하…갔다가 개죽음 당하면 그 책임은 온전히 우리라고요!"

 

"절대…절대…피해 가는 일 없을 테니까…걱정 마세요……."

 

말다툼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날수록 불리해지는 건 당연히 경찰 쪽.

공 반장의 눈에서 서늘한 살기가 감돌았다.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남녀가 못 미더웠던 모양.

 

"아씨…둘 다 뭐해! 일단 타!"

 

"빨리 타라…재웅아…반장님 혈압 넘어가신다!"

 

"하…시x……."

 

재웅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전…분명 경고했습니다……."

 

그와 함께 차에 올라타는 그녀.

봉고차에 시동이 켜졌다.

 

-다음 편에 계속-

 

댓글 2

비에이라 2024.04.28. 20:30
움..기자 좀 민폔데? 이쁘니깐 갠춘하긴 해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이벤트 헌혈 이벤트 5 jacksonville 275 18
공지 미디어/도서/음악 갤러리 통합 규칙 8 리나군 730 20
이벤트 도서 구입 / 영화 예매 / 음반 구매 / 공연 및 전시 인증 이벤트 3 리나군 715 7
공지 후원내역 (2024/04/28) 리나군 553 3
공지 추천시 최소한의 정보는 주세요 안녕안녕반가워 863 15
인기 여행의 이유 리나군 13 5
인기 삼국지 원전 완역판 세트 전 10권이 2만원도 안하면 미친 혜자 아님? 1 사실은이렇습니다 15 4
인기 너는 어느계절에 죽고싶어? 킹쿤타랑블란쳇 13 3
뮤직
이미지
방공관제사령부 7 1
문학/도서
기본
킹쿤타랑블란쳇 13 3
잡담
기본
사실은이렇습니다 8 3
잡담
이미지
사실은이렇습니다 15 4
뮤직
이미지
운석열 12 1
OTT
기본
리나군 7 2
문학/도서
이미지
리나군 13 5
잡담
기본
꼰대 22 5
잡담
기본
리나군 16 5
창작
기본
조자룡조영욱 13 7
잡담
기본
방공관제사령부 36 7
잡담
기본
운석열 45 9
뮤직
이미지
BryceHarper 31 7
잡담
이미지
탁다이도 41 8
잡담
이미지
BryceHarper 36 8
잡담
기본
시나모롤 26 9
잡담
이미지
탁다이도 46 12
잡담
기본
비에이라 35 9
잡담
이미지
탁다이도 40 7
잡담
기본
설윤 4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