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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앨범 리뷰] 러블리즈 정규 2집 리패키지 앨범 <지금, 우리>[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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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앨범 리뷰에 앞서

 

 6월의 두 번째 리뷰 앨범으로 러블리즈의 정규 2집 <R U Ready?>, 그리고 이어서 발매 된 정규 2집 리패키지 앨범 <지금, 우리>를 선정했다. 특히 리패키지 앨범은 러블리즈에게 있어 중요한 시점에 나온 앨범이었다. 새로운 3부작의 마지막을 알리는 앨범이었고 바로 직전에 냈던 정규 2집이 그 구성에 비해 아쉬운 결과를 냈었기 때문에 정규 2집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새로 내는 리패키지에서는 이를 확실히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

 

바로 직전에 냈던 정규 2집 <R U Ready>는 앨범 표지의 물감이 그런 것처럼 러블리즈라고 하는 도화지에 여러 작곡가들이 서로 다른 종류의 그림을 그려 러블리즈의 폭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다만 타이틀곡인 <WoW!>가 이전 앨범 소개에서 밝혔듯이 3분 가량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 사이에 윤상 특유의 급진적인 곡 변화와 칩튠 사운드 사용, 윤상의 장기인 베이스 연주 등이 담겼지만 반대로 급진적인 곡의 변화와 쉽게 어려운 가사 등 대중적으로 거리감이 느껴지게 하는 요인으로 인해 대중들 사이에는 물론이고 팬덤에서조차 곡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에 다음 앨범에서는 이렇게 갈린 여론을 하나로 통합시킬 곡을 타이틀로 내놓아야 했던 것이었다. 결국 원피스의 음악적 고민은 그 쪽을 향해 집중되었고 그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러블리즈 데뷔 이후 첫 1위의 영광이었다. 이어지는 트랙 리뷰에서는 이 부분을 먼저 생각해둔 상태에서 와우를 먼저 듣고 그 다음 지금 우리를 들으면 좋을 것 같다. 

 

#2. 트랙 리뷰

<트랙 리스트>

01. R U Ready?

02. WOW!

03. 지금, 우리

04. Aya

05. Cameo

06. Emotion

07. 새벽별

08. 첫눈

09. 똑똑

10. The

11. Night And Day

12. 숨바꼭질

13. 나의 연인

 

 

#2.1. R U Ready?

<작곡 : 1Piece 편곡 : 1piece>

 

지난 앨범의 첫 트랙이자 역시 이번 리패키지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인트로곡. 스페셜 싱글이었던 <Lovelinus> 앨범을 제외하고는 모든 앨범에 앨범의 색깔을 보여주는 인트로곡을 트랙리스트에 올려왔었는데 이번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33초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색다른 전개를 들려주며 앨범 인트로곡으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2.2. WoW!

<작사 : 김이나, 전간디 작곡 : 1piece 편곡 : 1piece>

 

지난 앨범의 타이틀곡. 직전 트랙인 RUR과 이어지는데 처음의 분위기만 이어질 뿐 전개 과정은 좀 다르다. 고전게임을 하며 많이 들었을 법한 칩튠사운드로 곡이 시작되어 진한 베이스 사운드와 곡을 알리는 도입부 가사가 이어진다. 이전 뮤즈 온 뮤직 앨범에서 리뷰한 그대로 윤상의 장기가 모두 들어간 마스터피스지만 호불호 요소가 강한 것이 아쉬운 점으로 남은 곡이다. 

 

윤상과 오랜 호흡을 맞춰온 이전 앨범 타이틀이자 러블리즈의 대표곡인 <Destiny(나의 지구)>에서 호흡을 맞춘 전간디 공동 작곡이지만 대중성 측면에서 볼 때 이 조합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가사가 조합 실패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얼마전 놀라운 토요일에 문제가 출제되었을 때 출연자인 한해가 설명했던 것처럼 자세히 뜯어보면 데스티니에 이어 이과감성이 듬뿍 담긴 가사임을 알 수 있다. 

