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앨범 리뷰] 러블리즈 미니 3집 <Fall In Lovelyz>

 

 

#1 다시, 처음

 

이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러블리즈에게는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윤상을 중심으로 뭉친 팀인 원피스이다. 베이비소울, 유지애, 진 등 각각 스타일이 다른 멤버들의 1차적 조합이 원시적인 형태의 이른바 '울림걸즈'였다면 그 이후 원피스의 색이 입혀진 후에 비로소 <러블리즈>라고 하는 하나의 팀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사연 깊은 선공개곡 <어제처럼 굿나잇>이고 첫 정규앨범 타이틀 곡인 <Candy Jelly Love>였으며 그렇게 시작된 소녀 3부작의 완성은 바로 지금까지 러블리즈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안녕>과 <Ah-Choo>였다. 이후, 팬들을 위한 앨범인 <Lovelinus>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앨범 제목부터 새로운 3부작의 시작인 <A New Trilogy>의 타이틀 곡 <Destiny(나의 지구)>를 지나, <WoW!>와 <지금, 우리>를 거치면서 마침내 새로운 사랑 3부작의 막을 내렸다. 

 

2번의 3부작 프로젝트가 막을 내린 후, 러블리즈에게는 3가지 선택지가 놓이게 되었다. 지난 러블리너스 앨범에서 그랬던 것처럼 잠시 쉬어가기를 선택한 후에 새로운 3부작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과 지난 앨범에서 얻어낸 첫 1위의 기세를 살려 바로 새로운 3부작을 시작하는 것. 마지막으로 그동안 함께해온 원피스의 음악적 페르소나에서 벗어나 아티스트 러블리즈만의 길을 걷는 것. 결국 러블리즈가 선택한 것은 마지막 3번째 선택지였다. 데뷔 이후 3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한 원피스에서 벗어나 러블리즈만의 세계로 날개짓을 시작했다. 다만,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라고는 볼 수 없다. 비록 원피스라고 하는 어미새의 품을 떠나긴 했지만 러블리즈에겐 원피스가 남겨준 음악적 둥지가 남아있었고 그 둥지에서 새로운 시작을 선택한 것이다. 

 

 

#2. 트랙 리뷰

 

 

<트랙 리스트>

01. Spotlight

02. 종소리

03. 삼각형

04. 그냥

05. Fallin

06. 비밀정원

07. 졸린 꿈

 

 

#2.1. Spotlight

<작곡 : 원택, 탁 편곡 : 원택, 탁>

 

앨범의 인트로 트랙. 돈스파이크가 속한 것으로 유명한 뉴타입이엔티의 '원택, 탁, 애런' 트리오가 이 앨범의 인트로와 타이틀을 맡았다. 그 중 인트로인 스포트라이트는 애런을 제외한 원택과 탁 듀오가 작곡과 편곡을 했는데, 러블리즈의 데뷔 앨범인 <Girls' Invasion>의 인트로 <Introducing the Candy>와 상당히 유사하다. 바로 그 곡을 오마주하여 만든 곡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만 러블리즈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라고도 할 수 있겠다. 뿌리를 오마주함과 동시에 이어지는 타이틀 종소리의 메인테마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전개가 인상적이다.

 

 

#2.2. 종소리

 

<작사 : 원택, 탁, 애런 작곡 : 원택, 탁 편곡 : 원택, 탁>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러블리즈의 타이틀곡. 역시 뉴타입이엔티 소속 3명의 뮤지션이 이 곡에 참여하였다. 신스 사운드가 다양하게 들리며 제목에 충실하게 후렴구 크게 울리는 종소리가 듣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가사는 작사가 애런에 따르면 만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며, 의성어 '딩동댕'을 제외하면 외래어가 없는 가사가 특징이다. 

