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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본격 막 쓰는 블루윙즈 2024 프리뷰 (3·끝) 뜨거운 면허증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을 다닐 때부터 운전을 할 수 있다. 옆에 누군가 앉아야 하지만 어쨌든 운전대를 잡고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밟으며 조금씩 배운다. 자격 있는 강사가 앉은 조수석에 제동 기능이 부여된 차량에 탑승하여 운전하는 것이 이제 막 운전을 배우는 사람에게는 가장 안전하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알파 메일'이 되어보겠다고 차량 대여를 알아볼 때 난감한 문장을 보게 된다. 운전면허 취득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고객은 차량을 대여할 수 없다. 그렇다, 아무리 운전을 배워서 국가가 인정한 자격증을 취득해도 차량 대여업체는 그것을 안전 보장의 징표로 여기지 않는다. 아! '알파 메일'의 꿈은 이대로 사그라들 것인가? 방법은 있다. 자기 차량을 구매하거나, 손윗사람이 쓰던 차량을 물려받거나 빌려탈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하다 보면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알고 보니 우리의 초보운전자가 차량 대여업체의 우려가 무색한 베스트 드라이버인 경우, 당장 F1에 출전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레이서 기질을 갖고 있었다고 판명되는 경우 말이다.

 

염기훈의 P급 지도자 자격증은 뜨겁다. 뜨거운 이유가 그의 손에 주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초보운전자는 초보운전 표지를 차량 후면에 붙이는 편이 안전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초보운전자는 수많은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초보운전 표지도 없이 귀한 차량의 운전대를 잡았다. 그가 동네 대형마트 주차장도 아슬아슬할 정도의 초보운전자인지, 아니면 진작 운전면허증을 따서 운전을 했어야 될 사람인지, 그의 운전을 보기 전까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래서 감독대행 염기훈도 아닌 감독 염기훈에 대한 우려는 펄펄 끓었다. 숱하게 '리얼블루' 정책에 당하고 여러 레전드를 떠나보낸 수원 팬이라면 자연스럽게 나올 만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반응도 있었다. 일단 운전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자는 신중론. 운전을 오래 한다고 잘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고 운전을 이제 막 시작한다고 못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일종의 불가지론. 학생 시절과 사회 초년생 시절을 그래도 모범적으로 보낸 이력이 있으니 운전을 잘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 수원의 겨울은 뜨거웠다. 때로 다른 관점에 대한 최소의 존중이 사라지는 풍경까지 보일 정도로 말이다. 겨울 이적시장 못지않게 뜨거웠던 초보운전자의 운전면허증, 그것이 염기훈의 P급 지도자 자격증과 정식 감독 임명장이었다.

 

과연 "염기훈과 아이들"이 보여줄 축구는 어떤 모습일까? 염기훈이 감독대행을 맡은 2023년 9월 말부터 새 시즌을 앞둔 동계 훈련이 진행된 2024년 2월까지 나타난 조각들을 억지로 모아 진단하고 전망해보기로 한다.

 

약점

 

유소년, 대학, 프로 B팀, 프로 2군 등에서의 지도자 경력 없이, 플레잉코치 6개월 이후 바로 감독으로 취임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우려를 자아낼 만한 일이었다. 경력 부족은 감독 염기훈에게 크게 두 가지 위험으로 작용한다. 첫째, 베스트 일레븐과 플랜 A를 최상급으로 만들고 수많은 변수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임진왜란을 앞두고 선조가 이순신을 파격적으로 요직에 기용한 사례가 자주 인용되는데, 당시 이순신이 녹둔도 전투를 포함하여 험난한 무관 경력을 이미 15년 가까이 쌓았다는 사실은 간과되곤 한다. 코치 경력 없이 바로 감독이 되어 거둔 성공신화의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감독이 위르겐 클롭 등 소수에 지나지 않는 데는 그만 한 이유가 있다. 둘째, 주홍글씨처럼 두고두고 따라다닐 정당성 문제이다. 김병수 경질 전후로 쏟아진 루머의 진상을 포청천처럼 시원하게 판정할 길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위가 불확실한 루머에 집착하지 않더라도, 수원 팬이 몇 년 동안 치를 떨고 있던 '리얼블루'가 144일 만에 재림한 것도 모자라서 정식 감독까지 되었으니 석연찮은 과정 혹은 배경이 있다고 여기는 것도 마냥 이상한 일은 아니다.

