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사 [서호정] 프로세스 사라진 대표팀 운영… 다시 산으로 가는 축구협회

이런 프로세스가 2021년 들어서는 돌연 실종됐다. 정몽규 회장이 3선에 성공한 뒤 수뇌부가 재구성된 시점과 맞물린다. 대표팀 운영의 축이 되는 기술 파트의 지휘봉이 3년 5개월 만에 복귀한 이용수 부회장과 황보관 신임 대회기술본부장에게 넘어갔다. 김판곤 위원장은 월드컵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부회장직을 내려 놓았다고 발표했는데, 실제로는 그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는 게 내부 전언이다. 지난 2년 간 외부로부터 신뢰를 얻은 시스템과 프로세스도 자연스럽게 멈췄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을 지원하는 단장도 김판곤 위원장이 아닌 황보관 대회기술본부장이 맡아 현지로 향했다. 황보관 본부장은 J리그 오이타 트리니타에서 감독, 행정가 경험을 풍부히 쌓은 '일본통'인 만큼 선임 근거가 아예 없다 할 순 없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을 선임하고 지난 2년 동안 모니터링 하며 평가해 온 주체인 김판곤 위원장이 최종 결전의 장에 빠진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김학범 감독과 상호 신뢰를 갖고 소통하며, 객관적 조언을 할 존재가 없었던 것이 각종 오판을 낳았다. 

이 상태라면 당장 9월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최종예선에 대한 걱정도 커진다. 한국은 중동팀 사이에 고립된 최악의 조 편성을 받았다. 경기력 외적인 부분의 전략적 접근이 상당히 중요한데, 그 주체 역시 벤투 감독을 선임한 김판곤 위원장이 아닌 다른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감독 개인의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기는 팀 운영은 이미 세계적으로 끝난 시대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루기 위해서는 벤투 감독의 역량 못지않게 KFA의 지원이 중요하다. 감독 한 명의 혜안을 넘어 협회 차원의 지원으로 총력전이 벌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2014년과 2018년 월드컵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범했던 각종 혼란과 탈락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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