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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박동혁 약전 2부 : 숱한 악조건에도 '팀다운 팀'을 만들어낸 충남아산 초기[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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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 블로그에 동시 게재됩니다.

 

1부 https://www.flayus.com/1128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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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충남아산FC(이하 충남아산) 팬들에겐 믿고 싶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팀 역사를 통틀어 유일한 감독이자 구단 역사에 큰 지분을 가진 박동혁 감독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박동혁 감독은 충남아산의 창단 전부터 군경팀 아산 무궁화의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고, 감독 첫 해부터 맞은 해체 위기에선 강한 의지를 갖고 팀을 우승시키고 적극적으로 창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며 아산 축구의 단절을 막아냈다. 시민구단 전환 이후엔 K리그2 최하위권의 예산을 쓰는 구단으로 올해만 뺀 매년 순위가 두 계단씩 오르고 개인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저저력 있는 팀을 꾸렸다. 박동혁 감독의 경쟁력이 곧 충남아산 구단의 경쟁력이라는 평가도 줄을 이었다. 그런 대체불가한, 절대적인 존재였던 박동혁 감독이 아산 축구와 쌓은 7년을 되돌아본다.

 

2020년 : 끝내 이룬 '아산 창단 감독'의 꿈

  2020년, 박동혁 감독의 소속팀이 바뀌었다. 아산 무궁화가 해체되고 충남아산FC가 창단돼 그 팀의 감독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산 무궁화와 충남아산은 공식 기록상으로만 별개의 구단일 뿐 실질적으로는 같은 팀과 다름없다. 연고지 및 구단 사무국과 주요 코칭스태프, 일부 핵심 선수들은 물론 서포터즈와 연고지에서 운영되는 가게로 이뤄진 소규모 후원사 '비타민하우스'까지 많은 요소가 승계됐다. 현 충남아산 구단 사무국의 전화번호 끝이 아산 무궁화의 창단 년도인 '2017'이기도 하다. 아산 무궁화 구단과 관계된 모두가 해체를 반대했겠지만 시민구단 전환 창단을 위한 준비작업으로서의 해체는 그들도 바라는 일이었을 것이다. 아산 무궁화의 해체를 가장 전면에 나서 반대한 박동혁 감독 또한 2019년 말의 해체를 통해 꿈을 이뤘다. 아산 축구를 계속하는 꿈, 새로운 아산 구단의 첫 감독이 돼 팀을 만들어가는 꿈. 그렇게 박동혁 감독은 감독 커리어 두 번째 팀 충남아산FC를 창단 감독이자 창단 성공의 공로자가 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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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충남아산이 발표한 코치진 구성에 있었던 사진이다. 충남아산의 창단은 2020년에 이뤄졌지만 2017년부터 함께 했다고 표기된 박동혁 감독은 물론 다른 무궁화 출신 코치 2인도 2019년부터 코치로 일했다고 표기돼 있고, 2020년 합류한 최성환 코치 또한 아산 무궁화의 슬로건이었던 '아산의 축구는 계속된다'가 붙어 있는 벽에서 사진을 찍었다. 충남아산은 아산 무궁화를 일정 부분 계승하는 구단이다. 군경팀이 해당 연고지 시민구단의 밑거름이 된 일은 많았지만 직접적 계승을 시도한 팀은 없었다. 물론 아산은 전신 군경팀의 타 연고지 창단이 아닌 해체 후 시민구단 창단이라는 이례적인 경우지만, 대부분의 군경팀을 전신으로 둔 시민구단은 전신의 색채 자체를 남기지 않는다. 선수 구성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팀이라 팬의 이목을 끌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산은 같은 조건으로 팬층의 구축을 이뤘고 계승한다는 스탠스를 갖고 있다. 그 또한 양 구단의 감독을 연속적으로 맡고 의경 출신의 재영입을 통해 '별개의 시민구단' 대신 '연속적인 아산 축구팀'을 건설해 나간 박동혁 감독의 영향이었다.

