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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올해 마지막 수원더비, 짧은 리뷰[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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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2(일) 수원종합운동장, 36R 수원FC:수원삼성

 

 

  수원FC가 수적 우세라는 유리했던 상황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대체 뭐 때문인지 안 하다가 수원삼성의 절박함에 어버버하고 진 게임이었음.

 

 

수엪 왜 졌나-공격

  후반퇴장이라 체력적 메리트가 크지 않은 것도 아니고, 전반퇴장이면 전방 볼 투입 횟수부터 늘려서 기회를 창출하고 지속적 경합으로 상대를 지치게 만들어야 했음. 수적우세 가진 팀이면 다 처음으로 하는 일이 그거고. 더구나 수원삼성은 (이게 한명 빠진 팀한테 당연한거긴 한데) 측면 커버가 빠르지 못한 게 명확했으니, 수비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빠르게 사이드로 공을 전개하고 시작할 필요가 있었음. 오인표 앞이나 옆에 붙은 수비가 아무도 없는 상황이 정말 자주 나올 정도였으니까.

 

  후방에서 시작할 때 이걸 이용해서 풀백/윙이 뛰어다가 측면크로스를 넣든, 하프라인 넘어간 이후에 공격진영에 자리한 미드필더들한테 패스를 해서 반대전환이나 중앙 전진을 노리든, 아니면 백 윙어 둘이 주고받든 해서 공을 앞에 두는 시간을 늘렸다면 결과 이전에 경기 양상 자체가 수원삼성이 한 명  없는 와중에도 할 공격 다 하는 쪽으로는 못 갔을 거라고 생각함.

 

  근데 수원FC는 자기네 숫자를 믿질 못하더라고. 퇴장을 자기들이 당한 걸로 생각한 건지 자기들이 가만있어도 이긴다고 생각한 건지 뒤나 중원에서 공을 돌리거나 의미없는 슛을 때리는 경우가 상대의 약점인 측면을 노리거나 가운데에서 박스로 전진 or 위협적 찬스 노리기보다 훨씬 더 많았음.

 

  결국 수원FC의 2골이 모두 크로스 후 헤더(코너킥 하나 포함이지만)에서 나오기도 했으니 수적열세로 인한 측면 커버 지연 및 측면수비 시도 시 박스 내 수비숫자 감소는 오늘 수원삼성의 실질적 약점이었다고 보는데, 더구나 수원FC는 수원삼성한테 딸깍골 계속 먹어가며 리드당하는 시간도 길었어서 시간과 기회, 소유를 낭비해서는 안 됐는데 일단 사이드로 전진시켜서 시작해야지 도대체 왜 시간낭비하다가 10명한테 쳐맞는 선택을 반복한 건지 이해하기 어려운 게임이 나오고 말았음

 

 

수엪 왜 졌나-수비

  전진 의지의 부재와 함께 수원FC의 발목을 잡은 건 수비집중력이었음. 수원삼성이 퇴장으로 인해 코너킥 수비시 수비숫자가 부족하다는 건 곧 수원FC가 세트피스나 크로스 수비를 할 땐 수가 많단 소린데,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몇 번을 그런 우위에 전혀 걸맞지 않는 수비불안을 노출하고 결국 골키퍼 펀칭미스가 겹치면서 실점했음. 이때부터 수원삼성은 10명 뛴다고 쫄 게 없어졌음. 자기들 할 거 하면 통하는데 뭐 숫자가 중요한가?

 

  이후 두 골은 역습과 수비수의 클리어링미스로 기록됐는데, 수원FC는 도대체 감독이고 코치고 수비 포지셔닝이나 전술이 있긴 한가 싶은 장면의 연속이었음. 실점도 실점이지만 수원삼성이 공격 때마다 양형모를 올린 것도 아닌데, 최소한 저쪽 필드플레이어가 한 명이 적은데 경기 내내 줄 거 다 주고 찬스 빈도 및 위험성을 계속 늘리도록 만든 건 도대체 뭘 해야 가능한 건가 싶었음.

 

  수원삼성 입장에선 10명이고 뭐고 공격이 의지대로 되기 시작하면 상관없는 게 당연하지. 기본적인 수비 숫자 세팅이나 집중력 자체가 현저히 떨어지는 게 아니라면 경기 내내 1명 적은 팀이 공격할 때마다 상대 수비가 끌려다닐 수는 없음. 다들 내 팀이 퇴장먹든 상대가 먹든 수적 차이를 본 경기가 있을 텐데, 그럼 수원FC의 오늘 수비가 얼마나 총체적으로 말이 안 됐나 알 거라고 생각함. 결승골 때 우고 고메스의 헤더 클리어가 뒤로 가서 어시스트가 된 건 대표적인 장면일 뿐이고 수원FC의 수비는 경기 내내 정신을 차린 적이 없었음.

