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스크리아빈 - 피아노 소나타 9번 Op.68 "검은 미사"[발롱도르~]

알렉산더 스크리아빈의 피아노 소나타는 베토벤, 슈베르트 이후로 가장 위대한 피아노 소나타들로 여겨지고 있으며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와 함께 죽어가던 피아노 소나타 장르를 다시금 빛나게 해준 매우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스크리아빈은 피아노 소나타를 사실상 자기 음악의 중심축으로 여겨 평생에 걸쳐 꾸준히 작곡해나갔으며,

그의 피아노 소나타만 봐도 그의 음악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또 스크리아빈이 얼마나 인고의 시간을 보냈는지를 생생히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1~3번까지를 초기("환상곡 op.28"도 포함), 4~5번을 중기, 6~10번("불꽃을 항하여"도 포함)까지를 후기 피아노 소나타로 보고있다.

(초판본의 표지)

피아노 소나타 9번 "검은 미사"은 그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에 속하는 곡으로,

너무 난해하고 어려워서 인지도가 좀 딸리는 후기 소나타에서 그나마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인기곡이다.

인기에 걸맞게 수많은 피아니스트의 레퍼토리에 오고갔으며, 그만큼 명반들의 숫자가 꽤 많다.

"검은 미사"라는 부제는 스크리아빈이 직접 붙인 부제가 아니며, 

그의 친구 "알렉세이 포드가예츠키"가 이 곡의 어두운 면모를 보고는 제목을 제안했다고 한다.

스크리아빈은 이에 동의하였으며, 결국 이 곡은 "검은 미사"라는 부제를 가지게 되었다.

우연히도 소나타 7번에는 정반대의 "하얀 미사"라는 별명이 붙어있는데, 서로간에 작곡 시기도 다르고 의도도 달라 서로간의 관계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소나타 7번은 소나타 6번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6번 소나타가 검은 미사가 되야하지 않나

Piano : Igor Zhukov

음악은 변형된 소나타 형식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후기 소나타들과 마찬가지로 단악장제에 "무조성"이다.

"검은 미사"라는 부제에 맞게 음악은 굉장히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소나타들에 비해 불협화음의 숫자가 좀 더 많다.

처음에는 "Moderato quasi andante(안단테에 가까운 보통 빠르기로)"라는 템포 지시와 함께 

마치 지옥의 계단을 내려가듯, 반음계로 천천히 내려가는 기묘한 멜로디와 함께 시작된다.

이 부분에서 스크리아빈은 "전설같이"라고 연주하라는 독특한 지시를 남겼다.

점차 다양한 모티프가 뒤섞여가면서 음악이 복잡하고 심화되어 가며, 

이후 손톱으로 할퀴는 듯 날카로운 아르페지오와 트릴이 뒤섞인 매우 기괴한 부분에 도달하게 된다. (1분경)

하지만 이 이상으로 가지 않고 뭔가 주저하듯 애잔한 선율(스크리아빈은 여기에 "싹트는 그리움"이라는 지시를 썼다)이 조용히 흘러나온다. (1분 38초경)

하지만 이는 8마디정도로 잠시일뿐 어찌됐건 음악은 계속 앞으로 뻗어나간다.

뒤로가면 갈수록 음악이 전반적으로 속도가 가속이 되고, 사운드 또한 커지면서 마치 지옥에 가까워 지는 느낌을 자아낸다.

후반에는 가속이 무려 "Allegro molto(아주 빠르게)"까지 도달하면서 매우 격정적으로 치솟은 뒤, (7분 6초경)

결국 지옥에 도달하기라도 한 듯 굉장히 무섭고 악마적인 행진곡 부분에 도달한다. (7분 34초경)

이 행진곡 또한 점차 가속화되면서 혼돈으로 치닫게 되고, 결국 피아노 소나타 9번의 최대의 클라이맥스가 가혹하게 펼쳐지게 된다. (8분 17초경)

하지만 클라이맥스는 그리 길지 않고 갑자기 확 여려진뒤 처음의 주제를 조용히 제시하면서 음악을 조용히 끝맺는다.

꽤나 의미심장한 엔딩이다.

가기전에 추천도 부탁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