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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가족의 의미

 

머리 속에서 정리되지 않고 이따금 꺼내 고민해보는, 

 

수년 혹은 십년 넘게 고민해보는 그런 것들이 있다.

 

이무진의 노래에서는 이런걸 궁상이라고 이름지었다고 했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맞을지도.

 

 

하나는 몇년 전, 갤에서 크게 한번 다툼이 일어났던 연예산업과 매춘과 성상품성에 대한 고민.

 

그때 이후로 여러 방면에서 이를 고민해보고 있지만 아직도 정리되지 않았다.

 

 

또 하나는, 가족의 의미.

 

이것은 거진 20년이 다되어가는 고민인데,

 

오래 전 어느 날, 아버지와 둘이 술을 마시다가 나온 이야기였는데,

 

 

아버지 : 너는 삼촌을 가족이라 생각하냐?

 

나 : 당연하죠.

 

아버지 : 그런데 너희 엄마는 그렇게 생각 안한단다. 우리 가족은 우리 넷 (아버지, 어머니, 나, 동생)이란다.

 

 

그 때부터 나는 가족의 의미를 고민해오고 있다.

 

나에게 있어 가족이란 무엇일까.

 

 

작년 설, (우리집은 아직도 명절 때 큰집에 다 모여 제사 혹은 차례를 지낸다.) 삼촌이랑 둘이서 잠깐 소파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삼촌께서 '이번 설에 H (삼촌의 아들, 나에게 사촌)가 표를 못 구해서 못왔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라고 내게 물으셨을 때,

 

나는 솔직하게, '말이 안되죠 뭐. 그냥 둘이 (H와 그의 부인) 지내고 싶은가보죠.'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삼촌께서, '이제 명절 때 따로 지내야 할까.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으셨고, 나는,

 

'저는 뭐 며느리들이 들으면 안좋아할 수도 있지만, 삼촌, 숙모처럼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 다 같이 보는게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그 때의 삼촌의 약간은 허망한 눈빛이 가슴에 새겨졌다.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 명절, 차례 이런 것은 의미가 없다.

 

다만 내게 의미가 있는 것은, 일년에 한두번이라도 다 같이 모여서 얼굴 맞대고 밥을 먹는 것이다.

 

여행이든 뭐든 상관없다. 

 

나는 그냥 일년에 두번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닮은 사람들, 어린 시절부터 나를 돌보아주고 내게 무한한 애정을 쏟아주었던 사람들을 보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나의 사촌의 생각에 우리는 가족이 아닌 것 같다.

 

이를 과연 비난할 수 있을까. 

 

 

내가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나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았던 (최소한 싫어하지만 않으면)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여기에 '가족'이라는 글자가 걸린다.

 

가족은 무엇일까.

 

우리 아이들에게 내 동생은 어떤 존재이고, 나의 부모님은 어떤 존재일까. 

 

당장 나의 와이프를 보더라도 명확하다.

 

그녀는 '우리 가족'의 경계에 그녀의 부모님과 형제까지도 포함하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그래서 이따금 나는 놀란다.

 

하지만 분명히 그녀는 학생회장 시절, 자신의 동기들과 선후배들을 바라보며, '가족'이란 표현을 썼었다.

 

그것이 설사 위선이라할지라도.

 

 

내게 있어 가족은 '피를 나누었으며' (이 표현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가족의 정의를 내릴 땐 어쩔 수 없이 유효하다.)

 

'아주 오랜 시간을 나와 함께 지냈고', '싫을 때 조차 함부로 떼어내지 못하며, 안타까울 땐 무한한 돌봄을 주고 싶은 존재'라고 생각된다.

 

여기에 하나 더 붙이자면 나와 결혼 혹은 오랫동안 깊은 관계를 유지한 사람.

 

 

내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경계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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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좀 허무한데, 이렇게 글로 쓰고 보니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대충 위의 조건들에서 두세가지를 함께 엮으면 되는 것이구나!

 

굳이 모든 걸 다 엮지 않아도 되는 것이네.

 

갑자기 정리가 되어버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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