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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앨범 리뷰] 러블리즈 미니 2집 <A New Trilogy>[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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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운 3부작의 시작

 

 앞서 올린 앨범 리뷰까지 울림걸즈에서 러블리즈로 거듭나는 과정과 그 흔적들, 그리고 러블리즈가 탄생하고 러블리즈만의 감성을 3부작으로 담아 노래하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번에 리뷰할 앨범은 지난 러블리지즈 싱글 앨범이 나오고 약반년 안되는 기간만에 나온 미니 2집이다. 팬 헌정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싱글 앨범을 제외하면 러블리즈가 앞서 발매했던 3장의 앨범을 요약하자면 '그 나이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교복을 입은 10대 소녀가 조금씩 성장하면서 느끼는 사랑에 대한 미묘한 감정들이 시간의 흐름에 맞춰 하나 둘 다르게 전해졌다. 맨 처음으로 들려준 데뷔곡 <candy Jelly Love>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외로워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사람을 생각하는 내성적인 모습의 소녀를 보여주었다면 이어지는 <안녕>에서는 마침내 그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였다. 하지만 그 고백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일까? 소녀 3부작의 마지막 곡인 <Ah-Choo>에서는 그냥 친한 친구로만 남아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의 브릿지에서도 보이듯이 러블리즈, 그러니까 지금까지 함께해온 이야기의 화자는 그냥 소중한 친구로만 남아 있길 원하지 않는다. 더 다가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고 소중한 친구로 만족해야 하는 현실의 벽에 막혀있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러블리즈의 첫 3부작은 막을 내렸다. 그리고 소녀의 사랑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에 대해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이제 소개하고 같이 들어보게 될 이 앨범에서는 이전의 짝사랑에 실패한 소녀가 다시 등장한다. 타이틀곡 <Destiny>를 통해 보여줄 소녀의 성장한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으로 이 앨범을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서문을 마친다.

  

#2. 트랙 리뷰

 

<트랙 리스트>

01. Moonrise

02. Destiny(나의 지구)

03. 퐁당

04. 책갈피

05. 1cm

06. 마음(*취급주의)

07. 인형

 

#2.1. Moonrise

<작곡&편곡 : 1Piece>

 

원피스가 약 1년 반만에 인트로곡에 복귀했다. 리메이크 앨범인 <Hi~>에서는 인트로가 없었고 미니 1집에는 SM 소속 작곡가인 코치&센도가 인트로를 맡았으니 데뷔 앨범인 <Girls' Invasion> 이후 처음으로 인트로 작곡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간만에 복귀한 인트로인데 인트로에서부터 느껴지는 분위기가 이전과 사뭇 다르다.

 

이전에는 이어지는 타이틀곡의 가사가 슬픈 짝사랑이야기였을지라도 멜로디, 특히 인트로의 멜로디만큼은 밝고 경쾌하면서도 설레는 느낌이었는데 이 곡에서는 시작부터 예사롭지가 않은 것이다. 이전과는 다르게 비장하게까지 느껴지는 현악 연주의 음과 템포가 점점 상승하면서 곡의 긴장감이 점점 커지며 곡이 끝난다. 

 

#2.2. Destiny (나의 지구)

<작사 : 전간디 작곡&편곡 : 1Piece>

 

이전 트랙의 점점 고조되던 현악 연주가 그대로 이어지며 곡이 시작된다. 원피스가 스스로 음악적 페르소나라 언급해온 러블리즈를 통해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던 것인지 묻는다면 바로 이 곡을 말할 수 있을 만큼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2021년 지금을 기준으로 드는 생각이기 때문에 곡이 나온 2016년의 기준이라면 조금은 다를 수도 있겠다. 예컨대 이 노래 이후 나왔던 노래들, 예를 들어 <찾아가세요>같은 노래들에서 드는 감성이 이 곡의 정서적인 후속곡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서적 후속곡이 나오지 않고 그동안의 소녀 이미지만을 품고 있던 상황에서는 분명 기준이 달라질 것이다.