 

이 곡애는 여러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제일 많은 공감대를 얻은 해석은 뮤직비디오에 근거한 해석으로 러블리즈와 러블리너스 사이의 간극을 표현했다는 해석(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는 3d 러블리너스의 방으로 추정되는 공간에서 등장하는 2d 러블리즈, 그동안 러블리즈가 발표한 뮤직비디오 속에 등장했던 여러가지 오브제들, 마치 이미지를 복사한 것처럼 한꺼번에 여러명이 등장하는 러블리즈 멤버들 등)이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다른 해석을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다른 해석을 해보자면 소녀 3부작에서 보여준 소녀의 모습이 마지막 곡 아츄의 브릿지 부분(좋아하지만 그 사람이 날 그냥 편한 친구라 생각함)을 통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랑 3부작으로 이어지는데, 사랑 3부작의 첫 곡 데스티니에서 결국 그 감정이 극대화 되어 짝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그 마음을 차마 놓아버릴 수 없는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이번 와우에서는 (윙크라고 착각하면 안돼/너의 손을 잡고 싶은데) 등의 가사로 마침내 상대방과의 간격을 좁히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달이 지구에 닿으려면 보통의 궤도를 공전하는 것 만으로는 닿을 수 없다. 하지만 마치 땅을 접는 축지법처럼 우주 공간이라는 종이를 접어 세우면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좁혀질 수 있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거리가 있어 그동안 거리가 있어 들려줄 수 없었던 목소리를 들려줄 수도 있고 손도 잡아볼 수 있을텐데... 하지만 이건 말도 안되는 상상일 뿐이다. 여전히 지구가 바라보는 햇빛은 눈이 부시다. 결국 지금의 이 상상은 바람에 넘어가면 글씨와 글자 모두 아무것도 남지 않을 다음 페이지 같은 것이다.>

 

여전히 짝사랑 상대가 내가 아닌 다른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을 알지만 쉽게 놓아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근데 상대방이 태양이 아닌 날 바라보고 있는거란 복선이 보인다. (윙크라고 착각하면 안돼) 부분이 그렇다. 그 윙크가 착각이 아니라 진짜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미묘한 감정, 상황들이 이 노래에 깔려있기 때문에 3부작 컨셉 성격상 이 노래를 건너뛰거나 다른 곡을 타이틀로 삼기엔 무리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뭐든지 단계가 있고 징조가 있는데 그런거 하나 없이 계속 짝사랑 하던 사람이 갑자기 나보고 좋다고 달라 붙으면 뒤에 숨겨진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쟤 이뻐-) 파트도 원래는 (얘 이뻐-)가 아니라 파트틀 맡은 케이에 맞춰 (걔 이뻐-)인데 어감상 개이뻐로 들릴 수 있다보니 얘 이뻐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고 서지수 브이앱 방송에 의하면 노래 제목 후보중에 "~냥'이 들어가는 제목이 있었다고 한다. 만약에 ~냥이 제목이었다면 가사도 거기에 맞춰서 "~냥" 하는 식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노래에 고양이를 넣고 싶었던 울림의 바람은 결국 그 다음해에 낸 앨범에서 이뤄진다.

 

 

#2.3. 지금, 우리

<작사 : 서지음 작곡 : 1piece 편곡 : 1piece>

 

리패키지 앨범에 추가된 곡이자 이 앨범의 타이틀곡. 사랑 3부작의 완결판. 러블리즈에게는 데뷔 후 첫 1위를 안겨전 곡으로, 그리고 윤상에게는 지난 2010년 가인의 돌이킬 수 없는 이후 첫 음방 1위를 안겨준 곡이자 현재 기준으로도 제일 최근에 음방 1위를 달성한 곡으로써 여러모로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을 노래. 와우가 필연적이었던 또 다른 이유. 바로 와우에서 부족했던 후렴구의 강세나 대중들에게 거부감 있게 다가올만한 어려운 가사, 급격한 곡의 변화 없이 한가지 스타일로만 밀고 가는 형식이 돋보인다. 이전의 부족한 점을 빠짐 없이 피드백하여 새로운 곡에 반영하여 러블리즈와 윤상 모두에게 큰 결과물을 안겨준 것이다. 그와 동시에 단순히 지난 타이틀곡의 피드백 뿐만 아니라 기존 케이팝 곡에는 잘 쓰이지 않던 트랜스 장르 채용으로 원피스가 바라던 러블리즈를 통한 원피스의 음악세계 표출 역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가사는 기존에 <안녕>과 <아츄>의 작사를 맡았던 서지음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춰서 새로운 3부작의 마지막을 함께 해줬는데 역시 3부작의 마지막답게 지난 3부작부터 쭉 이어오던 기나긴 짝사랑이 마침내 이 곡에서 결실을 맺게 되었다. <네가 좋아한대 날/ 어떡해 진짠가 봐> <진짠가 봐/ 연인이 된 건가 봐> 등 주제와 전개가 아주 명확한 가사가 특징이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까지 러블리즈의 모든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던 디지페디의 뮤직비디오 역시 곡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멤버 각각의 공간에서 저마다 상징하는 상징물의 활용이 돋보인다. 여담으로 이 곡을 마지막으로 러블리즈와 디지페디의 인연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지금,우리의 다음 곡인 종소리 뮤직비디오는 쟈니브로스에서 제작을 담당하였다.