 

  꿈을 이뤘지만 그 꿈이 현실의 벽을 가져다줬다. 이제는 의무경찰이라는 우수한 선수풀 없이 팀을 짜야 했고, 충남아산이 2부리그에서도 최하위권의 예산을 쓰는 팀이란 현실을 생각하면 그동안 달성해왔고 팬과 아산시가 바라는 정도의 성과를 내긴 어려웠다. 오히려 매 경기 끌려다니다가 2년 동안 쌓은 팀스피릿이 와해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박동혁 감독은 어렵다 해서 미리 포기한 적이 없다. 2020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박세직과 이기현, 박민서 등 2019년 하반기 스쿼드에서 핵심적이었던 선수들과 재계약하며 주춧돌부터 다시 놨다. 당시 2019년 막판의 아산 무궁화 선수단에 포함됐다가 충남아산과 재계약한 선수는 11명으로 규모가 컸고, 이는 충남아산이 전신의 선수단과 팀 색깔까지 일부 계승한다는 선언과 같았다. 팬들 입장에선 충분히 같은 팀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긍정적 신호였다. 신규 영입 선수들은 연령대와 스타일을 다양하게 구성해 신생팀이지만 안정적인 선수단을 꾸리려는 의지를 보였다. 베테랑 차영환과 의무경찰로 아산에서 뛰었다가 돌아온 김종국, K리그 경험이 있으나 많이 출전하진 못했던 김강국과 김찬 같은 중견급 선수, 김인균과 김원석 등 스피드와 전방에서의 움직임이 위협적인 신인까지 골고루 둘러보며 명단을 짰다. 무야키치와 헬퀴스트 등 군경팀 시절엔 남의 동네 얘기였던 외국인 선수도 영입해 '일반 프로팀'이 된 것을 실감케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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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이고 염원이었던 새 구단을 얻고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2020년 초, 축구판을 넘어 전세계의 거의 모든 무대를 혼란스럽게 한 코로나19가 닥쳤다. 5월 개막 및 일정 축소라는 틀이 잡히기 전까지 연맹의 입장은 무기한 연기였고 모든 구단이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산 팬들을 위해 새 구단을 만들길 바라왔던 충남아산 구단 관계자들은 훈련 및 경기 준비 일정이 애매해진다는 사실보다 팬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점이 더 안타까웠을 것이다. 마침내 5월이 되어 부천 FC 1995(이하 부천)와 창단 개막전을 홈에서 가졌을 때, 몇몇 아산 팬들은 2년 동안 창단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 만들어진 팀의 첫 경기를 직접 볼 수 없는 상황을 많이 아쉬워했다. 그래서 인근에 산이 있는 이순신종합운동장의 특성을 이용해 유니폼을 입고 응원 도구를 든 채 경기장 뒷산에 올라가 '창단 개막전 직관'이라는 꿈을 이뤘다. 마스크와 손소독제,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많은 짐을 지고 숨조차 편히 쉬지 못하며 산을 오른 것이다. 아산 축구가 무궁화 시절을 통해 비록 수가 많진 않았지만 충성도 높은 팬덤을 확보했다는 증거였다. 그것 자체로 박동혁 감독의 잔류 및 창단 독려라는 감독 커리어를 걸고 한 선택은 성공이었다. 박동혁 감독 또한 개막전 이후 "산 위에 오른 팬들을 봤다. 창단할 때도 많은 도움을 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며 팬과의 끈끈함을 보였다. 능력과 의리는 물론 팬을 끌고 챙기는 모습까지. 박동혁 감독은 그때까지 리그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은 적도 없는 3년차 감독이었지만 프로팀 감독의 덕목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잠시 훈훈한 서술을 멈춰야 할 때가 왔다. 충남아산의 첫 시즌은 많이 버거웠기 때문이다. 아산 무궁화에서 한 해 보좌했던 송선호 감독이 이끄는 부천과의 개막전을 막판 실점으로 아쉽게 패배한 건 다음에는 할 수 있다는 희망보다 그 경기에서 승점을 얻어야 했다는 후회로 다가왔다. 이후 8경기, 2개월 동안 창단 첫 승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끔 부진한 팀의 경기를 중계할 때 해설위원이 '질 때도 잘 져야 한다'는 멘트를 남기기도 하는데, 이때의 충남아산은 수원FC에게 0:5로 대패를 당하고 시즌이 끝난 후엔 2승 1패로 우위를 달성한 서울 이랜드 FC(이하 서울E)를 상대로 무득점 패를 쌓는 등 내용 면에서도 정리가 안 된 모습이었다. 