 

 

부차적 요인-수엪 벤치의 재앙에 가까운 결정들

  이런 와중에 수원FC 벤치의 판단 미스도 심각한 수준이었음. 전방에서의 공 탈취와 적극적인 크로스, 박스 내부까지 전진해 패스받기 및 슛을 시도하는 등 번뜩이는 장면을 몇 차례 보여줬던 강민성은 그냥 U22라고 뺐고 거기 들어온 이광혁은 결정적 찬스를 만들 타이밍을 놓친 걸 포함해 게임 내내 별로였다가 재교체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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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우테르손은 언제나처럼 보여준 게 아무것도 없었고 왼쪽 풀백으로 나온 정동호는 길지 않은 출전시간에도 터치라인을 자기 터치로 넘기는 실수를 범한데다 전임 박철우에 비해 지고 있는 팀에게 꼭 필요한 저돌성과 공격(크로스, 박스에 가까워지는 패스, 이후의 전진, 박스 내의 움직임을 통한 동료의 패스옵션 늘려주기 및 슛 준비)시도 면에서 한참 떨어졌음. 이승우야 다리경련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교체였는데, 대신 들어온 김선민의 후방 전개 정리 및 중원 가담 그리고 양형모의 선방에 막힌 중거리슛 같은 면에서 오히려 벤치의 판단으로 한 교체보다 선수의 부상으로 인한 교체가 나았다는 게 정말이지 코미디였음.

 

 

수삼은 어떻게 10명으로 승리했나

  수원삼성은 경합부터 전개, 슈팅까지 1명이 없는 상황상 모든 걸 해줘야 했던 안병준의 움직임이 그 세 개를 전부 해낼 만큼 제대로 빛났고 수비진의 몸을 날리는 투혼 또한 이전 경기들과는 달랐음. 개인적으로 오늘 수원삼성의 가장 좋았던 점은 수원FC와는 다르게 공격 기회를 소중히 알고 최대한의 집중 및 효율로 빠르게 전진해 슛을 시도하는 전개과정이었음. 그 간결한 집중이 수원FC의 안하느니만 못한 수비를 만나 제대로 터져버린 경기가 아니었나 싶음.

 

  뭣보다 수원삼성은 시즌 내내 여러 악재가 이어졌던데다, 전날 강원이 승리한 상황이어서 심리적으로 최악의 상태였을 텐데 그런 분위기를 완전히 떨칠 수 있는 경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면서 승강전 진출을 막연하게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꿈꿀 수 있는 전환점을 얻었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라 생각함. 이러면 다음 두 경기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고 스스로를 믿고 할 수 있는 거 다 하면 그만이니까. 카즈키가 퇴장당한 건 큰 악재지만 오늘 얻은 것과 잃은 걸 비교하면 얻은 게 훨씬 많게 느껴짐. 더구나 10명으로 전반부터 뛴 체력소모는 A매치 휴식기로 지울 수 있고.

 

 

20231112_154823.jpg

  전반적으로 경기의 수준이나 재미가 높진 않았다고 느껴졌는데, 그 또한 주도하는 쪽의 트롤링에 가까운 경기운영 및 수비에 기인한 문제였다고 생각함. 주도'당한' 팀이 자기들 위치 파악을 못 하고 뻘짓을 하다가 이를 갈던 상대에게 당하는 그림으로 수원더비의 문이 닫히지 않았나 싶음.

 

 

한줄평

퇴장 빼고 다 이긴 수원삼성, 머릿수 빼고 다 진 수원FC

댓글 5

아길레온의재떨이 2023.11.12. 17:33
칼럼추

사실 수엪 공격수들이 1:0으로 이길때 중거리만 차는거 보고 물음표긴 했었음
댓글
염기훈블루윙즈 2023.11.12. 17:41
 아길레온의재떨이
ㄹㅇ 전반 30분 지나니깐 ‘어라 못할건 아닌데’ 이런 생각이 조금씩 들더라
댓글
솔리드옴므 2023.11.12. 20:33
 염기훈감독대행
아 그렇네 ㅋㅋㅋㅋ맨날 라스한테 쳐맞다가 오늘은
댓글
고독한아길이 2023.11.12. 19:09
좋은 글. 내가 경기 보면서 잊고 있던 포인트들도 잘 짚어져있어서 더욱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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