 

 

 

#2.4. Aya

<작사 : 제이윤 작곡 : 제이윤 편곡 : 제이윤>

 

리패키지 앨범에 추가된 수록곡. 당시 오랜 슬럼프를 겪고 있던 엠씨더맥스의 베이시스트 故 제이윤의 작곡 복귀곡이자 울림 전속계약 후 첫번째 곡. 러블리즈와 제이윤의 조합은 <Hug Me>와 <퐁당>에 이어 이 곡이 세번째이다. 와우와 마찬가지로 이 곡 역시 도입부에 들어가기 직전에 칩튠 사운드가 들어간다. 멤버 개개인에 맞춰진 가사(수정-낮은 구두를 신었는데, 소울-높은 구두를 신었는데)나 숨겨진 코러스, 마치 대화하는 것처럼 곡이 전개되다가 곡 안에서 말실수를 하는 모습(머리 어깨 '구두빨') 그리고 역시 숨겨진 다른 명곡들의 테마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는 곡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슬럼프 상태였으나 편한 마음으로 준비했기에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좋은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2.5. Cameo

<작사 : 심은지, 변방의 킥소리 작곡 : 심은지, 변방의 킥소리 편곡 : 심은지> 

 

jyp 산하 jyp 퍼블리싱 소속 작곡가인 심은지와 갓세븐의 <Fly>를 작곡한 변방의 킥소리가 힘을 합친 곡. 2집 활동 커플곡. 많은 팬들이 와우 대신 이 곡으로 활동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었다. 처음 접하기에는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와우에 비해 메타포가 들어가지만 그래도 이해하기 쉬운 가사가 인상적이다. 누군가를 남 몰래 짝사랑 하는 소녀의 모습을 영화의 단역 출연자와 주연 배우에 빗대어서 표현했다. 이후에도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퀸덤 무대에서 뮤지컬 형식으로 편곡되었다. 여담으로 심은지/변방의 킥소리 조합은 이듬해에 <미묘미묘해>로 이어졌다.

 

 

#2.6. Emotion

<작사 : 스윗튠 작곡 : 스윗튠 편곡 : 스윗튠>

 

과거 인피니트부터 울림과 깊은 인연이 있던 스윗튠이 작사, 작곡, 편곡을 모두 도맡은 노래. 제목인 이모션(감정)은 다름 아닌 이별 이후의 감정이다. 때문에 어찌 보면 과거에 나왔던 <이별 Chapter 1>의 후속곡 이별 챕터 2는 바로 이 노래가 될 수도 있겠다. 이별 챕터 1이 그러하듯이 이 곡 역시 러블리즈 특유의 밝은 멜로디와 대비되는 슬픈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라 할 수 있다. 노래 후반부의 랩은 베이비소울이 직접 랩메이킹을 했다. 가사를 살펴보면 이별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생기는 감정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처음엔 이별때문에 아파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이별을 한 상대방에게 서운한 감정만 있었는데, 되돌아보니 자기 자신만 생각했었던 모습에 아쉬워 한다. 하지만 결국 추억 속에 가두었던 상대방을 기억 속에서 보내주는 내용이다. 여담으로 다음 트랙인 새벽별과 함께 진이 노래의 가이드를 맡았다.

 

 

#2.7. 새벽별

<작사 : 장연정 작곡 : 1piece 편곡 : 1piece>

 

러블리즈의 메인보컬라인인 베이비소울, 케이, 진의 유닛곡. 데뷔 앨범의 선공개곡인 <어제처럼 굿나잇> 이후로 앨범마다 발라드곡이 1곡 이상 포함되었는데 이 앨범에서는 이 곡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어제처럼 굿나잇>, <Circle>, <책갈피>의 뒤를 잇는 윤상(or 원피스) 스타일 발라드곡. 여담으로 미니 1집의 <작별 하나>는 원피스가 아닌 이기용배의 이기가 결성한 오레오와 스위치가 작곡한 곡이다.

