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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뜻밖의 결과: 2024 시즌 수원 R6 전남전 후기[발롱도르~]

평점: ★★★★☆ = 4.0/5.0

 

매 경기 본 듯했고 가슴 졸이게 만든 전반전의 진창을 제외하면 훌륭한 경기였다.

 

예측

 

분노가 극심하고 본업에 쫓겨 R5 충북청주전은 직관은커녕 중계방송 시청도 전혀 하지 않고 건너뛰었다. R6 전남전이 염기훈이 직을 잃고 귀가하는 날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이날 전반전까지 하고 있었다.

 

외국인

 

수원은 뮬리치, 툰가라, 카즈키가 출장했다. 툰가라와 카즈키는 변수를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전남은 발디비아, 유헤이가 출장했고 몬타노, 플라카가 출장하지 못했다. 발디비아가 변수를 만들 뻔했지만 전반전 30분대 조기투입 이후 전반전 종료까지 보여준 것 이외에 큰 위협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심판

 

심판 판정으로 경기 도중과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꽤 말이 나왔던 것 같다. 수원 쪽이 위험했던 상황을 되짚어보면 ① 전남 역전골이 될 수 있었던 전반전 발디비아의 득점 취소 ② 후반전 김상준의 핸드볼 파울 가능성 ③ 유제호의 경고 가능성 등 3개였다. ①에 대해서 말이 많았지만 정심으로 볼 근거는 충분하다고 본다. ②에 대해서 논하기가 어려운 것은 최근 핸드볼 파울에 대한 판정, 특히 2부 경기에서의 판정이 이루어지는 기준을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이다. ③에 대해서 말하자면 동점골 허용의 원인을 제공했던 유제호가 사방팔방에서 선수를 마크하고 공간을 채우는 동안 터프하게 플레이한 탓에 경고 1장 정도는 받을 법했는데 주의 2회로 끝나고 넘어간 것이 수원에게 호재였다고 본다. 

 

전남 쪽이 위험했던 상황을 되짚어보면 ⓐ 전반전 수원 우측면-전남 좌측면 라인 근처에서 김주찬과 부딪힌 유지하의 경고 가능성 ⓑ 후반전 이상민에 대한 태클 때문에 결정된 유지하의 다이렉트 퇴장 등 2개였다. ⓐ에 대해서는 심판 성향에 따라 경고가 나올 수도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조용히 지나갔고, ⓑ가 다이렉트 퇴장을 받을 만한 것인지는 이견이 있을 법하다. 영상 전체를 복기한 뒤 나의 생각은 유지하가 ⓐ에서 이미 경고를 받았다면 ⓑ 상황이 나오지 않을 수 있었겠지만, 결국 ⓐ에서 경고를 받고 ⓑ 상황이 나왔다면 역시 퇴장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쪽이다. ⓑ 장면을 자세히 보면 이상민이 상대 수비가 발을 걸어 막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마치고 뛰어들며 미끼를 던졌음을 알 수 있다. 상대 수비가 미끼를 물지 않으면 그 다음은 골키퍼와의 1:1 상황이었을 것이니 손해 볼 일이 없는 질주였다.

 

판정에 대하여 팀 팬으로서 일상적으로 품을 수 있는 정도의 불만을 제외하면 오심은 없었다고 판단된다. 다만 심판 판정이 기세나 분위기 같은 부분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 발디비아의 득점 취소 이후 전남의 위협적 공격은 후반전 수원의 진형 변화와 짧은 시간 사이의 2연속 득점과 맞물리며 사그라들었다.

 

거울치료

 

라인을 상대 진영 쪽으로 끌어올린다. 선수들의 간격이 서로 지원하기 어렵거나 상대에게 끊길 정도로 벌어진다. 상대에게 패스가 끊긴다. 사이드백까지 잔뜩 끌어올렸기 때문에 뒷공간이 털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허둥지둥 물러선다. 위기를 맞는다. 다시 라인을 상대 진영 쪽으로 끌어올린다. 패스 줄 곳도 마땅치 않고 슈팅할 만한 각도나 공간도 잘 나오지 않는다. 힘없는 크로스 시도는 대체로 당연하게도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 또 사이드백까지 잔뜩 끌어올렸는데 이제 힘도 부치기 시작하니 뒷공간이 털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허둥지둥 물러선다. 위기를 맞는다. 몇 번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추격을 위해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할 시간에 자기 진영에서 얻어맞고 가드 올리기에 급급하다. 수비 인원이 많다고 해서 골이 들어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 묘사를 자세히 읽은 수원 팬이라면 기시감을 느끼고 어쩐지 모를 분노가 치밀어오를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R6 전남전에서 이런 모습은 후반전 전남의 플레이에서 여러 차례 보였다. 빌드업 축구, 패싱 게임을 얼마나 내려놓았는지 모르겠지만 후반전 수원은 버스 소리 듣지 않을 정도로만 라인을 내리고 가드 올리고 버티다 상대의 실수나 체력 부족을 이용하여 파상공세를 펼쳤다. 이날 볼 점유율은 수원 43%, 전남 57%. 슈팅은 수원 14회, 전남 6회. 유효슈팅은 수원 10회, 전남 5회. 라인을 내리고 볼을 상대 진영 쪽으로 넘기며 시작된 몇 차례의 파상공세는 정기적으로 빅버드에 직관을 오는 수원 팬이라면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을 다득점을 만들었다. 여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① 제공권, 경합, 연계 모두에서 정점을 보여준 김현 ② 수원 좌측면의 공수 양면에서 전남 선수들에게 부하를 가중하고 수원의 경기 운영에 활기를 불어넣은 손석용 ③ 김주찬을 사실상 더미처럼 만들고 우측면에서 기회 창출을 노리다 본인이 골까지 기록한 이시영 등이었다. 득점을 했다는 사실은 고평가의 여러 근거들 중 하나일 뿐이다.