 

"염기훈과 아이들"은 코칭 스태프조차 젊다. 1983년생 염기훈 감독, 1983년생 신화용 골키퍼 코치, 1984년생 양상민 2군 코치, 1985년생 오장은 수석코치, 1986년생 고차원 1군 코치. 오장은이 2020년에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으니 이제 5년차, 나머지는 가장 연차 높은 것이 3년차이다. 경력 있고 믿을 만한 보좌를 붙여도 시원찮을 상황인데 코치들마저 젊고 경험이 부족해보이니 불안감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2023 시즌 32~38라운드에서 염기훈의 수원이 기록한 성적은 3승 2무 2패이다. 3승은 모두 라인을 내리며 역습을 노리는 약팀의 축구가 성공을 거둔 경우이다. 염기훈에 대하여 마냥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는 결국 2부리그에서도 약팀의 축구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2무 2패를 할 때의 모습이 시행착오인지, 아니면 초보 감독의 어쩔 수 없는 약점인지는 이제 염기훈이 결과로 보여줄 때이다. 지난 시즌부터 이번 시즌 개막 직전까지 염기훈의 일관된 입장은 2023 시즌에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점유율을 떠나서 공격력으로 주도하는 축구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것인가? 공격력으로 주도하는 축구를 하더라도 결국 승점을 얻기 위해 필요한 수비 조직력은 얼마나 갖출 수 있을 것인가? 수면을 유발할지언정 끈끈한 수비력을 보여주는 축구가 장기 지속되는 경우는 의외로 찾기 어렵다. 빌드업과 공격 전개에서 강점을 보이는 감독들도 조직적 수비를 만드는 데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데이 직전 인터뷰에서 염기훈은 겨울 이적시장에 100% 만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는데, 꼭 면피로만 생각되는 상황은 아니다. 측면은 상대적으로 기대할 만한 유망주가 더 많은 반면 중앙은 스트라이커-미드필더-센터백 모두 물음표가 뜰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기존 혹은 임대복귀 선수들의 활약이 절실하여 미지수가 많은 편이다. 스트라이커는 공중볼 경합과 2선과의 연계에서 장점을 보인 김현이 영입되어 이전과는 다른 색채를 기대할 만하지만, 나머지는 분명히 불안한 상황이다. 인저리 프론에서 벗어나야 하는 뮬리치, 매탄 유망주 딱지를 떼야 하는 구민서와 박희준의 각성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앙 미드필더에서는 카즈키를 2선으로 올려쓰는 것과 이종성을 3선의 수비 보호 역할에 집중시키는 것이 좋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둘 사이를 메워줄 한 명이 확실하게 붙박이가 될 필요가 있다. 이 자리 역시 외부 영입으로 채우지 않았기에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센터백은 진형이 3백인지 4백인지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일단 민상기가 한 자리를 맡을 것으로 보여 적지 않은 팬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외부에서 온 이적생으로 조윤성에 백동규가 추가된 상황이다. 30대 베테랑이 한 자리, 20대 초반 젊은 선수가 한 자리 맡는 것은 확실해보인다.

 

(변명 아닌) 변명의 여지는 있다. 검증된 자원을 영입하려면 대체로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듯하다. 첫째, 구단이 최상위 리그에 있을 것. 둘째, 충분한 이적료와 연봉을 지불할 것. 셋째, 검증된 자원이 자신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 정도의 전망이 보일 것. 현재 수원은 이 세 가지 조건 중 최소한 앞의 둘은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2부리그에 강등된 팀이 분노의 쇼핑으로 겨울을 보내며 1부리그를 장담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어내는 일은 적어도 K리그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아보인다. 조직 쇄신과 자금 확보만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이 들어간다. 그리고 수원은 고연봉 선수의 처분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며 악성재고를 떠안은 상태에서 출항하고 있다. 목표는 "윈 나우"인데, 현실에서 "윈 나우" 전략이 일반적으로 상정하는 방법을 쓸 수 없거나 쓰지 않고 있는 셈이다. 초보 감독이 당장 성과를 내려면 때로 한도까지 넘어서는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통념인 가운데, 수원의 겨울 이적시장이 합리적 소비로 돌아섰다는 점은 초보 감독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불안 요소일 수 있다.