 

기존의 러블리즈 발라드와는 약간 다른 색이 돋보이는데 기존에 원피스표 발라드에서 들을 수 있던 신스 대신 아날로그 악기 소리가 주를 이룬다. 가사를 살펴보면 작사에 꽤 많이 공을 기울인 흔적이 보이는데 대표적으로 가사에 영어 가사는 물론 영단어 하나 들어가지 않고 대체가 어려운 한자어(창문, 향기, 매일, 잠시, 투명, 이별)를 제외하면 순우리말로 가사가 이루어져 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아이돌 발라드곡에서 단점으로 지적되던 감정 전달의 애매함이 완전히 해결되기는 어렵더라도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이고 또 한편으로는 성숙해진 러블리즈가 나아가야 할 미래 이정표 중 하나로 생각된다. 

 

사랑하는 상대를 잊지 못하고 그 상대를 기다리는 모습을 천체로 비유한 것은 이전의 데스티니와 유사하다. 데스티니의 화자가 짝사랑하는 상대방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라고 있는 반면에, 새벽별의 화자는 이별 이후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다만 상대방이 나를 바라봐주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상대방이 언제 나를 바라봐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는 불완전한 사랑이라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하얀 새벽별처럼 어떤 일이 있어도 결코 멀어지지 않는 순수한 사랑이기도 하다. 순수하지만 순진하지는 않은 모습을 세 메인보컬이 진정성이 느껴지도록 잘 녹여냈다. 

 

 

 

#2.8. 첫눈

<작사 : Razer 작곡 : Razer, 최문석 편곡 : Razer, 최문석>

 

전 알파벳 멤버이자 현 스타더스트 멤버, 울림의 전속 작곡가인 레이저가 피아니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최문석과 콜라보한 발라드곡. 러블리즈의 사계절 곡(꽃점, 여름 한 조각, 리와인드, 첫눈) 가운데 겨울에 해당하는 곡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이전 곡인 새벽별과 유사한 감성으로 들릴 수도 있는 곡이다. 이전 트랙의 새하얀 새벽별과 마찬가지로 이 곡에서는 첫눈이 되어 사랑하는 상대방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그 기다림이 슬픔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슬픔 대신 상대방을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과 왠지 모를 포근함이 느껴지는 곡이다. 어찌 보면 이 곡에서 기다리고 있는 화자와 상대방이 바로 첫눈이 내리던 11월 데뷔한 러블리즈를 기다리고 있는 러블리너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만약에 그 생각이 맞다면 이 곡에서 포근함이 느껴지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9. 똑똑

<작사 : 서지음 작곡 : 1piece 편곡 : 1piece>

 

이전에 <안녕>과 <놀이공원>, <아츄> 등에서 호흡을 맞췄던 원피스와 서지음이 다시 한 번 힘을 합친 곡. 러블리즈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이미지인 발랄한 소녀감성이 생각나는 곡이다. 사실 이 곡 역시 완전한 사랑을 다루지는 않고 있다. 다른 곡들과 마찬가지로 이 곡 또한 짝사랑 얘기이다. 그런데 그 짝사랑이 마냥 지루한 기다림은 아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짝사랑을 하기 전의 설렘이 보인다.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사랑이 맞는건지 아닌건지 스스로도 헷갈리는 상황. 그리고 그 마음을 들키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들키면 안될 것 같은 미묘함. 어떻게 보면 엉뚱해보이는 모습인데 그 모습이 결코 싫지가 않다. 이 앨범에서 다음 트랙인 <The>와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담으로 이 곡의 영제가 <Knock Knock>인데 이 앨범이 나오기 약 일주일 전에 나온 트와이스의 곡과 제목이 같다. 제목은 같지만 서로 다른 느낌의 노크인데 러블리즈의 노크가 긴가민가 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마음에 다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거라면, 트와이스의 노크는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내 마음의 문을 열어달라는 느낌이다. 

