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그렇게 우리는 다시 강등되었다.[발롱도르~]
- Muni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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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일이 있어 성남과의 최종전을 전반전만 시청했다. 일이 다 끝나고 보니 역전패와 함께 강등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다고 경기 영상을 따로 찾아보진 않았다. 항상 역전패당하던 대로 졌으리라.
두번째 강등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버틸만 했다. 1부리그에서 보낸 오랜만의 시즌은 즐거웠던 시간도 분명 있었다. 다만 이동준이 눈물을 흘리는 영상을 봤을 때 몰려온 씁쓸함은 없앨 수 없었다.
잠시 시계를 돌려보자. 안익수 감독 시절, 김창수, 박종우, 이경렬을 앞세운 부산은 질식축구라는 나름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클럽 팀에게 축구에 관한 정체성이 생긴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이겠으랴. 당시에 부산은 적어도 쉽게 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는 팀이었다.
시간은 흘러 부산은 무색무취의 축구를 보여주며 2부로 강등되었고, 고 조진호 감독님 부임 후 몇년간 김문환, 호물로, 이동준, 김진규 등을 필두로 강력한 오른쪽 라인과 양질의 패스를 보여주는 아이덴티티를 성립해나갔다. 거기에 이정협, 박종우가 돌아왔고 팬들도 늘어났으며 드디어 2020년, 승격에 성공했다.
글로만 보면 재기에 성공한 클럽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달랐다. 승격 과정에서도 지적받던 센터백, 왼쪽 라인에 대한 우려는 1부에 와서도 끊이지 않았고, 2020년 한 시즌동안 15명 이상의 선수를 영입했지만 36살 먹은 강민수의 활약상이 나머지 10여 명의 활약을 다 합한것보다 좋았다. 그 강민수마저 시즌 막판 부상과 개인사가 겹치며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앞에서 말한 신입생들 중에는 K3리그 소속도 여럿이요, 1경기만 뛴 선수, 1경기도 뛰지 못한 선수도 여럿이다. 빈치씽코, 김병오를 다년계약으로, K3리그 선수들을 과감하게 영입하던 프런트는 유독 조덕제 감독에게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9년 2부리그에서도 비판받던 조덕제 감독은 2020 시즌 중반으로 가면서 현저한 경기력 저하를 보여주었고 불화설이 밖으로 튀어나왔지만 프런트는 결정하지 못했다. '혹시 1경기라도 이기면, 1경기라도 비기면'을 외치다 또 다시 강등을 당하고 만 것이다. 지속되는 프런트의 대책없는 행보에 탄식이 절로 나오지만 부산 팬들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바뀌지 않을 프런트라는 것을.
시즌이 마지막으로 갈수록 주장 완장을 달고 몸을 내던지며 일명 걸레수비를 보여주던 박종우의 헌신을 보고 프런트는 무엇을 느끼는가.
로컬 유스로 시작해서 1부리그에서 부산 소속으로 뛰는 것을 꿈꿔왔을 이동준은 최종전을 마치고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두서없이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언급하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을 보며 그 어린 것이 얼마나 큰 짐을 짊어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막판에 본인이 맹활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런트가 이런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변화할 생각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필연적으로 핵심 선수들은 이적할 것이다. 팬들의 관심 또한 줄어들 것이다. 남은 선수들은 다시금 노력하겠지만 프런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씁쓸함은 왜일까.
그렇게 우리는 다시 강등되었다.
11월이지만 부산의 날씨는 유난히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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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랑 같이 올라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