 

강점

 

프로 데뷔 이후 수원에서 오래 뛴 선수, 매탄에서 콜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라면 염기훈의 후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클럽하우스와 라커룸 안에서 염기훈 이상의 후광이나 영향력을 가진 존재는 없다. 달리 말하면, 선수단 관리와 전략/전술에 관해서라면 기존 선수단과 스태프의 눈치를 전혀 볼 필요 없이 강력한 정책을 관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선수로서 염기훈이 그동안 쌓아온 인망이 선수들에게 겹겹의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은 있다. 최근 염기훈 본인과 여러 선수들의 인터뷰에서 드러나듯, 염기훈은 선수 시절에 보기 어려웠던 엄격하고 혹독한 태도로 선수단을 조련하고 있다. 충격요법으로 따지자면 강등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 사람 좋던 기훈이 형이 이렇게까지?" 염기훈이 그동안 갖고 있던 영향력, 그리고 최근의 급격한 태세 변화는 선수들로 하여금 현 상황이 중대한 비상사태임을 인지하고 뛰게 만드는 요소일 것이다.

 

2024 시즌을 앞둔 동계 훈련에서 염기훈이 일관적으로 견지한 기조는 여러 모로 적절해보인다. 대체 염기훈의 기조가 무엇일까? 나름의 전술이 있겠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결국 아무리 전술을 짜도 기초 체력과 기술이 받쳐주지 않으면 축구다운 축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3 시즌 1부리그에서 강등 경쟁을 했던 팀들의 공통점은 70~80분대에 접어들면 급격히 활동량과 집중력이 무너지고 자주 실점을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수원은 쎄오타임이라는, 서정원에게도 미안할 지경인 후반 막판의 집중력 저하를 고질병으로 앓아왔다. 그리고 김병수가 아무리 현란한 빌드업과 패싱 게임을 지향했어도 그것을 구현할 수 없게 만드는 수준의 패스, 크로스, 슈팅이 개선되지 않았다면 누가 와도 성적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염기훈은 1일 2회의 고강도 훈련을 주문했다. 그것은 양형모, 민상기 등 수원 생활이 오래된 베테랑들은 물론이고, 저니맨 생활을 했던 13년차 김현, 김기동식 조련을 경험한 조성훈 등 이적생들도 놀라는 수준이었다. 한편 기술 훈련도 상당히 강조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이 패스를 약점으로 인지하고 패스 실수를 줄이는 것을 하루의 목표로 삼았다고 말한 인터뷰를 보면, 유망주에 대해서는 기본부터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다시 가르치는 수준의 훈련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염기훈의 축구교실"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과연 혹독한 동계 훈련으로 체력과 기술이 얼마나 다져졌을지는 아무리 2부리그라고 해도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선수 파악이 빠르고 그에 맞춰 전술을 짜는 면모는 2023 시즌 7경기를 지휘하는 과정에서 염기훈에 대하여 일부나마 호평을 이끌었다. 정식과 대행 모두를 합쳐 2023 시즌 4명의 수원 감독 중 박대원, 김태환, 손호준, 이종성, 카즈키, 김보경, 바사니의 위치와 역할을 가장 적절히 잡은 것은 염기훈이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거명된 7명 중 사실상 카즈키를 제외하면 대부분 고개를 젓게 만드는 경기를 보여주기도 한 터라 염기훈의 수완을 무시하기 어렵다. 선수 파악이 빠르다는 것은 결국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잘 찾는다는 뜻이기도 할 텐데, 현재 수원은 포텐셜 폭발이 절실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선수단을 꾸린 상태이다. 유망주의 동시다발적 폭발이 기대만큼 성사된다면 수원의 전력이 급상승할 것이다. 게다가 매탄 출신이라면 염기훈이 오래 본 자들이다. 프로에서 오명까지 뒤집어쓰던 매탄 출신 선수들이 반전을 이룰 기회가 있다면 지금일지도 모른다.