종소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후의 역주행이 아닐까 한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인 11월에 나왔지만 이 노래가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역시 12월 크리스마스 기간이었다. 18년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차차기 앨범 타이틀인 <찾아가세요> 활동에 열중이었던 상황이었는데 뜻밖의 역주행 움직임으로 비록 멜론 메인차트를 차지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급상승 순위 1위에 오르고 네이버tv top100 1위에 종소리 무대영상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 크리스마스 역주행은 18년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19년 크리스마스 기간에도 이어지며 이 노래가 단순히 흘러가는 노래가 아닌 꾸준히 사랑받는 노래임을 입증하였다. 

개인적으로 러블리즈의 음악은 이런 색깔이다 라고 정의를 한다면 그 예시로 이 노래를 선택하고 싶다. 우선 가사에서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가사를 쓸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고, 러블리즈가 단순히 아츄와 안녕으로 대표되는 원피스의 음악적 페르소나로서만 존재하는 걸그룹이 아닌 러블리즈만의 음악적 노선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3. 삼각형

<작사 : Razor 작곡 : Razor, 톰이랑제리 편곡 : Razor, 톰이랑제리>

 

울림 소속 작곡가 레이저가 작곡한 곡으로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짝사랑 하는 상대가 친구와 겹치는 삼각관계를 표현한 곡이다. 곡 제목이 삼각형인 이유가 있는데 작곡가인 레이저가 멤버 유지애에게 이 노래의 느낌을 물어봤을 때 삼각형 같다고 얘기해서 이 곡의 제목과 곡의 주제가 삼각형이 되었다고 한다. 가사에 스토리라인이 있는데 요약하자면 내가 먼저 A라는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성적인건지 A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친구 B가 A를 좋아한다고 나에게 고백을 한 것이다. B가 나에게 A 얘기를 할 때마다 나의 마음은 안절부절 못하는데 친구 B는 그런 내 마음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 나는 친구를 위해 A를 좋아하던 마음을 거두기로 다짐하는 내용이다. 이해하기 쉬우면서 슬픈 내용의 가사와 대조적으로 곡은 굉장히 발랄한데 이는 지난 앨범의 <Cameo>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곡 역시 카메오와 마찬가지로 타이틀곡의 커플곡으로 활용되었다.

 

 

#2.4. 그냥

 

<작사, 작곡, 편곡 : Bee>

 

알파벳 소속으로 이전 트랙의 작곡가인 레이저와 페어를 이루었었던 Bee의 노래다. 이전 트랙인 삼각형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곡이다. 삼각형이 가사에 먼저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혼자 담아두고만 있다가 나중에 그 상대방을 좋아하게 된 친구에게 사랑을 양보하는 소심한 화자를 표현했다면, 이 노래는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두고 있는 것은 같지만 소심해서 아무 말도 못했기에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던 삼각형과는 다르게 적어도 상대방이 나의 마음을 알고 있다. 단지 상대방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알지 못하기에 답답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밝은 멜로디에 슬픈 가사였던 삼각형과는 다르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외래어조차 사용하지 않던 삼각형과는 다르게 가사에 외국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 역시 대조적이다. 어떻게 보면 이전 앨범의 수록곡인 <The>나 <지금, 우리>의 이전 모습을 그려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만큼 러블리즈의 음악적 색채를 잘 표현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2.5. Fallin'

 

<작사, 작곡, 편곡 : Marco>

 

전 빅딜 레코드 소속 래퍼 마르코와 러블리즈의 첫 만남. 과거 2008년 울림에서 앨범을 냈던 에픽하이의 소품집 앨범 수록곡 <Fallin'>과 래퍼 출신 작곡가의 저작물이기 때문에 자칫 이전 앨범의 <Night and Day>처럼 어두운 분위기의 우울한 트랙을 연상시키기 쉽지만 그와 정반대로 정말 가슴 따뜻해지는 힐링곡이다. 앨범 발매 전에 2017 여름 콘서트 <Alwayz>에서 선공개한 곡으로 역시 앨범마다 1곡씩은 포함되는 발라드곡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곡 중간 중간 숨어있는 디테일(이미주 파트에서 '모두 다 Stop'이라고 하니 연주가 잠시 멈추는 것 등)이 돋보이며 후반부 들려오는 현악 연주와 곡 전체적으로 나긋하게 들리는 보컬 덕분에 편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다. 여러모로 지난 앨범의 <첫눈>을 연상시키는 곡이라 할 수 있다.

