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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역사 일본사 이야기 9 : 쇼토쿠 태자가 꿈꾸었던 국가는?[발롱도르~]

야키야히메가 스이코 천황(推古天皇; 추고천황) 자리에 오르자, 조카였던 우마야도 황자(厩戸皇子)는 황태자가 되어 스이코 천황 옆에서 섭정(攝政)을 맡게 된다.

이 태자가 된 우마야도가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쇼토쿠 태자(聖德太子; 성덕태자)이다. 

 

스이코 천황과 쇼토쿠 태자는 소가씨의 피를 갖고 있었기에, 소가씨 가문으로 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렇기에 당시 소가씨 가문의 최고 권력자였던 소가노 우마코(蘇我馬子)는 쇼토쿠 태자와 연대하며 자신의 뜻대로 정치를 하고자 하였다.

 

400px-P94b-10000Yen-(1958)_front.jpg

▲ 과거 일본 지폐 속 쇼토쿠 태자

 

그러나 쇼토쿠 태자는 소가노 우마코의 계획대로 행동하지 않았다.

그는 백제의 혜총, 고구려의 혜자 등 이미 중앙집권체제가 견고하게 갖추어져 있던 한반도 국가들의 지식인을 스승으로 삼았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중앙집권국가에 관한 것을 배우게 되어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집권국가를 만들고자 하였다.

 

따라서 쇼토쿠 태자는 소가노 우마코와 협조하면서도 그를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쇼토쿠는 여러차례의 계혁을 통하여 소가씨의 지나친 세력 확대를 억제하고 천황에게 권력을 집중하는 정책을 펼쳤다.

 

 

① 관위 12계

 

그림1.png

 

일본 교과서에 등장하는 스이코 천황때의 행사를 그려놓은 그림을 보면 관리들의 머리에는 저마다 다른 색깔의 관이 씌워져 있다. - 원래는 당대에 그려진 그림을 찾아 첨부하려 했으나, 사진을 찾지 못해서 일본 교과서 사진으로 대신함. 학부시절 담당지도교수님께 문의해봤지만 당대의 그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함.. ㅠ -

그 이유는 바로 쇼토쿠 태자가 중앙집권화를 위해 관위제를 정비하면서 관리들의 등급에 따라 관복의 색을 다르게 지정해놓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관위 12계(冠位十二階)라고 부른다.

 

이전까지 야마토 조정의 관리는 중앙의 유력 호족들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력 호족 가문에 중앙 권력이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관리들의 위계도 가문의 힘에 따라 결정되었다.

 

그러나 쇼토쿠 태자는 관위 12계를 통해 가문과 관계없이 개인의 능력과 실적에 따라 위계를 나누었다.

이 덕분에 호족 가문들의 세력을 죽이고 왕권을 강화할 수 있었다.

 

쇼토쿠 태자는 이 관리들의 위계를 12개로 나누어서 관복의 색깔을 구분해놓았는데

그 색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2.png

 

관위의 명칭을 보면 대덕(大德), 소덕(小德), 대인(大仁), 소인(小仁), 대례(大礼), 소례(小礼), 대신(大信), 소신(小信), 대의(大義), 소의(小義), 대지(大智), 소지(小智)로 위계가 나뉘어져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여기서 역사나 동양철학에 관심이 있던 사람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유교의 오행인 인(仁), 의(義), 예(礼), 지(智), 신(信)이 관직의 명칭에 반영되었다는 것!

 

쇼토쿠 태자는 독실한 불교 신자였지만 한반도 출신의 스승들을 통해 유학도 접했다.

때문에 유학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었고, 유교의 사상을 정치에 적용시킨 것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일반적인 오행의 순서는 인, 의, 예, 지, 신의 순서이지만 관위 12계에서는 인, 예, 신, 의, 지의 순서로 관직을 정하였다는 것인데

학자들은 이를 쇼토쿠 태자가 그의 사상에 맞게 독자적으로 해석했다고 얘기한다.

 

인, 예, 신, 의, 지 위에는 덕(德)을 최고 등급으로 설정해놓았는데, <성덕태자전력>에 따르면 덕은 인, 의, 예, 지, 신의 다섯가지를 모두 합친 것이기 때문에 최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리고 덕은 보라색, 인은 파란색, 예는 빨간색, 신은 노란색, 의는 흰색, 지는 검은색의 각각 다른 관복을 입었다.

 

IMG_7769.jpg

 

또한 각 등급은 대와 소로 구별이 되는데 소의 경우에는 대보다 연한 색을 적용하였다.

 

따라서 진보라 > 연보라 > 진청 > 연청 > 진홍 > 연홍 > 진황 > 흰색 > 옅은 회색 > 흑색 > 진한 회색 순의 12가지 색의 관복이 생겨나게 되었다. 