리그 무승 기간의 중간인 6월 초에 있던 FA컵 2라운드 전주시민축구단과의 대결에서 비주전으로도 좋은 조직력을 보이며 창단 첫 승을 올리긴 했지만 리그경기가 시즌의 대부분인 K리그 팀이기에 아쉬운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불안할 만한 상황에서도 박동혁 감독은 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개막전 패배 이후 "이제 한 경기 했고, 26경기가 남았다"며 긍정적으로 인터뷰했던 박동혁 감독은 계속된 리그 무승이라는 원치 않았을 결과에도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선수들은 자신감을 잃지 않길 바란다"며 책망과 두려움보다 용기를 앞에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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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5일, 충남아산의 리그무승이 2개월로 접어들었던 날. 두 달 내내 무심했던 하늘은 약체로 꼽혔던 팀의 리그 첫 승을 비로소 허락했다. 전반 31분 배수용이 터뜨린 선제골이 골 장면 직전 무야키치의 파울을 이유로 취소되는 불운이 있었지만 무승을 10경기까지 늘릴 순 없었던 선수들의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 직전 해까지 1부리그에 있었던, 2부리그의 우승 후보 경남 FC(이하 경남)를 맞아 마음대로 안 되는 장면이 나온 후에도 주눅들기보단 계속해서 맞불을 놨다. 그 기세와 열망은 전반을 끝내기도 전에 PK가 선언되며 결과로 돌아왔다. 창단 첫 외국인 선수 중 하나이자 에이스를 상징하는 7번을 받은 헬퀴스트가 좌상단으로 깔끔한 슛을 날렸고, 1:0 리드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에도 한 골을 더해 경남의 추격 득점을 지우면서 충남아산은 리그 개막 56일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누구라도 초조할 상황에서 박동혁 감독은 지적하거나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선수들을 믿었다. 믿음이 만든 1승, 초지일관이 얻은 알을 깨는 순간이었다. 이날 충남아산은 모두가 절실했다. 박동혁 감독은 배수용의 골이 취소되자마자 격한 몸짓으로 아쉬움을 표현했다. 선수들은 경기 막판 시간을 끌다가 두 명이나 경고를 받았고, 아산 무궁화 시절부터 마이크를 책임졌던 김두봉 장내아나운서는 한 골이 들어갈 때마다 30초씩 숨 한 번 쉬지 않고 득점 콜을 진행하며 팀의 승리에 도움이 되고자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 창단팀답지 않은 원팀의 모습이었다. 단시간에 필드 안팎의 구성원이 전부 강한 유대감을 쌓은 좋은 팀을 누가 설계했는지, 이젠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산 무궁화-충남아산의 서포터즈 아르마다는 2019년 개막 직전, 자신들의 해체 반대 운동에 참여한 축구팬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티켓북 티켓 한 장을 발송하며 감사를 표했다. 티켓과 함께 온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아산의 축구가 '저희가 익숙해져야 할' 패배의 순간일지라도,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2019년 하반기의 아산 무궁화는, 그리고 창단 초기의 충남아산은 보는 입장에서 패배에 익숙해져야 할 팀이 맞았다. 충남아산은 리그 첫 승 이후에도 힘겨운 경쟁에 시달렸다. 경남전 승리 이후 세 경기만에 서울E에게 또 한 번 이기며 순위 상승의 희망을 얻기도 했지만, 그 경기가 끝나고 다시 무승 기간이 길어졌다. 물론 절망적인 순간만 있는 건 아니었다. 8월 10일 패했던 제주 유나이티드(이하 제주) 원정을 중계한 이주헌 해설위원은 "질 때 지더라도 본인들 거 하면서 득점을 할 줄 아는 팀"이라고 호평을 남겼고, 그러한 '당장의 결과로 나오지 않는 저력'은 지금까지도 박동혁 감독을 표현하는 말 중 하나다. 이후에도 서울E에게 2승을 챙겨 맞대결이 3경기였던 당시 K리그2에서 전적 우위를 확정하는 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충남아산의 2020시즌, 그리고 박동혁 감독의 비군경팀 첫 시즌 최종 결과는 5승 7무 15패 승점 22점 10위였다.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며 아쉬운 시즌을 치렀지만, 박동혁 감독은 제주전 전패를 확정한 마지막까지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긍정적이었다"며 선수단을 북돋은 채 시즌을 마감했다. 결과적으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한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남든 떠나든 충남아산 구단을 좋게 기억해주길 바란다"며, 아쉬운 감정보다는 좋은 마무리와 하나의 팀을 생각했다. 꼴찌탈출에 실패한 건 아쉽지만 구단에 벌어졌던 모든 풍파를 수습하고 새로운 형태의 팀으로 정비해 시즌을 완주했기에 분명한 수확이 있는 시즌이었다. 진통 끝에 창단팀이 됐기에 다른 구단보다 늦게 시즌을 준비했고 선수단 구성도 처음부터 해야 했던 것을 감안하면 승리한 한 경기 한 경기를 값지게 기억할 만한 한 해였다.

