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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도서/음악 잡담 그리고 내가 가끔 지적하는 퍼온 유머글/퍼온 역사글의 왜곡 문제에 대해서 어떤 실마리 같은걸 찾은듯[발롱도르~]

https://www.flayus.com/102809959

 

 

어제 본 건 요 글이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재밌지.

 

 

니체가 자기 자신을 콧수염 뒤에 숨기기 위해 수염을 길렀고 

 

게다가 전쟁 옹호론자였다니!! 

 

그리고 마지막에 콧수염 없는 못생긴 니체 사진을 똭 박아줘서 유머까지.

 

 

먼저 띄용~한 부분은 니체를 전쟁옹호론자 지위에 가져다 놓은 거였는데

 

그렇게 다시 찬찬히 읽다보니 출처라고 적혀있는 <아침놀> 글에 눈이가더라.

 

뭔가 번역이 너무... 거칠다고 해야하나..

 

근데 증말 우연히도 우리 집에 국내에 나온 <아침놀> 번역판 2개가 다 있었더라구.

 

그래서 둘 다 펼쳐서 봤음.

 

근데 일치하는 게 없더라구.

 

그러니까 이 역사글을 쓴 사람이 직접 <아침놀> 원서를 보고 번역을 했던지 

 

아니면 국내에 또 다른 (거칠게 번역된) <아침놀> 책이 존재하던지 

 

둘 중 하나였겠지.

 

 

근데 나는 둘 다 아니라고 생각이 들더라구.

 

<아침놀> 원서 씩이나 읽고 자기 목적에 맞게 발췌까지 할 정도로 니체를 읽었으면 

 

뒤에 나오는 전쟁옹호 관련된 이야기는 할 수가 없거든.

 

 

먼저 두 번의 전쟁 참여는 한번은 강제징집이고 한번은 의무병과로 자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

 

물론 둘 다 선천적으로 몽뚱이가 약해서 중도탈락하기는 했지만.

 

근데 두 번의 전쟁참여가 전쟁옹호로 이어지기에는 

 

당시 시대상황이 니체같은 처지에서는 전쟁을 피하기 힘들었다는 점은 간과되어있어.

 

심지어 니체는 나중에 징집을 피하기 위해서 프로이센 국적을 버리고 평생을 무국적 상태로 살았다는 이야기도 간과되어있지. 

 

 

니체에게 있어서 전쟁옹호라는 오명을 극복하는게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동생 때문이야.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니체는 말년에 정신을 놓고 여동생 집에서 진짜 시체처럼 누워 있다가 생을 마감했거든.

 

그리고 우연히도 니체가 지성계의 슈퍼스타가 된 시가도 니체가 누워있던 시기랑 겹쳐.

 

니체의 저작이 아는 사람은 아는 그런 잔잔바리에서 BTS급 폭탄이 된게 아쉽게도 니체가 정신을 놓은 다음이야.

 

근데 니체는 자기가 슈퍼스타가 된줄도 모르고 말도 못하고 글도 못쓰는 상태로 침흘리며 그냥 누워있었거든.

 

그래서 동생은 '천재'였던 오빠 유명세를 독점하기 시작해. 

 

그리고 그의 사망 직후 미발간 원고들을 모아 껄끄러운 부분들을 들어내고 다듬어서 <힘에의 의지(권력에의 의지)>를 출판해서 엄청나게 팔아먹지.

 

(권력에의 의지인지 힘에의 의지인지 철학계에서 아직도 번역으로 싸우고 있는듯 하여 둘 다 씀. 사실 이 개념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처음 등장하는 개념임)

 

또 니체 전기인가를 써서 노벨문학상까지 받았나 아무튼 그래.

 

 

근데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이 여동생이 극렬한 반유대주의자이자 나치즘 광신도였다는 것.

 

그래서 이렇게 출판된 <힘에의 의지(권력에의 의지)>가 이데올로기 적으로 히틀러에게 큰 힘이 되게 되었지.

 

그래서 니체가 나치를 옹호했다는 편견이 생기게 된거고.

 

심지어 니체는 반유대주의자인 동생 부부가 꼴보기 싫어서 동생 결혼식도 안갔는데 말이지.

 

이 <힘에의 의지(권력에의 의지)>는 나중에 조작/왜곡된 것이 밝혀져서 니체 저작 리스트에서도 빠지게 됨.

 

 

자 여기까지 보면 뭔가 키워드들이 나오잖아.

 

'전쟁', '왜곡', '나치', '히틀러' 뭐 그런거.

 

 

하나만 더 보자구.