 

피드백과 결단력에서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이쯤에서 김병수 체제와의 비교가 필요하다. 이기제와 고승범을 빼고 경기를 시작하는 것은 김병수 체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시작뿐 아니라 경기 내내 그 둘을 다른 선수로 교체하는 일도 부상 혹은 근육 경련이 아니라면 없다시피 했다. 팀의 주축 둘이었으니 당연히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염기훈 체제가 들어선 뒤 눈에 띈 변화가 무엇이었던가? 이기제의 결장과 고승범의 교체투입이었다. 고승범은 당시 거의 부상 위험에 가까울 정도의 피로를 안고 뛰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를 빼고 경기를 시작한 것은 엄청난 결단력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팬들 사이에 크게 설왕설래가 있었던 주장단 교체 역시 적절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결단력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물론 이러한 결단력은 염기훈이 수원 선수단 사이에 지닌 특별한 입지의 뒷받침을 받은 것이기도 할 터이다. 그리고 대단한 결단력이 꼭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피드백에 따른 과감한 결단이라면 승률은 높아질 것이다. 염기훈의 피드백과 결단력이 발휘하는 시너지의 본모습이 2023 시즌 막판 의외의 승리를 거둘 때의 것인지, 아니면 무기력한 무승부 혹은 패배를 거둘 때의 것인지는 아직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예상

 

굵은 선, 공격 중심, 측면 중심. 현재 예상되는 '기훈볼'의 모습이다. 앞의 두 가지는 염기훈 본인 혹은 선수들의 발언에 따른 추측이다. 어차피 단기간에 수비 조직력을 다지는 것은 어떤 감독에게도 쉽지 않은 과업이고, 특히 초보 감독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장점을 극대화할 것인가, 단점을 최소화할 것인가? 정답은 없지만 결국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더 일반적인 방법이다. 이것은 2023 시즌 수원의 공격력이 수비력보다 좋았다는 뜻은 아니다. 수원의 2024 시즌 선수단 구성이 그나마 수비보다 공격에 강점이 있다는 점, 염기훈의 오랜 선수 경험상 공격을 다지는 쪽에 더 익숙할 것이라는 점 때문에 제시하는 예상이다. 섬세한 빌드업, 흔히 티키타카로 불리는 패싱 게임보다 빠른 전진 패스 혹은 크로스를 통한 공격이 선호되고 자주 구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쁘디 바쁜 현대 축구의 트렌드가 빌드업 중심의 축구에서 벗어나 다른 방향으로 이행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기훈볼'이 이 글에서 예상한 방향대로 나온다고 해서 꼭 후진적이라고 평가할 이유는 없다.

 

측면 중심의 축구는 선수단 구성과 염기훈의 경험에 따른 추측이다. 스트라이커의 득점을 아직 장담하기 어려운 수원에서 결국 기회 창출과 해결의 많은 부분은 2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지도자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염기훈이라면 결국 본인이 선수 시절 가장 익숙하고 잘하던 것을 지도자 초입에서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역시 결론은 측면 자원의 활약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한 기자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퍼진 김주찬의 김천상무 입단 테스트 포기설이 사실이라면, 김주찬이 데뷔 시즌에 보여준 파괴력에 공백이 생겼을 때 그것을 대체할 방법이 아직 없다는 것이 코칭 스태프의 판단이었던 듯하다. 좌측 윙에서 강점을 보이는 오른발 윙(아코스티, 전진우, 김주찬)이 많은 가운데 우측 윙은 상대적으로 부실했기 때문에, 이 자리를 가끔 맡던 기존 선수(서동한, 이상민) 이외에 손석용까지 최전방에서 한 발 물러나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방에서는 최지묵, 손호준 등 수비력과 크로스의 장점을 겸비한 사이드백의 중용이 예상된다. 만약 이상민이 완전히 윙백으로 전환한다면 그것은 오버래핑을 통한 공격력의 극대화를 추구한 결과일 것이다.

 

한편 덧붙일 또 하나의 추측은 10번,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세컨드 스트라이커 자리에 관한 것이다. 중앙 미드필더의 섬세한 활용이 어려워보이는 가운데, 이 부분에서는 "카즈키 시프트"도 예상된다. 대형을 4-4-1-1(4-4-2) 혹은 4-2-3-1로 가정했을 경우, 10번 자리에 선 카즈키의 위치 조정과 경기 조율에 따라 사실상 다른 전술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3백으로 가정한다면 3-5-2와 3-4-3에서의 위치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3-5-2라면 3-4-1-2의 1에 해당할 것이다. 다만 3-4-3이라면 그 자리가 모호하다. 염기훈의 전술에서 제로톱이 고려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 경우라면 중앙 미드필더를 2명으로 배치하고 한 자리에 카즈키를 둘 것이다. 이 경우라면 수비 불안을 어떻게 감당할지가 관건이다.