 

2021년 : 결자해지, 다시 찾아온 해일과 무너지지 않은 선장

  해체될 수 있던 구단을 지켰고 첫 해를 큰 문제 없이 치렀다. 숱한 난관을 돌파한 감독도 그대로다. 2021년은 충남아산이 안정적인 팀에 접어들었어야 할 해다. 그러나 시즌 개막도 전에 좋았던 흐름은 박살이 났다. 당초 충남아산의 겨울 이적시장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었다. 김강국과 김찬, 이은범 등 지난해 임대로 팀에서 핵심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임대 연장과 완전이적으로 눌러앉혔고 박한근, 유준수, 최규백 등 전 시즌의 약점이었던 뒷문을 강화하기 위한 영입도 착실하게 이뤄졌다. 여기에 충남아산 프런트가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다음 영입 선수의 실루엣만 딴 사진을 발표 직전마다 공개하며 축구팬들의 흥미를 유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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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마지막 영입 선수를 공개하기 직전, 축구팬들 사이에선 우려스러운 소문이 퍼졌다. 충남아산이 데이트 폭력 논란이 있던 아시아쿼터 선수와 음주운전 및 은폐로 징계를 받았던 선수를 동시 영입한다는 소문이었다. 소문은 얼마 안 가 사실이 됐고 '예고 영입'은 그 두 선수에 대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팬들의 호의적인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구단 및 감독의 결정에 언제나 지지를 표했던 서포터즈 아르마다도 해당 선수들이 영입되기 이전의 선수 명단을 이미지로 올리며 '위 사진에 있는 선수들을 응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보이콧이었다.

 

  해당 영입은 박동혁 감독이 아산 축구를 이끌던 수 해 동안 벌어진 거의 유일한 오판이었다. 충남아산이 신생팀이라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 2년차를 맞았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압박은 심해졌다. 충청남도의회에서 충남아산을 지원하는 근거로 통과된 조례안에는 "성적이 하위 10%를 기록할 시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고, 2020년 K리그2 10위 즉 '하위 10%'의 성적이 나왔음에도 지원이 끊기지 않은 건 정황상 코로나19와 창단 첫 해라는 점을 참작한 조치일 가능성이 높았다. 충남아산은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구단의 존립을 위해 성적이 필요한 팀이었다.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값에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영입할 기회가 있다면 그걸 잡아야 할 팀이었다. 어디까지나 그 선수에게 경기 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 경우를 상정한 이야기다.

 

  박동혁 감독은 시즌 초반 해당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줬다. 위험을 감수하고 데려온 마당에 스쿼드의 기량이나 성적도 지난해와 다를 게 없으면 데려온 결정은 그것대로 무의미한 일이 되고, 10위를 또 기록할 경우 구단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충남아산을 둘러싼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달랐다. 구단과 박동혁 감독이 힘든 상황에서도 발전을 위해 노력할 이유를 줬던 아르마다는 논란이 된 선수들의 응원 보이콧을 이어갔다. 서포터즈 공식 SNS 계정에 올라가는 선발 명단에 나온 두 선수의 이름조차 가릴 만큼 의사가 확고했다. 충남아산의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충청남도와 아산시는 물론, 지역 시민단체도 압력을 가했다. 결국 구단주인 아산시장이 직접 "해당 선수와 충남아산의 대표이사를 모두 물러나게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구단 고위층이 내분에 빠지는 지경에 이르렀고, 아시아쿼터 선수의 5월 말 계약해지로 상황은 정리되는 것으로 보였다. 구단의 성적 안정화를 위한 결정이었을 수는 있지만 모두에게 상처만 남은 잘못된 선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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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구나 5월에 있던 선수와의 결별로 정리됐어야 할 문제는 다른 위험을 계속해서 낳았다. 당시 구단주는(현재는 다른 시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다) 7월 충남아산 구단의 대표이사, 단장, 사무국장의 동반 사임을 요구하며 구단의 운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화두를 던졌다. 10월 말에는 아산시청에서 감독을 1년마다 공채로 뽑고 외국인 선수를 아예 영입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구단 쇄신안이 발표됐다. 충남아산은 그렇게 창단 2년만에 다시 내일을 장담하기 어려운 구단이 돼갔다.