 

곡 리뷰로 돌아와서 사실 그동안 러블리즈 노래에는 현악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역시 원피스가 작곡한 <안녕>을 들을 수 있겠고 또 이어지는 역시 현악 연주를 빼놓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이 곡들 모두 지금 데스티니에서 들려주는 만큼의 어두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의 브릿지에서 그 조짐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것이 이만큼 어두운 분위기일거라고는 미쳐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처음 이 곡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게 되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역주행중인 아츄의 이미지만을 알고 러블리즈의 신곡을 접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거부감이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잠시 그 거부감을 거두고 온전히 이 노래에 집중한다면 이 곡이야말로 그동안 지켜봐온 어린 소녀가 좀 더 성숙해진 모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사를 한 번 살펴보자. 과거 샤이니의 <Punch Drunk Love>, <Dream Girl>,  f(x) <미행(그림자:Shadow)> 등을 작곡하며 sm과 깊은 인연이 있는 작사가 전간디가 새로이 작사진에 합류하였는데 이전 앨범 수록곡인 <Circle>과도 그 감성이 닿아 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이 곡에서는 화자를 달, 그리고 화자가 짝사랑하는 상대방을 지구에 비유하며 달인 '나'는 지구만을 바라보면서 늘 지구만을 멤돌고 있다. 그렇지만 지구와의 거리는 여전히 가까워지지도 않고 있다. 또한 멀어지지 않는건지 멀어지지 않으려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멀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구는는 달의 마음이 어떤지 알지 못한채 오로지 태양만을 바라보고 있다. 

 

화자는 잠시라도 태양을 가리고 빛의 반지(일식)을 상대방에게 주고 싶고 또 달이 보이지 않는 낮에 지구의 하늘을 날고 싶어하지만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달 역시 그것을 알고 있다. 달의 궤도가 지구와 잠시 가까워지고 잠시 달이 태양을 가릴 수는 있겠지만 그 궤도가 완전히 어긋나 지구가 태양이 아닌 달의 주위를 돌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도저히 사랑을 놓을 수 없는 그 마음은 어쩔 방법이 없다. 그저 기다릴 수밖에.

 

노래는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고 도입부의 휘몰아치는 듯한 전개가 다시 등장하며 곡이 막을 내린다. 이 곡의 끝이 희망일지 아니면 절망일지 작은 힌트조차 없이 막을 내리며 여운과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러블리즈의 노래 가운데 이 노래를 제일 좋아하는데 이 노래는 들으면 들을 수록 점차 다른 매력에 빠지게 되는 노래 같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누군가에게 러블리즈의 노래를 단 한 곡만 추천해야 된다면 이 노래를 추천하고 싶다.

 

#2.3. 퐁당

<작사&작곡&편곡 : 제이윤>

 

미니 1집 수록곡 에서 처음 러블리즈와 인연이 닿은 엠씨더맥스의 베이시스트 제이윤이 이 앨범에서도 러블리즈를 위한 노래를 작곡하였다. 이전의 와 이어지는듯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곡인데 곡의 제목이 퐁당(Fondant)인 것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져들고 또 서서히 녹아드는 듯한 인상이다.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한 제이윤의 장기인 현악 구성이 바로 이곡의 포인트. 이전 곡인 와 마찬가지로 현악이 들어가는 곡이지만 곡의 분위기는 서로 정반대이다. 전자의 분위기가 구름에 달이 가려진 채 이따금씩 구름이 걷힐 때마다 약간의 달빛만이 스미는 새벽의 바다같다면, 이 곡의 분위기는 동화 속의 나라에서 사는 귀여운 고양이의 배를 만질때와 같은 부드러움, 따뜻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앨범에서 이전까지의 러블리즈의 모습을 기대하던 사람들에게는 여러모로 반가운 노래가 아닐까 한다. 또한 원피스가 주도하는 러블리즈 3부작과는 다른 제이윤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노래가 바로 이 노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이 노래를 듣게 된다면 이 노래와 함께 이전 작업물인 , 이후에 나온 , <꽃점>, <자각몽> 역시 들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2.4. 책갈피

<작사 : 리리크루 작곡&편곡 : 1Piece>

 

이 앨범에서도 다른 러블리즈의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러블리즈만의 색이 보이는 발라드 곡이 수록되었는데 바로 이 노래이다. 신혜성과 멜로디데이 앨범에 참여했던 작사가 리리크루가 참여한 원피스 스타일의 발라드곡이고, 앨범 크레딧에는 표기되지 않았지만 이전 앨범 수록곡 서클의 랩 가사와 마찬가지로 리더 베이비소울이 본인의 랩 가사를 직접 작사하였다. 