- 위 일본 표에는 진한 색을 농(濃), 연한 색을 박(薄)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한국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진, 연으로 바꿔서 표기하였음. -

 

단 이 제도에도 다음과 같은 한계가 적용된다..

 

  • ⓐ 소가씨에게는 적용하지 않았음..
  • ⓑ 왕족과 지방호족에게도 적용 X

 

즉, 소가씨를 제외한 중앙 호족에게만 적용되어 진정한 관료제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

 


② 헌법 17조

 

쇼토쿠 태자는 관료제 개편에 그치지 않고 이에 따른 17개조의 헌법을 제정하였다.

이는 일본 최초의 성문법(成文法)이 된다.

 

근데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헌법과는 성격이 다른데...

이 17조의 헌법은 바로 관료제 재편 이후 바뀌어야 할 호족들의 마음가짐이나 정치적 복무규정, 도덕적 훈계 등만을 나타낸 것이다.

 

내용 중 몇개만 뽑아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 ⓐ 와(和; 화합)를 존중해라 .
  • ⓑ 불교를 공경해라.
  • ⓒ 천황은 하늘이고, 신하는 땅이다. 천황에 복종해라.
  • ⓓ 신하는 예로부터 나라와 국민을 위해 산다.
  • ⓔ 악을 징벌하고, 선행을 권장하라.
  • ⓕ 백성을 짓밟지 마라.
  • ⓖ 맡은 바를 철저히 일해라.
  • ⓗ 일을 독단적으로 하지 마라.
  • -  순서 상관없이 그냥 보이는 부분만 랜덤으로 번역했는데, 너무 많아서 번역하기 힘들다.. 여기 까지만 하겠음... -

 

헌법 17조는 이렇게 단순히 관리들이 갖추어야할 자세를 나타낸 것이라고 보면 된다.

 

 

③ 견수사 파견

 

쇼토쿠 태자는 천황의 권위를 굳건히 하면서도 대륙의 여러 나라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였다.

당시 중국은 혼란스러웠던 남북조를 수나라가 통일하여 세력을 펼치던 시기였는데, 쇼토쿠 태자는 대륙의 선진 문물을 받기 위해 수나라에 사신을 보내기로 한다.

 

  • ⓐ 1차 견수사(600)

사신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수서>에 따르면 수 문제가 왜국의 풍속에 대해 묻자 

“왜왕은 하늘을 형, 해를 동생으로 삼고, 하늘이 아직 밝아지기 전인 이른 아침에 정무를 보며 해가 뜨면 정무를 끝내고 동생에게 맡긴다”

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문구를 통해 당시 일본 조정의 업무 시간이 해가 뜨지 않는 새벽시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천황이 해를 동생으로 삼았기 때문에, 해가 뜨지 않는 시간에는 직접 업무를 보고 해가 뜨면 그땐 동생(해)이 온거니까 동생한테 일을 맡기고 쉬었다... 라는 것 같음..

 

  • ⓑ 2차 견수사(607)

사신으로 오노노 이모코(小野妹子)를 파견했는데...

그가 수 양제에게 보여주었던 국서에는 '해뜨는 나라의 천자로부터 해지는 나라의 천자에게' 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ㅎㄷㄷ

 

이에 수 양제는 딥빡... 격노하여 오노노 이모코를 죽일 생각을 했지만.. 

고구려를 견제하는 목적으로 일본과의 외교적에 관심이 있었기에 그를 죽이는 대신에 편지에 쌍욕을 적어서 답장했다고 한다.. ㅋㅋㅋ

- 근데 그 편지는 중간에 잊어버렸다 함.. ㅎㅎ 진짜로 잊어버렸는지 너무 심한 욕이라 오노노 이모코가 알아서 버렸는지는 알 수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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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노노 이모코

 

수 양제는 이모코가 귀국할 때 배세청(裵世淸)을 보내서 왜국의 국정을 시찰하도록 하였고,

이후 배세청이 귀국할 때 수나라의 불법과 예의를 배우도록 유학자를 파견시켰다.

 

이 후에도 여러차례의 견수사가 파견되었으며,

결국 쇼토쿠 태자의 깡따구 있는 외교가 어찌저찌 먹혀서 일본이 중국과 외교하고 선진문물을 수용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쇼토쿠 태자의 이러한 개혁 정책에도 소가씨의 세력은 점점 더 강대해져서 황권을 위협하게 되었고...

결국 쇼토쿠 태자는 실의에 빠져 은신하여 불교에 몰두했다고 한다..

 

 

----------------------

 

오랜만이네용!

일주일간 출장 갔다 와서 좀 늦었습니다 ㅎㅎ

 

근데 다음주에 또 일본 출장이라 아마 7월 남은 기간엔 연재가 힘들거나 늦어질 것 같아요 ㅠㅠ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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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불교의 수용을 두고 일어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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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best 울산현대FC 2018.07.21. 20:35
고퀄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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