 

  2018년처럼 밖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축구장 안의 시간은 흘렀다. 선수 퇴출 사건을 겪은 후 6월 말과 7월 초의 기간 동안 4연패를 당하며 다시 지난해에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그러나 7월 12일 부천과의 홈경기를 시작으로 전남-경남을 잡고 창단 첫 3연승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크게 바꿨다. 좋은 조건이 아니고 불만족스러운 장면이 있어도 선수들을 독려했던 전례답게 박동혁 감독도 오랜만에 웃는 얼굴을 할 수 있었다. 경남전 이후 "기회가 되면 4연승, 5연승도 할 수 있는 팀"이라며 항상 했던 것처럼 선수단에게 힘을 불어넣는 모습에서 바깥이야 상관없이 주어진 일을 해내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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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아산은 2021시즌을 11승 8무 17패 승점 41점을 마크해 8위로 마쳤다. 지난 시즌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승수와 두 배에 가까운 승점을 쌓았고, '하위 10%' 꼬리표를 잘라내는 데 성공했다. 원인을 따지기 이전에 1년 내내 팀이 외풍을 맞던 상황에서 이는 적잖은 성과였다. 더구나 하위권인 8위팀 감독이 감독상 후보가 되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다. 프로축구연맹이 순위 이전에 전술 및 지도력을 본 결과였다. 논란이 있던 선수가 해내지 못하고 나간 몫은 다른 영입 및 내부육성을 통해 채웠다. K리그 경험자가 아니었던 알렉산드로가 8골 1도움(해트트릭 포함)을, 2020년 데뷔한 2년차 윙어 김인균이 8골 3도움을 채워 어쩌면 선수를 보고 키우는 능력을 믿고 위험한 길을 처음부터 가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는 달콤쌉쌀한 메시지를 줬다. 김인균은 K리그2 영플레이어상의 주인공이 되며 충남아산 최초의 리그 개인상 수상자로 남기도 했다. 박동혁 감독이 일으킨 팀에서 나온 첫 수상자기에 구단에게도 의미가 크지만 지도자의 성과로도 반짝이는 일이었다. 상상하지 못했던 위기에서도 팀은 소박하게나마 앞으로 걸어갔다. 그 작은 걸음이 모이면 팀이 전보다 나아진 위치에 갈 수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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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혁 감독과 충남아산의 2021년 연말은 특이한 기간이었다. 시즌은 끝났지만, 감독과 구단 그리고 아산시가 정산할 게 남아 있었다. 아산시는 시즌이 끝나기 직전 "감독을 1년마다 공채로 선임하겠다"는 축구단 운영에 있어 다소 해괴한 발표를 내놨다. 군경팀이 국방계획에 따라 요동치는 구단이라면 시민구단은 시의 상황에 따라 최고와 최악을 오갈 수 있는 구단이다. 주체와 요구사항만 바뀌었지 외풍에 시달리는 신세는 바뀐 게 없던 것이다. 창단 전부터 감독직을 수행하며 지금의 구단을 만든 인물에 대한 대우가 공채 전환 및 지원 요구라면 사람에 따라 모욕적으로 느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박동혁 감독은 구단의 요구에 무슨 의도가 있는지, 요구 이후 자신의 심경이 어떤지를 생각하기보단 정면돌파를 택했다. "팀에 내가 뽑은 선수들이 있고, 목표했던 플레이오프 진출을 못 하고 떠나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공채에 지원한 것이다. 외부에서도 인정받는 운영 능력과 지원한 구단의 감독을 창단하기 전부터 맡으며 해온 공부를 이겨낼 경쟁자는 없었다. 창단 감독, 아산 축구의 산파, 8위팀의 감독상 후보에 이어 '공채 1위'라는 타이틀이 생겼다.