 

이전 트랙인 <퐁당>이 밝은 노래였는데 이 곡에서 다시 기존의 <어제처럼 굿나잇>, <작별하나> 등에서 들을 수 있었던 러블리즈 특유의 아련함이 드러난다. 예컨대 - 에서 짝사랑 상대가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떠날 수 없는 마음을 표현하고 이어지는 퐁당이 누군가와의 사랑에 빠져서 점점 사랑에 스며드는 모습이라면 이 노래는 이별 이후 그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은, 그리고 이별한 상대가 부디 돌아와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어제처럼 굿나잇>, <작별하나>와 주제가 겹치지만 화자의 감정들은 조금씩 다르다. <어제처럼 굿나잇>이 이별을 통보받은 후에 이별을 부정하는 모습이라면 <작별하나>에서는 이별을 체감하고 있지만 그 이별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모습, <책갈피>에서는 역시 이별을 체감하고 있지만 결국 다시 돌아와주길 바라는 모습이 그려진다. 

 

여담으로 이 앨범에서 인트로부터 시작해서 <Destiny>, <퐁당>, <책갈피>까지 모두 현악이 사용되었는데 그 느낌이 모두 다른 것이 흥미롭다. 타이틀과 이어지는 인트로를 제외하고 세 노래를 계절로 표현하자면 <Destiny>는 겨울이 코 앞으로 다가온 늦가을, <퐁당>은 봄, <책갈피>는 막 낙엽이 질 무렵의 초가을 느낌이다.

 

#2.5. 1cm

<작사&작곡 : Razer,Strike 편곡 :Rphabet,Strike>

 

과거 인피니트 앨범에 참여하여 수많은 히트곡들 작곡한 울림 소속 작곡가 레이저가 러블리즈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곡이다. 도입부부터 칩튠 사운드 특유의 통통 튀는 듯한 소리가 마치 누군가를 좋아하는 그 마음을 숨길 수 없어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소리처럼 들리는데 이것이 바로 이 곡의 포인트. 칩튠 사운드의 경쾌함이 이전 곡의 분위기를 전환시켜준다.

 

이쯤에서 다시 앨범 수록곡들의 분위기를 살펴봐야 하는데 이전 미니 1집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그래도 밝은 느낌을 내는 데에 충실하려 했다면 이 앨범에서는 그동안 밝음에 가려져 있던 아련함-<Ah-Choo>의 브릿지에서 잠시 엿볼 수 있었던-을 보여주는 구성이었다. 그래서 인트로인 <Moonrise>와 이어지는 타이틀 <Destiny>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딥한 분위기였고 이어지는 <퐁당>에서는 그와 반대로 동화같은 사랑에 설레는 모습을 보여주며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어서 발라드곡 <책갈피>에서 다시 서정적이고 아련한 느낌을 내다가 이 곡과 이어지는 <마음>에서는 다시 딥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쯤에서 바로 다음 트랙인 <마음>과의 연계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어지는 두 곡 모두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콘서트를 하게 될 경우에는 밴드 연주에 맞게 편곡이 조정되어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두 곡의 궁합이 매우 좋아 이어서 연주해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고 거기에 이 곡을 부르는 러블리즈 멤버들도 기존의 딱 맞춰진 안무에서 조금 더 자유롭게 무대를 뛰어다니면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다보니 팬들에게 있어서도 이 노래와 <마음> 모두 각별한 것이다.