 

 

#2.6. 비밀정원

<작사 : 진리 작곡 : 영광의 얼굴들, 진리, Jake K 편곡 : 영광의 얼굴들, Jake K>

 

Full8loom 소속 진리와 영광의 얼굴들, Jake K가 참여한 곡. 이전 트랙인 <Fallin'>과 대조적으로 왠지 편안한 느낌의 힐링곡일 것 같은 제목과는 다르게 신스 사운드의 긴장감과 애절함이 넘치는 곡이다. 2021년 3월 12일 기준 현재 아이돌 음원 가운데 비밀정원 또는 Secret Garden이라는 제목의 곡은 단 3곡뿐인데 바로 에이핑크의 시크릿가든과 러블리즈의 비밀정원, 그리고 이후에 나온 오마이걸의 비밀정원이다. 이 3곡의 비교에 관해서는 먼저 작성한 글(https://www.flayus.com/80855262)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과거 리뷰에서 언급한대로 이 곡을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하자면 추운 겨울에 어딘지 모를 숲 속에서 비밀정원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지만 결국 찾지 못한 모습처럼 보인다. 그래서 길을 잃은 화자가 자신을 찾으려 와주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에 곡과 곡의 화자에게 애착이 간다. 또 마지막 음에 여운이 느껴져서 이 헤매는 상황이 결국엔 끝나지 않을까 하는 묘한 기대감 역시 느껴진다.

 

 

#2.7. 졸린꿈

<작사, 작곡 : 심규선 편곡 : 김진영>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자 심규선이 러블리즈 앨범에 처음으로 참여한 트랙. 작사와 작곡을 심규선이 했기 때문에 우울하거나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곡이 아닐까 했지만 내용물은 전혀 다르게 발랄하면서도 동화적인 느낌의 곡이다. 과거 앨범의 <라푼젤>, <퐁당>, <숨바꼭질> 등과 합이 좋은 곡으로 역시 외래어가 없는 가사가 특징이다. 어떻게 보면 비밀정원이라는 제목을 붙여도 좋을만큼 가사가 굉장히 따뜻한 느낌의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생각을 더 해보자면 이전 트랙인 비밀정원이 추운 겨울철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는 숲에서 과거의 비밀정원을 찾아 헤매다가 끝내 길을 잃었다면 이 곡에서 비로소 그토록 찾고 있던 비밀정원을 찾아냈고 계절도 바뀌어 봄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앨범을 계절로 표현한다면 종소리는 겨울의 끝자락 봄, 삼각형과 그냥은 뜨거운 태양과 차가운 비가 느껴지는 여름, 폴린은 따뜻한 햇살이 있는 가을, 비밀정원은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그리고 이 곡에서 다시 봄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보자면 앨범의 마지막 트랙으로 가장 적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 글을 마치며

 

이 앨범은 러블리즈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이며 중요한 갈림길이 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원피스의 의지 역시 중요하지만, 러블리즈에게도 있어 지난 앨범 <지금, 우리>에서 첫 1위를 달성하며 타기 시작한 상승세를 이어나가기 위해 부족한 대중성이 약점인 원피스와 결별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지, 아니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원피스와 함께할지 고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러블리즈가 선택한 것은 원피스와의 이별이었다. 단순히 작곡과 편곡에서의 이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기존 앨범의 프로듀싱 역시 원피스가 담당해왔기 때문에 앨범의 방향성조차 달라질 수 있는 부담이 큰 도전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러블리즈는 이 도전을 나름대로 슬기롭게 절충해냈다. 데뷔앨범 인트로 트랙 오마주로 대변할 수 있듯이 과거의 다져진 토대 위에 새로운 집을 짓는 것이다. 러블리즈는 결코 원피스가 다져놓은 토대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대신 그 토대에서 새로 벽돌을 켜켜이 쌓아올리며 원피스의 집이 아닌 러블리즈만의 집을 완성시켰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앨범은 후한 점수를 받을만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훌륭한 연결고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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