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뒤늦게 쓰는 06.03 광주vs포항 리뷰 - 김기동 감독에 복수한 이정효 감독[발롱도르~]

 

왜 두 달 전 경기 리뷰를 지금 쓰냐고?

 

내가 지금 봤으니까...!

 

각설하고... 리그 내 손꼽히는 명장 김기동vs이정효 1차 맞대결에서는 김기동이 맞춤전술을 들고나와 승리했음

 

두 팀 간 2차전인 6월3일 경기에서는 이정효가 복수에 성공했는데 어떤 흐름으로 경기가 흘러갔는지 요약해보고자 함

 

 

 

먼저 지난 1차전에서 포항이 광주를 막았던 방식은

 

 

 

 

대강 표현해보자면 이렇게 중앙으로 콤팩트하게 좁혀서서 광주의 볼이 중앙으로 나오는걸 1차적으로 막고

2차적으로 볼이 사이드로 나오면 풀백을 높은 위치까지 올려 강하게 맨투맨시켰음

이런 포항의 수비 전술에 1차적으로 광주가 고전했고

 

 

 

 

 

 

광주는 이렇게 왼쪽에서 숫자싸움을 걸어서 포항의 수비를 뚫어보려고 했지만 잘 안됐음

광주의 조직력도 미숙했고 포항 선수들의 수비 지능, 즉 자기가 지켜야하는 공간에 대한 인식, 광주 선수들이 공간을 열기 위해 가져가는 움직임에 낚이지 않는 지능적인 수비와 같은 것들이 워낙 좋았음

 

 

 

그럼 2차전에서는 어땠느냐

 

 

 

광주는 2차전에서도 왼쪽에서 숫자싸움을 걸었음

대신 디테일이 좀 더 부가돼서 전술이 최적화되었는데 이를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음

 

1. 엄지성을 활용해 지난 1차전처럼 포항 풀백이 높은 위치까지 맨투맨 나오지 못하게 묶어놓음

 

2. 이민기가 넓게 벌려 포항의 수비 하나(김인성)를 당김

따라서 포항은 지난 1차전처럼 중앙을 콤팩트하게 막지 못함

 

3. 전방 투톱 중 하나인 토마스가 미드필드까지 내려와 숫자싸움 가담

이순민과 함께 2:1 구도를 만들어 오베르당의 마크 대상을 불분명하게 만듦

 

이날 20분대에 찾아온 광주의 첫번째 찬스는 이런 전술의 일환으로 나왔고 해당 장면이 끝나고나서 카메라에 이정효 감독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 잡힘

 

 

 

그리고 광주는 이날 포항의 후방 빌드업도 잘 제어했음

 

포항이 쓰는 후방 빌드업 전술은 아래와 같은데

 

 

 

포항은 기본 2-2 빌드업 구조(2명의 센터백, 2명의 볼란치)를 사용하면서 후방 4명의 선수들이 볼을 점유하고 전방으로 전개를 모색함

 

특히 위와 같은 움직임(살리다 라볼피아나)이 포항의 특징인데

상대 투톱의 압박이 있을 시 위와 같이 미드필더 중 하나가 수비라인의 좌,우로 내려와 3명을 형성하여 볼을 지키고

전개시에도 위와 같이 미드필더가 측면 숫자싸움에 가담해 상대 수비 한명을 끌어당기면서 공간을 열고 수적 우위를 형성하게 해줌

 

리그 내에서 이런 포항의 후방 빌드업 구조를 깨고 롱볼을 유도할 정도의 압박을 구사하는 팀이 거의 없는데 이날 광주는 그것에 성공해 포항이 주도권을 거의 가지지 못하게 했음

 

 

 

 

 

우선 광주는 포항의 미드필더가 측면으로 내려가 살리다 라볼피아나 형태를 만들면 투톱 중 한명이 위와 같이 미드필더의 볼을 가운데로 몰면서 동시에 미드필더로 향하는 패스 각을 막아 볼이 다시 측면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았음