 

 

#2.6. 마음(*취급주의)

<작사 : 서지음 작곡&편곡 : 1Piece>

 

<안녕>, 에서 호흡을 맞춘 원피스와 서지음 조합이 다시 뭉친 곡. 이전 미니 1집 앨범에서 와 함께 최종까지 타이틀 경쟁을 했던 곡으로 그만큼 원피스의 정성이 많이 들어간 곡이기도 하다. 곡의 분위기 자체만 놓고 본다면 어두우면서도 성숙한 느낌을 주는 이 앨범보다는 그래도 밝은 느낌이 있는 이전의 앨범들과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앨범이 러블리즈의 메이저(퐁당, 1cm, 마음)와 마이너(destiny, 책갈피, 인형)를 동시에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본다면 이 곡이 바로 메이저 파트의 타이틀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 곡인 <1cm>와 함께 이전까지의 러블리즈의 모습을 기대했던 사람들을 위한 곡이자 자칫 마이너한 감성으로만 빠질 수 있는 앨범의 흐름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이하게도 이 노래의 경우에는 가사를 3번이나 바꾸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과거 러블리즈의 자체 리얼리티 방송에서 나왔다시피 '슈가슈가 그대는 너무 달아'라는 가사가 붙었던 적도 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결국 미니 1집에서 이 노래가 제외되었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마침내 이 앨범에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사족으로 이 노래가 다빈크의 마지막 원피스 참여 곡이기도 하다. 이후에 참여하는 러블리즈 노래에는 원피스 소속이 아닌 다빈크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다.

 

 

#2.7. 인형

<작사 : 전간디 작곡 : Kissmaker 편곡 : 양시온>

 

부부작곡가 키스메이커(최지훈, 서형주)와 데스티니 작사가인 전간디, 그리고 밴드 아이엠낫의 베이시스트 양시온이 편곡에 함께한 노래. 이전에는 없었던 작사와 작곡, 편곡 조합이 러블리즈의 노래에서 비로소 이루어졌다. 왈츠를 연상시키는 듯한 멜로디에 전간디 특유의 비유적인 가사 표현, 그리고 여기에 러블리즈 각 멤버들의 특색있는 보컬까지 어루어져서 이 앨범에서 데스티니 못지 않은 존재감을 어필한다.

 

이 노래를 감상하면서 가사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고 본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마치 인형에 비유하여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을 일종의 스토리라인이 형성되어 듣는 이로 하여금 가사의 내용과 주제를 여러모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노래의 화자는 바로 인형이다. TV속의 누군가를 닮은 인형인데 자신을 데려온 이를 좋아하고 있다. 물론 자신을 데려온 이유가 그 TV속의 누군가를 닮았기 때문인 것을 알고 있지만 감히 말을 꺼내지도 또 발을 떼지도 못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과거 <Ah-Choo>나 같은 앨범 속의 <Destiny>에서의 화자가 연상되었다.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못하고 수동적인 모습, 그러면서도 결코 떠날 수도 없는 모습이 서로 겹쳐보인다. <Destiny>의 화자와 다른 점이라면 <Destiny>의 화자가 '넌' 나의 지구라고 상대방을 규정하며 스스로 떠나지 않는 모습이라면 <인형>의 화자는 '난' 그대의 인형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며 타의가 포함되어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Destiny>와 일정부분 겹치면서도 이런 세밀한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점이 재미있다. 

 

그 다음으로 노래 구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특이하게도 멤버들마다 한 소절을 부르고 퇴장하는 형식이라 마치 8명이 한 노래를 이어가며 부르는 듯한 느낌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후렴 부분을 담당한 세 메인보컬 케이, 류수정, 그리고 진의 감성이 저마다 조금씩 다른 것이 매력적이다. 또 노래의 마지막 주자인 진의 후렴이 끝난 후에도 잠시동안 노래가 이어지며 마치 끝나지 않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앨범의 시작인 <Moonrise> - <Destiny>에서 마치 달과 지구가 그러하듯이 지금의 멀어지지도 않고 가까워지지도 않는 관계가 이어지는 것처럼, 인형에서도 화자가 노래하는 지금의 이 상황이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모로 앨범의 마지막을 알리는 곡 다운 엔딩이라는 생각이 든다.  