 

염기훈을 위시한 코칭 스태프가 앞으로 얼마나 자리를 지키며 어떤 축구를 하려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R6 후반전 전남이 보여준 모습은 수원의 코칭 스태프가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승에 기뻐할 일이 아니라 그동안 수원이 보여준 답답한 경기 양상과 비교하면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빌드업 축구를 하는 과정에서 간격 유지, 공간 활용, 유기적 연계가 없다면 그것은 어설픈 유행 편승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소득

 

라인 올리기에 집착하지 않아도, 변형 3백을 하지 않아도, 원래 선수들이 잘하는 것을 해도, 선수들 사이의 1:1 상황이 나와도, 충분히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감독 이하 코칭 스태프도 잘 보았기를 바란다. 세상사 많은 것이 그렇듯 영원한 정답은 없다.

 

손석용의 좌측 윙 기용에는 의문을 품지 않았으나, 최근 반복되는 김주찬의 우측 윙 기용에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코칭 스태프가 주도한 훈련의 성과인지, 아니면 자율학습의 성과인지 모르겠지만, 김주찬이 우측 윙으로서도 자기 몫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상황이 더 좋아진다면 이상민의 역발 우측 윙 기용을 고집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짧은 패스 중심으로 아기자기하게 만드는 빌드업이 아니라 과감한 방향 전환과 롱볼이 사이드백 박대원과 이시영의 위협적 슈팅까지 수월하게 이어진 점도 고무적이다. 어쨌든 득점이 수월하게 나는데 무시할 수 없는 득점원이 후방 선수까지 포함한다면 경기 운영은 편해질 테니 말이다.

 

중원을 휘어잡는 데에 유제호의 역할이 컸다. 작년에 비해 확실한 기량 상승이 느껴지고 있던 차에, 모처럼 2볼란치도 2프리롤도 아닌 균형 잡힌 중원(툰가라-유제호-김상준 선발)에서 상대와 치열하게 경합하고 상대 선수와의 심리전에 적극적이었던 모습은 유난히 반가웠다.

 

이름값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이름답게 윙을 살려야 한다. 윙포워드가 되었건 사이드백이 되었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 팀의 강점은 역시 측면을 잘 활용하는 데에 있다. 측면을 단지 중앙으로 공을 주기 위한 거점으로 생각하지 않는, 더 유연하고 공격적인 축구로 원하는 결과를 들고 오는 것을 최대한 많이 보고 싶다.

 

경고

 

수원을 상대로 라인을 올린 패싱 게임을 시도하면 쉽게 위험에 빠진다는 것을 R3 안산전과 R6 전남전이 보여주었다. 수원을 상대로 라인을 내리고 선수비 후역습을 노리면 유효타가 나오기 쉽다는 것을 R2 서울이랜드전과 R4 부산전이 보여주었다. 과연 어떤 모습이 2부 우승과 1부 승격을 노리는 수원의 진면모일까?

 

그래서 R7 김포전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낮은 점유율, 확실한 역습과 다수의 슈팅/유효슈팅. 수원이 고질적으로 약한 유형의 상대를, 이제 수원의 강점이 무엇인지 2부 팀들에게 확실히 각인된 상황에서, 어떻게 대적할지가 관건이다. 리그 2연승에 나태해지는 것은 2부 우승과 1부 승격을 노리는 팀으로서는 정말 승부욕 없는 짓이다. 선수단은 자신감과 적극성과 집중력을 항상 염두에 두기를, 코칭 스태프는 혹시라도 방만한 경기 운영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기를 바란다.

댓글 5

best 62-1번 2024.04.11. 21:21
나도 염기훈 고별무대 일 거 같아서 직관했음 ㅋㅋ
다음 라운드 김포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두줄수비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이번 시즌 염의 거취를 정할 거 같음
best 그럼 2024.04.11. 21:42
한줄요약: 제발 그냥 축구를 쉽게 (보이도록) 하라고..
best 62-1번 2024.04.11. 21:21
나도 염기훈 고별무대 일 거 같아서 직관했음 ㅋㅋ
다음 라운드 김포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두줄수비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이번 시즌 염의 거취를 정할 거 같음
댓글
고독한아길이 작성자 2024.04.11. 21:24
 62-1번
김포의 환상적 수비, 허무감 일으키는 역습 이겨내고
승점 3점 또 챙기면 또 수명 연장하는 거지 ㅋㅋㅋ

그런데 과연 염기훈이 적토마의 상대가 될까
댓글
best 그럼 2024.04.11. 21:42
한줄요약: 제발 그냥 축구를 쉽게 (보이도록) 하라고..
댓글
SeoR 2024.04.27. 22:12
이게 왜 지금 발롱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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