 

 

#2.10. The

<작사 : 스윗튠, 민연재 작곡 : 스윗튠 편곡 : 스윗튠>

 

이전 트랙인 이모션과 함께 스윗튠이 작사와 작곡, 편곡을 맡은 곡이자, 락 느낌이 드는 유닛곡이다. 이미주, 류수정, 정예인 유닛. 이전 트랙이자 메인보컬 유닛곡인 새벽별과는 정반대의 느낌이다. 아예 가사부터 변함없이 기다리겠다는 정적인 새벽별과 다르게 이 노래는 굉장히 동적이고 자기어필이 강하다. 새벽별은 그냥 상대방이 나를 잊지 말고 바라만 봐도 감지덕지인 느낌인데 반해 이 노래에선 아예 손 잡는건 감동이 없다고 말하며 '더'를 원하고 있다. 굉장히 당돌한 모습. 새벽별이 순수한 사랑인데 이 곡은 조금 더 뜨거운 사랑을 원하고 있는 것도 대조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 곡 역시 여러모로 러블리즈가 나아가야 할 길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아닐까 한다. 여담으로 멤버 정예인이 주연인 웹드라마 더 블루씨 오프닝에 나오는 곡이기도 하다.

 

 

#2.11. Night and Day

<작사 : Bee 작곡 : Bee 편곡 : Bee>

 

레이저와 함께 전 알파벳 멤버이자 울림 소속 작곡가인 Bee가 작사, 작곡, 편곡을 모두 한 노래. 이별 이후 혼자 남겨진 사람의 쓸쓸함을 담았는데 가사와 멜로디 모두 그런 주제에 맞춰 우울한 분위기이고 곡의 길이도 4분 30초 가까이 되며 그 우울함이 배가된다. 

 

<난 깊은 밤을 떠돌다 한없이 추락하는 별. 이렇게 다 잊혀지나봐> <남들에겐 그저 밝은 햇살도 내겐 그저 빛을 아는 밤>등이 바로 이 노래를 관통하는 핵심 가사. 개인적으로 이별을 체감하던 때에 이 노래를 들었었는데 당시 느꼈던 감정들 (시간은 분명 흐르고 있는데 나의 시계는 멈춰있다거나, 밖을 돌아다니면 다들 밝고 경쾌해보이는데 내겐 한없이 어둡고 추운 느낌이었던 감정들)과 매치가 되며 이 노래를 여러번 들었던 기억이 있다. 여담으로 멤버 류수정이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한다.

 

 

#2.12. 숨바꼭질

 

<작사 : Razer, 류수정 작곡 : Razer, 톰이랑제리 편곡 : Razer>

 

멤버 류수정의 첫 작사 참여곡. 바로 전 트랙인 나잇 앤 데이와는 정반대의 따뜻하면서 두근거리는 느낌이 드는 곡이다. 역시 짝사랑 노래. 짝사랑노래+현악 연주는 데스티니와 겹치지만 데스티니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똑똑>의 다른 갈래. 똑똑이 상대방에게 들키고 싶지 않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꼭 그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고 오히려 내가 먼저 상대방의 마음에 조심스레 노크를 하는 것이라면 숨바꼭질은 아직 사랑하는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은 준비 안된 짝사랑이다. 그러면서 역시 마찬가지로 마음 한구석에서는 조심스럽게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내심 기대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인스트루멘탈을 들었을 때 게임음악 느낌이 들었다. 국산 고전 RPG 게임 악튜러스의 마을 테마 느낌. 세부적으로는 다르지만 노래를 들었을 때의 이미지가 게임 초반부 항구 마을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구간에서 느꼈던 두근거리는 감성이 이 곡에서도 느껴졌다.   

 

 

 

#2.13. 나의 연인

<작사 : 전간디 작곡 : Mayumi Kojima 편곡 : 양시온>

 

정규 2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는 유지애와 서지수의 유닛곡 나의 연인이다. 이 노래는 보통 아이돌 노래에는 잘 쓰이지 않던 보사노바풍 노래인데, 원래 일본의 싱어송라이터인 코지마 마유미가 부른 동명의 곡을 밴드 아이엠낫의 베이시스트 양시온이 편곡하고 작사가 전간디가 번안한 것이다. 가사의 핵심 줄기는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양시온의 편곡으로 원곡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곡이 완성되었다. 코지마 마유미가 부른 원곡의 보컬은 무미건조한 느낌이고 연주도 거기에 따라 기타나 단음으로 들어가다가 첼로를 비롯해서 점점 악기가 늘어나는 구성인데 반해 러블리즈 버전의 작은 연인은 처음부터 베이스가 가득 차있는 느낌이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원곡과는 다르게 화자의 기대감이 드러나는 것도 이 곡의 차이점. 곡을 원곡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비브라폰으로 채우는 것도 러블리즈 버전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여담으로, 이 곡의 편곡자인 양시온은 러블리즈 콘서트 세션 기타리스트로도 활동 중인 기타리스트 유승범, 그리고 배우 김재욱, 드러머 김태현과 함께 밴드 월러스의 멤버로도 활동한 바 있다. 러블리즈와는 한 다리 건너서 알고 지내는 셈이다.