 

진형 예상이 많은데 이 부분은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도 어느 한 쪽을 확정하지 못하고 공백으로 남겨둔다. 현재 수비진의 장단점을 두루 고려하면 3백을 쓸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주전 센터백 후보 민상기, 박대원, 김상준, 조윤성, 백동규 모두 3백에서 쓰임새가 좋은 선수들이다. 다만 역시 3백 이외에 대안이 없었다고 여겨지던 2023 시즌에도 염기훈이 4백을 선택하고 안정적 경기 운영에도 성공했다는 점을 보면 4백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3백인지 4백인지와 무관하게 측면은 단선이 아니라 복선으로 구성될 것이다. 윙포워드와 사이드백이 이중으로 측면을 구성하고 공격시 측면을 장악하는 데에 공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예상은 측면 중심의 축구를 할 것이라는 전망과 맞닿아있다.

 

변수

 

팬들 사이에서 K리그 감독들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을 오가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이 결코 포커 쳐서 자리를 따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두 경기만 보면 전술을 파악하고, 성패와 상관없이 그에 대한 맞춤 전술을 준비할 정도의 역량은 대부분 갖추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못해도 네가 원하는 것은 못하게 막는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아무리 차양막까지 쓰며 가려도 개막전 해보면 다 드러난다는 김도균의 웃음 섞인 코멘트는 듣기에 기분은 나쁠지언정 가볍게 들을 일은 아니다. 결국 플랜 A가 아주 뛰어나거나, 그것이 막혔을 때의 플랜 B가 승점을 따낼 정도의 것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부분에서 초보 감독이 얼마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문제이다. 1로빈까지 느닷없이 어수선해진 2부리그 경기장 분위기에 힘입어 승점을 잘 챙기더라도,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1로빈에 좋았다고 해도 그 기세가 시즌 끝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수원 팬들의 기대와 달리 참 오래 걸렸지만 조직 쇄신은 일단락되었다. 박경훈 사단은 완전히 프런트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팀을 만드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더라도, 1로빈에서 바로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면 염기훈에게 얼마나 시간이 주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만약 1로빈에서 좌초의 기미가 보인다면 선장 염기훈이 이끄는 배는 풍랑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위적 행동에 의해서 전복될 수 있다. 이 점을 염기훈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리얼블루'로 불렸던 감독들이 어떻게 밀려났는지, 그해 부임한 감독이 7경기만을 남겨놓고도 어떻게 밀려났는지, 최근의 모든 사례가 그에게는 참고서였다. 고강도 훈련으로 빠르게 선수들의 전력을 끌어올리고 다이렉트 승격만을 외치고 있는 이유도 누구보다 "윈 나우"가 절실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결과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법이다. 최근 6개월 간 K리그 감독들의 인터뷰에서 결과로 증명하겠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 것이 염기훈이 아닐까 싶다. 그의 발언이 도무지 근거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던 순간도, 뭔가 있나 싶게 만드는 순간도 있었다. 이 글을 맺는 이 순간까지도 극과 극의 생각이 교차한다. 다른 팬들의 생각도 그런 것 같다.

 

염기훈은 처음 수원에 왔을 때의 비난이 훗날 찬사로 바뀌었던 경험을 재현하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꼭 그리 된다는 보장도, 그리 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초보운전자의 운전면허증이 숱한 논쟁, 멈출 줄 모르던 비판과 비난의 마그마로 뜨거워진 것이 F1 선수급의 천재 드라이버를 향한 기우일 뿐이었을까, 아니면 초보운전자를 향한 이유 있는 불안이었을까? 이제 "염기훈과 아이들"이 보여줄 차례이다.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법이다. 훌륭한 결과를 가져온다면, 수원 팬들의 상처를 아물게 할 최종 결과를 가져온다면, 청백적 전사들의 카니발은 돌아올 것이다. 그 정도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다. 팬들을 기쁜 마음으로 두근거리게 만드는 축구다운 축구를 보고 싶다.

 

 

 

 

 

댓글 3

62-1번 2024.02.27. 23:08
염은 진짜 모르겠다
근데 마음 비워두는 게 속 편하긴 할 듯
댓글
고독한아길이 작성자 2024.02.27. 23:17
 62-1번
보고 판단하려고

처음에 화가 치밀어서 병까지 났는데 이제는 필드 위에서 뛸 선수들 떠오르고 그래서 보고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커짐
댓글
62-1번 2024.02.27. 23:18
 고독한아길이
일단 개막전은 갈건데 그후는 개막전 가보고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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