(이렇게 하면 살리다 라볼피아나 형태를 취하기 위해 내려간 미드필더 한명은 빌드업 과정에서 배제됨)

 

 

 

 

 

 

그리고 그 이후 광주 선수들이 다같이 결대로 쭉 몰면서 마지막에 사이드에 몰린 포항의 롱볼을 유도하면 성공

 

이런 광주의 압박때문에 포항이 후방에서 편하게 빌드업하지 못했음

 

김기동 감독은 플랜A 외에 다른 후방 빌드업 전술을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은 광주의 플랜을 극복하는데 더욱 어려움을 겪음

 

 

 

결국 이날 전반전 선제골은 포항이 넣었지만 경기는 광주가 지배했고 포항은 1차전때만큼의 기세를 내지 못함

 

거기에 오베르당의 세트피스 실수가 더해지면서 1:1 동점으로 하프타임 돌입

 

 

 

 

후반이 되고 포항은 수비 전술을 바꿈

 

중앙을 콤팩트하게 지키려던 전술을 버리고 위와같이 전방에서부터 1대1로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함

더이상 광주가 의도하는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김기동 감독의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전술 변화였음

 

그런데 여기서 이승모가 게임을 터뜨림...

 

이승모는 총 2가지 큰 실수를 연달아 범하면서 추가골 실점에 관여했는데

 

우선 첫번째로, 티모가 제카를 제치고 드리블 전진을 시작하자 위 수비전술 하에서 자기가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할 마크 대상 이희균을 버리고 본능적으로 티모를 막으러 튀어나감

그러자 티모가 바로 이희균에게 볼을 넘겨줬고 그대로 포항의 전방압박이 깨지면서 광주의 빌드업을 허용

 

두번째로는 그 빌드업으로 포항의 수비 지역까지 볼이 운반된 후, 포항의 수비가 성공해서 다시 볼을 되찾아왔는데 여기서 이승모가 난데없는 노룩 힐킥으로 광주에게 볼을 바로 헌납함

그 볼이 두현석에게 흘러 바로 왼발 중거리 감아차기 원더골 실점

 

실점 이후 김기동 감독은 바로 이승모를 교체아웃 시킴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승모 대신 교체돼 들어간 신광훈이 후방 빌드업시 패스미스를 범해 광주의 숏카운터에 추가골 실점

그리고 다시 신광훈이 세트피스에서 안영규 마크를 실패하면서 4번째 골 실점에까지 관여하게 됨...

 

 

 

광주의 3번째 골인 숏카운터 골은 포항의 빌드업 도중 인터셉트된 볼이 포항의 전진해 있는 풀백이 비운 사이드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엄지성에게 한번에 배달돼 골을 먹었던 장면인데

이것이 양쪽 풀백을 다 올리는 2-2 빌드업 구조의 약점이기도 함

그게 최근 유럽에서 양쪽 풀백을 다 올리는 2-2 구조 대신 비대칭 3백 형태가 트렌드로 잡은 이유임

하지만 국내 리그에서 4백을 쓰는 팀들은 여전히 포항처럼 클래식한 2-2 구조를 많이 쓴다는거...

 

 

 

이런 경기 양상은 경기 후 양팀 감독 인터뷰에서도 드러남

 

이정효 감독은 공수 양면으로 전술적 역할을 잘 수행한 토마스를 칭찬했고

김기동 감독은 패인으로 선수들의 실수를 꼽았음

 

거기에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김기동 감독의 약점도 살짝 드러난 경기가 아니었나 하고 생각함

 

선수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내의 플랜A 전술을 기반으로 조직력을 잘 다지고 기동력을 한껏 끌어올려놓으면서

상대에 따라 적절한 맞춤 전술을 잘 들고 나오는게 김기동 감독의 특색인데

반면에 이렇게 전술적인 다변화가 필요한 경기에서는 추가적인 전술 옵션 부재로 막히는 날도 있다는게 드러난 경기였다는 생각