 

  사실 2021년의 충남아산이 내내 시끄럽던 시작점이 어디였는지를 생각하면 공채 지원과 재계약은 '결자해지'로 볼 수도 있다. 선수 영입에 감독의 의지가 아예 개입되지 않을 수는 없고, 그건 논란이 있는 선수여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철저한 결과론이지만 2021년의 박동혁 감독은 자신과 구단의 아쉬운 판단과 시의 과잉대응이 맞물려 열렸던 혼란을 자신의 결정으로 닫았다. 경기장 밖에서 많은 잡음이 들렸대도 경기장 안에선 선수단을 성장시키며 주어진 책임을 놓지 않았고,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바깥의 평가가 있던 구단의 공채 결정을 수용했다. 그리고 공정성, 투명성과 함께 '윤리성'을 기준으로 놓은 공채에서 1위로 평가받으며 최소한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 지도자가 꼭 가져야 할 덕목이 책임감이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인정할 수도 있는 마음인데, 2021년의 박동혁 감독이 걸어간 행보에선 그게 보였다. 박동혁 감독이 충남아산을 키웠다는 건 어쩌면 반만 맞는 말일지 모른다. 박동혁 감독 또한 아산 축구와 함께하는 동안 더 나은 지도자로서의 자세를 갖출 수 있었다.

 

이 글은 박동혁 감독의 충남아산FC 감독 후반기를 담은 3부로 이어집니다.

 

 

참고 자료

<충남아산프로축구단, 박동혁 감독 재계약 등 2020 코칭스태프 구성 완료> -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382&aid=0000787220

<축구가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https://www.goodmorningcc.com/news/articleView.html?idxno=231764

<충남아산 박동혁 감독의 긍정론, "이제 한 경기 했는데 뭘"> - 스포츠니어스 조성룡 기자

https://www.sports-g.com/news/articleView.html?idxno=91217

<'5전 6기' 충남아산, 창단 첫 승 기쁨...'전주시민축구단에 1-0 승'> - 충남아산FC 구단 보도자료

https://www.asanfc.com/asboard/asboard_view.php?buid=2&no_seq=1395

<충남아산 박동혁 감독 "PK 실점이 패배의 결정적 요인"> - 스포츠니어스 조성룡 기자

https://www.sports-g.com/news/articleView.html?idxno=92696

<충남아산FC 박동혁 감독 “마지막 경기서 젊은 선수들이 보여준 활약 긍정적”> - 로컬충남 최영민 기자

http://www.localcn.kr/n_news/news/view.html?page_code=photo&photo_theme=&no=11746

<뚜껑 열기도 전에 ‘범죄주의보’... 충남아산, 이게 최선입니까?> - 플레이어스 칼럼, 작성자 본인

https://www.flayus.com/73751659

<충남아산 박동혁 감독이 김원석에게 기대하는 이유> - 스포츠니어스 김현회 기자

https://www.sports-g.com/news/articleView.html?idxno=100781

<아산FC 구단주 오세현 시장, 료헤이·구단 대표이사 동반 퇴진 시사> - 천안아산신문 지유석 기자

https://www.ca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4676

<오세현, 충남아산FC 대표이사·단장·사무국장 사임 요구> - 충청투데이 이봉 기자

https://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6712

<충남아산 박동혁 감독 "우리는 4연승, 5연승도 할 수 있는 팀"> - 스포츠니어스 조성룡 기자

https://www.sports-g.com/news/articleView.html?idxno=104701

<[공식발표] 공채 1위 박동혁, 충남아산과 재계약> - 스포츠니어스 홍인택 기자 

https://www.sports-g.com/news/articleView.html?idxno=108935

<[b11 현장] 박동혁 감독이 충남아산을 안 떠난 이유, 사명감과 자존심> - 베스트일레븐 김태석 기자

https://www.besteleve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5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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