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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어쩌다 극장: 2024 시즌 수원 R7 김포전 후기

많이 뒷북이지만 직관을 한 경기의 후기를 써야 한다는 생각에 일단 기록한다.

 

평점: ★★☆☆☆ + 1/2 = 2.5/5.0

 

전반전 훌륭한 경기력에 비해 득점이 많이 나오지 않은 것이 경기가 어렵게 된 원인이었다. 후반전 김포가 동점을 만든 뒤에는 양쪽 모두에게 승리 기회가 있었다. 전진우가 만든 극장골이 아니었다면 익숙한 패턴의 패배를 맛봤을지도 모를 경기였다. 수원 입장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판정, 김포의 예상치 못한 후반전 강공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거둔 것이 다행이었다.

 

오프사이드

 

골 취소가 아니었다면 수원이 최소 3점을 기록했을 전반전이었다. 김주찬과 조윤성의 득점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된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김포 수비진이 오프사이드 트랩을 순간마다 절묘하게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손석용의 득점 장면에서도 김포 수비진이 순간적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형성하려 했으나 그때는 한 발 늦었다. 득점이 나야 할 상황에 득점이 나지 않으면 경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수원은 그 함정에 빠져 후반전에 당혹감을 견뎌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핸드볼

 

아무리 비디오 판독이 있어도 핸드볼 파울의 기준을 알 수 없다. 전반전 상대 진영에서 발생한 손석용의 핸드볼 파울에 대한 판정은 정심이었다고 본다. 문제는 나머지 두 건이었다. 전반전 이종성의 슈팅을 굴절시킨 김포 수비수의 핸드볼 건이 정상적이라고 본 것은 이해되지 않았다. 후반전 김포의 동점골 상황을 보면 박경록이 골을 넣기 전에 패스가 들어올 때 핸드볼 파울이 있었는데 이 또한 정상적이라고 판정됐다. 이 경우는 더 명백하게 오심이었다고 생각된다. 단순히 실점이 억울한 것은 아니다. 후반전 초기에 김포가 일시적으로 점유율이 더 높았던 국면이 있는데, 그때 김포가 밀어붙이고 수원이 밀리던 상황을 보면 어떻게든 동점골은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다만 오심은 오심이라고 짚고 넘어가는 편이 맞지 않나 싶다.

 

예상외의 상대

 

김포는 보통 선수비 후역습 축구를 하는데, 이날 후반전은 강도 높은 공격성을 보였다. 후반전 시작 후 거의 20분 정도 김포의 점유율이 더 높았고, 이 국면에서 김포가 동점골을 만들기도 했다. 그 뒤에는 수원이 점유율 우위를 보였으나 그 격차는 큰 의미가 없는 수준이었다. 수원 대 김포로 보면 슈팅 12:13, 유효슈팅 5:7, 골키퍼 선방 6:3으로 역시 김포의 공격이 효율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상대에 혼미해진 탓인지 후반전 첫 20분은 실점 장면 이외에도 매우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경기는 양쪽 박스를 오가는 난전으로 치달았다.

 

전진우

 

결승골이 터지기 전 결정적 기회가 양쪽 모두에게 있었다. 수원은 조윤성의 헤더가 골대를 맞췄다. 직후 시작된 김포의 역습은 수원 골대까지 어렵지 않게 도착했고, 양형모가 한 차례 선방하긴 했지만 플라나가 찬 세컨드볼이 빗나갔으니 망정이지 최대 위기였다. 그야말로 양쪽 박스를 정신없이 오가는 경기였고, 극후반 시간대의 낮은 수비 집중력에 익숙한 수원 팬들은 또 다시 역전패를 당할까 조마조마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일단 내가 그랬다. 그 상황에서 꾸역꾸역 상대 진영에서 볼 경합을 이겨낸 뒤의 로빙패스가 전진우의 머리에 닿았고, 다시 떨어진 세컨드볼은 전진우의 발 끝에서 출발하여 김포 수비수의 자책골로 끝맺었다. 사실상 결승골을 만든 주역이었는데도 전진우는 침울했다. 짐작건대 자신이 생각하기에 혼전 상황이 아니라 떳떳한 방식으로 골을 넣어야 셀레브레이션을 하며 즐기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렇게 넣어도 골이고 저렇게 넣어도 골이다. 아무리 경기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아도, 아무리 경기 내내 욕을 먹어도, 결국 공격수는 공격포인트로 팀에게 승점을 가져다주고 자신을 증명하면 된다. 기술이 아니라 투지로 골을 넣었으면 어떤가. 전진우가 주변을 보는 여유를 찾고 경기를 즐길 줄 알았으면 좋겠다.

 

MOM 장호익

 

기억하기로는 경기 다음날 발표된 공식 MOM에 장호익이 올라가서 수원 팬들 사이에 설왕설래가 있었다. 나도 의외라고 생각한 일이었다. 볼을 갖고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막는 쪽이라면 장호익의 활약은 인정할 만했다. 다만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그리고 한창 상대 진영에서 패싱게임으로 공세를 전개할 때는 장호익이 좋은 카드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주전 라이트백으로 자리잡은 이시영의 과부하를 막아야 했기 때문에 이날 대체자 기용은 불가피했고, 장호익이 수비 면에서는 그런 대로 공백을 잘 메웠지만 공격 면에서는 역부족이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역습이 날카로운 김포의 주포 루이스를 상대로 큰 실수 없이 수원 우측면을 지킨 점은 인정한다.

 

불행과 다행

 

상대가 예상 밖으로 라인을 올리고 공세를 펼칠 때 거의 허우적대다시피 하는 경기는 지켜보는 팬의 입장에서 불행이었다. 극장골을 내주고 지는 일이 익숙하던 팀이 극장골을 넣고 이기는 일을 늘려가고 있는 것은 팬의 입장에서 다행이었다. 선수들 스스로 이렇게 이긴 것을 민망하게 생각하고 다음 경기에서 개선할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다짐하는 모습은 팬의 입장에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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