 

 

#3. 글을 마치며

 

반년도 안되서 돌아온 러블리즈의 모습은 지금까지의 러블리즈의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수록곡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긴 하지만 새로운 앨범의 타이틀곡에서만큼은 이전의 밝고 명랑한 소녀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모습을 드러낸 것은 과거의 소녀에서 보다 성숙한 모습이었다.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교복을 입은 소녀일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졸업을 하고 성장을 하고 점점 다른 삶을 사는 것이 우리의 일생이듯이 러블리즈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거기에 미니 1집 리뷰에서 얘기했듯이 첫 3부작을 마친 후 자칫 청순 이미지 단 하나만으로 팀의 이미지가 고착화 될 수 있는데 새로운 3부작에서 그것을 깨고자 시도한 것이니 이 변화는 어떻게든 이루어져야 했다. 

 

다만 이 변화가 무조건적인 대중성을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마침 의 역주행이 지속되고 있던 상황이라 에서의 모습과 에서의 모습에서 보이는 이질감이 있었고 전자의 모습을 기대하던 사람들에게 러블리즈의 새로운 변화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던 것이다. 이질감에서 오는 거부감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수록곡에는 이전 앨범에서의 감성을 가져왔지만 팬이 아닌 이상 수록곡까지 찾아 듣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그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필요했다. 우선 대중과 라이트팬들이 이 변화를 이해 해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러기엔 반년이라는 시간은 짧았을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거기에 음악 외적으로도 타이밍이 좋지 못했다. 기존의 음원 강자들과 급상승 중이던 신인 아이돌 그룹들의 컴백이 잇따르면서 그만큼 음악이 대중들에게 노출 될 기회도 줄어든 것이다. 아직 이전의 역주행곡의 인기가 유지중인 상황에서 대중들이 기대하던 러블리즈의 모습과 다른 모습에서 오는 이질감에 우선하여 노래의 질과 관계없이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진데다가 쏟아지는 히트곡들의 범람에 밀려 결국 앨범이 제대로 평가되기도 전에 활동을 마감해야 했다.

 

물론 당시 소속사인 울림엔터테인먼트의 상황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소속 아티스트이자 주축 아티스트인 넬의 독립, 아직 해결 못한 테이스티와의 법적 분쟁, 여기에 이미 그 해 3월 예고되었던 모회사였던 sm엔터테인먼트와의 분리까지 처리해야 할 과제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과제들을 처리하다가 언제 소속 아티스트들의 앨범활동이 시작될지 알 수 없었을테니 말이다. 가능한 때에 처리해야 했을 것이다. 아쉬운 상황의 연속이다.

 

이 앨범은 흥행면에서는 성공한 앨범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음원사이트 진입 6위 시작과 첫 음반 판매 초동 1만장을 돌파하긴 했지만 오히려 이전에 나오는 <Ah-Choo>에 밀리는 기현상을 겪으며 끝내 음원이 차트에서 물러나야 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을 통해 러블리즈는 과거의 러블리즈보다 좀 더 질적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었다. 수록곡인 <퐁당>이나 <1cm>, <마음>에서는 기존 이미지를 더욱 더 확장해서 와 러블리즈가 기존의 컨셉에서 얼만큼 탄탄한지에 대해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타이틀 와 마지막 곡인 <인형>에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단순히 청순 컨셉에만 최적화된 걸그룹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요약하자면, 분명 이 앨범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고착화 될 수 있는 이미지에 변화를 주는 동시에 이전과의 이질성을 줄이는 신구 조합이 잘 이루어진 음반이었다. 다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팬들 입장에서는 러블리즈 최고의 음반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만큼 좋은 음반이지만 이 앨범의 진면모가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재평가를 거듭할 수록 좋은 평을 받는 것이 이 앨범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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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작성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댓글 9

켕거루 2021.06.07. 21:27
인트로 부터 막곡까지 하나도 내취향이 아닌 게 없던 앨범
댓글
서윤경 2021.06.07. 21:28
와 ㄹㅇ 띵곡 퍼레이드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최예나 2021.06.07. 22:54
여기 앨범 책갈피 진짜 많이 들었었는데
댓글
미주 2021.06.08. 05:13
마음 참많이 들었었는데 오랜만에 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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