 

중간에 나오는 "자신의 저서에서 전쟁을 찬양한 것이 입만 산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부분.

 

진짜 니체는 전쟁을 찬양했을까?

 

이걸 봐봐.

 

 

"너희는 너희에게 걸 맞는 적을 찾아내어 일전을 벌여야 한다. 너희의 사상을 위해! 설혹 너희의 사상이 패배하더라도 너희의 정직성만은 그에 굴하지 않고 승리를 구가해야 하리라! 너희는 평화를 전쟁을 위한 방편으로서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긴 평화보다 짧은 평화를 더 사랑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권하는 것은 노동이 아니라 전투다. 내가 너희에게 권하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승리다. 너희가 하는 것은 노동이 전투가 되고 너희가 누리는 평화가 승리가 되기를 바란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부분으로 

 

나치즘 당시부터 지금의 극우에 이르기까지 사골처럼 우려먹어서 뼈도 안남은 부분이야.

 

근데 이게 앞뒤맥락 펼쳐놓고 보면 사실 노동에 관한 이야기임.

 

타자의 가치생산에만 매몰되서 무기력하게 이어지는 노동에서 탈피하라는 거지.

 

들으면 황당할텐데, 딱 저 부분만 발췌해서 '봐봐 그 유명한 니체도 말했다!! 전쟁이 옳다!!! 전쟁만세!!'라고 백년을 떠들고 있다니까.

 

 

 

그니까 내가 봤을 때 원 글을 쓴 사람은 

 

'니체라는 지성계의 슈퍼스타도 전쟁이 옳다고 했고 시대적으로 알고보니 그도 히틀러를 옹호했다'라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거 같어.

 

뭔가 극우적인 이야기의 입문하기에 좋은 루트지.

 

가랑비에 옷 젖는줄 모르는 그런거?

 

 

근데 과연 이 퍼온 글을 한국인이 한글로 처음 만들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봄.

 

일단 서양철학 특히 포스트모더니즘 근처에 있는 부분은 한국인인 우리에게는 어떤 벽이란게 분명히 있음.

 

더욱이 우리의 극우에겐 '나치즘'이라는 게 접점이 그렇게 크지도 않음.

 

근데 그 벽을 넘어서, 심지어 <아침놀>도 원서로 읽고, 차라투스트라도 읽고 

 

사람들이 혹할만한 유우머까지 섞어서 니체를 전쟁옹호론자로 만들 실력의 사람이다?

 

그럼 인터넷에 저런 글 안쓰고 있겠지.

 

한국에서.

 

 

그니까 내가 봤을 때 

 

분명 저 원글의 더 원초적인 소스는 외국의 극우/파시스트/신나치 등등에서 나온 글일 것 같음.

 

인터넷에 영어로 둥둥 떠다니는 그런 글들을 읽고 재밌다고 생각해서 번역해서 올렸지 않았나 싶음.

 

그게 또 퍼가기 쉬우니까 여기저기로 퍼진거고.

 

그래서 생각한건데 미스터리/역사갤에 자주 올라오는 왜곡된 컨텐츠들도 그런거 아닌가 싶다.

 

되게 궁금했거든.

 

도대체 한국에서 누가? 왜?

 

근데 <어침놀>이 번역된 상태를 보고 확신하게 되었음.

 

 

그니까 주절주절 썼는데 결론은 뭐냐면 

 

"니체는 전쟁옹호론자 아니야~~"

 

댓글 13

고정닉 작성자 2022.11.30. 12:46
 인천갤러
솔직히 더 재치있는걸로 받아주고 싶은데.. 생각이 안나네. 유치해서 3점 드립니다.
댓글
리나군 2022.11.30. 12:41
오.. 그렇구만..
별 생각 없이 대충 보고 퍼오는데 저것도 그런 소스가 있구나..
댓글
고정닉 작성자 2022.11.30. 12:46
 리나군
저는.. 직업병임
댓글
고정닉 작성자 2022.11.30. 15:41
 부산빠냥꾼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ㅋ
댓글
리눅스 2022.12.02. 22:44
 부산빠냥꾼
저 루트 풀로 탄 인간 중에 좌파 은근 많던데
댓글
페스츄리 2022.12.01. 11:36
저도 '유머 글'의 저 글 본 거 같은데 대충 보고 넘겼는데 '전쟁옹호론자'라는 말은 거슬리더라고요
이게 참 표현의 자유를 표방하는 인터넷의 맹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
아류겐 2022.12.02. 22:48
의사들도 방송 나가서 개소리 하는 세상인데 본인이 알아서 잘 걸러 들어야지.
고작 인터넷 글 몇 개 보고 지식 삼는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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