 

 

#3. 총평

 

러블리즈 정규 2집 <R U Ready?>에서 러블리즈는 앨범 커버의 물감과 같이 한 가지 색이 아닌 다양한 색깔의 모습을 보여주며 향후 러블리즈가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타이틀곡인 <WoW!>를 통해서는 레트로 느낌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첫번째 유닛곡인 <새벽별>에서는 그동안 보여주기 어려웠던 메인보컬 베이비소울, 케이, 진의 보컬 능력과 러블리즈표 발라드의 성공 가능성을, 두번째 유닛곡인 <The>에서는 락킹한 곡 전개로 기존의 <안녕>이나 <Ah-Choo>등에서 보여준 청순 이미지에서 탈피한 모습을, <Night and Day>에서는 우울하고 쓸쓸한 곡 전개에서 느껴지는 감성의 전달을, 마지막 유닛곡인 <나의 연인>에서는 보사노바풍의 노래로 실험적인 면모와 역시 그동안 가려져 있던 두 서브보컬 멤버의 보컬을 소개하며 러블리즈가 나아갈 수 있는 길이 한가지가 아니라 여러 갈래임을 보여주었다. 

 

다만 기존의 타이틀곡 와우에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가사와 갑작스러운 변화로 혼란을 느낄 수 있는 곡 전개, 흡인력이 부족한 후렴구 등의 단점이 존재하였고 이때문에 팬들사이에서조차 호불호가 강한 타이틀곡으로 남게 되는 아쉬운 점이 존재하였다. 그리고 이 아쉬운 점을 수용한 원피스가 피드백하여 낸 노래가 바로 <지금, 우리>라고 할 수 있다. 제목에서부터 이해하기 쉬운 곡 주제와 가사, 흡인력 있는 강렬한 후렴구, 변조를 넣지 않은 곡 전개 등. 모두 러블리즈가 원피스의 음악적 페르소나이고 또한 원피스가 러블리즈의 가능성을 믿듯이 러블리즈와 울림 또한 원피스의 음악적 능력을 믿었기에 가능한 피드백이었다. 만일 러블리즈가 이 단계에서 원피스와의 조합을 깨고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면 이런 피드백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리패키지 앨범을 마지막으로 2년에 걸친 러블리즈의 새로운 3부작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 앨범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한 러블리즈 역시 다음 앨범에서 원피스와의 일시적 이별을 선택한다. 이는 실패에 따른 이별이 아니라 데뷔 후 첫 1위라는 성공적인 방점을 찍은 후에 비로소 둥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것이다. 다만, 그 이후의 도전에 있어서도 러블리즈는 이 앨범에서 보여준 하나의 커다란 선을 결코 놓지 않았다. 비록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러블리즈와 함께 작업하는 원피스 완전체의 모습을 볼 수는 없게 되었지만 그 향기는 오래토록 러블리즈의 곁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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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작성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댓글 12

이주현 2021.06.16. 22:48
 이주현
숨바꼭질이 수정이 작품이였구나
댓글
송하영 2021.06.16. 23:00
러블리즈 윤상 조합 너무 좋아
댓글
던던이 2021.06.16. 23:05
전 차라리 카메오가 타이틀이었으면 했었음
어차피 윤상 못버렸겠지만,,,
댓글
서윤경 2021.06.16. 23:32
씬넘버 원투쓰리뽀빠입식세븐에잇 꽤 오래됐는데

까메오 너무좋아
댓글
이채령 2021.06.17. 07:24
역시 수록곡 맛집 울림 ㅅㅅ
댓글
걸그룹 2021.06.17. 09:57
개인적으로 제일좋아하는곡이 데스티니지만
앨범전체적인 구성을보면 역시 와우 들어있는 앨범이 좋지
정말 버릴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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